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36
밥만 먹고 레벨업 1337화
참관자들은 실감할 수 없었다.
루바가 말한 민혁이 군신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말도 안 돼’라 중얼거리지만, 대장군을 통해 군대에 명령을 내리는 민혁을 보며 그것이 곧 현실임을 깨닫는다.
군신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가장 뛰어난 자들만이 걸을 수 있는 신의 길.
‘군신은 신들의 땅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다.’
그는 모든 군대를 이끌고 통솔하는 자.
그렇기에 가장 위대한 신으로 꼽히는 자만이 오로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식신이라며…….”
그에게 매료되어 버린 참관자들.
루바가 그들을 보며 할아버지 자랑을 했다.
“맞다, 식신이신데 저 자리에 오르셨지. 모두가 대륙신에 대해선 알고 있겠지?”
알다마다.
대부분의 신들은 순수한 혈통을 가지고 탄생한다.
신들의 땅의 신들은 대부분 아버지나 어머니가 신인 경우가 많았다.
이중 예외의 경우가 바로 대륙신이다.
대륙신은 대륙에서 전설 클래스를 넘어서는 자들만이 오를 수 있다.
문제는 신들의 땅의 신들은 본래 대륙신들을 잡종이라며 비웃고 그들을 멸시한다는 거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대륙신으로 시작해 군신이 되셨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난이 있었을지 예상이 되는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모든 군에게 명령을 하달한 민혁은 절대신들에게도 앞으로의 신들의 땅에 대한 방향을 말하고 돌아왔다.
[가이스와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 [콜론과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 [갱다라와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그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민혁을 바라봤다.
* * *
민혁의 하루 스케줄은 살인적이었다.
황제, 군신, 먹는 자들의 기둥으로서 그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치킨!? 이라며 뛰어갔던 민혁의 바보 같았던 인상은 이미 사라졌다.
많은 것을 짊어진 민혁의 삶을 참관하는 자들.
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들은 함께 사냥터로 마실을 나갔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들이 위치한 곳은 천외제국과 가까운 인근에 있는 죽은 왕의 무덤.
약 레벨 500~600짜리의 유저들이 사냥을 즐기는 고레벨 사냥터다.
“으, 으아아아아악! 죽음의 왕이 나타났다.”
“놈이 5만의 죽음의 군대를 일으켰어!”
죽은 왕의 무덤이 소란스러워졌다.
보통 4명씩 파티를 맺고 사냥을 진행하는 이 무덤에서 2년에 한 번 강림할까 말까 한 죽음의 왕이 나타난 거다.
도망치는 유저들과 반대로, 그들은 귀찮다는 듯 몰려오는 죽음의 군대에 휘휘 검을 휘둘러댔다.
퍼석퍼석-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단지 그분이 수행하시는 직무 때문이 아니라, 밑에서 위까지 올라오신 게 말이야.”
그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죽음의 군단이 쓰러졌다.
“하아암, 나 눈물 나는 거 보이나? 이렇게 피곤한데 민혁 폐하는 어떻게 이런 일정을 소화하시는 거지?”
퍼석퍼석-
하품을 하며 그들이 몬스터들을 학살한다.
“야, 저기 봐…….”
“뭐냐…… 왜 하품하면서 때리는데 쓸려 나가냐?”
“뭐야, 저 사람은 그냥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죽은 왕의 무덤은 분명 고레벨 사냥터다.
그런데 100여 명에 이르는 그들은 피곤한 기색으로 대화를 나누며 군대를 쓸어버리고 있었다.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그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도 민혁 님을 할아버님으로 모셔야겠어. 이에 반대하는 사람 있는가?”
“없다네.”
“있을 리가 없잖나.”
곧 대화를 나누던 그들이 돌아갔다.
“……?”
그들이 돌아간 자리를 보며 유저들이 경악했다.
약 15분.
그들은 대화를 하며 5만의 죽음의 군대를 전멸시켰다.
죽음의 왕? 그들이 돌아가면서 주먹으로 한 대씩 때리자 즉사하고 말았다.
“쟤네 뭐냐……?”
“헐…….”
* * *
민혁은 헤이즈에게 꾸중을 듣고 있었다.
“폐하, 자그마치 집 100채입니다. 얼마나 많은 혈세가 들어갔는지 아십니까?”
“아니, 뭔가 가엽잖아. 그리고 그 사람들, 전부 강한 사람들이니까 금방 회수하지 않을까?”
선뜻 집 100채를 루바를 비롯한 이들에게 나눠준 게 화근이 되었다.
“어떻게 회수되는데요? 당장 그들이 폐하께 그 돈을 주기로 약속했나요?”
그러진 않았다.
헤이즈도 민혁과 같은 생각이긴 했다.
“그들이 가져오는 모든 걸 민혁 폐하에게 상납해 준다면 1년에 수백 배의 가치로 돌아오긴 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완전 남남일 뿐이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집을 제공해 준 출처가 폐하가 아닌 천외제국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헤이즈가 한숨을 탁 쉬었다.
“사람이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단 말입니다. 집을 제공하는 대신 계약서라도 쓰셨어야죠.”
“끄으응…….”
확실히 헤이즈의 말은 일리 있었다.
“100채의 가치가 자그마치 500플래티넘입니다.”
민혁에겐 적은 금액이나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적 금액인바.
“그냥 내가…….”
“그렇게 하면 폐하의 재산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민혁은 헤이즈의 말에 모두 납득했다.
이처럼 계속 베풀었다면 자신은 지금 완전 거지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폐하께서 저지르신 일이시니 어떻게든 회수할 방법을…….”
그때 누군가 노크했다.
“들어와.”
“할아버님, 저입니다.”
루바였다.
“무슨 일이야?”
“폐하께서 받아주신 이들이 폐하께 할 말이 있답니다.”
할 말?
막 참관을 끝내고 두 시간 정도 그들과 떨어져 있었다.
수긍하자 문이 열리며 100여명이 넘는 그들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민혁에게 넙죽 절했다.
“민혁 폐하, 아니! 할아버님! 우릴 손자로 받아주십시오!”
“……?”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뚱맞게 갑자기 웬 손자란 말인가.
“할아버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님을 모시기 위해 평생을 목숨 바쳐 살아가겠습니다!”
민혁은 루바에게 자초지종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루바와 장난으로 시작한 관계가 백여 명에 이르는 손자(?)들을 만들어내어 당황스럽긴 했다.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민혁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그러도록 하려무나.”
[108명의 이들과 할아버지와 손자의 연을 맺습니다.]민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들이 화색을 띠었다.
“할아버님. 이제부터 걱정 마십시오!”
그들이 호언장담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아버님을 평생 봉양토록 하겠습니다.”
“손자로서 할아버님을 모시고 지켜드리는 건 당연한 일!”
“아, 할아버님. 이건 아까 전에 저희가 얻어온 겁니다.”
[손자들이 975플래티넘을 용돈으로 건넵니다.] [손자들이 죽은 왕의 검을 선물합니다.] [손자들이 죽은 왕의 갑옷세트를 선물합니다.]민혁이 놀란 표정을 짓자 그들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할아버님, 내복 한 벌 해드렸다고 생각해 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할아버님을 봉양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가져오는 것마다 족족 할아버님을 드리겠어요!”
[손자들이 약속합니다.] [획득하는 플래티넘과 다양한 것들을 모두 당신을 봉양하기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헤이즈가 경악했다.
‘……이렇게 착취한다고?’
헌신의 신이자 사기꾼인 자신을 뛰어넘는 민혁이었다.
* * *
제우스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대륙인들 입을 타고 전해져 온 이야기.
민혁이 속한 천외제국이 크로노스를 죽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크로노스는 감히 제우스조차 어쩌지 못하는 신이다.
그렇기에 타르타로스에 가둔 거다.
그런 크로노스를 민혁이 죽였다. 올림푸스 신들의 입장에선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오랜 난제를 손대지 않고 코 푼 격으로 해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이아 대륙에선 민혁의 위상이 더 크게 전해지고 있다.
그런 제우스 앞에 한 여인이 한쪽 무릎을 꿇고 투구를 옆구리에 낀 채 앉아 있다.
아테나.
아레스와 함께 전쟁의 신으로 불린다.
그러나 아레스가 파괴와 살육으로 얼룩진 전쟁의 신이라면 아테나는 지혜와 전술, 훈련의 신이다.
두 신의 성질은 매우 달랐고 아레스와 다르게 아테나는 모든 신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자다.
“헤파이스토스가 그런 짓을 벌였다구요.”
아테나는 당시 자신의 군대를 육성하고 있었다.
올림푸스 신들만이 아니라 모든 신들도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무릎 꿇고 굴복했다.
이 소문이 가이아인들에게도 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하니 이번 대륙 간 지휘 외교관으로 네가 갔으면 한다.”
외교관.
제우스가 만들어낸 꼼수다.
서대륙과 가이아 대륙에서 차출한 딱 한 명의 신을 보내어 각 대륙에서 보낸 군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준다는 명목이다.
즉 대륙 간의 부족한 점을 해당 지휘관이 채워준다는 말이다.
“우리 쪽에선 아레스의 정예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
아레스의 정예군.
아레스의 검이라 불리는 그들은 날 때부터 살인병기로 키워진 자들이다.
그 레벨은 700을 넘어섰으며 정말이지 혹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해왔다는 사실에 있었다.
더불어 아레스만큼이나 성격이 모질고 개차반인 자들투성이다.
때론 신들에게도 무례한 그들이었으나 사실상 올림푸스 신들이 이끄는 핵심 군대의 이들이었기에 신들도 크게 터치하지 못했다.
“사선을 넘나들던 자들이다. 또 아레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하는 그들이 누군가의 손에 길들고자 하지 않겠지. 아마도 민혁이 그들을 지휘할진대.”
제우스가 음침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대로 지휘가 될 리가 없지. 말이나 되겠는가? 이방인들의 시스템을 철저히 이용할 계획이다. 또한 이런 것도 넣으면 좋겠지. 각 지휘관과 계속 함께하고자 하는 자는 남아도 좋다.”
“계속 남아도 좋다고요?”
아테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서대륙은 천외제국의 최정예를 네게 맡길 거다. 그러니 너를 보내는 거지.”
아테나는 모든 군의 우상이 되는 여인이다.
괜히 전장의 신이라 일컬어지는 게 아니며, 모든 올림푸스 신들이 아레스보다 그녀를 더 존중하고 아끼겠는가.
“전장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너에게 가르침을 받고 성장한 자들. 특히나 네가 가진 ‘전쟁여신의 매혹’이 너의 곁에 남고 싶게 만들겠지.”
전쟁여신의 매혹.
그녀가 특정 군을 이끌기 시작하면, 그 군대와 지휘관은 무언가를 해내고, 어떠한 가르침을 받을 때마다 존경심을 얻으며, 그녀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샘솟게 된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갑자기 그녀를 만났다 하여 친밀도가 MAX가 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으며, 갑자기 기존에 이끌던 지휘관을 제쳐 두고 그녀에게 믿음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활약할수록 그는 전혀 달라지게 된다.
“그를 이용하여 천외제국의 정예군을 우리 가이아 대륙의 군으로 데려오라.”
서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군대.
그 군대가 가이아 대륙으로 넘어온다는 건 군사력의 강화도 있었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결국 가이아 대륙이 더 뛰어나기에 그들이 가이아 대륙에 온 거라는.
“위험한 발상이십니다.”
아테나는 제우스의 생각이 양날의 검과 같다 여겼다.
우리 측도 서대륙에게 아레스가 키운 정예군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레스의 군이 서대륙으로 가길 희망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일은 일단 없어 보인다.”
아레스의 정예들은 절대 다른 누군가를 쉽사리 따르지 않는다.
평생을 아레스의 개로 길들어 온 자들이었으며, 오죽하면 아레스도 그들을 자신의 자긍심으로 여길 정도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라.’
그것 또한 아테나에게 무척 유리한 부분이다.
아테네의 스킬들 대부분은 남을 가르치고 지휘하고 훈련시키는 데 있었다.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말한 제우스는 ‘퀘스트’란 것을 이용해 양측이 끊임없이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낼 거다.
그중 우위에 서는 건 당연히 아테나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아레스의 군대가 천외제국으로 넘어갈 것 같다면, 그땐 아레스의 군대를 몰살시키는 방향으로 이끌면 되겠지.”
제우스가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민혁이 아레스 군대의 마음을 사도 그들은 죽을 것이다. 자네는 서대륙의 정예군만 데려오면 되는 거지.”
잔인한 방식이다.
적이 이득을 취할 것 같다면, 과감히 아군마저 버리는 방식.
“이는, 그를 열렬히 믿고 의지하는 서대륙인들 모두가 볼 수 있게 하면 되겠군.”
민혁과 그 군대를 철저히 망신시키겠다는 속셈이다.
“곧바로 외교관을 제안토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