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73
밥만 먹고 레벨업 574화
어비스.
신의 무덤.
식신 엘렌은 50만 명의 이들을 구하기 위해 ‘만인의 즐거움’이라는 힘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죽음이었다.
어비스.
민혁에겐 전대 식신처럼 ‘만인의 즐거움’이란 힘은 없었다.
만약 처음 식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나둘씩 차츰 그들을 위해 요리한다면 그들은 서로를 죽이며 자멸하게 될 것이다.
‘식신 엘렌의 신들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에 대한 오만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민혁은 이 시련을 쉽게 해결할 방법을 식신이 시련에 실패하던 과정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당신은 세 명의 신의 힘을 빌릴 수 있습니다.]이 알림이 해답이었다.
‘간단한 답이었으나, 그는 그 답을 선택하지 않았어.’
사람들을 배고프지 않게 하고 싶었던 식신.
그가 어리석다고 말할 순 없었다.
외로웠을 것이다. 나아가는 그를 막는 여러 절대신들. 그리고 자신에 의해 배고픔에 해소된 자들은 더욱더 그를 갈망하고 욕심을 부렸을 테니까.
“배고파…….”
민혁의 앞으로 어린 소년이 다가와 말했다.
쓴웃음을 지은 민혁은 퀭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자신이 판단한 가장 쉬운 선택을 내렸다.
“창조의 신, 농사의 신, 생명의 신의 힘을 빌리겠다.”
[신들의 힘을 빌립니다.] [농사의 신이 어떠한 힘을 원하는지 묻습니다.] [생명의 신이 전대 식신과 다른 선택을 원합니다.] [생명의 신이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빛내고 있습니다.]민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50만의 굶주린 자들이 있는 이곳은 어떠한 곳일까?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전쟁과 같은 것에 패하여 도망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숨어든 곳이다.
문제는 이 땅의 흙은 푸석푸석했고, 햇빛 한 점 들지 않는다.
나무조차 자라나지 않는, 말 그대로 황무지와 같은 땅이다.
“생명의 신이시여,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을 내려주십시오.”
곧바로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르르르-
진동하는 땅. 메말라 보였던 땅이 비옥한 땅으로 변화한다.
땅속에서 솟아난 뿌리가 거대해지며 수만 그루의 나무를 만들어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던 이곳에 해가 들어온다.
“해, 해다!”
“햇빛이야!”
오랜 시간 해를 보지 못했던 그들이 눈을 찡그리면서도 그 해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치지 않았다.
“창조의 신이시여, 제게 여러 가지 식재료가 자라날 수 있는 많은 씨앗을 내려주십시오.”
그의 말과 함께 민혁의 등 뒤로 엄청난 크기의 자루들이 생겨났다.
자루들에는 ‘밀’, ‘벼’, ‘보리’, ‘감자’ 등등으로 모두 표기되어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놀라워.”
“신비한 일이야.”
민혁은 그 포대 자루를 거머쥐고 그곳 주변을 돌며 뿌렸다.
“따라가자.”
“저자는 신이 분명해!”
“아아, 위대한 자시여!!!”
민혁의 뒤에 따라붙은 자들이 그를 찬양한다. 그리고 민혁은 가는 길마다 손에 씨앗들을 한 움큼씩 쥐고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습 같다.
마을 곳곳에 씨앗들을 뿌린 후, 민혁은 그 씨앗들이 뿌려진 곳을 둘러봤다.
“농사의 신이시여, 저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게 해주십시오.”
민혁이 씨앗을 뿌렸던 곳에서 곧바로 씨앗들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길게 뻗은 벼와 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메말랐던 땅으로 수만 개의 감자알들이 생겨난다.
또 다른 곳에서는 먹기 좋아 보이는 사과가 열리는 사과나무가 자라난다.
“우, 우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그들 모두가 즐거움에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들이 과일을 따 먹으며 기뻐한다.
과일을 먹고 힘을 차린 이들이 각자 농기구들을 들고 밭을 향해 달려간다.
때로 사람이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하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처럼, 민혁은 그들에게 그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제 그들이 스스로 수확하고, 스스로 요리하며 배를 채우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민혁이 생각한 가장 쉬운 길로 이 시련을 해결하는 답이었다.
[식신이 해내지 못했던 시련을 완수하셨습니다.] [신들이 당신의 업적에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신 중 몇몇이 당신에게 찬사를 던집니다.] [생명의 신의 찬사에 당신의 HP가 1%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농사의 신의 찬사에 당신의 손재주 스텟이 1%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대장장이 신의 찬사에 당신의 손재주…….]무수히 많은 신이 민혁을 찬사하고 있다.
이 신들은 분명 ‘죽음을’ 맞이한 신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어비스’ 안에서만큼은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신.
[식신의 절대신의 비기. ‘만인의 즐거움’을 획득합니다.] [식신의 찬사에 절대신의 비기 ‘만인의 즐거움’의 힘을 딱 1회 LV9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식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민혁에게 힘을 계승시켜 준 그 또한 바라보고 있었다.
민혁은 식신이 만들어낸 절대신의 비기. ‘만인의 즐거움’을 망설임 없이 확인해 봤다.
(만인의 즐거움)
절대신의 비기.
레벨: 1
소요마력: 5,000
사용 패널티: 모든 스텟 0.5% 하락.
쿨타임: 144시간.
효과:
⦁요리를 만들기 전 ‘만인의 즐거움’을 적용시킬 시 요리가 완성된 후, 총 10명의 이들의 앞으로 동일한 요리가 나타난다.
⦁나타난 요리의 효과는 모두가 똑같다.
⦁스킬 숙련도는 상대방이 자신의 요리를 먹고 만족하였을 때, 또는 에픽, 전설, 신 등급 요리를 만들어냈을 때 상승한다.
1레벨의 만인의 즐거움은 분명히 놀라운 스킬이다.
하지만 일부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패널티가 너무 커.’
하나의 요리로 10명이 같은 효과를 본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나, 패널티가 자그마치 모든 스텟 0.5% 하락이다.
즉, 스텟량이 높을수록 더욱더 패널티는 커진다는 거다.
때문에 10명을 먹이고 스텟을 잃느냐, 먹이지 않고 스텟을 보존시키느냐로 저울질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식신은 민혁을 ‘찬사’하여 딱 1회만 9LV의 만인의 즐거움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왔다.
그를 확인해 본 민혁.
“컥!!!”
그는 경악성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패널티가 크다는 말 취소다.’
만인의 즐거움.
9LV이 된 이 녀석의 효과는 어떠한가?
똑같은 패널티 0.5%의 스텟 하락이 붙어있다.
그리고 인원수는 무한이다.
“…….”
아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있단 말인가?
물론 이 특혜는 딱 1회만 사용이 가능하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인원수가 더 많아지는 만큼 만인의 즐거움 스킬의 레벨을 올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민혁에겐 너무도 필요한 힘이었다.
때마침 귓속말이 도착했다.
[지니: 민혁아, 성문을 열고 왕들과 싸우려고 해. 미안해. 하지만 난 내 선택이 옳다고 생각해.] [민혁: 네가 그렇다면 맞겠지,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갈게.]지니는 똑똑한 여인이다. 그랬기에 그 선택이 옳음을 민혁은 알았다.
그는 자신이 지체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는 신이 키운 어비스의 소에서 부위를 골랐다.
신이 키운 어비스의 소는 모든 부위가 가지는 특수능력이 다르다.
이 힘 중에, 현재 힘겹게 왕좌전을 버티고 있는 이들을 위한 버프 요리가 필요하다.
그러던 중, 민혁은 한 가지 부위를 선택했다.
바로 부채살이다.
신이 키운 어비스의 소의 부채살 특수효과는 이러했다.
[부채살: 영구적인 효과 시 스킬 숙련도 및 스텟 +6 상승, 버프 효과 시 요리하는 자, 요리 등급 등에 따라 스텟 및 스킬 레벨 상승.]모든 재료는 영구효과를 낼 때와 버프 효과를 낼 때 전혀 다른 효과를 보인다.
영구적인 것은 캐릭터의 영원한 강화를 뜻하지만 버프는 일시적인 힘을 내는 걸 뜻한다.
때문에 영구적으로 고작 몇 개가 오른다 해도 버프 일시에는 몇십 배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민혁은 부채살을 주재료로 선택하고 어비스의 밭에서 알레네에게서 뺏어(?)온 재료들을 모았다.
양파.
어비스의 밭의 양파는 MP량 회복 효과가 있다.
감자. HP량 회복 효과가 있다.
마늘.
모든 방어력을 올려주는 효과를 가진다.
새송이버섯.
공격력을 소량 상승시켜 주는 효과를 가진다.
이 여러 가지 재료들로 요리를 시작한다.
‘시간이 없다.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부채살.
임금님의 양옆으로 시녀들이 부채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습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불고기나 혹은 그저 불판 위에 구워 먹기, 또는 스테이크용으로도 쓰인다.
민혁은 단번에 요리를 결정했다.
‘큐브 스테이크.’
큐브 스테이크란 마치 큐브처럼 네모 반듯하게 잘린 스테이크를 뜻한다.
먹기도 편하며, 맛도 좋다.
요리 시작 전에 스킬을 발동한다.
“만인의 즐거움을 사용한다.”
[앞으로 만들 요리에 만인의 즐거움이 적용됩니다.] [식신의 찬사에 의해 만인의 즐거움이 9LV의 힘을 냅니다.]먼저 두껍고 붉은 부채살을 키친타올을 이용해, 핏기를 제거해 준다.
그다음 소금, 후추, 오일 등을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듬뿍 뿌려준다.
함께 구울 야채들을 잘 썰어 손질해준다.
띠리리리리릭-
불을 켠 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연기가 나올 정도로 뜨겁게 달궈준다.
잘 달궈졌을 때, 두툼한 부채살을 조심스레 올린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맛있게 익어간다.
그리고 정확히 1분이 지났을 때 뒤집는다.
치이이이이익-
마치 한 면이 탄 것과 같이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저 속은 붉은 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또다시 1분 후 뒤집어주고 민혁의 기호에 따라 잘 구워낸다.
구워내면서 집게와 가위를 이용해, 큐브 모양으로 잘라내 준다.
먹기 좋게 익어가는 큐브 스테이크로, 올리브유를 또 한 번 두르자 프라이팬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화아아아아아악-
그 뜨거움 속에서 스테이크를 모두 익혀주고, 양파, 마늘, 새송이버섯 등도 잘 익혀준다.
마지막은 삶아진 감자를 으깨고 마요네즈, 설탕을 넣어 함께 버무려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낸다.
큐브 스테이크를 한쪽에 몰고, 그 옆으로 잘 구운 양파와 마늘, 감자 샐러드 등을 올려 잘 정리한다.
마침내, 완성되었을 때.
민혁은 지체하지 않았다.
“알레네. 지켜보고 있죠? 절 밖으로 내보내 줘요.”
민혁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그것은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빛에 휩싸여 나타난 첫 번째 요리.
그리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동일한 요리들.
그 요리가 대한민국 랭커들의 앞에 모두 나타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식신의 요리?”
“1만 명한테 전부……?”
1만 명의 랭커들은 전부 자신들 앞에 놓인 요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스물일곱의 왕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1만 개의 요리 버프가 이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건가!”
“이건 버그가 분명합니다!”
“이건 인정할 수 없어!”
그들의 말은 합당했다.
왕좌전은 모든 ‘소모품’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특혜에 따라서만 제한이 풀린다.
1만 개의 버프 요리는, 그 제한에 분명히 걸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온 세계가 이를 ‘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게임의 핵.
불법적으로 게임을 조작하여 비정상적인 캐릭터의 행위가 가능해지게 한다.
예를 들어 힘이 1인 유저가 10,000만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곧 모든 사람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대한민국의 왕. 민혁 유저가 ‘핵’이 아님을 ㈜즐거움 측에서 공지합니다.]“……!”
“……!”
“……!”
“……!”
왕들과 세계가 경악했다.
저게 핵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식신이 가진 스킬이라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저 1만의 병력이 모두 저 요리를 먹는다면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강군이 될 것이다.
“격발 준비!!”
왕들은 다급히 손을 들어 올렸다.
수만의 궁수, 수만의 마법사들이 마법폭격을 준비한다.
바로 그때.
미리 민혁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알 리가 1만의 병력 틈에 뛰어들었다.
알리와 민혁의 시선이 마주쳤다.
‘미안합니다. 알리 님.’
‘괜찮습니다.’
그와 함께 알리의 주변으로 거대한 빛이 강타했다.
그 빛은 1만 명의 유저들 모두를 집어삼키고 그들을 성벽 위로 인도했다.
그것은 어떠한 유저들도 살면서 본 적 없는 대규모 ‘매스 텔레포트’이다.
“1만의 유저들을 매스 텔레포트 시킨다고?”
“…….”
왕들조차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알리는 한 번의 매스 텔레포트를 위해, 자신이 가진 보르몬의 마나하트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 대가는 죽음이다.
“뒤를 부탁합니다.”
스르르, 사라져가는 알리를 보며 랭커들은 자신의 손 위에 올라간 큐브 스테이크를 보았다.
그와 함께.
왕들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막아라!!!”
“절대 저들이 음식을 먹게 두어선 안 된다.”
“전군 공격하라!!!”
수만 개의 화살 비와 수천 개의 마법 비가 쏟아진다.
그리고 성벽 위. 왕좌에서 일어난 민혁이 천외국의 문양이 그려진 붉은 망토를 둘러 성벽의 난간 위에 선다.
“철갑 모드.”
꽈드드드드드드득-
땅속에서 솟구치는 철갑들이 천외국의 성을 뒤덮기 시작했다.
철갑으로 덮이기 시작하는 성의 안.
많은 랭커들과 천외국 길드원들이 민혁을 걱정스레 바라본다.
민혁은 그들을 보며 쓰게 웃어준 후, 난간 위에서 뛰어내렸다.
탓-
완전히 철갑에 뒤덮인 성.
성을 향해 27명의 왕과 20만 대군이 돌격해 오고 있었다.
성을 등지고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 붉은 망토를 펄럭이는 대한민국의 왕이 적들을 향해 한 걸음을 떼며 말했다.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