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51
밥만 먹고 레벨업 352화
열다섯 번째 시련.
민혁은 알베로 영지로 워프되어 나타나면서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방어구의 장착이 해제되며 알베로 영지 안에서는 보유하고 있던 방어구를 착용할 수 없습니다.] [누더기 같은 천 옷이 지급됩니다.] [보유하고 있는 골드를 일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 안의 그 어떠한 것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직업이 ‘식신’임을 시스템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밝힐 수 없습니다.]민혁은 이 알베로 영지가 과거 식신을 섬겼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곳곳을 돌며 알베로 영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꼬르르르르륵!
배고픔에 허덕이며 돌아다녔다. 알베로 영지는 민혁에게 있어서 거의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었다.
길게 늘어선 상점들!
그 상점들 대부분은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또한 요리사들의 영지인 만큼이나 요리 실력은 가히 일품인 듯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다.
민혁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골드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인벤토리에 있는 것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란 말인가!?
배고픔에 허덕이던 민혁은 배도 채울 겸, 자신이 이곳에서 완수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내기로 하였다.
즉, 그들로부터 퀘스트를 받는다면 무언가 연결된 고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에 따라 민혁은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은 웅장한 크기의 레스토랑으로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 그런데, 음식을 베풀어 주실 수 없을까요? 설거지든, 청소든 그 어떠한 잡일이라도 하겠습니다!!!”
민혁은 누더기 같은 천 옷을 입고 있었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뭐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또한 보였다.
그리고 민혁은 몰랐지만, 이 레스토랑은 알베로 영지에서 최고의 요리사들이 모여있는 식당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곳의 주방장인 바르사는 자그마치 장인의 요리 솜씨에 올라있는 인물이었다.
그러한 주방장 바르사가 바깥으로 나왔다.
그는 민혁을 위아래로 흩어보더니 자신의 코를 부여잡았다.
“아이구, 냄새. 더럽구나. 우리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에 이런 거지 같은 놈이 찾아오다니, 썩 꺼지거라. 일을 시킬 생각도 없을뿐더러, 설령 네놈이 돈이 있다고 한들, 너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을 것이다.”
민혁은 그 말에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호화스러운 레스토랑!
그러한 레스토랑에서 손님 또한 가려서 받겠다는 거다.
“제가 돈이 있어도 팔지 않겠다니 이유가 뭐죠?”
“네 거지꼴을 보거라, 우리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너 같은 자가 맛볼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요리라는 게 사람에 따라서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너 같은 놈은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재료로 만든 음식이 어울리는구나!”
주방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옷과 많은 돈을 가진 자만이 이곳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였다.
민혁에겐 참으로 황당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이 음식을 가릴 순 있으나, 음식이 사람을 가려선 안 되는 것이었다.
한데, 이 알베로 영지의 주방장 중 한 명이 하는 소리가 참으로 건방지고 오만한 소리였다.
하지만 민혁은 곧 이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화가 났지만 참은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였다. 이것은 어쩌면 자신이 해야 할 시련의 일부분일지도 몰랐다.
여기에서 만약 행패를 부리고 한다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민혁은 계속해서 식당들을 돌아다녔다. 한데, 대부분의 식당들의 주방장들이 바르사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민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지? 이곳은 과거 식신을 섬겼던 영지…… 그런데, 어째서?’
민혁이 아는 식신 또한 세상 사람들이 배고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었다.
한데, 그를 섬기고 그의 정신을 이은 자들은 전혀 그러한 마인드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일반 식당보다 더했다.
‘이건 마치…….’
식당 프리미엄이 붙은 느낌이었다. 식신이라는 이름 아래에, 자신들은 식신을 섬겼던 사람들이기에, 뛰어난 진미를 만들어낼 수 있고 돈과 권력을 거머쥔 자들만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느낌.
‘여긴 식신의 영지가 아니야.’
바로 그때, 그는 향긋한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이끌렸다.
그리고 허름한 빵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민혁은 그곳에서 빵을 굽는 한 사내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상념에 잠겨 구워지는 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빵을 만드는 이는 왼손이 없는 사내였다.
‘마, 맛있겠다…….’
곧이어 빵이 구워지고 사내가 빵을 꺼내자 향긋한 빵 냄새가 더욱더 진동했다.
민혁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질 때, 사내와 민혁의 눈이 마주쳤고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가 가슴을 추스른 사내가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손을 휘휘 휘저었다.
민혁은 바람처럼 안으로 들어갔고 그가 내미는 빵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이,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야!!’
그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돈이 없다는 사실을, 그에 그 사실을 말하자 사내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괜찮다네. 나는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거든. 돈이야 없으면 어떠한가? 하하!”
그 말에 민혁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무언가 힌트를 가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또한, 그를 보자 절로 미소가 돌았다.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것!
그것은 민혁과 같은 가치관을 품고 있었다. 이 낡고 손님이 전혀 없는 빵집의 주인이 가진 그 생각은 억만큼을 주어도 살 수 없는 그런 가치관이었다.
한데, 민혁은 작은 의문이 생겼다.
‘어째서지? 어째서…….’
이 빵집엔 손님이 없는 것인가?
민혁은알베로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곳에 약 80여 개가 넘는 식당과 빵집, 음식 상점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민혁은 아테네 게임을 해오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빵이 바로 이 사내가 만들어준 빵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맛있는 빵집에 손님이 없는 걸까? 비싸서?
아니, 비싸지도 아니했다. 그 누구도 가벼운 주머니로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맛도, 가성비도 훌륭한 빵집이었다.
그리고 괜스레 보이는 그의 없는 왼쪽 손!
‘무슨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해.’
민혁은 이곳에 잠시 머물기로 결정하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곳에서 잡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빵값은 해야죠!”
“허, 허허?”
그리고 루카로는 그 말이 이렇게 들렸다.
‘일을 도와주면서 눌러살 겁니다. 하핫!’
하지만 루카로는 인자하게 웃어주었다.
* * *
알베로 영지의 영주성.
그곳의 영주 안톤은 ‘새로운 식신’이라 불리고 있었다.
안톤은 요리사이며 백작의 작위를 가진 사내였다. 그러한 안톤은 자신의 식칼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루카로. 그자 또한 지원하였습니다.”
“그래?”
그 말에 안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식 드래곤의 만찬에 지원했다라. 전대 식신을 섬기는 마지막 후예.”
안톤의 입에서 ‘풉’ 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대 식신은 죽었다. 육체도, 그가 가졌던 찬란한 영광도, 그리고 그의 후손들도 모두.
하지만 혼자서 그의 긍지를 이으려는 자가 한 명 존재하였다.
그의 이름은 루카로.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내다.
그리고 바로 지금 안톤은 식신이 죽은 후에, 이곳에서 새로운 식신이 되었다.
그는 식신 알렌이 안식을 맞이한 후, 곧바로 이곳으로 왔다.
그는 항상 식신에게 뒤처져왔다. 요리사 중 최고라 불리는 자였으나 식신을 넘어서진 못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그 식신의 이름을 안톤이 얻었다.
그는 눈치 빠르게 이곳 영지로 와, 식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렸으며 요리사들에게 돈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돈의 욕심과 사리사욕에 빠져버린 요리사들은 수십 년이 흐르면서 급격하게 탐욕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는 요리재료를 살 마땅한 돈도 없지, 심지어 그의 왼손은 부러져 제대로 된 제빵 일도 할 수 없으니, 그는 예선에서 탈락할 거야.”
미식 드래곤의 만찬은 매우 중요하다.
미식 드래곤은 수십 년에 한 번씩 이곳 영지로 찾아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요리사가 만들어낸 요리를 먹고 돌아간다.
이제까지 미식 드래곤을 만족시킨 건 과거의 식신뿐이었다.
하나, 이젠 그 요리를 만들 자가 바로 안톤인 자신일 터.
그리고 루카로는 예선도 통과하지 못할 터였다.
“큭!”
그가 실소를 머금었다. 안톤. 그의 본래의 직업. 황혼의 요리사였다.
* * *
민혁은 며칠간 루카로와 함께해 오면서 빵집에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혁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영지의 모든 이들이 루카로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의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욕을 하거나, 침을 뱉는 이들이 부지기수.
심지어 ‘썩 이곳에서 꺼져라!’라고 욕을 하는 이들도 다반사였다.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정확한 이야기를 루카로가 회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카로는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빵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미식 드래곤의 만찬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 중이라고 하였다.
‘미식 드래곤이라…….’
이 영지에선 수십 년에 한 번씩 미식 드래곤을 만찬에 초대해 준다고 한다.
미식 드래곤은 일반적인 드래곤들도 건드리지 못할 만큼 강한 존재라고 한다.
그러한 미식 드래곤에게 만찬을 만들어주는 것. 그를 통해 그들은 ‘평화’를 얻는다.
만약 미식 드래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미식 드래곤은 이 영지를 파괴할 거라고 하였다.
식신 알렌조차도 막지 못했던 미식 드래곤의 강력함!
‘혹시……?’
민혁은 앞으로의 미래에 이 영지가 존재하지 않음을 안다.
그 때문에 혹시, 이 영지가 미식 드래곤에 의해 파괴되진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러던 때, 루카로가 얕은 신음을 흘렸다.
“아, 안 돼…… 이래선 예선조차 통과할 수 없어…….”
요리라는 건 애석하게도 실제로 재료의 차이를 많이 받는다. 반면, 가난한 루카로가 활용할 수 있는 재료는 가장 값이 싼 것들밖에 없다.
“민감한 산양의 우유……! 그것만 있었어도……!”
“민감한 산양의 우유요?”
“그래, 민감한 산양.”
루카로는 민혁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루카로는 민혁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민혁은 돈도 없고 가난한 사내였지만 자신의 왼손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는 가게 앞을 청소 중이었고 심지어 가게 내부도 번쩍번쩍 광이 나게 청소했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루카로의 환상의 빵을 사세요!’라고 외치며 홍보할 때마다 사람들의 욕설을 들어도 멋쩍게 웃곤 했다.
그런 민혁이 루카로는 마음에 들었다.
“민감한 산양은 실제 산양보다 훨씬 더 커다랗지, 또한 민감한 산양의 성격은 워낙 까다롭고, 몸은 어찌나 민감한지, 어지간한 자들이 손을 대면 뒷발로 차버린다네. 그런 민감한 산양에게서 우유를 추출한 자는 이 영지에서도 단 세 명뿐. 과거 식신 알렌 님과 현재의 영주 안톤, 그리고 바로 나였지.”
“오…….”
민혁은 작은 감탄을 하였다. 과거의 식신과 현재의 영주만이 추출할 수 있는 산양의 우유를 추출한 또 다른 사람 중 한 명인 루카로.
“하지만 산양의 젖은 양손으로 부드럽게 짜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는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며 탄식을 흘렸다. 더 이상 산양의 젖을 짤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
“그 산양의 우유는 일반 우유와는 다른 맛을 내지, 또한 빵이 상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도 하는 놀라운 힘을 가졌어, 그 산양의 젖만 얻어서 빵을 만든다면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건만…….”
하지만 불가능이다.
루카로는 영주 안톤이 자신을 위해 우유를 짜줄 리 없다는 걸 알았다.
아니, 예선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안간힘만 안 써도 다행이리라.
그리고 민혁은 생각에 빠졌다.
‘이 세 사람은 공통점이 존재해.’
뛰어난 요리?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공통점도 있다.
루카로는 손재주가 뛰어난 사내였다. 하나의 손으로도 빵 반죽을 하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그리고 식신 역시 높은 손재주 스텟을 가지고 있었을 터.
그리고 영주 안톤도 제2의 식신이라 불리는 요리사라니, 당연했다.
그렇다는 건?
“제가 민감한 산양의 우유를 추출해오겠습니다.”
자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