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8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8화
무릎 꿇은 라테온은 믿을 수 없었다.
‘고작 한 수에 무릎 꿇는다고?’
그는 가이아 대륙에서 강자에 속한다.
레벨 800대에 이르는 네임드 NPC다.
‘패배하면 직위를 박탈당한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데.
“아저씨. 한 번도 못 견뎌요?”
라테온은 자신과 눈을 맞추는 소녀의 도발에 치아를 꽉 문다.
라테온은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올림푸스 신들이 표정으로 말했다.
‘버터라,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알지?’
자신은 오만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장섰다.
자신이 버티지 못하면, 헤라가 필로스를 일주일 동안 맡아야 한다.
‘통증이 심하다.’
검신의 힘이 그의 가슴팍을 베어냈을 때, 비명을 지를 뻔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라테온의 HP량이 일반적인 이들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
라테온은 힘겹게 일어서며, 자신의 안일함을 자책했다.
“후우, 꼬마야, 두 번 남았다.”
세 번의 공격을 허용하겠다고 자만한 것은 안일한 결정이었다.
‘두 번만 더 견뎌낸 후 저 꼬마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버리겠어.’
두 번만 버티면 된다.
하나 소녀 필로스는 이미 크게 분노한 상태.
검에서 창으로 무기를 스왑한다.
소녀가 쥔 창끝에 노인이 만들어낸 비기의 힘이 담긴다.
쿠화아아아아아아-
환하게 빛나는 그 힘이 또 한 번 라테온을 강타했다.
콰지이익-!
“크하아아악!”
라테온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라테온은 스킬 ‘단단해진 기사’를 사용해 방어력을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그 방어력을 비집고 들어오는 힘은 상식을 벗어났다.
‘위험하다, 이러다 진짜……’
라테온은 신의 극창에 당한 이후, 자신이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세 번선공할 기회를 주겠다.
스스로의 입으로 말한 라테온이 검을 쥐고 달려 나갔다.
“이 X새끼……!”
아레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른 올림푸스 신들도 마찬가지다. 라테온 스스로가 정한 규율을 먼저 어겼으니 이 승부는 끝났음을 알았다.
그러나 제지하지 않았다.
왜? 소녀가 볼썽사납게 땅을 뒹구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의 은총.”
라테온의 검에 강한 스파크가 실렸다.
제우스의 번개를 연상케 하는, 라테온의 가장 강력한 힘.
스피드 또한 대폭 증가시킨다. 라테온이 섬전처럼 움직인다.
파아앗-
빠르게 움직인 라테온이 소녀를 베었다.
그런데.
“어……?”
이미 필로스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아저씨, 거짓말쟁이네요.”
동물농장.
콰자아아아아아악 -!
닭의 앞발이 라테온의 가슴팍을 때린다.
갑옷이 움푹 패며 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올림푸스 신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돼지?’
‘아기 돼지?’
아기 돼지의 육중한 엉덩이가 보이는 듯하다.
피식-
헤라가 비웃었다.
그러나 곧 그녀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진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하게 내리 앉은 중력.
그 힘이 라테온을 강하게 찍어 누른다. 라테온은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라테온은 땅속으로 밀려들어 가며 비명을 지른다.
“허억허억허억!”
살았나?
안도하고 있을 때.
정체 모를 힘이 발목을 잡아당긴다.
후우우우욱-
그 힘이 땅속에 박혀 있던 라테온을 끄집어내 어딘가로 끌고 간다.
끌려가는 라테온은 보았다.
소녀 필로스가 무릎을 낮추고 있다.
무릎을 낮춘 필로스의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찌 저 어린 소녀가 저토록 침착한 자세를 취하는 거지?’
‘대단하군. 저런 천재는 처음 본다.’
곧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지만 만류하지 않았다.
필로스 쪽으로 끌려가는 라테온이 다급해졌다.
“제발, 제바아아알!”
소녀에게서 검신의 모습이 비친다.
민혁과 검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소녀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1 초.”
“네가 베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철컥-
발검.
빠르게 뽑혀 나온 검이 라테온의 목을 잘랐다.
미성년자 모드로 플레이하는 필로스에게는 꽃잎이 비산하는 광경으로 보인다.
분리된 몸과 머리가 서로 다른 곳에 떨어진다.
필로스는 검을 집어넣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올림푸스 신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저 나이에 저 정도 힘을 가졌다고?’
‘라테온이 세 번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어도 소녀가 이겼을 거다.’
아레스가 웃음 지었다.
“어머니, 약속은 지키시겠죠?”
“물론이다. 저 아이의 일주일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일주일 동안 헤라는 맡아주기만 하면 된다.
필로스를 키워달라는 아레스의 부탁까지는 들어줄 필요가 없다.
[헤라가 아이를 일주일 동안 맡고 있는다라.] [아이가 무척 힘들어하겠군…….]제우스는 헤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른 이들도 치를 떨었다.
‘어머니와 함께 일주일을 살라고?’
‘세상에. 너무 끔찍해.’
헤라는 까탈스럽고 깐깐하다.
올림푸스 신들 대부분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렇기에 헤라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실 필로스는 아레스의 곁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아레스가 말했다.
“헤라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황금사 과’라는걸 가지신 분이란다.”
황금사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헤라의 결혼 선물로 주었다고 전해지는 그 사과.
유저가 먹으면 스텟과 스킬 레벨이 대폭 상승한다.
많은 이들이 이 헤라의 황금사과를 노리다 숙청당 했던 바 있다.
“황금사과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지.”
필로스는 최선을 다해 헤라와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헤라.
그녀는 올림푸스 신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또한 헤라는 질투의 화신이기도 했다.
‘재수 없는 꼬마야.’
일단 자신의 거처에 필로스를 데려오긴 했다.
하지만 헤라는 질투했다.
그만큼 필로스란 소녀는 예뻤기 때문이다.
‘나 어렸을 때보다 더 이뻐.’
[헤라와의 친밀도가 하락합니다.]극강의 패시브 스킬.
마음도둑을 가진 필로스에겐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 마음도둑이 절대적인 힘을 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필로스는 마음도둑의 도움 없이도 다른 이들의 마음을 홀리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도 친밀도가 하락했다?
그것은 헤라가 질투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첫날 밤.
“필로스랑 같이자……”
“썩 꺼지지 못해!? 어딜 감히 나랑 같은 침대에서 자려 하느냐!”
헤라는 눈을 부라렸다.
거대한 살기가 침실 전체에 번졌다.
필로스는 한 번도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살기에 도망쳤다.
이틀 차.
필로스가 맛있게 먹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 귀엽고 깜찍한 모습에 매료되고는 했다.
하지만 헤라는 달랐다.
“네가 사람 새끼더냐, 돼지 새끼더냐. 쳐 흘리지 말고 저쪽 가서 먹거라!”
필로스는 천대받았다.
그후에도 필로스는 헤라와 친해지고자 노력했다.
황금사과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간스들에게 네 팔과 다리를 잡고 쭈욱 당겨달라고 해줄까? 그럼 네 사지가 찢겨 나갈 텐데. 아주 재밌겠어.”
“이래서 어린애는 싫어.”
“썩 꺼지거라.”
헤라의 마음을 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작은 새 한 마리가 보고 있었다.
* * *
올림푸스 신들은 민혁의 동생 필로스를 맡고 싶지 않다.
또 그에게 이용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제우스도 같은 마음이었다.
헤라와 필로스를 보러 갔던 제우스가 피식 웃었다.
[아레스는 그렇게 제 어미를 모른단 말이던가. 헤라는 질투의 화신이며 어떤 여신보다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졌지.]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을 정도다.
헤라의 마음을 사는 자.
올림푸스 십이신에 들 자격이 있으리라.
우스갯소리로 나온 이야기지만, 그만큼 헤라의 마음을 사는 건 어렵다는 뜻을 담은 농담이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헤라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제우스가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아버지가 매일 바람피워서 그러잖아요.”
그러자 아테네가 정곡을 찔렀다.
[…….]제우스가 잠시 말이 없었다.
[아니, 그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헤라는 나를 사랑 해서가 아니라 내가 최고의 권력자였기 때문에 결혼한거야.]제우스의 상식에선 그랬다.
[그녀의 마음을 사는 건 불가능해.]올림푸스 신들이 웃었다.
우리가 아레스가 데려온 꼬마를 키우는 일.
절대 없을 거다.
* * *
6일 차.
[헤라와의 친밀도가 MAX로 하락합니다.] [그녀가 당신을 경멸합니다.]필로스에겐 퀘스트 알림도 떴다.
[히든 퀘스트: 헤라의 마음사기.]등급:???
제한: 헤라가 가까이 있는 자.
보상: 황금사과, 헤라의 마음.
실패 시 페널티: 헤라의 저주.
설명: 헤라는 그 누구에게도 진짜 마음을 주지 않는 여인이다.
그녀의 마음을 사는 건 제우스를 이기는 것보다도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마음을 사라. 그녀의 마음을 산 자는 황금 사과를 얻게 되리라.
필로스는 황금사과라는 게 먹고 싶었다.
하지만 꼭 그 이유만으로 헤라와 친해지고자 하는 건 아니다.
‘나 같아……
세상과 등지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오로지 믿을 건 나밖에 없던 자신 같다.
헤라를 보면 많은 상처가 쌓여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상처 받았을 때의 필로스가 떠오른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늦은 저녁.
배가 출출한 필로스는 먹을 것을 찾아 움직였다.
신하들도 모두 잠든 야심한 밤.
헤라는 술잔을 기울이며 수정구를 통해 뭔가를 보고 있다.
“제우스, 너란 남자는 정말……”
헤라는 바람둥이 제우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한다.
전서구로 ‘이제 난 자겠네, 사랑하오. 헤라.’라고 보낸 제우스는 또다시 대륙으로 내려갔다.
아름다운 미모의 인간 여인을 품에 안고 싶어서겠지.
착잡하다.
헤라는 더 이상 제우스를 사랑하진 않는다. 그러나 제우스가 바람을 피울 때마다, 헤라는 자신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휩싸였다.
사람들은 그러겠지.
제우스는 또 헤라를 두고 바람을 피우러 갔다고.
자신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오늘도 마잔가지다.
‘저 여인을 괴롭히겠어.’
질투의 화신이 분노한다.
자신의 감정을 풀 수 있는 건 그 여인을 괴롭히는 일밖에 없다.
그때.
“아저씨 완전 나쁘다! 당장 가서 머리채를 잡아야죠!”
”응?“
술에 취해가던 헤라가 필로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이런 예쁜 사람을 두고. 제우스 아저씨는 바보가 분명해!”
“푸흡, 흠! 그, 그렇지. 제우스는 최고신이긴 하지만 어딘가 모자란 놈이 분명하지.”
“맞아, 헤라가 아까워.”
“아아, 그건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란다.”
그러다 헤라가 자신의 옆의 의자를 뺐다.
깡총하고 필로스가 앉았다.
“이상한 일이다. 잘못은 제우스가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를 조롱해.”
“전부 이상한 거 아냐!?”
필로스는 진심이었다.
헤라는 그 깊은 눈을 바라봤다.
이상한기분이다.
이제껏 그 누구도 자신과 함께 제우스를 욕해준적 없다.
왜?
제우스니까.
이 가이아 대륙 최고신이니까.
하지만 이 꼬마는 달랐다.
“너 그러다 큰일난다?”
“나쁜 걸 나브다 말하는 게 큰일 날 일이야?”
헤라는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매일 고민한단다. 내가 또다시 제우스가 바람피운 여인을 괴롭히면 사람들은 나만 욕할걸.”
사실 그렇다.
아내로서 바람피운 여자 머리채를 잡는 건 당연한 데, 주변에선 질투의 화신이란다.
“그건 사람들이 헤라를 질투해서 그런 거야.”
“너무 아름다운 여자니까 꼬투리를 잡는 거지!”
“호오? 그래? 그럴 수도 있긴 하겠군.”
“진짜 나쁜 건 제우스 아저씨지, 어떻게 이런 헤라를 두고”
필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헤라의 뺨을 콕 하고 눌렀다.
이상한기분이다.
헤라는 필로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살면서 누군가 함께 제우스를 욕해주는 건 처음이었다.
밤새도록 헤라는 제우스에 대한 험담을 늘어놨고 필로스는 그를 맞장구쳤다.
7일 차.
제우스와 올림푸스 신들은 눈을 끔뻑였다.
왼쪽엔 헤라, 오른쪽엔 아레스.
신들의 눈앞에는 두 사람의 손을 잡은 필로스가 있다.
“얘 내 딸.”
[아니……. 무슨 그런 족보가…… 그것보다 당신 이 왜…….]“닥쳐.”
헤라가 으르렁거렸고 필로스가 황금사과를 아삭 거리며 먹었다.
“제우스 아저씬 바보야!”
“ 멍청이지.”
“어떻게 그런 짓을 하지?”
“모자라서 그래.”
“아무튼 제우스 아저씬 바보야. 바람둥이 대머리 독수리!”
[…….]바람둥이 대머리독수리 제우스가 말을 잃었다.
“전부 3일씩 우리 필로스를 데리고 있어 줘. 키울지 말지는 그때 결정해.”
올림푸스 최고 악녀 헤라의 말에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