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05
밥만 먹고 레벨업 406화
캡슐에서 빠져나온 데스, 즉 정지훈.
그가 흐뭇하게 웃었다.
“오늘은 덜 아프게 죽어서 좋군!”
평소처럼 다구리가 아니라 단 한 번에 목이 꺾여 죽은 데스다. 이로써 벌써 다섯 번을 찾아갔다.
처음 두 번은 곧바로 찾아갔으나 그 후로 데스는 텀을 두고 찾아갔다.
민혁이 두 번째 죽음에서 말해줬기 때문이다.
‘죽을 때마다 힌트를 줄게, 그리고 계속해서 죽는 거에 대해 불만 있어? 그럼 안 해도 돼, 그건 네 선택이니까.’
그렇다. 데스는 계속 높은 패널티를 받으면서도 죽고 있었다.
데스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어째서지?’
그는 왜 내게 자비를 베푸는 걸까, 민혁은 분명 그를 죽이게 하는 건데, 자비를 베푼다?
그 이유 쉽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데스는 민혁과 함께하게 된 로카드 왕국의 원수였다. 그러한 데스는 계속 그 백성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죽일 때마다 백성들은 한을 풀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며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한다.
욱씬-
오랜만이다. 가슴이 찌릿하다. 이제 더 이상 감정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찾아가면 찾아갈수록 느낀다.
‘게임 속일 뿐이지만 다른 이들이 내게 했던 짓과 다를 바 없는 짓이었다.’
힘으로 짓밟고 비웃으며 약탈했다.
분명 NPC일 뿐인데.
‘나에겐 그곳이 유일한 세상인데…….’
자신의 부모를 잃은 것처럼, 그들의 가족을 앗아갔다.
처음의 힌트를 찾은 데스는 여전히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에게 나는 100번, 1,000번을 죽여도 원한이 풀리지 않겠지.’
자신이 벌인 일이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고 싶다. 행복해지는 길.
그리고 바로 오늘. 아테네:세계전까지 2주가 남은 날. 일곱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또다시 데스는 흠씬 두들겨 맞는다.
“억! 큭! 엑! 악! 억!? 커헉, 거, 거긴 안 돼!”
콰직-
벌써 몇 번째 터지는지도 모를 지경!
화가 안 풀리는 로카드 왕국 백성들은 계속 짓밟는다.
“이해한다, 내가 당신들에게 큰 죄를 지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그를 용서하지 않는다. 평생 그가 가져가야 할 무게다.
그리고 죽기 전 데스는 맞으면서도 민혁에게 귓속말했다.
[데스: 오늘도 죽으러 왔고 흠씬 맞고 있다. 궁금한 게 있어, 당신이 말했던 ‘당신과 비슷하다는’ 말이 도대체 뭐야?]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민혁: 말 그대로 비슷하니까. 단지 너와 나의 주변이 달랐을 뿐이야. 내일, 모레, 그다음 날도 너는 이곳에서 지금 이 시간에 죽음을 맞이해라. 더 이상 너와의 귓속말은 하지 않겠어.]그게 끝이었다.
데스는 화가 났다.
‘뭣!? 나랑 더 이상 귓속말할 가치도 못 느낀다는 거야!?’
데스는 화가 끓어올랐다. 정확한 해답 없이 그 무슨 소리란 말인가!?
화를 내려던 데스!
[민혁 님이 당신을 차단하였습니다.]“……!”
그는 화가 끓어올랐다. 다시는 그곳에 죽으러 가지 않겠다.
애초에 행복해진다는 말, 자신과 비슷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이 쓰레기 같은 인생을 어떻게 값지게 살아!?’
애초에 쓰레기로 이렇게 한심하게 태어났건만?
그다음 날.
데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로카드 왕국으로 갔다.
“네놈, 또 왔구나! 어떻게 고통스럽게 죽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매일 찾아와!”
“죽여라아!!”
데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의 인파에게 둘러싸여 돌을 맞거나 두들겨 맞았다.
게임 안에서의 욕설, 비난 남들에겐 무슨 소용이겠느냐마는 그간 세상을 비난하며 정신까지 썩어들어 가던 데스의 마음은 변하고 있다.
‘미안합니다. 나도 똑같았어요. 남의 것을 빼앗고 약탈하는 것이요.’
그렇게 또다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로그아웃했을 때 멍한 표정으로 앉은 데스는 씁쓸한 웃음만을 지을 뿐이다.
결국 내일도 갈 것이다.
한숨을 푹 쉬며 내일 먹을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인터넷을 켰던 데스.
그는 곧 의아해졌다.
‘뭐, 뭐야, 이건?’
그는 경악했다.
대한민국 커뮤니티 사이트,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가 모두 발칵 뒤집혔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식신’이었다.
그리고 2위가 바로 ‘폭식 결여증’이었다. 그가 서둘러 글을 클릭해보자 다양한 헤드라인 기사들이 떠올랐다.
그 기사들을 데스는 보았다.
[식신 민혁이 걸렸다는 폭식 결여증은 어떠한 희귀병인가?] [평생 먹기만 해야 하는 희귀한 질병. 생존률 1%도 채 되지 않는 희귀병.] [세계 의학계에도 충격을 주는 끔찍한 질병.] [식신을 데스패치에 제보한 의문의 사람은 누구?] [식신 민혁. 고소장 제출. 강경 대응 예정.] [170㎏의 거구. 그가 바로 식신이라고 불렸던 사내의 정체.]데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희귀병? 의문의 제보자?’
누군가 식신 민혁의 병을 제보했다.
그리고 이는 아테네:세계전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어떻게 보면 민혁의 비밀은 오랫동안 지켜진 것이다. 수년이라는 시간 동안 새어나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
한데, 아직까지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민혁은 강경 대응한다고 하였다.
심지어 그 게시글엔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있었다.
170㎏의 거구의 민혁이 있었다.
정말 끔찍한 모습이다. 흘러내릴 것 같은 살, 어지간한 사람의 허리보다 커다란 다리,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그 밑으로 댓글들이 폭주한다.
[이게 그 잘생겼던 식신임? 우웩!!!] [와, 이거 뭐임? 이게 식신의 정체라고요?] [헐, 대박…… 헐!!! 원래 이 사람 팬이었는데, 정 떨어짐!!] [내가 이런 사람을 좋아했다는 게 충격입니다. 팬카페 탈퇴합니다.] [역시 신은 공평햌ㅋㅋㅋㅋㅋ 돼지 새끼!]그리고 그 댓글을 보는 데스의 동공이 커졌다.
‘나와 비슷하다고 했던 게……?’
데스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신보다 더 끔찍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의사가 써놓은 말을 옮겨적은 기사.
[죽음보다 더한 고통. 아침에 눈을 뜨면 배가 고프고 눈을 감기 전까지 극심한 배고픔을 느낍니다. 지옥 그 자체일 겁니다. 식신이라는 사람은 지옥에서 살고 있는 겁니다.]그에 따른 동정표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욕설’도 많다.
그 이유 간단하다.
사람이란 무릇 그렇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꼬투리가 잡히자 신랄하게 까댄다.
‘나와 같으나, 나와 다른 삶…….’
민혁은 그렇게 살아왔다. 아테네 속에서.
자신보다 더 지옥을 이겨내고, 더 천국으로 가기 위해 달려왔다.
데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거 어떤 놈이 제보한 거야!”
정지훈의 화가 끓어올랐다. 그의 아픔을, 조롱하는 이들이 있는 게 싫다.
그리고 그는 아테네에 접속 제한에 의해 들어가지 못하기에 휴대폰으로 그의 아이디로 귓속말했다.
[민혁 님이 로그아웃 중이십니다.]“……!?”
그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겠지, 한숨을 쉰 데스.
그런 그의 휴대폰으로 아테네에서 보낼 수 있는 편지가 날아왔다.
이 편지는 아테네에 접속하고 있다면 비둘기가 전달해준다.
[민혁 님이 예약해놓으셨던 편지가 도착합니다.]아테네의 편지기능은 예악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데스는 며칠 전의 그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도, 내일도, 그 모레도 죽으라고 했던 말.
그는 자신에게 편지기능으로 예약해놓은 것.
[나도 네가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병을 앓고 있다. 내가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거기가 끝이었다. 그와 함께 편지가 사라졌다.
[읽은 후에 곧바로 삭제되는 편지입니다.]데스가 읽은 후에 혹여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못하게, 설령 말한다 해도 한 사람의 목소리는 결국 묻힐 것을 알기에 보낸 편지 같다.
그것을 본 데스의 가슴이 착잡하다.
그렇게 아테네:세계전 개최 전날이 다가왔다.
* * *
첫 번째 세계전. 당연하게도 대한민국 내에서 열린다.
온 세계의 랭커들이 각 국가에서 내준 전용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세계전이 치러질 거대한 경기장으로 그들은 모여든다.
전날에 그들은 그곳에 모여서 사진을 찍거나 의지들을 다진다.
그리고 생중계되는 카메라로 무수히도 많은 국가의 랭커들이 비친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속속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알리, 대장장이 혜민아빠, 검의 황제 카르, 번뇌의 기사 알리샤, 지프리트의 후예 로크! 무수히도 많은 한국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생중계되는 카메라. 대한민국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단 한 사람. 식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식신이 폭식 결여증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강타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민혁 유저가 완치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는 우리의 ‘영웅’임은 변하지 않으니까요.]영웅이라는 말에 해설자 중 한 명인 쟌은 잠시 먹먹해졌다.
‘민혁 님…….’
그와 인연이 있던 쟌은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씁쓸했다.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173㎏의 거구로 그는 와선 안 된다.
그래 안 오는 게 낫다.
세계가 그를 비웃고 조롱할 것이다.
‘저는 진심으로 응원해요. 해내세요.’
완치할 수 있길 바란다.
이제 남은 건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다른 대표들이 영웅이 되는 것이다.
“로크 씨 한 말씀만 해주세요! 식신 민혁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나요?”
“칸 씨, 민혁 님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나요? 폭식 결여증에 대해선 알고 계셨나요?”
“그 부분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을 다문다. 마법사 알리. 본래 옆에 있어야 할 민혁의 옆자리를 돌아본다.
‘그래서 참가가 확정되지 않았던 건가?’
그는 세계전에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의 사람들.
[식신 결국에 도망간 듯? 살 빼러 갔나?] [뚱보가 대한민국의 희망은 무슨.] [작작 좀 하세요.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닌데. 언제는 찬양하고 꼬투리 하나 나오니까 그렇게 신랄하게 까댑니까!? 진짜 개 같네.] [왜 안 나타남!? 세계전 이렇게 포기할 거임!?] [님 같으면 그 몸으로 나타나겠음?]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각국의 선수들.
그들이 작게 안도한다.
그 이유. 간단하다.
‘가장 위험한 인물이 사라졌어.’
제 발로 사라져졌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란 말인가?
무수히도 많이 몰려 있는 수백 명의 선수들.
그 틈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에게만 어둠이 내리 앉은 듯하다.
그리고 일본의 선수 중 한 명.
켄타로.
‘오지 않는 겁니까?’
켄타로. 그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조각 같았다. 지금 무수히 많은 세계의 카메라가 조각 같은 그에게 집중되어있다.
그는 쓰게 웃었다.
‘그렇지만 전 변하지 않아요.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켄타로가 그렇게 씁쓸히 웃을 때였다.
갑자기 대한민국 선수들 측에서 소란이 일었다.
“뭐? 온다고!?”
“뭐라고!?”
“오고 있다고!?”
“도착해 간다고!?”
켄타로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누가? 식신이?
그리고 그때,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카메라 수십여 대가 속속들이 차량이 도착하는 주차장 앞을 찍어댄다.
그때 세계에서 벤츠사가 세계의 부호 50명에게만 한정판 판매했다는 매끄러운 리무진이 멈춰섰다.
그 양옆으로 여러 대의 검은 색 SUV 차량이 멈춰섰다.
SUV 차량 안에서 수십 명의 훤칠한 경호원들이 내린다.
그들이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한 사내가 리무진의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때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촤촤촤촤촤촤촤촤촷!
수백 개의 카메라가 그를 찍어낸다.
많은 여성이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누군가는 눈만 마주치고도 숨이 멎는 듯하며 혼을 빼앗기는 듯했다.
켄타로는 여전히 많은 인파에 그곳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바깥에서 경호원들이 양옆으로 마주 보고 나열하여 길을 만들어낸다.
아니, 정확히는 한 사내가 걸어가자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길을 터주고 있다.
구두굽 소리가 주변에 퍼진다.
뚜벅뚜벅.
수백 대의 카메라.
수만은 인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뚜벅뚜벅
정적 속을 구두굽 소리가 뒤덮는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켄타로. 그가 보았다.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다.
앞 머리카락을 왁스로 쓸어 올렸고 진하고 매끄러운 눈썹에 사슴 같은 커다란 눈망울, 날카로운 코, 멋들어지는 턱선을 가진 사내.
키는 약 185㎝에 조막만 한 얼굴, 또한 다리 길이는 모델이라고 비견해도 될 정도로 길었으며 어깨는 떡 벌어져 있다.
그가 걸어오자 주변이 슬로우 모션처럼 멈춰선 듯하다. 켄타로의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이는 그를 지켜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뚜벅뚜벅-
그 걸음 소리에 좌중이 압도된다.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고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
어지간한 배우 못지않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의 화려한 외모가 남자들의 질투심을,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낸다.
걸어오던 정체불명의 남자.
그가 포토존 앞에 섰다. 그가 수천 대의 카메라 앞에 서서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로 수백 대의 카메라를 바라본다.
“미쳤어…….”
“세상에……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라니…….”
“저렇게 생긴 동양인은 처음 봐…….”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한쪽 손은 여전히 주머니에 넣은 채 좌중을 바라본다.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깜짝 놀라고 있었다.
“뭐야? 정말 잘 생겼잖아.”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 있는 거지?”
“마치 깎아 만든 듯하군.”
“외모로는 대한민국이 금메달 하나를 땄군.”
그리고 그들의 시선 속. 수천 대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는 그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식신 민혁. 아테네:세계전 참가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웅성웅성
촤촤촤촤촤촤촤촷!
그의 외모가, 그의 화려한 비율이,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세상을 경악시킨다.
키 185㎝에 몸무게 77㎏의 민혁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