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57
밥만 먹고 레벨업 358화
루카로.
그는 오랜 시간을 혼자 싸워왔다.
본래의 식신은 나쁜 자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마을을 약탈해 빼앗아 음식을 즐기며 자신이 먹기 위해선 다른 종족 또한 죽인다고 말이다.
그때마다 루카로는 혼자서 부정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배고프지 아니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루카로에게 돌아온 것은 돌팔매질이었다. 갖은 욕이었다. 모두가 그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했고 그의 가게 앞에 침을 뱉고 갔다.
그럼에도 혼자서 지켰다.
정말 혼자였다. 자신 혼자서만 그를 지켜왔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 신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다.
하지만 그가 건넨 빵 한 조각. 그를 믿고 그만을 생각하며 그를 지켜왔다.
그리고 바로 지금. 자신의 긍지에 신께서 응답하셨다.
루카로는 망설이지 않고 그 음료를 들이켰다.
바로 그때, 영주 안톤이 다가왔다.
민혁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루카로를 절망에 망가트리기 위해 다가온 안톤.
그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연기했다.
“이, 이보게들! 전설의 태양의 밀은 일반 사람이 손을 대면 온몸이 불타고 마네! 아무리 대회가 중요하다지만 그에 도전하지 말게나!!”
그는 걱정인 것처럼 연기하나 민혁에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똑똑히 들려왔다.
허튼짓하지 마라. 너희 같은 것들이 손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미식가들이 말했다.
“정체 모를 자여, 그대가 가져온 전설의 태양의 밀의 빛을 보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바이다. 그대와 루카로의 의지는 우리가 충분히 보았다. 이는 후손들에게 자네들의 이름을 알리는 길일 터다.”
“더 이상은 진행하지 마라, 우리는 당신들의 희생을 원치 않는다. 자칫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양손이 불에 타 사라질 수 있으니.”
“요리를 중단하라, 우리는 그대들 같은 인재를 원한다!”
그리고 관중석!
짝짝짝짝짝!
“루카로, 충분히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에게 태양의 밀을 보여주셔서!!!”
“이제 멈추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만하십시오!!!”
관중석, 미식가들. 모두가 그들의 용기와 일구어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같잖은 것들이…….’
안톤은 그 틈에서 의아해졌다.
왜 모두가 루카로를 욕하지 않는가?
그가 뭘 했길래? 그는 박수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는 전설의 태양의 밀을 요리할 수 없는 자.
반대로 자신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박수 보내지 마라!
나에게 박수를 보내라! 안톤은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말한다.
“자네들이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야.”
그리고 바로 그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루카로의 손이 없는 왼손에, 빛으로 만들어진 손이 생겨났다.
그리고 음료를 마신 루카로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식신이 인정한 자를 위한 성스러운 음료를 드셨습니다.] [당신에게 내재되어 있던 잠재력을 끌어올립니다.]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뜨셨습니다.] [5대 전설의 재료를 요리할 수 있게 됩니다.] [식신이 인정한 자를 위한 성스러운 음료에 따라 일시적으로 신의 요리 스킬을 획득합니다.]그리고 그 순간 민혁과 루카로의 눈이 마주쳤다.
“자네, 정말로 요리사였군. 아니, 과거의 식신을 이을 사내였어.”
“예, 테이머가 아니라고요.”
두 사람이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밀 위로 양팔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악-
두 사람의 양손으로 전설의 태양의 밀이 뿜어내던 화염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혁은 식신. ‘신의 요리’ 스킬을 익힌 자.
루카로는 식신이 인정한 자. ‘일시적으로 신의 요리 스킬’을 익혔으며 ‘5대 전설의 재료를’ 요리할 수 있는 자.
두 사람의 손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뜨거운 태양의 밀을 곱게 갈기 시작한다. 그들의 손은 환상에 가까웠고 장인처럼 신중했다.
뽀얗게 갈려 밀가루가 된 태양의 밀은 여전히 뜨거운 화염을 품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다. 뜨거우나 요리를 할 때만큼은 뜨겁지 아니한 태양의 밀에 물을 넣고 반죽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환상적인 솜씨로 춤을 추듯 반죽을 한다.
공처럼 둥그랬던 반죽이 공작의 꼬리처럼 활짝 펼쳐지며 붉은빛을 뿌리는 아름다운 원의 반죽을 보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식칼을 잡는다.
민혁은 콩이에게 귀속시켰던 식신의 식칼을, 루카로는 자신이 과거에 사용하였던 식칼을.
그리고 토핑을 썰어낸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서로를 마주 보며 도마 위에서 재료를 썰어 내는 그들.
루카로와 민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네, 그분께서 내게 응답하셨으니.’
‘당신은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영지는 우리가 구할 겁니다.’
재료가 썰어진다. 그리고 붉은 빛을 띠는 도우의 위로 갖은 토핑과 치즈가 환상적으로 뿌려진다.
두 사람의 손은 정확했고 빨랐다. 순간적으로 재료 다듬기가 끝나면 재빠르게 손을 씻어내고 물기를 닦아낸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청결’이라는 요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 또한 빼놓지 아니한다.
“아, 아아아아아아……!”
그 놀라운 요리 솜씨에 관중석의 한 여인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두 명의 식신.
정확하게는 식신과 식신이 인정한 자의 요리하는 것을 목도한 그녀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녀가 알기로 한 사람은 그저 허름한 빵집 주인 루카로고, 한 사람은 그저 행색이 남루한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그 둘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그리고 루카로가 물었다.
“자네는 요리가 무어라 생각하는가?”
“세상 그 누구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아니하며 부자도 가난한 자도, 슬픈 자도 즐거운 자도. 그들 모두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요리입니다.”
“그럼 요리사는 무어라 생각하는가?”
“그들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요리를 만드는 것. 때론 나의 음식을 먹어주는 자를 보며 웃고, 때론 나의 음식을 먹어주는 자의 찡그려진 얼굴에 실망하고 ‘고작’ 음식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위대한 것을 만드는 자.”
민혁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물 묻은 식칼을 닦아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식칼을 움직인다. 그의 식칼이 밝은 빛을 흩뿌린다.
“그것이 요리사입니다.”
루카로는 부드럽게 웃었다. 안톤은 영원히 깨우치지 못할 말이었다.
그리고 미식가들이 감탄한다.
“마치 두 연주가가 환상적인 연주를 하는 것처럼 들리는군.”
“칼질 소리, 물소리, 오븐이 뜨겁게 달궈지는 소리. 여러 가지 소리가 어울려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군.”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던 어떠한 요리사보다 정교하며 신중하고 빠르네.”
“루카로는 그렇다 하나, 저 정체 모를 자는 누구란 말인가?”
미식가들의 감탄. 그 감탄에서 다급해지는 이가 있었다.
바로 안톤이었다.
‘미친놈들!’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서둘러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관중석과 미식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만드는 음식은 무엇인가?
고작해야 서민들이 흔히 즐기는 ‘피자’라는 음식이었다.
빵 위로 갖은 토핑을 넣고 치즈를 뿌려 오븐에 구워내는 그런 흔한 음식 말이다.
반면에 자신이 만드는 음식은 무엇인가?
돈 주고도 사 먹을 수 없는 엄청난 재료로만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요리였다.
전대 황제 아드론이 즐겼다는 진미!
한데, 그런 진미가 아닌 고작 피자 따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니!?
그리고 하나둘 요리사들의 음식이 완성되기 시작하였다.
한식의 장인이라 불리는 노을 식당의 아그르.
그가 만들어낸 것은 비빔밥이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그릇은 회사 식당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형 솥보다 훨씬 더 커다랬다.
놀라운 것은 그 안의 재료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해 있는 노른자는 정말이지 거대했다.
바로 드레이크의 알이었다.
미식 드래곤은 몬스터였다. 때문에 몬스터들 사이에서 진미라고 표현되는 갖은 재료가 사용된 것이다.
그리고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바르사.
그와 그 수제자들이 만들어낸 요리는 커다란 크기의 스테이크였다. 거대한 접시 위로 큼지막한 고기가 놓여 있으며 그 옆으로 구운 방울토마토, 양파, 잘 썬 채 볶아낸 마늘 등의 재료가 함께 올라가 있다.
그리고 안톤.
황제가 즐겼다는 요리는 바로 푸아그라였다.
지방함량이 높은 거위의 간 요리이다. 서민들은 절대 사 먹을 수 없을 비싼 재료.
심지어 안톤과 그 수제자들이 함께 만들어냈기에 그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두의 요리가 끝났을 그때 여전히 요리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민혁과 루카로였다. 그들은 고작 두 사람.
요리는 실력이 있다고 하여서 빨리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이 요리하는 와중에, 미식 드래곤은 자신을 헤츨링의 모습으로 폴리모프시켰다.
그리고 다소 크기가 작아진 그가 천천히 요리들 앞에 내려앉았다.
차례대로 그는 요리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미식가들의 앞에도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음식이 놓여 있었다.
“꿀꺽.”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바르사는 자신의 눈앞에 내려앉은 미식 드래곤의 뱀과 같은 누런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치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내, 미식 드래곤이 천천히 접시 위로 고개를 가져가 그가 만들어낸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천천히 음미하며 씹던 미식 드래곤. 그의 얼굴이 곧이어 일그러졌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맛이군.”
“하하. 그럼요. 미식 드래곤님을 위해 준비한 요리이니까요.”
“그렇기에 별로군.”
“예?”
“요리란 최상의 재료로만 하는 게 아니다. 때론 값어치가 적은 요리의 재료가 그 요리에서는 더욱더 높은 맛을 내게 도와주는 법. 하지만 어떻게든 비싸고 질 좋은 재료들만을 이용해 만들어놨군.”
“…….”
바르사.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말은 즉, 돈 칠만 번지르르하게 한 요리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식가들도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평소 먹었던 바르사의 스테이크가 아니군.”
“만찬을 앞두고 만든 요리가 이렇게 화려하기만 하다니…….”
오히려 그는 만찬에서 맛이 더 떨어지는 요리를 내놓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재료’와 ‘화려함’에 갇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빔밥.
“퉷!”
입안에 넣었던 미식 드래곤은 거침없이 뱉어냈다.
“몬스터의 재료와 인간의 재료는 전혀 다른 성질의 맛을 내지, 그것을 적절히 어울리게 하려는 것 같았지만 맛이 쓰레기 같군.”
“……!”
요리사들은 전부 패닉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이 누구던가!
알베로 영지의 최고의 요리사들이며 각 분야의 ‘장인급’ 요리사들이었다.
한데, 미식 드래곤은 지금 자신들의 요리를 쓰레기라 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요리사의 음식이 외면받았다.
미식가들이 맛있다고 극찬한 요리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미식 드래곤은 맛을 보고 그 요리를 부정했다.
그렇다. 그는 ‘미식’ 드래곤이었다. 입맛이 워낙 까다롭고, 그 요리의 맛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요리에 들어간 요리사의 마음까지도 들여다보려고 하는 자였다.
그리고 어느덧 미식 드래곤은 안톤의 앞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안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던 중 시선이 한곳에 돌아갔다.
그곳에 미식가들이 있었고 피자 한 판을 올리는 민혁이 있었다.
미식가들이 기다리는 동안 루카로와 민혁이 구워낸 피자 한 판을 미리 맛볼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안톤은 서둘러 다시 시선을 거두어 앞에 있는 미식 드래곤을 보았다.
“그대를 부르는 이름이 ‘식신’이라 들었다.”
“과찬의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대답과 다르게 안톤은 꼿꼿했다. 아니, 오히려 오만했다.
과거의 식신과 자신은 비교해선 안 된다. 자신이 훨씬 더 뛰어난 인물!
그리고 미식 드래곤이 그가 구워낸 푸아그라를 맛보았다. 그 커다란 입안에서 씹어지며 목구멍 뒤로 그 음식을 넘긴 순간.
미식 드래곤이 눈을 감고 말했다.
“어찌…… 어찌…… 이런 맛이 나는가…….”
“……!”
안톤. 그가 희열했다. 자신은 황혼의 요리사.
그리고 이 알베로 영지의 영주!
자신의 요리를 맛보고 미식 드래곤이 감탄하는가!
관중석과 미식가들이 술렁이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천천히 눈을 뜬 미식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어찌 음식에서 이런 악취가 진동하는가? 탐욕이 찌든 고약한 맛과 악취가 나는구나…….”
“…….”
그리고 이어진 말에 안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권력을 거머쥐려는 자의 요리야, 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자를 짓밟고 올라섰겠지, 그것이 몇 명인가?”
안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요리가 탐욕 그 자체이다?
그리고 미식 드래곤의 말은 자신의 요리가 맛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는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어디선가 감탄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안톤과 미식 드래곤의 고개가 돌아갔다.
바로 그곳.
7인의 미식가 중 한 사람.
가장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사내.
이름표에는 ‘고독의 미식가 알카이’라고 쓰여 있었다.
고독의 미식가는 누구인가?
인간 중 입맛이 가장 까다로우며 그 음식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안에 있는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만큼 깐깐했으며 미식가 중 가장 명성이 높은 자였다.
그러한 자. 고독의 미식가 알카이.
피자를 맛본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그의 감탄사와 눈물이 콜로세움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