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04
밥만 먹고 레벨업 405화
민혁은 절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동맹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아이리스는 민혁의 휘하에 들어온 격과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동맹’이라 한 이유는 간단해 보였다.
‘아이리스는 남아 있는 백성들과는 조용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거겠지.’
세상을 나가고자 하는 뜻이 있는 자들은 민혁의 곁에서 그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로카드 왕국을 지키고 싶은 자들은 그 안에서 아이리스와 새로운 터전을 일구어 살아갈 것이다.
즉, 어느 정도 독립을 위해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지 사실상은 로카드가 민혁의 휘하로 들어온 것이 맞다.
또한, 아직 완전한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된 것은 아니다.
그 이유. 필요로 하는 영토가 조금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그곳에서 새로운 터전을 일군다고 하였고 그곳의 건립이 끝난다면 민혁에게 권한을 넘겨주려 한다.
그때, 먹자교는 먹자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민혁이 더욱더 전율하는 이유.
바로 이것에 있다.
‘뛰어난 농작물 재배권!’
그것들을 다수 얻게 되었다. 이브리드 족만이 가진 농작물 재배권을 얻었다는 가치가 천문학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뿐인가?
재료의 천국.
그곳에 대한 권한도 획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민혁은 영토를 제외하고 하나의 국가의 힘을 얻었음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존재했다.
민혁의 시선이 먼 곳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이 일의 ‘원흉’에게 향했다.
* * *
보르몬의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로카드 왕국을 습격한 수장 데스.
데스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도망쳐야 했지만,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가 차올랐다.
행복해 보이는 저 사내. 식신이란 사내가 미웠다.
자신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을 이토록 짓밟고 무시해 왔던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데스. 악당이나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그는 얼굴에 꽤 큰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에 어린 시절부터 그는 왕따를 당해왔고 숱한 괴롭힘을 받아왔다.
성인이 되고서는?
혼자 집 안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며 지내왔다.
그의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잘하고 재밌어하는 것은 게임밖에는 없었다.
그런 자신이 게임 하나만으로도 인정받고 싶었다.
왕이라는 이름!
그 이름 처음으로 자신이 거머쥐어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데, 그 꿈이 이번 전투로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그 이유. 이번 보르몬의 군단을 이끌고 로카드 왕국 약탈을 위해 받은 퀘스트의 ‘패널티’에 있다.
그 패널티는 상상도 할 수 없게 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심지어 저기에서 자신과 다르게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선 사내 식신.
그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가 데스에게 다가왔다. 검을 쥔 그는 매서운 시선으로 데스를 노려본다.
“그딴 눈빛으로 날 보지 마라! 네놈들이 뭘 알아! 식신? 네놈은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매너 있다, 사람 좋다. 개소리! 너도 어린 시절. 내 얼굴의 화상 하나 때문에 나를 왕따시켰던 놈들과 똑같아!”
그 말에 민혁의 얼굴이 의아함에 물들었다.
“힘으로 약한 자를 누르고 그들을 비웃지! 나는 약한 자였고 매일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쳐 박고 울었다. 그런데 너는, 너는……! 그렇게 모두의 우상이 되어 사냐!? 너희 같은 빌어먹을 나쁜 놈들이! 힘없는 약자나 괴롭히는 너희들이!?”
데스는 자신이 여기에서 왜 이런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단지, 오랫동안 꾹꾹 눌러왔고 뱉어내지 못했던 이 화를 풀기 위해서라도 뱉어내고 있었다.
“너희들이 나 같은 인생을 사는 놈의 마음을 알기나 해!?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게 내 잘못이야!? 우리 부모님은 그 화상을 입어 ‘괴물’이라 불리는 나를 불 속에서 구하시고 돌아가셨어! 그런 나를 괴물이라 불러!?”
데스는 울음이 차올랐다. 속이 조금 시원하다. 부모님이 한목숨 바쳐 구해낸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사람들은 괴물이라 불렀다.
“난 집에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해, 게임만 하는데, 너는…… 너는…….”
울음이 차오른 데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눈을 감고 그저 죽음을 기다렸다. 더 이상 말해봐야 자신만 비참해질 뿐이다.
그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데스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하다.
“그랬구나, 네 부모님이 구해주신 소중한 네 목숨. 남들이 비웃어서 힘들었구나.”
“……?”
천천히 눈을 뜬 데스는 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민혁. 그가 작은 웃음을 머금는다.
“스스로를 원망하지 마라! 네 목숨 소중하다!”
코니르가 그에게 말한다.
“허허, 그것참 나쁜 놈들이군. 나중에 내 자네에게 커피 한 잔 타주도록 하지.”
“부모님들이 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이군. 그처럼 자네도 보석처럼 빛나며 살아야 할 거야.”
그들을 둘러보며 데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상황인가? 그리고 브로드 또한 이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이 무슨……? 적을 앞에 두고 동정하다니!?’
그리고 민혁이 말했다.
“네 목숨은 소중하다. 부모님이 구해주신 목숨이야. 그 목숨 값지게 사용해. 굴하지 마, 떳떳해져. 나는 이해한다.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른 게 있어, 그리고 나는 네가 행복해질 방법을 알 것도 같아. 열 번. 열 번이야. 열 번만 날 찾아와, 그렇다면 내가 그 방법 가르쳐 주마.”
그 말에 데스는 감동이 차올랐다. 그의 표정에 진심이 가득했다. 그의 네임드 NPC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펑펑 눈물 흘리는 데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기대했다.
“그렇다면 날…… 날…… 살려주는 거냐?”
너무 고맙고도 기뻐서 데스는 펑펑 눈물 흘렸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다니!?
이 자의 가슴은 한없이 넓구나!
그리고 브로드. 그의 숨이 턱 하니 막혔다.
결국에야 자신이 생각했던 파국으로 치닫는구나! 이자들은 왕국을 꿈꾸면서 이렇게 감성적인 것인가!?
그리고 그때.
민혁을 비롯해 모든 네임드 NPC. 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죽일 건데?”
“죽여야지.”
“암, 그렇고말고.”
“단칼에!”
“나는 코니르! 그것과 이건 별개다!”
푹!
민혁의 검이 자비 없이 데스의 목을 꿰뚫었다. 민혁은 ‘동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를 살려둘 바보가 아니다.
“컥, 내 가, 감동…….”
데스가 천천히 고꾸라졌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민혁이 말했다.
“네가 그렇다고 한들 이 왕국을 습격한 일. 약탈하려 한 일 변하지 않는다.”
데스가 죽음에 이르러 스르르 사라졌다.
혹시나 싶어 했던 아이리스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렇다. 그가 살았던 인생을 위로해준 이유는 민혁이 그로부터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쩌면…….’
하지만 가능성 이전에 그는 당연스럽게 죗값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민혁은 말했다.
‘그 목숨 값지게 사용해라.’
그 값진 목숨.
함께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리스는 정녕 감탄했다.
‘똑똑하구나.’
적이라고는 하지만 큰 사연을 가진 자라면 간혹 달라지기도 하는 법.
하나 냉정하기도 하다.
그는 지혜로운 통치자였다.
* * *
[로카드 왕국의 약탈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패널티로 상당한 언데드들의 소유권이 소멸합니다.] [모든 스텟 5%가 감소합니다.]데스가 얻게 된 엄청난 패널티!
왕국을 약탈하는 퀘스트는 얻는 보상도 큰 만큼 패널티도 상당했다.
캡슐에서 나온 정지훈.
그는 얼굴의 오른쪽이 화상에 뒤덮여 있어 상당히 그로데스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키는 182㎝에 이를 정도로 훤칠했으며 새하얀 피부가 이질적일 정도로 돋보였다.
또한, 성한 왼쪽의 얼굴은 상당한 미남이었다.
그런 그는 패널티보다 지금 다른 것이 와 닿았다.
‘열 번만 찾아오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데스 정지훈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매일 웃는가?
나는 이 고독하고 커텐이 쳐진 어두운 방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은가?
아니, 아니었다.
자신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놈이 뭘 알아!?’
식신은 매우 잘생긴 얼굴이었다. 얼굴만 본다면 어지간한 배우들의 뺨을 올려칠 정도이니 말 다했다.
또한, 그는 한 길드의 수장이었다.
어려서부터 그 리더십에 모든 이들이 우러러봤겠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
그러한 그가 자신을 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그 행복해지는 방법이!
* * *
로카드 왕국의 퀘스트가 모두 끝남으로써 먹자교 길드의 길드원들이 입장할 수 있게 되었음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지니를 비롯해 먹자교 길드원들은 그가 얻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천의 이브리드 족 백성들, 더 나아가 용병왕 브로드,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료의 천국의 ‘재료’들을 얻고자 왔던 곳에서 그곳의 소유권을 얻게 되었다.
정녕 엄청난 일이었다.
그리고 먹자교 길드원들은 갑자기 브로드에게 고개를 연신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이셔서 감사합니다!”
“브로드 경께선 혹시 고양이 커피 똥이나, 대머리, 라면, 야설 등에 관심 없으시죠!?”
먹자교 길드원들의 말!
그에 브로드의 얼굴에 감격이 차올랐다.
“자, 자네들도 정상(?)인가!!!?”
“저희도 정상입니다!”
“고맙네! 정상이어서 고마워!”
참으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한데, 그중에서 가장 기뻐하는 로크가 가장 비정상이다.
그러다 지니가 물었다.
“혹시 브로드 님도 민혁이에게 임무를 하달 받으셨나요?”
“나에게 가축을 담당하라더군.”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했다.
‘브, 브로드 님도…….’
‘민혁화가 될 거야, 결국에.’
‘크흑!’
먹자교 길드원들의 동정 어린 시선. 이때 알지 못했다.
그리고 브로드. 그가 민혁화 되어서 이제까지의 인생을 살았던 때보다 더 행복해질 거라는 사실도.
그리고 민혁과 지니가 이야기를 나눴다.
“데스?”
“응, 알아?”
“알다마다. 비공식 랭커인데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제로 그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일인군단을 이끄는 자로 알려져 있어. 하지만 혼자서 수천 이상의 군단을 이끈다는 이야기가 워낙 허황되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니에게 들은 데스는 생각보다 놀라운 자였다.
유저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몇 소수의 랭커들만이 그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데스가 가진 힘. 다섯의 정상급이야. 물론 그가 부리는 언데드들 덕분이긴 하지만 그게 개인의 힘이라는 건 변함없으니까.”
확실히 민혁도 느꼈다. 그가 보르몬의 언데드 군단을 부리긴 했으나 그가 보유한 언데드들 자체도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자신도 만약 ‘대륙을 멸하는 검’이나 혹은 특별한 힘 등이 없었으면 다소 힘겨운 전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열 번이라…… 과연 그가 오기는 할까?”
지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민혁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말하긴 했으나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런 말 때문에 정말 열 번을 찾아오는 유저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심지어 데스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하니까 더더욱…….”
그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민혁아, 웬 이상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
“……?”
로크가 로카드 왕국 내 회의실로 들어와 한 말에 민혁과 지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자 데스가 서 있었다.
그리고 로카드 왕국의 국민들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식신! 내가 행복해질 방법을 말해라!! 거짓말이라면 내 가만두지 않는다!”
‘어지간히도 궁금했나 보네.’
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한 번이야, 아홉 번 남았어.”
그 말과 함께 로카드 왕국의 국민들과 기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달려들어 다구리를 놓기 시작했다.
“커허억, 차, 찾아오라며 왜 때리는데! 다구리는 놓지 마라! 어, 언데드 소환해버린다! 컥!? 거, 거긴 안 돼. 끄아아아아악. 터, 터졌……!?”
그랬다. 민혁이 말한 열 번.
그 열 번의 찾아옴에는 열 번의 죽음도 포함된 말이었다.
그는 로카드 왕국의 백성들에게 해선 안 될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스도 알 것이다.
여기서 언데드들을 소환해 로카드 왕국 백성을 공격하면 그는 해답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데스가 민혁을 찾아오기 시작된 이때.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죽음의 왕이라 불리게 될 수백만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데스와 식신 민혁의 전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