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35
밥만 먹고 레벨업 436화
라브레도는 어두운 지하실로 속속들이 들어오는 이들과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아이구, 오셨습니까. 형제님. 오늘도 머리카락이 아주 풍성하시군요.”
“하하, 라브레도 형제님께선 바라스 왕국 탈모르 지부장을 맡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라브레도는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하늘을 바라봤다.
“다 탈모르님이 내려주신 축복에 의해 일어난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 풍성한 머릿결이 찰랑거리는 것이 얼마나 그 믿음이 굳건한지 보이는군요.”
속속들이 들어서는 사내들!
그렇다. 그들은 모두 탈모르에 의해 구원받은 ‘신자’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유저들도 상당수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탈모르라는 곳. 정말 위대해.’
‘비록 우린 현실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지 못하지만 탈모르는 우리의 희망이다!’
유저들은 언젠간 현실에서도 탈모치료약이 개발되길 바라며 그 희망을 품고 이곳에 걸음 했다.
그리고 모두가 모였을 때, 라브레도가 날카로운 눈을 빛냈다.
그는 한때 부기사단장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왕국에서 버림받았다.
이젠 새로운 곳을 위해 한번 싸워보려 한다.
그가 좌중을 둘러본다. 모인 숫자 약 1천을 넘어선다.
그가 자신의 검을 꽉 쥐었다.
“바라스 왕국군이 머지않아 탈모르님이 계신 먹자교 길드를 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무엄한 자들이 있나!”
“어찌 감히 탈모르께서 계신 신성한 곳을 친단 말이오!”
“탈모르! 그는 가장 위대한 신이오!”
그들의 머리. 모두 검은 머리의 테리우스처럼 찰랑거리고 있다.
라브레도가 비둘기를 통해 받은 편지를 펼쳤다.
“이필립스 제국에 있는 신도님께서 2천의 병력을 모았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콜로디스 제국 쪽에서도 약 1천 5백의 병력이 곧바로 국경을 넘어 우리와 합류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모두 포함한다면 그 숫자 자그마치 약 5천에 이른다.
“우리는 지켜야 합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신 탈모르님을 말입니다.”
“맞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탈모르 만세! 탈모르여, 영원하라!”
“자, 모두 함께 외칩시다!”
“탈모르파티! 뛰뛰뛰뛰뛰!”
“탈모르파티! 뛰뛰뛰뛰뛰!”
“탈모르파티! 뛰뛰뛰뛰뛰!”
모두가 함께였다. 그들이 탈모르 ‘찬송가(?)’를 울부짖으며 뜨거운 전우를 불태운다.
그리고 마침내. 라브레도가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았다.
‘아아아아, 저, 저런……!’
‘머리카락을 뽑다니……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그리고 라브레도가 말했다.
“이것이 우리의 결의의 증표. 모두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으십시오.”
누군가는 손가락을 베여 피를 통해 낙인을 찍어 결의를 다진다 한다.
그리고 이들에겐 머리카락이 곧 피요, 목숨과 같다.
그들이 눈물을 머금고 머리카락 한 올씩을 뽑아냈다.
“크흐흐흑…….”
“내 머리카락아. 안녕…….”
라브레도가 머리카락을 앞쪽에 공손히 내려놓자 천 가닥이 넘는 머리카락이 그곳에 모였다.
그들의 굳건한 결의가 느껴진다.
“탈모르를 위하여.”
“탈모르를 위하여!”
“위대하신 탈모르를 위하여어어!”
대륙 곳곳에서 오로지 탈모르를 지키기 위해서 병사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 * *
용왕의 바다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용궁.
그동안 무수히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마법사 아필드에 의해 터전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뻔했던 용왕은 병력 훈련을 강화시켰고 더욱더 강인한 군대를 만들어냈다.
그러한 용궁 안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어 오는 존재가 있다.
그는 두 개의 기다란 귀와 복슬복슬한 하얀 털, 둥그런 털 뭉치 같은 꼬리를 흔들어대며 깡충깡충 뛰는 토인족 캬리였다.
“용왕님! 민혁 님의 영지 아틀라스를 향해 바라스 왕국의 병력 10만 이상이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메기의 얼굴을 가지고 황금색 도포를 걸친 용왕.
그의 얼굴에 심각한 기색이 생겨났다.
민혁. 그가 누구이던가.
용궁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민혁은 자신을 찾아왔었다.
혹시 자신에게 힘을 빌려줄 수 없겠느냐고.
그때 용왕은 뚜렷한 대답을 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민혁은 ‘헤헤-’ 하고 웃었다.
‘설령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전 맛있는 곳이 많은 이곳을 사랑하거든요!’
그러면서 민혁은 ‘바다의 꿀’을 한가득 챙겨서 돌아갔다.
용왕이 선뜻 대답하지 못한 이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용왕의 바다의 존재들이 인간들의 싸움에 개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는 다른 인간들과 달랐다. 자신의 목숨을 구했고 용궁 전체를 구원한 자였다.
“캬리, 제빗, 라든.”
용왕의 아이들.
그 셋이 일제히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가 우리를 구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구를 구해보자꾸나.”
그 말에 토인족 캬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제빗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용왕의 바다에서 군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상어족.
이족보행의 그들은 상어의 머리를 가졌다.
흰수염 고래족.
그 크기가 자그마치 7m에 이르는 용왕의 바다의 방패였다.
그리고 용왕.
그 어떠한 네임드 NPC보다 강력하며 그일 이후, 더욱더 크게 성장했다.
이제 그 또한 지존 NPC 이상의 힘을 갖추게 되었다.
용왕을 선두로 5천이 넘는 대군들이 용왕의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다.
그 대군이 아틀라스 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정도를 걸었을까.
그들은 또 다른 정체불명의 군단과 마주하였다.
그들의 숫자 약 5천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들로 추정되는 자들.
새하얀 백마 위에 올라 있었으며 얼굴을 두건 같은 것으로 가리고 있었으나 뾰족한 귀가 숨겨질 리가 없었다.
용왕과 용왕의 아이들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자들이 앞으로 나왔다.
먼저 가장 화려한 백마 위에 올라 있는 사내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건을 끌어내렸다.
그의 얼굴. 용왕 또한 알고 있었다.
“고든.”
그렇다. 그는 바로 엘프의 왕이라 불리는 고든이었다.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왕좌를 누군가에게 내준 적이 없는 엘프의 절대적인 통치자!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있는 자.
바로 고든의 아들이자, 엘븐하임의 왕자이며 엘프족 역사상 가장 활을 잘 부린다고 소문난 아르곤 왕자였다.
사실 엘프족과 바닷속 생명체들은 친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가 적대적이었다. 과거 지금의 용왕이 왕좌에 앉기 전, 용왕의 바다가 위험에 빠졌을 때 전대 엘프의 왕에게 도움을 청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엘프의 왕은 이를 거부하였었고 다행스럽게도 용왕의 바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그때 일 이후부터 용왕의 바다와 엘프족은 적대하게 되었다.
서로를 한참이나 마주 보고 섰다.
뒤쪽에 선 바닷속 병사들과 엘프족들은 자칫 이곳에서 전쟁이 발발하는가 싶었다.
하나, 먼저 엘프의 왕 고든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뜻하는 바가 같소?”
“고든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코끼리만큼이나 많이 먹는 그 사내를 말씀하시는 것이 맞겠죠? 그것이 맞다면 같은 뜻을 품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엘프의 왕 고든과 용왕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작게 웃음 지었다.
천천히 서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우리의 개입이, 어쩌면 그를 더 강대하게 하고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황제의 탄생을 이루게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가 대륙의 황제가 된다라, 그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저 또한 기쁠 것 같군요.”
그 둘이 손을 마주 잡았다.
엘프족과 바다종족들로 구성된 1만을 넘는 병력.
그들이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아이드 영지.
이필립스 제국에서 창공이라 불리는 발라드 후작의 영지였다.
늦은 밤, 차가운 겨울날의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는 발라드 후작의 눈에 과거가 회상된다.
‘스승님.’
귀신창 밴.
대륙의 모든 창의 아버지이요, 그들의 스승이었다. 항상 검술보다 무시 받아왔던 창술.
그러한 세상에서 태어나 그들은 귀신창 밴이라는 위대한 자를 만났다.
그는 발라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결코 천재가 아니었다. 하나, 호통 속에 숨겨져 있는 귀신창 밴의 가르침이 고작 준남작 작위 기사의 아들에 지나지 않았던 자신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후작에 이르게 도와줬다. 얼마 전 귀신창 밴이 자신을 찾아와 ‘대가리 박아’를 시켰을 때 발라드 후작은 진심으로 기뻤다.
‘스승님께서 살아 계셨구나……!’
가끔 그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오곤 했다. 하나, 아들을 잃은 그가 죽었으리라, 그를 기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유언비어이리라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정정하신 모습으로 자신에게 말씀하셨다.
‘대가리 박아.’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그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그는 오랜 시간 창에 게을러져 있었다. 후작이라는 높은 자리가 그를 훈련에 게을리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쿠르르르 쾅쾅!
하늘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
“보좌관.”
“예, 후작님.”
“나는 휴가차 로비드 마을에 다녀오는 것일 뿐이네.”
“알겠습니다.”
보좌관에게 그리 전한 발라드 후작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검은 로브를 두르고 아수라 백작의 가면을 착용했다. 후드까지 깊게 뒤집어쓴 그가 적막한 숲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둠 속에 멈춰 섰을 때.
쿠르르르르 쾅쾅!
또 한 번 천둥 번개가 매섭게 요동치며 눈앞에 나타났다. 강력한 의지를 다지는 수천의 창술사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다.
그들 모두가 발라드 후작이 보낸 아수라 백작의 가면을 착용하고 차가운 비를 맞고 있었다.
“우리의 아버지께서 위험에 처하셨다.”
모두의 눈빛이 살아있다. 전설, 그리고 아버지. 때로는 화만 내는 늙은이.
하나, 모든 창술사의 우상!
“바라스 왕국군이 어느덧 15만 명이 집결되었다고 알려진다. 그 대군이 지금 아버지께서 계신 땅을 향해 진격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차가운 빗줄기 속, 그 목소리는 뜨겁고도 강력하게 뜻을 함께하기로 한 자들의 가슴을 진동시킨다.
“죽을지도 모른다. 가면을 쓴 순간 우리는 어디의 귀족도, 상인도, 부자도, 어딘가의 기사도 아니다. 우리의 죽음엔 어떠한 영광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우린 그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싸워야만 한다.”
“귀신창 밴을 위하여!”
“우리들의 전설을 위하여!”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나의 심장도 아깝지 않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뜨거운 함성이 적막함에 젖어 있던 숲속을 가득 채워나간다. 지금 또 다른 2천의 군사가 아틀라스 영지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 민혁이라는 사람이 베푼 것과 그의 성품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