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9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9화
소녀 필로스는 아직도 입안에 그 맛이 감도는 듯 하다.
어제 먹었던 황금사과.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
먹는 순간 입안 가득 달콤하게 차올랐던 과즙.
[황금사과를 드셨습니다.] [모든 스텟…….]언제나처럼 이상한 알림이 들렸지만, 황홀한 그 맛에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헤라의 품을 떠나기 전.
“네게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전수해 주마.”
[스킬 가장 아름다운 전사를 획득합니다.]“나를 대표하는 올림푸스급 힘이란다.”
올림푸스급 힘은 최소 절대신급 이상이다.
그러나 필로스는 입술이 비죽 나왔다.
“맛있는 거나 주지.”
헤라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필로스, 다른 올림푸스 신들의 마음을 사면 황금 사과 못지않은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란다.”
헤라는 말을 이어갔다.
“올림푸스 신들은 전부 자신들을 대표하는 어떤 것 하나씩을 가지고 있지. 디오니소스는 샤인 머스 캣을 가지고 있고.”
필로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어제 먹었던 황금사과에 견주는 재료들이 그토록 많단 말이던가?
오늘은 필로스가 디오니소스를 따라가기로 한 날 이다.
그런데 필로스 앞으로 헤라와 아레스를 제외한 모든 올림푸스 신들이 나타났다.
“헤라 님과 아레스의 말이 있긴 했지만 우린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자 한다.”
“선택지?”
필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푸스 신들이 씨익 웃었다.
작은 꾐을 낸 거다.
필로스가 어떤 선택지를 택하느냐에 따라 올림푸스 신들은 굳이 필로스를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첫 번째 선택지는 우리 곁에 며칠씩 머무르는 것.”
“두 번째 선택지는 우리를 대신해 ‘카피의 군주’ 데라드를 이 가이아 대륙에서 몰아내 주는 거다.”
필로스는 묵묵히 들었다.
“놈은 특별한 힘을 가졌다. 바로 상대방과 대련하는 힘인데, 대련이 시작되면 상대방의 장기인 힘을 카피하지.”
“카피한 후 이런말을 한다.”
“네 능력을 누가 더 뛰어나게, 훌륭하게, 오래 해 내는지 대결하자.”
“데라드가 카피능력을 사용하면 대련 중에 한해 일시적으로 능력을 카피하지만, 만약 그 대련에 패배한다면 정말로 데라드에게 능력을 빼앗기게 된다.”
“그 카피의 군주가 더 이상 활개 치지 못하게 해달란 말이야?”
디오니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해내면 우리가 가진 음식 재료들과 네 성장을 도울 힘들을 주겠다.”
필로스의 눈이 반짝였다.
‘한 번에 모든 재료를 얻을 수 있다고?’
황금사과 같은 재료들을 엄청나게 많이 얻는단 말인가?
너무도 좋은 조건이다.
“카피의 군주는 용의 달걀이라는 재료도 가지고 있다는군, 그 달걀은 타조알보다 큰 달걀이라던데.”
그 말에 필로스는 상상했다.
그렇게 큰 달걀로 계란 프라이를 해서 간장계란밥을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필로스가 승낙했다.
“그럼 내가 카피의 군주를 만나볼게! 지금 그는 어디 있어?”
올림푸스 신들은 친절히 설명해 줬다.
필로스가 떠난 후.
제우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로써 저 귀찮은 꼬맹이는 맡지 않아도 되겠군.]사실 말하지 않은 게 있다.
물론 물었어도 말해주지 않았을 거다.
[타르타로스에서 크로노스가 빠져나올 때 하필 그런 놈이 함께 빠져나오다니.]지금 카피의 군주는 가이아 대륙의 큰 골칫덩이다.
제우스가 직접 올림푸스 신들에게 어떻게든 해결 하란 명령을 했을 정도다.
가이아 대륙에는 올림푸스 신들을 제외하고 수천 명의 신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이 중.
“벌써 68명이 당했죠.”
아르테미스의 말에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의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카피해 대결한다고 하면 스스로가 더 우위에 있을 거라 믿죠.”
하지만 데라드는 그런 통념을 무시했다.
“데라드의 문제는 능력을 카피하면서도, 본래 보유자보다 그 효율이 10% 더 뛰어나고, 더 오래, 끈 질기게 한다는 거죠.”
그로 인해 데라드와 맞선 모든 신들이 패배했다.
놈은 이제 곧 올림푸스 신들에게도 도전할 터.
물론 필로스가 그 난제를 해결해 줄 거란 생각은 않는다.
단지 귀찮은 필로스를 치워 버리기 위해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해내면요?”
아폴론의 물음에 제우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놈은 큰 골칫거리다.
[능력을 빼앗긴 68신들이 우리에게 해결을 바라고 있다』
[자신의 가장 뛰어난 능력을 빼앗긴 신들이 그 힘을 되찾지 못하면 결국 그 자리를 박탈당하지.] [신들은 그에 대한 원망이 높으니 그 신들이 필로스를 좋아하게 되겠지.]
제우스가 먼 허공을 바라봤다.
[우리도 약속하지 않았나? 데라드를 처리하면 능력과 재료를 주겠다고』 [또 우리가 그런 일을 해낸 저 깜찍한 소녀를 귀여 워하게 되겠지.]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카피의 군주 데라드.
그는 2m에 이르는 거구의 사내다.
치아는 크고 버드렁니가 많았다.
얼굴엔 터지기 직전의 붉은 여드름이 가득했다.
또 돼지코에 졸린 듯한 눈을 가졌다.
외모는 별로였으나 그가 바로 많은 신들의 힘을 빼앗은 데라드다.
그에겐 치명적 단점이 있다.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는 상대방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데라드는 자신을 찾아온 꼬마를 보았다.
‘뭐지? 이 꼬마는?’
“나랑 대결하자, 데라드!”
꼬마가 당돌하게 외졌다.
데라드에겐 손해 볼 게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지 대결만 시작되면 상대방의 가장 뛰어난 힘을 카피할 수 있다.
그리고 10% 더 뛰어난 힘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그 힘을 빼앗는다.
소녀가 어떤 힘을 가졌든 데라드에겐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다.
대결이 승인됐다.
[마음도둑을 카피합니다.] [당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모릅니다.]‘……?’
낭패다.
이런 류의 힘은 데라드에게 최악이다.
아무리 이런 힘을 가졌어도 무조건 상대방 마음을 사로잡는 건 쉽지 않다.
어쩌면 데라드와는 가장 상성이 안 좋은 힘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소녀보다 10% 더 뛰어난 마음도둑을 발현할수 있다.
데라드가 손가락으로 볼을 꾹 눌렀다.
“내게 마음을 빼앗겼나?”
볼을 누른 순간 여드름이 터졌다.
소녀 필로스는 미동이 없었다.
그러자 데라드는 자신의 볼을 부풀렸다.
“아님, 이렇게? 부우?”
볼을 부풀리자 여드름 몇 개가 더 터졌다.
데라드가 양팔을 들어 올려 매혹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이렇게?”
데라드의 수북한 겨드랑이 털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라드는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역겹고 더러웠을지를 알았다.
자신은 추남이다.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로 타르타로스에 갇힌 자다.
그랬기에 여기서 나가면 모든 능력을 카피해 그 누구보다 강해져 모두를 짓밟겠다고 생각했다.
회한이 느껴진다.
끔찍하고 못생긴 나를 보며 소녀가 마음을 도둑맞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데라드는 처음으로 패배했다.
“빌어먹을, 역겹더냐, 꼬마야? 아무튼 내기에서 졌으니 네 소원 하나 들어주마.”
데라드는 항상 상대방의 소원을 들어주는 걸 대결 조건으로 내걸곤 했다.
“내 소원?”
소녀 필로스.
그녀는 마음도둑 스킬 패시브를 누구보다 잘 사용 하는 인물이다.
아니, 사용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가장적합한 자다.
왜냐.
“내 소원은.”
필로스가 손수건을 꺼내 까치발을 들었다.
데라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녀의 손수건이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고름을 닦아냈다.
“당신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것. 외모가 다는 아니랬어.”
“ 어?”
“좀 못생기면 어때. 아저씬 귀엽잖아.”
“응?”
그 순간.
데라드는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느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하다.
[마음을 빼앗깁니다.] [마음을 빼앗깁니다.] [마음을…….] [마음을…….] [마음을…….] [마음도둑에 따른 현혹도가 100%에 이릅니다.]* * *
올림푸스가 심각해졌다.
데라드 때문이다.
필로스가 떠난 지 고작 몇 시간.
능력을 빼앗긴 신들이 잠다못해 올림푸스를 향해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는 군신의 역할을 해낸다.
모든 신들의 정점에 선 곳이기에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줘야 했다.
신들은 강력히 바랐다.
“제우스시여, 제발 데라드를 처단하여 제 능력을 찾아주십시오!”
“이대로 계속 제 능력이 사라진 상태라면 저는 결국 신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신을 대표하던 고유능력이 사라진다는 것.
기간이 1 달을 넘으면 그 능력이 없는 신은 자리를 박탈당한다.
단 한 번에 68명에 이르는 신들이 자격을 박탈당 하는 거다.
가이아 대륙에도 크나큰 타격이 된다.
일단 제우스는 그들을 돌려보내긴 해야 했다.
[일단 우리가 사람 한 명을 보냈으니…….]제우스가 간과한 점이 있다.
아레스와 올림푸스 신들이 꾐을 낸 사실을 알고 소문낸 것.
“제우스시여! 어찌 어린 소녀를 보내놓고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최고신으로서 서둘러 놈을 처단하여 우리의 힘을 되찾아주십시오.”
“올림푸스가 우릴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그런 소녀가 가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불가능한 일을 바라다니요!”
제우스는 난처해졌다.
올림푸스 신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푸스 신들이 왜 직접 나서지 않는가?
[‘자칫 나 또한 내 가장 강력한 번개를 빼앗길 수 도 있다.’]그 사실을 제우스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갈수록 신들이 난폭해진다.
“제우스 님, 이러다간 무력으로라도 제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들의 올림푸스에 대한 믿음이 깨지게 된다.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파즈즈즈즉-
제우스가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일단 무력으로라도 그들을 물려야 한다 판단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때.
“나 왔어요!”
한 소녀가 빛이 되어 나타났다.
빛이 되어 나타난 소녀를 보며 신들이 미간을 구겼다.
“민혁의 동생?”
그 자리의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소녀의 옆으로 데라드가 나타났다.
데라드는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노려보는 신들을 보았다.
올림푸스 신들이 움찔했다.
데라드는 많은 신들의 힘을 흡수해 굉장히 강해졌다.
그런 데라드가 말했다.
“이 아이에게 난 패배했고, 더 이상 이곳에서 누군가의 힘을 빼앗지 않고자 한다.”
“……I?”
“……!?”
데라드는 떠나기 전 자신의 마음을 훔친 필로스에게 선물하고 싶은 게 있었다.
“68명의 신들의 모든 능력을 돌려주겠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대신 신들은 이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고. 신들의 권한인 ‘찬사’를 내려라.”
그가 올림푸스 신들을 바라봤다.
“그대들도 마찬가지다.”
[데라드가 68명의 신들에게 능력을 돌려줍니다!]빼앗겼던 능력을 되찾은 신들.
그 신들은 필로스를 바라봤다.
데라드가 그런 말을 ‘직접’했지만 그 말을 하지 않았어도 능력을 돌려받게 되었다는 점.
그로 인해 그들은 엄청나게 큰 은혜를 입은 셈이다.
[바람의 신 게넨과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또한 동시에 발동된 마음도둑이 그들과 필로스 사이를 끈끈히 한다.
[놀이의 신 캬난과의 친밀도가…….] [땅의 신 베젠과의 친밀도가…….]띠링!
[칭호 가이아 대륙 신들이 사랑하는 자를 획득합니다.] [신들이 당신께 찬사를 내립니다.]필로스에게서 끊임없는 빛이 내리친다.
[찬사를 측정할수 없습니다.] [측정할수 없습니다.] [측정할수…….] [가이아 대륙에 사랑받는 소녀 필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집니다.]모든 올림푸스 신들도 필로스를 바라봤다.
“저 잘했어요?”
아이처럼 순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구나.]어른으로서.
신으로서 우리들이 못났다 싶다.
어째서 헤라가, 그 아레스가 이 아이를 아끼는지도 알 것 같다.
디오니소스가 말한다.
“내 술을 빚는 힘을 주마.”
아프로디테가 말한다.
“달처럼 빛나는 힘을 줄게.”
아폴론이 말한다.
“태양처럼 강렬한 힘을 주마.”
포세이돈이 말한다.
“그 어떤 해일에도 맞설 힘을 주마.”
하데스가 말한다.
“어떤 것에도 두렵지 않을 힘을 주마.”
그리고 최고신 제우스가 말했다.
[너를 가이아 대륙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로 만들어주마.]모두 제우스를 바라봤다.
그가 덧붙였다.
[내 번개를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