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70
밥만 먹고 레벨업 1371화
몇 시간 전.
제우스는 민혁에게 약속했다.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선 안에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제가 올림푸스 신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제우스는 절대신이다.
올림푸스에서 가장 위대한 신이며, 그의 명령은 곧 법이 된다.
[어려운 일은 아닐세. 하지만 쉬운 일도 아니지.]민혁은 그 말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우스와 민혁의 사이는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물며 다른 이들은?
그는 헤라의 팔을 자른 장본인이고.
아레스를 감옥에 보냈으며.
헤파이스토스를 빼앗아가기까지 했다.
최소한 올림푸스에서 민혁을 좋아하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제우스가 민혁을 도와주라고 해도 그것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레스 같은 미치광이가 있는 걸 생각하면,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하지만 민혁으로선 여러 선택지가 없었다.
민혁의 상식선에선 절대신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자들은 올림푸스의 이들밖에 없었다.
제우스의 명에 따라 올림푸스로 십이신들이 모여들었다.
“……저 새끼가 여기 왜.”
민혁을 보자마자 헤라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다른 신들도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땅에 ‘쿵’ 소리 나게 박으며 불편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후 방금 전까지 통곡의 감옥에 있었던 듯한 아레스가 초췌한 얼굴로 들어섰다.
“크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레스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제우스는 민혁을 못 죽여서 안달 난 이중 하나였다.
헌데 지금은 제우스가 민혁의 옆에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버지께서 그러십니까?”
탈모 때문이다라고 제우스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제우스가 말했다.
[서대륙의 민혁을 도와 신들의 땅을 무너트리려는 천계를 막아라.]제우스의 말을 들은 그 자리의 이들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우리보고 서대륙을 도우라고요?”
자초지종이 빠르게 설명되었다.
그 말을 들은 올림푸스 신들이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레스만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 찢어 죽여주지. 신들의 땅 새끼들을 말이야!”
민혁은 아레스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던바.
헤라가 그거 좋은 생각이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실수로 신들의 땅 이들을 죽인 건 잘못이 아니잖아?”
포세이돈이 거들었다.
“오늘 유독 실수가 많을 것 같은 날이군.”
역시 민혁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해보기로 한다.
먼저 먹음직스러운 당근을 건넨다.
“이번에 서대륙을 도와주신다면, 저와 천외제국도 올림푸스가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한 번쯤 발 벗고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든가 말든가~”
“우리가 서대륙놈들 따위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 거라 보는가.”
역시나 그들은 내밀어지는 당근에 작은 흥미를 보이긴 하는 듯하지만 큰 관심은 없는 듯하다.
이때 던져본다.
“혹시 무서워서 그러십니까?”
제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무슨…….]“그렇잖습니까, 지금 이 말은 제가 했다기보다 제우스 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는 건.”
민혁이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시선으로 흩었다.
“무서우신 거군요.”
민혁이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렇죠, 무섭긴 하겠죠. 그럴 만합니다. 자그마치 대천사와 아나스라는 신초월자니까요. 그럴 만도 하죠. 암요.”
민혁의 말에 모두가 대답이 없었다.
곧 아레스가 입술을 비틀었다.
같잖다는 듯이 웃는 그를 보며 민혁의 속이 타들어 갔다.
‘역시 안 먹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전쟁의 신 아레스다. 그깟 놈들이 나한테 두려움의 대상이 될 거 같으냐?”
민혁의 눈이 희어졌다.
“아닌 것 같은데…….”
헤라가 말했다.
“이봐, 서대륙의 밥 먹는 애.”
밥 먹는 애요?
“그깟 천사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한순간에 소멸시킬 수 있음을 모르는가?”
픽-
민혁이 콧바람을 냈다.
“설마요.”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또 한 번 땅에 쿵 소리 나게 내려놨다.
“가서 싹 쓸어버리는 걸 보여주면 믿겠는가?”
이게 먹힌다고……?
이로써 민혁은 깨달았다.
‘나와 서대륙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이 큰 만큼, 자격지심도 있는 거였어.’
그렇기에 이런 작은 도발에도 반응하는 것이리라.
“당장 가서 다 찢어 죽임으로써 네게 똑똑히 보여주마.”
아레스가 희열 어린 표정을 짓는다.
민혁은 이로써 그들이 제안을 수락했음을 알았다.
그때, 하데스가 말했다.
“가이아 대륙에까지 이름이 들려오는 자들이 있던데, 벤더와 관종들이었던가?”
하데스의 말에 모두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표정을 보였다.
‘와, 벤더와 관종들의 관심받기가 여기까지…….’
확실히 그들의 등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곳 올림푸스까지 이야기가 들려올 줄은 몰랐다.
‘벤더와 관종들이 들으면 좋아하겠군…….’
제우스도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는 듯 물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물론 우리가 훨씬 잘할 수 있기에 묻는 거다.]민혁은 자신이 왜 이런 걸 설명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하나 생각보다 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 있었다.
“뭐, 어렵진 않습니다. 임팩트 있게 강렬하게 등장하면 됩니다. 가령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을 뽐내며 강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죠.”
“어쨌든 모두 수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제가 지휘권을 잡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아레스가 히죽였다.
“싫은데?”
아레스의 몸이 환한 빛에 둘러싸였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얼룩진 죄수복을 입고 있던 그가 갑옷과 검을 들었다.
그러곤 자신의 흑색 적토마에 올랐다.
“아레스. 내 말 좀 듣고 가. 이 미친 새…….”
“닥쳐. 계획 따위 뭔 상관이냐. 가서 다 찢어버리면 그만이지.”
곧바로 아레스가 모든 군대와 함께 떠났다.
민혁이 다른 이들을 둘러봤다.
“자, 그럼 다른 분들이라도…….”
“호오, 아레스가 간만에 마음에 드는 짓을 하는구나. 우리가 왜 밥 먹는 애 명령을 듣느냐.”
“가서 다 찢어버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네깟 게 감히 우리에게 명령을 할 수 있다 보는가!”
[옳은 말이구나. 민혁아, 내 너를 좋게 생각한다만 네가 우리를 통제할 수 있다 보느냐?]민혁은 제우스마저 그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모두 민혁의 말을 무시하고 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 이 씨, 전부 작전이라도 짜고 가라고오!”
그러나 이미 올림푸스엔 민혁을 제외한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캬, 캬카하하하하! 뒈져! 뒈져! 뒈져!”
아레스가 천사들을 사정없이 난도질할 때마다 단 한 번에 소멸되어 흩어진다.
대천사 미카엘이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아레스를 보았다.
“뭘 꼬라 봐, X발 천사 새끼야.”
“…….”
그 경박함에 미카엘은 말을 잇지 못했다.
민혁이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 말 좀 쳐 들으라고, 이 미친 새끼야!”
“캬, 캬하하하하하하!”
아레스는 민혁의 반응이 더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가브리엘을 바라봤다.
아레스는 이 미칠 듯이 솟아오르는 힘을 분출할 곳이 필요했다.
이제까지 매번 올림푸스는 서대륙에 밀려왔다.
지금 서대륙의 강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수천만 명의 유저가 이 자리에 있다.
그뿐인가?
신들의 땅의 절대신들과 수천 명의 신들, 그리고 태초의 신이라 불리는 아테네마저 이 모습을 보고 있다.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히 나온다.
가브리엘을 향해 아레스가 움직였다.
“네깟 미치광이가 감히 나를…….”
“네깟?”
가브리엘의 오만에 불과하다.
아레스의 검에 강력한 힘이 용솟음쳤다.
“수천만 명을 베었을 거다.”
아레스는 벤더와 관종들 이야기를 좋아했다.
들려오는 그 이야기는 마치 남의 무용담을 듣듯 즐겁게 했다.
하나 자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멋지고 화려하게.
임팩트 있고 강하게.
“수천만 명을 살리기도 했을 거다.”
아레스의 검이 검집에 들어갔다.
곧바로 아레스가 빛처럼 사라졌다.
사라진 순간, 가브리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짐의 이름은 전쟁의 신. 가이아 대륙 군대의 아버지. 기억하라.”
가브리엘의 몸이 양단되었다.
두 개로 갈라진 가브리엘의 눈이 부릅떠졌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대천사 가브리엘은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가브리엘의 불사.] [가브리엘은 총 일곱 번 동안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여섯 번 남았습니다.]가브리엘이 가진 대천사의 권능.
불사로 육신이 재창조되기 전, 가브리엘이 뒤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만 베인 게 아니다.
아레스의 검은 철컥 소리와 함께 1/5이 뽑혔고 그와 함께 뒤쪽에 있던 천사들 약 400여만 명이 반으로 양단되어 있었다.
가브리엘이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불사를 가진 자.
아레스가 강하기는 하나 지금 이곳에 강림한 올림푸스 신은 고작 둘에 불과하다.
‘올림푸스 신들과 충돌해야 한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아나스가 있는 이상, 올림푸스 신 둘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때, 아레스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해왔다.
“몇 번이나 되살아날 수 있는 거냐?”
적의 질문에 답해줄 이는 없다.
그러나 가브리엘의 경우 달랐다.
고작 한두 번이라면 그들을 기선제압할 수 없지만, 아직 여섯 번이나 남았다.
아레스에게 오만한 미소로 웃어 보였다.
“아직 여섯 번 남았다. 네가 날 아무리 베고, 찢고 죽여도 난 되살아나는 불사란 말이다.”
가브리엘이 기세등등하다.
그런데.
“여섯 번 남았다는군.”
“……?”
아레스가 하늘을 보며 씨익 웃었다.
“뭐, 알아서들 잘하든가.”
무슨 소리지?
여섯 번 남은 걸 알아서 하라니?
아레스가 말했다.
“우리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샌드백인 것 같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역시 미친 새끼군.”
기세등등한 아레스의 말과 다르게 하늘은 잠잠하기만 했다.
그를 보며 민혁은 눈치챘다.
‘올림푸스 신들 순번 받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나……?’
하지만 그들은 지금 망설이고 있는 듯싶었다.
‘벤더와 관종들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겠다’라고 했지만, 정작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거다.
물론 이 자리의 이들을 찢기는 하겠지만 굳이?
민혁은 작전을 바꿨다.
이 폭주의 올림푸스 신들은 되려 자신의 계획보다 뛰어난 힘을 발휘해줄 것 같았다.
그들이 망설인다면 망설이지 않게 하면 된다.
[모든 군대를 이끄는 신이 말합니다.] [빨리 호응들 해! 아레스가 정말 대단하다는 듯. 쩐다는 듯. 그 우리 잘하는 거 있잖아!]유저들은 민혁이 하는 말을 일순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호응의 민족, 환호의 민족, 띄워주기의 민족인 한국 사람들이 나섰다.
* * *
민혁의 예상대로였다.
하데스가 말했다.
“가브리엘은 가장 뛰어난 대천사이니 그를 공격하면 임팩트가 있긴 하겠지. 하지만 정말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가?”
헤라가 동감했다.
“얼굴 뜨겁다. 그냥 다 찢어버리는 걸로 하지.”
바로 그때.
구름에 숨어 있던 그들에게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악, 아레스. 개쩐다아아아아아아!”
그것은 로크였다.
호응의 민족. 그중에서도 극상의 호응을 할 줄 아는 자.
“캬, 캬하하하하하하학!?”
아레스에게 그 호응이 닿는다.
곧바로 발렌티노가 외쳤다.
“아아아아, 정말 대단하도다! 저 검은 이 나의 벤티노의 벽마저 단숨에 무너트리겠지, 아아. 한때 적이었으나 지금의 아레스라면 이 심장마저 바쳐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군.”
지니가 말했다.
“오, 오빠아아아아아! 멋져!”
그를 시작으로 수천만 명의 유저들이 동시에 소리 질렀다.
“우어어어어어어어!”
“아레스! 아레스! 아레스!”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버러지 새끼들아, 찬양해라, 찬양해!”
그때 한 사내가 신들의 땅에서 군중을 헤치며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군신의 보좌관 벨슨이었다.
벨슨은 민혁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운바.
엉거주춤하는 듯했으나 그가 용기를 내어 말한다.
“아, 아레스…… 이야기는 들어봤던 자이나 정말…… 저…… 크흠…… 대단한 자다!”
엄지 척!
“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그 모습을 본 올림푸스 신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도 저런 관심을 받고 싶다!
나도 호응받고 싶다!
“내가 먼저 간다.”
“어머니, 저부터 갈 겁니다.”
그들이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효과 직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