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72
밥만 먹고 레벨업 573화
천외국.
그리고 대한민국 랭커들이 27명의 왕과 충돌했다.
그들은 알았다.
이 전투가 왕좌전의 판가름을 가르는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칸과 아레스 님을 구해라!!!”
“천외국을 구해라!!”
천외국의 많은 이들이 앞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성벽 밑으로 적들을 끌어안고 내려섰다.
그들은 가장 먼저 쓰러진 천외국의 이들을 구해냈다.
그다음, 물량전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달린다.
그 앞의 선두로 검의 황제 카르가 있었다.
“준비!!”
카르의 옆을 수백 명의 ‘검사 클래스’ 유저들이 뒤따랐다.
하나같이 그들은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랭커들이다.
그들이 일제히 허리춤의 검집에 손을 얹는다.
“발도(拔刀).”
“발도(拔刀).”
빛처럼 빠르게 뽑아 앞의 적들을 쓸어 버리는 광역기 스킬.
수백 개의 그 힘들이 앞을 막아서고 있는 왕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
신궁 루트 역시 수백 명의 궁수 랭커들을 이끌고 베트남의 먀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파아아아앙-
신궁 루트가 화살 한 발을 쏘며, 먀오가 그대로 그 화살을 허공에서 부숴버렸다.
타타타타타탓-
서로를 향해 달려가며 화살을 쏜다.
그 뒤로, 수백 명의 궁수 랭커들이 일제히 스킬을 발현한다.
“트리플 샷!!!”
“난사샷!!!”
“파워 에로우!!”
“에너지 에로우!!!”
푸콰콰콰콰콰콰콱!
먀오의 앞으로 정체 모를 황금빛 실드가 생겨났다.
세계 탱커 랭킹 1위.
방패의 신이라 불리는 자.
이탈리아의 발렌티노.
그가 가진 스킬 ‘왕의 방패’였다.
왕의 방패는 ‘동료’로 인식되는 이들을 서른 명까지 보호할 수 있다.
심지어 발렌티노가 만들어내는 실드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궁수들의 스킬 세례를 받은 투명한 방패가 뚫리지 않았다.
곧바로.
푸푸푸푸푸푸푹-
“으아아악!”
“끄아아아악!”
“컥!”
루트의 등 뒤에서 달리던 궁수들이 먀오의 화살에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힘의 차이.
평소 일반 유저들이 자신들을 보며 느꼈을 좌절감이 루트를 엄습했다.
모두가 지금 알고 있었다.
곧 놈들이 주변에 대기시켜놓았던 어마어마한 대군이 도착할 것이다.
그 전에 이 빌어먹을 왕들 몇몇이라도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다.
문제는 그것조차 힘들다는 것.
“하악하악.”
“허억허억.”
칸과 아레스가 포션을 마셔 겨우겨우 지탱해서 몸을 일으켰다.
참혹한 전장이다.
수만의 랭커들이 몰려가지만 스물일곱의 왕 중 위태롭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은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엘피스나, 고르피도가 알렉산더의 발을 묶어두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푸푸푸푸푸푸푹-
켄타로가 빛과 같은 속도로 랭커들 사이를 누비며 그들의 목을 꿰뚫고.
신궁 먀오가 궁수들을 거의 싹 쓸어버렸다.
심지어 발렌티노의 방패는 그들을 공격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3만 5천 중 벌써 3천의 병력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콰지이익-
지니.
왕들을 향해 내달리던 그녀가 바로 옆에서 켄타로의 검에 의해 목에서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랭커를 보았다.
또 바로 앞에선 기공사 드미트리스가 사용한 힘에, 몸이 폭발하는 랭커가 있었다.
수만 명이, 수십의 왕들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격의 차이.
항상 자신들이 안겨주었던 좌절감과 상실감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더 나아간 세상에는 이처럼 자신들이 어쩌지 못하는 최강의 존재들이 있었다.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숨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하아하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천외국은 끝이다. 민혁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 번, 그 녀석이 말한 적 있다.
‘지니. 난 널 믿어, 혹시 언젠간. 내가 병 때문에 잘못 된다 해도 네가 있기에 안심이야.’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던 나의 친구이다.
그 녀석을 위해,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그 녀석이 안도할 수 있게 자신들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적들의 힘은 너무도 강인했고, 자신들은 그 앞에 대악마 앞에 있는 몇몇 인간들에 불과해 보였다.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그녀.
그녀가 죽어가는 천외국 길드원들을 보며 머리가 새하얘진다.
우린 여기서 이대로 끝나는 걸까?
바로 그때.
덥석-
투박하지만 그 누군가의 것보다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채 일으켜 세웠다.
그 앞에 창신 밴이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창신 밴.
그는 어째서 왕들을 제지하지 않았는가?
정확히는 ‘못했다’.
그는 몇 번의 전투 후에 ‘스테미나’가 모두 고갈되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반신의 경지까지 강화된 몸을 가졌다 하나 그는 지금 신과 같은 힘을 내고 있었다.
그의 육체가 그를 견디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스테미나량을 갉아먹고 있었다.
“지니야.”
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매번 그녀를 ‘부길마’라고 표현했던 그였다.
“우린 그저 물러서지 않으면 된단다.”
“……!”
그 말 한마디가 지니의 가슴 깊이 틀어박혔다. 좌절하기 전에, 마지막까지 싸워야 한다.
간단한 이치.
창신 밴이 그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창신 밴이, 귀신처럼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지끈.
“뭐, 뭣……!”
알렉산더가 있었다. 순간적인 공격에 검을 들어 막아낸 그는 그곳에 어떠한 무기도 없음을 보고 경악했다.
그것은 창신 밴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영의 창.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알렉산더는 지끈거리는 타격감에 양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중요한 건 지금 그들이 평소보다 ‘1.5배’ 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결국에 알렉산더가 뒤로 날아갔다.
상황을 인지한 왕들이 일제히 창신 밴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켄타로가 ‘펑!’ 하고 터지며 수십 명이 되어 밴에게 달려든다.
신궁 먀오가 활시위에 네 개의 화살을 걸어 그에게 쏜다.
켄라우헬이 검기를 쏘아 보내 그를 제지한다.
하나. 그 누구도 창신 밴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스물일곱의 왕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떻게 이런…….”
“고작 혼자서.”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한 랭커의 중얼거림은 사실이었다.
창신 밴의 스테미나 소모는 빠르다.
그에 반면, 적은 스물일곱 명.
지금과 같이 압도하지 못한다면, 결국에 쓰러지는 건 창신 밴이다.
그리고 어느덧.
문득 주변을 둘러봤을 때 왕들이 집결시킨 20만 대군의 랭커들이 그들을 겹겹이 둘러싸며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X발…….”
“끝났어.”
“우린 졌어.”
“여기서 싹 쓸릴 거야.”
20만 대군의 앞에는 궁수 랭커들과 마법사 랭커들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저들이 쏘아내는 화살만 수만 발이고, 마법 공격만 수천 개 이상이다.
그 폭격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설령 살아남아도 저 20만 대군에게 짓밟히리라.
바로 그때.
“그래서 목 내놓고 죽을 겁니까?”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천외국의 부길드 마스터이자, 대한민국 랭커들의 선망의 대상.
바로 지니였다.
“아니면 싸우다 죽을 겁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그들을 조롱하듯 했다.
그렇다. 그녀의 말처럼이다.
자신들은 바보같이, 죽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될 것인가?
“우리가 성문을 나선 순간. 우리는 각오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각오했다.
힘의 차이에 좌절하는 것.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서서히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 아름다운 노을이 전쟁터를 비춘다.
“아름답게 집시다.”
지니와 살아남은 랭커들이 20만 대군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20만 대군의 앞. 그들을 통솔하는 자가 명령했다.
“격발하라.”
수만 발의 화살이 비가 되어 랭커들을 뒤덮는다.
수천 개의 마법이 형형색색을 띠며 그들에게 재앙이 되어 내려선다.
그러나, 대한민국 랭커들은 달렸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 * *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말을 잃지 못한다.
찜질방의 대형 스크린에 둘러앉아 TV를 보던 사람들.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학살전에 말문을 잃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푸푸푸푸푸푸푸푹!]수만 발의 화살과 수천 개의 마법들이 대한민국 랭커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 틈에 쓰러졌던 랭커들이 다시 몸을 일으켜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떠한 랭커는 온몸에 화살이 꽂힌 채로 다시 일어서 내달리고 있었다.
또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많은 이들.
[아, 대한민국의 함락이 코앞입니다!] [속수무책으로 대한민국 랭커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천외국의 왕 식신은 참가하지 않았는데요. 그가 오기 전에, 이렇게 성은 함락당하고 마나 봅니다.] [말 그대로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안타깝게도…….]한 해설자가 목이 메이는 듯 차마 그 말을 끝맺지 못할 정도였다.
TV 속.
랭커들이 죽어가면서도 고군분투한다.
쓰러지면 일어서고, 쓰러지면 일어서고.
어떻게든 대군 앞에 당도해, 그 앞의 놈들을 베여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그들은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데, 나는 그들이 멋지고 자랑스러운가?
또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가?
‘나도 저런 랭커가 될 수 있을까?’
지고 있으나 그들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느덧 대부분이 죽어, 이제 약 1만 1천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곧 대한민국 국민들이 환호할 알림이 세상이 퍼졌다.
[천외국의 왕 민혁이 ‘왕좌전’에 입장합니다!]* * *
아비규환이다.
20만 대군 앞에 3만 중 약 2만의 병력이 쓸려나가 장렬히 죽음을 맞이했다.
거대한 20만 대군의 원에 둘러싸인 이들이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투쟁하기 위해 서로가 등을 붙이고 적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중에 상당수가 부상자였다.
이제 저 20만 대군의 이들이 궁극기만 난사해도 자신들은 모두 전멸하게 될 것이다.
지니나, 칸, 로크, 엘피스, 고르피도 등도 겨우 숨만을 헐떡이고 있었다.
보상으로 받았던 포션은 모두 동났고, 자신들은 겨우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HP만 남았다.
그리고 창신 밴마저 스테미나가 고갈된 듯 위태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전멸이 눈앞이지만 지니는 웃었다.
“최선을 다했는데, 후회 있나?”
그 말에 모두가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아쉬운 것은 우리가 저들에게 닿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는 사실일 뿐.
저 왕들에게 빅엿을 먹이고 싶을 뿐이다.
차츰, 사령관이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바로 그때.
[천외국의 왕 민혁이 ‘왕좌전’에 입장합니다!]“……!”
“……!”
“……!”
모든 왕이 숨을 죽였다.
천외국의 왕은 그들마저 긴장할 정도의 거물이었기에.
그들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곧 먀오가 말했다.
“그는 혼자이지.”
“차라리 오지 말았어야 했어.”
“혼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왕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결국 등장하는 ‘그’는 혼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 말했어도 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저기……!”
신궁 먀오가 높은 성벽 위.
빛이 되어 왕좌에서 나타난 민혁을 가리켰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민혁에게 향했다.
왕좌에 앉은 민혁.
그가 곧 왕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그가 오만한 표정으로 좌중을 바라본다.
그 오만한 눈빛에 누군가는 콧방귀를, 누군가는 긴장을, 누군가는 그를 비웃었다.
그 순간.
왕들의 바로 앞에 있던 창신 밴의 앞으로 한 그릇의 요리가 빛과 함께 나타났다.
파아아앗-!
“응?”
“요리?”
“지금 상황에서 요리 한 그릇으로 뭘…….”
식신의 요리는 경악스럽다 알려진다.
그는 사실이지만 고작 한 그릇이다.
하나 곧.
칸의 앞으로 빛에 휩싸이며 창신 밴 앞에 놓인 요리와 같은 것이 생겨난다.
그리고 지니, 엘피스, 코니르, 아레스, 로크, 그 모든 자의 앞으로 동일한 요리가 빛에 휩싸이며 나타난다.
파아앗-!
파아아앗-!
하나둘씩 생겨나 어느덧, 모든 대한민국 랭커들의 앞으로 같은 요리가 생겨난다.
총 요리의 숫자가 1만 개가 넘어선다.
그 누구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도 안 되는 힘.
1만 개 이상의 요리가 발현하는 빛이 전쟁터 전체를 비췄다.
“……!”
“……!”
“……!”
“……!”
민혁이 마지막 말을 끝맺으며 왕과 같이 오만하고 위대하게 웃었다.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