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34
밥만 먹고 레벨업 1335화
심사관이었던 자들이 모였다.
그들에겐 작지만 작은 집 하나씩이 주어졌다.
“민혁 폐하께서 내리신 집에서 기거하면 될 것이고, 폐하와 이야기 끝에 그대들을 통솔하는 건 내가 맡기로 했네.”
루바는 뿔뿔이 흩어져 삶을 포기하려 했던 그들을 다시 이곳에 데려온 장본인이다.
그 자격은 충분히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 물었다.
“그런데 루바 님께선 이곳 황제와 어찌 아시는 겁니까. 어찌 아시길래 우리들에게 작은 집 하나씩을 준단 말입니까.”
자신들은 결국 외부인이다.
과거 살았던 왕국과 제국 등이 있지만 대부분 사라졌으니, 생판 남이란 사실이다.
그에 루바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시다.”
“……!?”
“……!”
그들이 진심으로 놀랐다.
“얼굴은 전혀 아닌데…….”
“신들은 늙지 않는다 하지 않나.”
아무튼 민혁이 루바의 할아버지라니. 그러면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한 사내가 말했다.
“루바 님의 할아버지라면 저희의 할아버지나 마찬가지겠군요.”
“암암, 그렇고말고. 진짜 내 친할아버지다 생각하고 각별히 모셔야 할 것일세.”
“앞으로 할아버님을 잘 모시도록 하지.”
손자를 자처하는 한 사내의 말에 소수의 이들이 끄덕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소수의 이들일 뿐이었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고 있었다.
루바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들 중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진짜 피가 섞인 관계도 아닐진대, 루바 님의 할아버지라고 하여 우리의 할아버지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루바는 이들 사이에서 잦은 의견충돌이 있을 것을 예상했던 바 있다.
‘카오스는 심사숙고 끝에 이들을 선정하였다.’
모두가 인간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어떠한 왕국, 제국 등에서 이름을 날리고 대접을 받던 자들이라는 것도 공통된 것 중 하나였다.
그런 이들이 민혁을 ‘할아버지’로 섬긴다?
그 콧대 높은 이들이?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루바는 심사관으로 활동했던 바 있으며 과거의 기억마저 되찾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수천 년 전과 지금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이 변화한 시대에 확실한 게 있었다.
“친조부란, 내 아비의 아버지로서 내 목숨을 바쳐 보살피고 그 말을 받들어 이행하여야 하는 존재이외다.”
과거에는 부모,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훨씬 컸다는 거다.
물론 지금도 크지 않다는 건 아니나 수천 년 전엔 지금보다 할아버지에 대한 공경과 존경이 훨씬 더 컸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루바가 생각하기로, 지금은 부모, 자식 간이라 하여 같이 살지 않으며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라 하여 얼굴을 자주 보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이들에겐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봉양’해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루바 님의 은혜와 또 루바 님의 할아버님께서 우리에게 집 한 채씩을 베푼 것은 고마우나, 그분께서 어떤 분이시고 어떤 업적을 남기셨고,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우리가 어찌 할아버지로 받들며 목숨을 바쳐 봉양한단 말이오.”
“으음…… 그건 그렇기도 하군.”
먼저 우리의 할아버지이니 극진하게 모시자 했던 자도 납득했다.
루바는 그 본질을 이해했다.
‘우리같이 강하고 뛰어났던 자들이 실제 혈육이 아닌 자를 굳이 할아버지라 여길 필욘 없다는 이야기군.’
루바는 장난스레 민혁과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를 맺었으나 괜히 심술이 낫다.
‘우리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신데!’
마치 초등학생이 ‘우리 할아버지는 멋진 분이셨어요!’라고 외치는 손자 마음 같았다.
“이봐들. 민혁 폐하이자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때마침 민혁이 오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걷는 그의 모습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루바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엄청난 업적을 남기셨고 아주 중대한 직책을 맡아 세상을 위해 수행하시고…….”
“민혁 폐하!”
그때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상께서 치킨 사 오셨답니다!”
민혁이 서둘러 몸을 돌렸다.
“치킨!?”
그리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맞지!? 치킨무 많이 가져왔대!?”
투다다다다닥-!
100m를 3초에 돌파하는 그를 보며 루바는 말문이 막혔다.
침묵이 지나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꼭 대단한 사람이어야만 할아버지로 모시는 건 아니지 않냐’는 의견을 내놓던 자들.
그들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어찌 저런 분을 할아버지로 모신단 말이오? 살아생전의 내 할아버지께선 제국의 전설로 불리셨소!”
“내 할아버지는 어떻고? 왕국 사령관으로 근무하시며 병사들을 훌륭히 인솔하셨지! 자네도 한마디 하시게!”
“렌슬이란 자가 있었네. 세상에 악명을 떨쳤던 분으로써 무수히 많은 자들의 것을 앗아갔지. 살인, 강도, 폭행!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던 자였어.”
“렌슬!? 아주 나쁜 새끼군!”
“완전 개X끼였군? 그래, 자네 할아버지께서 그를 벌하신 건가. 그런 쓰레기 새끼를 벌하시다니. 아주 훌륭하신 분이셨어!”
“렌슬이 우리 할아버진데…….”
“…….”
“…….”
“…….”
“아무튼! 황제로선 섬길 수 있으나 할아버지로선 섬길 수 없소!”
“공경과 존중, 또 우리에게 봉양 받아 마땅한 분을 그저 루바 님의 할아버님이라고 하여 모시는 건 조금 그렇죠.”
이쯤 되자 루바는 화가 났다.
자신의 할아버지인 민혁이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 받는 분위기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 줄 아는가!?”
“방금 전 치킨 드시러 뛰어가시지 않았습니까. 치아는 건강하신가 보더군요.”
“민혁 폐하가 베푼 호의는 열 배로 갚을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로 모시진 않을 겁니다.”
멍청이들이란 생각이 깊게 들었다.
“물론 먹는 자들의 기둥이시란 사실은 압니다. 대단하고 위대하죠. 하나 개인적 의견으로 단지 먹는 것. 요리하는 것을 지탱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도 합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식’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기둥 중 먹는 것과 관련한 것이 있었지 않나 이 자리의 이들은 추측했다.
루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욕을 들은 어린 소년처럼 성난 걸음으로 민혁에게 달려갔다.
“할아버님!”
“홀홀, 왔누냐. 치킨 한입 먹으련?”
장난스레 루바를 반겨준 민혁이 뜯어먹고 있는 치킨을 올려 보였다.
민혁이 천하 태평하자 루바는 끓어올랐던 화를 누그러뜨리며 곧 침착해졌다.
재밌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가 데려온 심사관들 있지 않습니까?”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통솔권을 위임해 줬잖아.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그건 아닙니다.”
루바는 방금 전 있던 일을 굳이 전하진 않았다.
“그들이 할아버님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럴 만하지.”
그들은 현재의 세상에 무지하다.
그런 세상에서 민혁은 넓은 아량으로 그들을 안아줬어도 그들은 자신들을 안아준 이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터.
“오늘 그들과 함께 폐하를 따라다니며 폐하가 처리하시는 업무를 참관하여도 괜찮겠습니까?”
“흐음.”
꼭 안 되는 일은 아니다.
그만큼 지금 민혁의 입지는 높아졌고 그들은 그저 세상을 배우는 입장이었으니까.
“내 스케줄이 좀 살인적인데도 괜찮으려나?”
민혁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루바는 속으로 웃었다.
“괜찮습니다.”
“알겠어. 치킨만 먹고 바로 일정 소화하러 갈 거니까 지금 다 불러와.”
“옙!”
답변을 들은 루바가 달려갔다.
* * *
민혁의 하루 일정을 참관하게 된 자들.
그들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제각기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는 민혁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 위해 걸으면서도 마찬가지다.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중 갠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었다.
“놀랍군요. 갠의 할아버지께서 벤슨이라는 군신을 알현한 적이 있다고요?”
그는 자신을 보는 이들에게 어깨를 으쓱였다.
“군신께서 직접 천대장 제안을 하셨다고 들었네. 하지만 그 자리를 거절하시고 제국 검공으로 남아 이름을 남기셨지. 놀라운 일은 그뿐만이 아닐세.”
“……?”
“……?”
“죽음의 신에 대해 아는가?”
“허어어억!”
“주, 죽음의 신이요?”
“쉬잇!”
마치 볼드X트라도 되는 듯 그들이 기겁하며 검지로 입술을 가렸다.
“함부로 그분에 대해 말하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문일 뿐일세. 아무튼 내 할아버지께선 죽음의 신이 지상에 내려와 세상을 혼란에 물들이게 하셨을 때 그가 만들어낸 지옥의 기사 데스나이트를 혼자서 격퇴하셨지!”
“우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정말 대단한 할아버님이셨군요.”
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이런 할아버님을 모신 나에게 민혁이란 분을 할아버지로 두라는 건, 어쩌면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어. 자네들도 이야기해 보세. 자네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유전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유전에 의한 천재가 더 많은 건 당연한 사실이며, 유전에 의해 강한 힘을 받는 건 당연하다.
그로 인해 대부분 그들의 할아버지들은 꽤 대단했다.
“제 할아버지께선 자그마치 엘프의 숲에서 엘프들과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들었습니다.”
“에, 엘프!?”
“인간과 어울리지 않는 그 종과 말인가?”
“대단하신 분이셨군!”
“저도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뭔가?”
“만능손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허억! 뭐든 만들어낸다는 그분 말인가?”
“저희 할아버지께선 가보로 그분이 만든 ‘숟가락’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들이 감탄했다.
“부, 부럽군…….”
“어찌 그런 자가 만든 숟가락을 얻게 된 거지?”
“자네, 할아버님 정말 대단하군. 혹시 친분이 있던 건 아닐까?”
“헤헤.”
그때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 사내에게 돌아갔다.
그는 오만한 미소로 침묵을 유지하던 사내다.
대단한 풍채에서 풍기는 기세 또한 만만치 않았고, 오만한 미소가 그의 할아버님이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종족들이 모여 살아가는 땅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
“……!?”
“……?”
모두 경악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그 땅.
인간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 들어왔다.
그들은 인간이 침입하면 무조건 죽였고, 그때마다 제국과 왕국은 군대를 보내 토벌을 시도했으나, 그 군대조차 전멸했다.
매 시대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고 결국 인간들은 못 박았다.
‘그들을 건드리는 건 자살행위다.’
사내가 말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그마치 그곳에 실수로 발을 들이셨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그것도 다른 종족들에게 발각되었음에도요. 필사적으로 도망치셨다 하더군요.”
“대단하군…….”
“이제껏 살아남은 자가 없다 들었건만.”
이야기에 집중했던 그들은 곧 워프 게이트 앞에 멈춰 설 수 있었다.
“혹시 처음 일정은 어디…….”
누군가 물었으나 이미 민혁은 워프게이트를 넘고 사라져 있었다.
곧 그들도 함께 워프게이트를 넘었다.
할아버지가 종족들의 터전에서 살아 돌아온 르앙.
‘민혁 황제의 첫 번째 일정은 뭐지?’
빛이 걷힌다.
시야를 채웠던 빛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르앙은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여러 종족들이 함께 모여 무기를 들고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인간들 중 강자였던 건 사실이나, 전설로 치부되는 자들도 끽해야 600레벨대에 불과하다.
반대로 소문으로 들은 오크왕과 웨어울프왕 등은 800레벨을 넘어선다 들었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민혁과 자신들을 포함해 총 110명만이 이곳에 넘어왔다는 거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흐이이이이익!”
“워, 워프게이트가 오작동 된 게 분명하다!”
“히이이이익, 기껏 기억을 되찾았더니!”
종족들로 가득 찬 원 안에 포위된 그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누군가는 웨어울프에게 사지가 찢겨 잡아먹힌다는 소문이 떠올라 공포에 사로잡혀 오줌을 지렸다.
또 누군가는 방금 전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살아 돌아간 것만으로도 회자가 될 정도로 종족들은 절대 인간을 살려두지 않는다.
“취이이이익…… 인간…….”
거대한 풍채의 오크.
오크왕과 시선이 마주친 이들이 주저앉고 말았다.
방금 전 말했던 ‘인간’이란 부분에선 강한 적대감이 느껴지는 듯했었기 때문이다.
그때 민혁이 사납게 말했다.
“오크왕.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
뭘 말했다는 거지?
또 저 명령조는 무엇이지?
“눈 착하게 뜨라고.”
시뻘건 오크왕의 눈이 민혁에게 닿는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아무리 기둥이라 할지라도 이 많은 종족들을 상대하긴 힘들다고 그들은 판단했다.
그런데.
“취이이익, 헤, 헤헤, 취이이이익.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취이이이익.”
오크왕이 눈을 착하게 뜨며(?) 그 앞에 부복했다.
“기디리고 있었습니다. 은인이시여!”
“……?”
“……?”
그들이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수십만에 이르는 그들이 일제히 부복하며 외쳤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인이시여!”
민혁이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봤다.
“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