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7
밥만 먹고 레벨업 1358화
처음 아르도 제국에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 나라는 란스타 왕국이다.
란스타 왕국은 여느 왕국들과 다르게 진귀한 광물이 나오는 광산들로 넘쳐났고, 그로 인해 광산 부유국이란 말도 나오는 곳이다.
왕국의 크기나 가지고 있는 돈은 3개 왕국을 합친 것과 같았고, 여유가 많았기에 돈을 빌려줄 수 있었다.
그다음부턴 더 많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이자율이 35%에 달하고 있었다.
그 중심엔 왕 발스가 있었다.
사실상 콘스티누 황제에게 달려가는 왕들을 이끄는 주축이다.
그가 다른 왕들과 함께 콘스티누 황제를 만났다.
“아르도 제국 황제시여, 죽음의 위기를 딛고 새 삶을 사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겉으로는 그를 끔찍이 사랑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아르도 제국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 같이 말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본색을 드러낸다.
“한데 천외제국과 동맹을 맺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동맹보다도 더 가까운 우군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렇네.”
“우리는 평화를 아끼던 제국과 왕국이었지 않습니까? 천외제국은 무수히 많은 전쟁을 발발시켰고 많은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그 뜻을 거두어주십시오.”
아르도 제국은 돈이 없고 빚더미만 가지고 있다.
물론 콘스티누가 죽지 않긴 했으나, 천외제국이 그의 빚을 갚아주지 않는 이상, 자신들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런데.
“싫네만?”
“예?”
발스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 살아났다더니, 머리가 회까닥 돌았나?
자신들은 마음만 먹으면 제국 내의 이들을 노예로 부릴 수도 있다.
대륙법에 의하면 그것은 귀족들도 포함시킬 수 있다.
황제라 해도 돈이 없으면 그 권력과 지휘를 유지할 수 없는 법이거늘?
그제야 발스왕이 본색을 드러낸다.
“폐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폐하께서 우리의 이 평화를 원하는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기에 이렇게 끈끈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만.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부채를 갚아주시겠습니까?”
발스왕이 예의를 버렸다. 다짜고짜 돈을 내놓으라며 웃었다.
헤르메스를 잡았다뿐, 그 돈을 돌려받지 못했을 확률이…….
“그러지.”
“……!?”
“……!?”
그들이 놀랐다. 콘스티누 황제가 오만한 미소로 웃었다.
“이자까지 쳐서 모두 주도록 하겠네. 안 그래도 재상에게 지시하여 모두 마련해 놨음이야.”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콘스티누에게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게 된다.
“헤, 헤르메스가 돈을 돌려줬습니까?”
“그렇네.”
“그럴 리가 없는데…….”
헤르메스는 도둑의 신이다. 자신들이 보물을 내놓으라고 할 때 시치미를 뚝 뗐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를 죽이는가?
아니, 그를 죽이는 순간 돈이 날아가며, 차후엔 올림푸스 신들이 개입한다.
올림푸스 신들이 개입하면 왕국이든 제국이든 한순간에 멸망한다.
때문에 잡았다 해도 잡은 것이 아닌 게 헤르메스다.
“도대체 어떻게…… 요?”
“민혁 황제가 받아주었네만?”
“…….”
발스왕이 당황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아, 그리고 짐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국가와의 동맹관계를 끊을 생각일세.”
“폐, 폐하!?”
왕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걷는 길이 다르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아, 아무리 천외제국과 함께하기로 했기로서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끊…….”
“잠깐. 말은 바로 하게. 쇠약해져 죽어가는 황제와 몰락해 가는 아르도 제국을 보며, 빌려준 돈의 이자를 점점 올리는 자네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건, 당장의 몰락을 막는 것과 백성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한들 그들의 목숨만큼은 살아남게 하는 거였다네.”
그것이 콘스티누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모든 것을 냉정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백성들을 데려다 노예로 부리고, 전쟁이 발발하면 아르도 제국군이었던 자들부터 앞으로 내세워 피해를 최소화했겠지. 왕국의 크기를 늘리고 야금야금 아르도 제국 영토를 빼앗았겠지.”
그 말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었다.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스왕과 다른 왕들이 두려운 이유.
그래도 아르도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그 명성과 군사력이 있기에, 다른 제국이나 왕국들이 이 같잖은 왕국 대여섯 개를 건드리지 않았던 거다.
동맹이 풀리는 순간 다른 제국과 왕국들이 몰려올 거다.
루브앙 제국?
이제껏 아르도 제국편에 붙었다며 꺼지라고 할 거다.
천외제국?
이제 그 국가는 아르도 제국의 것이 되었다.
“잘 가시게. 배웅은 가지 않겠네.”
콘스티누는 단호히 몸을 돌렸다.
알현실을 나선 왕들.
그러나 왕들에게 희망은 있었다.
“우리에겐 아르도 제국을 지탱하는 귀족들이 있네.”
“천외제국과의 동맹을 반대하는 자들이 넘쳐나겠지.”
“지금만 해도 곳곳에서 반란군을 준비하고 있겠지. 그들만 잘 설득해도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네.”
왕들이 후다닥 달려갔다.
그들이 귀족들이 있는 회의실에 들어섰다.
그 자리엔 아랑드 공작도 있던바.
“어서 설득해 주시게. 폐하께서 지금 사리분별이 힘드신가 보더군. 어찌 아르도 제국 황제께서 그딴 천외제국 황제의…….”
“그딴? 그따아아아안?”
곧바로 회의실 내의 공작들과 백작들이 모두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딴?”
왜들 이러지?
“아, 아니. 얼마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가. 천외제국 빌어먹을 새끼들이 이제 아르도 제국 영토까지 넘본다고!”
“그땐 그랬는데, 이젠 아닙니다. 민혁 황제는 우리 아르도 제국 은인이십니다. 폐하를 구하셨고 우리의 마음을 바로잡으셨습니다.”
“한 번만 더 민혁 황제 욕하면 아무리 전하라 해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
왕들은 수확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 반란을 준비하던 다른 귀족들을 만났다.
그런데.
“우리 민혁 황제 욕하지 마십시오!”
“……?”
“민혁 황제가 폭군이요? 전쟁의 미치광이요? 아니요. 그는 제우스와 혈투를 벌이었고 우리 콘스티누 황제를 살리셨소이다!”
“당장 썩 나가시오!”
“우리 민혁이 욕하면 가만 안 둬!”
그들은 쫓겨나듯 길게 늘어선 마차 행렬 앞에 섰다.
이 마차는 이제껏 자신들이 빌려주었던 것들이다.
자그마치 수천 대에 이르는 마차 안엔 이자까지 합쳐져 들어 있었다.
사실상 빌려준 돈의 50% 가까이를 더 받았기에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이걸로나마 위안을 삼지…….”
발스가 한숨을 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나 완전히 절망적이진 않다.
“이 돈 상당수를 루브앙 제국에 바치고 그들과 동맹을 맺는 건 어떤가?”
“그것도 괜찮군요!”
“호오, 좋은 생각입니다!”
왕들이 감탄했다.
그때 그들의 앞에 한 사내가 기웃거렸다.
“많기도 하군.”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그는 천외제국에 돌아가지 않고 하루 더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미, 민혁 폐하!”
“왜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우리 왕국의 보물을 돌려주시지요!”
그들은 민혁이 헤르메스에게서 빼앗긴 것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작 상징성이라고만 해도 그것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지경이며, 대부분의 보물들은 엄청난 것들이기도 하다.
왕들의 말에 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
“……!”
“내가 훔쳤나? 헤르메스가 훔쳤던 거고, 나는 헤르메스를 잡았고, 그게 나왔을 뿐인데 왜?”
말도 안 되는 논리 같긴 하나 사실이다.
헤르메스가 훔쳤지 민혁이 훔쳤는가?
어찌 보면 민혁은 합당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자신들 국가의 보물이 있는 것을 아는 왕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해줄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보물을 돌려주시지요!”
“8대째부터 내려져 오던 보물이외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던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비로운 황제다.”
그들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민혁은 말을 이어갔다.
“나 또한 다른 왕국의 보물들을 얻게 되어 영 찝찝하더군. 그럼 이렇게 하지.”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1,000만 플래티넘에 팔겠네.”
“처, 천만!?”
“컥!”
어마어마한 액수다.
하지만 보물의 값어치를 생각한다면 쌀 수도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이자로만 수천만 플래티넘을 창출한바.
“아, 알겠소!”
“당장 드리리다!”
“아, 당장은 됐고. 곧 받으러 갈 테니 준비해 놓으면 될 것 같군. 여기서 나누고 있으면 그러니까. 일단 보물들은 다 돌려주지.”
민혁이 왕들에게 보물들을 전해준 후 그들로부터 차용증을 받았다.
민혁이 사라진 후 그들이 왕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보물을 꽤 순순히 주었군.”
“자, 우리는 이대로 돌아가지 말고 곧장 루브앙 제국으로 향합…….”
그때.
“헤헤, 이렇게 금은보화가 많다니!?”
하늘 위로 한 소년이 나타났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이는, 불과 6시간 전 자신들이 개 패듯이 두들겨 팼던 자다.
바로 헤르메스다.
“네, 네가 왜……?”
“어떻게 풀려난 거지?”
그들을 바라보는 헤르메스의 입가에 악독한 미소가 맺어졌다.
“아주 자알 도망쳤지, 나 헤르메스야~ 그보다 감히 올림푸스 신인 나를 때려?”
“…….”
미친 야생마가 풀려난 느낌이다.
걷잡을 수 없는 존재가 풀려났을 때 가장 두려운 법.
“그 대가로 모두 가져가마.”
헤르메스의 모자가 나풀나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그 모자가, 수천 대의 마차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대량도둑.] [반경 10㎞ 내에 있는 모든 것을 단숨에 훔쳐냅니다.]모자는 병사들과 말들을 제외한 금은보화를 실은 마차만 삼켰다.
모든 걸 삼킨 모자가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고마워! 아, 그리고 너희들 왕국 털고 있는데 아직 다 못 털었거든? 곧 다 털어줄게~”
“아, 안 돼!”
“이런 X 같은!”
“우, 우리가 방금 전에 구매한 보물도 저 안에 있지 않은가!?”
“커허어어억!?”
그들은 한꺼번에 수천 대의 마차를 훔친 헤르메스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뿅 하고 사라진 헤르메스를 보며 왕국에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발스왕이 서둘러 자신의 왕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보고를 들었다.
“헤, 헤르메스가 자신을 때린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국고를 털었습니다.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
발스왕이 망연자실해졌다.
아르도 제국에 빌려준 건 왕국이 가진 것의 약 40% 정도에 해당한다.
그것마저 잃었고 국고를 채우고 있던 모든 돈마저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헤르메스가 왕국에 남아 있는 진귀한 것들을 다 털어갔습니다.”
그다음 날.
“신등급 아티팩트, 신등급 요리재료, 하다못해 전설등급까지 싹 다 털어갔습니다.”
그다음 날.
“병사들이 가진 모든 무기와 방어구가 사라졌습니다.”
그다음 날.
“심각한 상황입니다. 광부들의 모든 도구도 사라져 광산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다음 날.
“……겨우 끌어모은 자금마저 헤르메스가 모두 털어갔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왕국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소식을 들은 다른 왕국과 제국 등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스왕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왕들과 만났다.
다른 왕들도 상황이 똑같았다.
“헤르메스. 그 미친놈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소!”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요!”
“방법이, 방법이 없습니다!”
그때. 그들이 있는 회의실로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민혁이었다.
“얼마 전에 팔았던 보물 값 받으러 왔어.”
“죄, 죄송하지만 지금은 돈이…….”
“응? 차용증에 이렇게 떡하니 오늘까지 갚기로 되어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완전 날강도들 아니야!?”
그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당장 시중에 돈이라곤 단 한 푼도 없었다.
그리고 눈치챘다.
‘설마 헤르메스를 보낸 것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그 상황 속에서 민혁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그가 왕들을 바라봤다. 사색이 된 왕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대들의 왕국을 내가 1천만 플래티넘에 사겠네.”
“어, 어찌 그런!”
민혁은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헤르메스를 통해 얻은 보물을 그들에게 팔았고, 그 보물은 다시 헤르메스가 민혁에게 ‘헤헤, 형 선물’이라며 갖다 바쳤다.
그 상황에서 그들과의 채무금은 남아 있었고, 그들은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차용증은 떡하니 존재하며 그 차용증을 가진 자가 천외제국 황제였다.
그들은 거절할 수 없었다.
민혁이 6개의 왕국을 거저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