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91
밥만 먹고 레벨업 292화
디아블로.
그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한때 제국 제일의 기사를 꿈꾸었고 친구들과 목검을 부딪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 불과했다.
흙바닥을 뒹굴고 한바탕 논 후에 집으로 돌아왔을 땐, 자신을 반겨주던 어머니 헬렌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헬렌은 웃으며 물어왔었다.
‘왔니? 배고프지, 밥 먹자.’
그럼 디아블로는 활짝 웃으며 주린 배를 부여잡고 그녀의 앞에 마주 앉았다.
설레는 표정으로 그녀가 만들어준 요리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리고 어머니 헬렌은 그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티슈로 닦아주며 활짝 웃었다.
그랬다. 3대 악마들의 마기를 담는 그릇이 되기 전, 디아블로는 그저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 납치되어 왔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잃었었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투명한 배리어 안의 요리사에게 말했다.
한 번이라도 좋았다.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괜찮았다.
그 맛을, 그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에 말한다.
“부탁……한……다…….”
* * *
“부탁……한……다…….”
그 순간 민혁에게 퀘스트창이 하나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디아블로의 염원.]등급: S
제한: 요리사.
보상: 41층으로 가는 길.
실패 시 패널티: 디아블로의 염원 퀘스트의 연계 퀘스트 불가.
설명: 소악마이기 전에 한때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던 디아블로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41층으로 가는 길이라…….’
41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은 간단한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디아블로가 만족한다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고 보내준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사실 민혁과 그 일행들 입장에서는 디아블로가 순순히 보내준다면 그와 싸울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아테네에서 ‘부활’ 스킬은 아주아주 희귀하고 진귀한 능력이었지만 유저들이 아예 보유하지 않고 있는 스킬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부활 스킬들은 한 가지 똑같은 공식을 따른다.
만약, 몬스터를 사냥하고 경험치와 아티팩트, 골드등을 드랍한 후에 죽은 존재를 부활시킨다면 경험치나, 아티팩트, 골드 드랍은 더 이상 없다.
이는 아테네 운영자들이 희귀한 보스 몬스터를 이런 식으로 사냥하려는 유저들을 막으려는 방편에 의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었다.
“민혁아.”
그때, 아버지가 다가왔다. 그리고 카이스트라나, 혹은 검은 마법사 알리도 민혁을 바라봤다.
“퀘스트가 떴어요. 보상은 디아블로가 41층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거라고 하네요.”
그 말을 들은 카이스트라가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위험부담도 있는 것 같네요. 만약 실패한다면…….”
민혁은 밥 먹고 합시다를 사용하여 여기에 있는 이들에게 버프 요리를 먹여서 디아블로를 사냥하려고 했다.
그런데, 만약 그 시간에 디아블로에게 요리를 해준다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즉, 선택이었다.
디아블로에게 요리를 해주거나, 혹은 그를 거절하고 배리어 안의 이들에게 요리를 해주거나.
그리고 잠시 디아블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는 민혁을 보며 아버지 흑염룡이 말했다.
“그렇게 하거라.”
“……그래도 돼요?”
디아블로에게 요리를 먹이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사실상 디아블로가 어떠한 존재인지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배고픔, 그리움, 추억이 그의 눈에 깃들어 있다.
모든 사람은 살아오면서 한 가지쯤의 추억의 ‘음식’이 있기 마련이었다.
한때, 민혁이 어머니가 해주셨던 닭볶음탕을 그리워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상한 일이다. 그저 평범한 닭볶음탕일 뿐이었고 민혁의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요리를 잘하시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닭볶음탕이 드문드문 떠오르곤 하는 민혁이었다.
그리고 디아블로와 눈이 마주친 민혁.
그가 고개를 주억였다.
“알았어. 어떤 요리?”
“샌……드위치와 스……프.”
디아블로는 분명히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였지만, 무척이나 어눌해 보였다.
그에 고개를 주억인 민혁은 일단은 레시피 창조 스킬을 사용해봤다.
[상대방이 원하는 레시피를 창조합니다.] [햄에그 샌드위치와 쇠고기 스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 창조에 따라 버프량을 소모합니다.]민혁은 고개를 주억이고 레시피 창조의 창을 열람해봤다.
햄에그 샌드위치와 쇠고기 스프는 전설 등급까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등급이 아니라 맛이었다.
디아블로를 얼마나 만족시키느냐다.
물론 어쩌면.
‘디아블로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영리해서 시간을 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퀘스트는 NPC와의 약속의 개념이었고 대부분 유저가 그와 관련한 일을 진행한다면 그 약속에 대한 대가를 지킨다.
하지만 아주 간혹, 네임드 NPC들의 경우 그러한 것을 무시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편이었다.
혹여 디아블로가 그런 존재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런 존재라면 자신들의 경우 여기에서 전멸하리라.
그리고 곧 디아블로가 말했다.
“놀고 돌아와…… 어머니는 아주 가끔씩 해줬다…… 햄에그 샌드위치…… 스프…… 그리고 어머니는…… 굶으셨다…… 나는 몰랐다.”
디아블로의 목소리는 슬픔에 가라앉아있었다.
“어렸기에 알지 못했다…… 나를 먹이고 그녀는 배고파했다는 걸.”
민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였다.
디아블로가 가난한 집의 아이였다면 햄에그 샌드위치를 만드는 데 대한 재료는 비쌌을 것이다.
아테네 세계관은 현대문물과 함께였지만, 일반 NPC 중 가난한 이들은 평민 이하의 삶을 사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 앞의 디아블로에게 한 번씩 비싼 값의 햄에그 샌드위치를 해주고 그녀는 굶었다.
어머니이기에 할 수 있는 일.
그 마음이 민혁에게 와닿아 민혁은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모든 잡념을 떨쳐냈다.
믿고 말고라는 생각이 모두 훌훌 사라졌다.
“최선을 다할게.”
햄에그 샌드위치는 만드는 방법이 간편하기에 많은 사람이 간단한 한 끼로 이용하며,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커피 한 잔과 흔히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요리를 위해 움직였다.
먼저 버너 위로 냄비를 올리고 물을 부은 후, 계란을 삶기 시작한다.
계란이 삶아지고 있을 땐, 양상추와 토마토를 깨끗이 씻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냈다.
계란이 모두 익었을 때쯤에 찬물에 담군 후, 계란 껍질을 살살 벗겨낸다.
껍질을 벗겨낸 후에 계란을 으깨준다.
그리고 부드러운 샌드위치 빵 위로 양상추 하나를 얹고 그 위로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얹는다.
그리고 막 구운 슬라이스 햄 한 장을 얹은 후에, 그 위로는 토마토를 얹어준다.
햄에그 샌드위치의 ‘에그’는 기호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요리하는 편이다.
으깬 계란을 마요네즈와 버무리고 그 안으로 피클을 다져서 넣는 경우도 있으며 특정 다른 소스를 넣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민혁은 평범한 햄에그 샌드위치 요리를 준비 중이다.
토마토 위로는 곧바로 으깨놓은 아무런 소스가 첨가되지 않는 계란을 얹었다.
그리고 마지막 식빵 하나를 덮어준다.
이로써 햄에그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그다음에는 스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아쉽게도 촉박한 시간에 끓일 수 있는 스프는 인스턴트 형식의 쇠고기 스프였다.
차가운 물에 가루 스프를 탈탈 풀어낸 후에, 불을 켜고 휘휘 저어주며 요리한다.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추억의 요리라…….’
그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그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어쩌면 ‘고작’ 자신이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인생의 추억의 한 부분을 되살려준다.
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또한, 그가 자신의 요리를 먹고 만족한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물론 민혁은 자신이 먹는 게 가장 최고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자신이 갈망했던 어머니의 닭볶음탕을 먹고 싶어 하였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비록 민혁은 어머니가 세상에 없어 더 이상 하지 못하지만, 디아블로는 그 기억을, 추억을 되살렸으면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스프가 완성되었다.
[햄에그 샌드위치와 스프를 완성하셨습니다.] [디아블로만이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레시피 창조 스킬 요리는 한 사람당 한 달에 하나씩의 요리만 맛볼 수 있습니다.] [무아지경. 당신의 ‘회상’ ‘열정.’ ‘남을 위하는 요리를 만들려는 마음’이 들어간 요리입니다.] [무아지경에 따라 버프 효과가 더 좋아지며 등급이 상승합니다.] [전설 등급입니다.] [손재주 30을 획득합니다.] [명성 200을 획득합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획득합니다.] [5대 기본 스텟+2를 획득합니다.]스프를 저으며 완성시키면서도 오로지 집중하고 있던 민혁은 그 알림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만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자신도 모르게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민혁아? 왜 우는 거니.”
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던 건지 다가왔다. 민혁은 그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생각이 잠시 나서요.”
“……그랬구나.”
아버지 흑염룡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 또한, 한 번씩 그녀의 생각이 날 때가 있으니까.
단지, 민혁과 흑염룡은 서로를 안아주기에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어느정도 지울 수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배리어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완성된 요리를 디아블로에게 건네주었다.
“네 추억을 이 요리로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건 진심이야.”
* * *
디아블로는 요리사가 건넨 햄에그 샌드위치와 스프를 바라보았다.
그는 방금 전 보았다.
‘눈에서 물이 나온다……?’
처음엔 저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삭막한 마계의 40층에 박혀 있었던 디아블로였다.
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자신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과 같았다.
어쩌면 디아블로와 민혁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아픔이 무엇인진 몰라도 느낄 수 있다.
디아블로의 감정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무뎌져 갔지만 그 무뎌짐이 다시 살아나려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햄에그 샌드위치를 보았다.
분명히 어머니가 만들었던 햄에그 샌드위치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천천히 베어 물어본다.
부드러운 빵이 씹히고 그 뒤를 지나 아삭아삭한 양상추와 새콤한 토마토, 씹는 맛이 있는 햄과 부들부들한 으깬 계란의 맛이 느껴졌다.
‘맛……있군…….’
분명히 그때의 맛과 달랐지만 맛있었다.
그러다 수저를 쥐어본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수저인지라, 어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천천히, 그 스프를 떠먹어본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며 진득한 스프는 따뜻했다.
이 맛은 그때의 맛과 거의 비슷했다.
“맛있……다…….”
디아블로는 허겁지겁 햄에그 샌드위치와 스프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찰나에, 밥 먹고 합시다의 배리어가 풀렸다.
그들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디아블로는 지금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 빠져 음식만 먹고 있었다.
그렇게 다 먹어치운 후에. 눈을 감은 디아블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기억날 것 같……아……. 그때의…… 행복이…….’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행복했다.
그리고 디아블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찌이이이이익-
그의 검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그러자 한 공간이 나타났다.
일행들은 알 수 있었다. 저 공간이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곳이라고.
“고맙다.”
민혁은 다시 한번 어머니의 기억을, 그때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마웠던 것.
작은 인사와 함께 그 공간으로 들어가려던 때였다.
“잠……깐…….”
한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그곳에 선 디아블로.
그가 허공에 손을 집어넣었다.
파지지지직-
검은 스파크가 튀기며 그 안에서 한 자루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블로가 당신께 악마 심판의 검을 선물합니다.]* * *
특별 유저 관리팀.
“……!”
“……!”
“……!”
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박민규 팀장이 중얼거렸다.
“절대 반신 아티팩트 중 하나인 악마 심판의 검을 선물한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아테네 운영자들은 반신 아티팩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반신 아티팩트에 이름을 붙였다.
바로 ‘절대 반신 아티팩트’.
그것들은 총 열 가지가 존재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본래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무기.
그리고 그중에 하나.
바로 지금 디아블로가 민혁에게 내밀고 있는 검.
저 검이 바로 절대 반신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