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35
밥만 먹고 레벨업 1336화
민혁은 오크족, 웨어울프족, 용족의 분명한 은인이다.
레이칸이 민혁에게 패한 후 루브앙 제국이 모든 종을 말살시키려 했으나, 그를 제지하고 대신 천외제국 휘하에 두고 부리고 있는 민혁이었다.
민혁은 결코 그들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종족들의 새로운 터전에 자라난 아홉 과일나무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겼다.
남는 일손들은 전부 광산이나 밭, 때론 산에 보내어 요리재료와 같은 것을 채집하게 했다.
그들을 끊임없이 부리고 있었으나, 우습게도 전염병에 의해 많은 생명을 빼앗기고 배가 고파 밥을 굶으며 추위에 떨어야 했던 종족들에겐 이곳은 지상낙원과 같았다.
여전히 민혁은 처음과 같았다.
인간들을 공격하고 죽였다는 이유로 그들을 철저히 부리고 있는 거다.
반대로 종족들은 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었기에 도리어 민혁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운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민혁이 그들의 안내를 받고 의자에 앉아 여러 보고를 듣는다.
또 보고서를 건네받아 확인한다.
“광산에서의 수확량을 더 높여라, 얼마 전에 용족왕과 오크왕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며?”
부복한 그들이 움찔했다.
“야, 내가 니들 싸우라고 여기 붙여놨냐? 똑바로 안 해?”
“취, 취이이이익.”
“크흐으음!”
민혁의 꾸짖음에 그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참관자들.
특히나 르앙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께서 종족들의 터전에서 살아 돌아오셨다며 떠들어댔던바.
“미, 민혁 폐하께서는 살아 돌아오시는 정도가 아니라 되려 종족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단 말인가?”
“어찌 이런 일이…….”
“다른 종족들은 인간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데…… 아예 지배해 버렸다고?”
인간이 다른 종보다 뛰어난 건 딱 하나 존재한다.
바로 도구다.
힘이나 육체의 강함, 수명 등을 보았을 때 인간은 그들보다 나약하다.
그런 인간이, 아예 다른 종족들을 종처럼 부려대고 있다. 그런데 그 종들은 완전히 충신이기까지 했다.
돌아가려는 민혁에게 그들이 달라붙었다.
“취이이이익, 취이이이익. 민혁 폐하. 제 성의입니다. 취이이이익.”
“아, 이런 것 좀 주지 말라니까?”
“취이이익, 헤헤.”
“폐하, 이것도 가져가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민혁 폐하. 다음에는 언제 또 오십니까?”
“아, 새끼들 귀찮게 하네.”
말은 그렇게 해도 민혁은 주는 족족 받아가고 있었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민혁이 말했다.
“아무튼 나 간다. 농땡이 피면 뒈진다.”
곧장 워프게이트로 향하는 그를 보며 참관자들이 의아함을 느꼈다.
“이렇게 빨리?”
“나라면 종들을 다스리는 우월함을 좀 더 느끼고 싶었을 거 같은데.”
한껏 어깨가 으쓱해진 루바가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께선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신다네. 그보다 아까 누가 그랬더라? 할아버님이 죽음의 신의 데스나이트를 격퇴했다고?”
그 말을 했던 사내가 팔을 들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후후, 접니다.”
“그래, 그렇군.”
루바가 씨익 웃음 지었다. 곧 다시 워프게이트를 모두가 넘어섰다.
* * *
[지옥에 입장하셨습니다.]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모든 스텟 43%가 하락합니다.] [상태이상 저항력 40%가 하락합니다.] [극도의 공포에 의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정신계 마법에 걸립니다.]민혁의 다음 일정지로 왔던 이들.
그들의 눈앞에 낫을 든 사신들 수백이 달려오고 있었다.
정신계 마법에 걸린 그들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히이이이익, 뭐, 뭐야! 날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온 거야!?”
공포에 벌벌 떨며 그들이 애원한다.
그때 한 목소리가 그들의 정신계 마법을 깼다.
“루이스. 지옥에 입장하면 발동하는 이 상태 이상기부터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서 풀어줘.”
[정신계 마법이 해지됩니다.]정신계 마법에서 깨어난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지옥에 입장했다는 알림을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나무와 꽃들이 무성히 자라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친구, 어서 와.”
“응.”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곧 그들은 자신들의 시야에 걸린 죽음의 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더기 같은 로브를 두른 그가 자신들에게 다가올 때마다 숨이 막혔다.
그저 그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다.
죽음의 신은 지옥에 들어온 인간을 절대 용서치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맛봐야 하는 곳에서 가둔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누군가는 오줌마저 지렸고.
누군가는 살려달라며 싹싹 빌었다.
그런데 자신들 앞에 온 그가 말했다.
“미안하다. 민혁이 친구라면 내 친구들이기도 한데.”
“……에?”
“예?”
“아,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합니다!”
죽음의 신은 생각보다 상냥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설 속에서 들었던 죽음의 신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으니까.
우리가 헛소문을 들은 걸까?
“지옥이 많이 멋져졌네.”
“네 덕분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도 전대 죽음의 신들과 다를 바 없던 사람이었겠지.”
“말솜씨가 많이 늘었네.”
죽음의 신이 반가운 친구를 보는 시선으로 그를 마주한다.
꽤 어색했던 둘의 사이도 부쩍 가까워진바.
“편하게들 있어도 된다.”
자신들도 모르게 무릎 꿇고 있는 이들에게 죽음의 신이 한 말이다.
“아닙니다!”
“저흰 이게 편합니다!”
“헤헤”
죽음의 신과 친구라는 것이 그들을 놀랍게 한다.
그저 친구를 만나러 온 걸까?
아니다.
“신들의 땅과 활발한 교류를 위해 네가 힘쓰는 건 알고 있어. 그런데 아직도 신들의 땅에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불안해해. 나는 그 이유가 너무 빠르게 다가가서라고 생각해.”
민혁은 자그마치 신들의 땅을 운운하고 있었다.
‘신들의 땅?’
‘신들만이 살아가는 그 세상 말인가?’
‘한데 기둥이라 할지라도 그 땅과는 무관하지 않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끝에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지.”
죽무룩.
민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편견을 깨고 조금씩 너희를 무서워하지 않는 자들도 생겨나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군.”
죽음의 신과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 간의 대화도 있었지만 업무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무릎 꿇고 있는 이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죽음의 신과 그가 업무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지?’
먹는 자들의 기둥과 지옥은 전혀 무관한 것 아니던가?
민혁이 일어섰다.
“바빠서 가봐야겠네.”
“다음에 또 보지.”
“길 좀 열어주겠어?”
“그래.”
죽음의 신이 일어섰다.
“무슨 길을 연다는 거지?”
무릎 꿇고 있던 이들도 자연스레 몸을 일으켰다.
루바가 참관자들을 보며 히죽 하고 웃었다.
“자네들은 우리 할아버님에 대해 이제껏 빙산의 일각만을 보아왔네. 이제부터 할아버지의 진면목을 보게 될 걸세.”
죽음의 신의 스태프가 땅에 꽂힌 순간 빛으로 만들어진 기다란 다리가 어딘가와 연결되었다.
“다음에 또 보지.”
민혁이 죽음의 신과 헤어지고 앞장서 걸었다.
빛의 다리는 생각보다 길었고 구름을 관통하고 있었다.
구름에 의해 다리 끝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곧 구름 안에 들어선 그들은 안개처럼 시야를 가리는 그것들을 완전히 벗어난 민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민혁을 따라 구름을 완전히 벗어났다.
구름을 벗어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민혁은 다소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던바.
그러나 구름을 지난 순간, 그의 머리 위에 투명화 모드로 감춰져 있는 가장 찬란한 왕관이 쓰였다.
곧바로 포크와 나이프를 나타내는 망토가 새겨졌다.
참관자들의 시야로 웅장하게 펼쳐진 하늘 위의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들의 땅에 입장하셨습니다.]신들의 땅.
신들이 살아가는 거룩한 땅이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코 신은 뛰어넘을 수 없다.
또 신들이 살아가는 땅은 그들도 이야기만 들어왔던 것이다.
민혁을 따라 걷는 그들은 민혁이 다리를 완전히 벗어난 순간, 공간을 넘어서 어떠한 성 위에 올라선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관자들은 심사관으로서 잠시 살았던 자들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심사관들은 기둥과 기둥후보, 세상의 균형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는 전혀 무지했다.
즉 심사관으로서의 신들의 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밖에 없다.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절대신들이 신들의 땅을 다스리고 있다.
또 평범한 인간으로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그저 거룩하고 위대한 곳이다는 기억뿐이다.
성벽 위의 뒤쪽에 의자들이 놓여 있다. 그 의자로 빠르게 빛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
너무도 거룩하고 위대하다.
나타난 그들을 보며 참관자들은 그저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우아하고 위품 넘치는 그들의 입가엔 자신감 있는 미소가 그려져 있다.
뒤쪽에 놓인 의자들 중 정중앙에 앉아 있는 태초의 신.
물론 그들은 태초의 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태초의 신만 보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초의 신…….’
‘태초에 세상을 만들어내신 어머니.’
‘어째서 민혁 황제가 이곳에 온 거지? 혹시 신들에게 심판받아 마땅할 큰 죄를 지었나?’
모두 민혁의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혹시 민혁이 몸을 돌려 그들에게 부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때, 성벽 앞으로 수백만 개에 이르는 빛이 내려섰다.
그 빛의 가장 앞에는 수천 명의 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바로 앞에는 대장군 제넬이란 자가 있었다.
그때 민혁의 옆으로 놀라운 풍채를 가진 잘생긴 미남자가 함께 섰다.
[군신의 보좌관 벨슨.]벨슨?
익숙한 이름이다.
아!
참관자들이 동시에 떠올렸다.
아까 전 한 참관자가 자랑했다.
자신의 할아버지께서 과거 벨슨이란 가장 위대한 군신으로부터 어떠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그런데.
‘왜 보좌관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혁이 말했다.
“잘 지냈나?”
“물론입니다.”
민혁이 여유로운 미소로 그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대장군 제넬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세로로 세웠다.
“충!!! 군신을 뵙습니다.”
그가 먼저 경례하자 이어 뒤쪽에 자리 잡은 수백만 명의 병력.
군신이 이끄는 군대로 추정되는 자들이 일제히 경례했다.
참관자들이 그 장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자신들이 거느렸던 인간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병력이다.
저들 1,000명이 왕국 하나를 쓸어버릴 수 있으며, 저들 1만 명이 제국을 뒤흔들 수 있다.
참관자들도 알고 있다.
“군신은 신들의 땅에서만큼은 가장 위대한 절대신으로 군림하는 자.”
모든 군의 통솔권을 가진 자다.
신들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도 가진 자다.
그의 명령 하나면 마계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의 명령 한 번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군신은 어디 있는가?
아, 가장 위대한 군신은 역시 가장 늦게 나오느냐는 의문 뒤로.
“쉬어.”
민혁이 가뿐히 그들의 경례를 받았다.
각 잡혔던 군대가 일제히 뒷짐을 지며 쉰다.
뒤쪽에 놓인 절대신들의 의자와 다르게 가장 앞에 놓인 군좌가 있었다.
‘어, 왜…….’
‘왜 저기로 가지?’
‘민혁 황제가 미쳤나?’
자연스레 민혁이 그 군좌에 앉았다.
그가 의자에 앉은 순간 참관자들은 기겁했다.
민혁 황제가 드디어 미친 건가?
감히 저 자리가 어디인 줄 알고 앉는단 말인가?
그때 여전히 이해 못 하는 참관자들에게 루바가 다가왔다.
“우리 할아버님은 말일세.”
[모든 군대를 이끄는 신이 군좌에 착석합니다.] [모든 절대신들과 신. 군대를 비롯한 만백성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말을 가슴속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군신 민혁의 말에 그의 군대는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것입니다.]놀란 표정을 짓는 그들에게 루바가 웃어 보였다.
“군신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