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02
밥만 먹고 레벨업 703화
군신의 후보는 세상에 딱 두 명만이 존재했다. 애초에 신의 검들은 인간 중에서 간택된다.
그 두 명의 후보 중, 네르바 세피로스는 그 다른 이에 비해 한없이 부족했다.
그는 덕이 넘쳐났으며, 부하들을 다스리는 능력 또한 월등히 뛰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는 카리스마 또한 자신보다 월등했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결국 군신의 자리에 오른 자는 네르바 세피로스였다.
자신은 경쟁자이자 친구인 그를 배신하였고 원하던 것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군신의 힘을 이어받았던 그 날의 음성을 기억한다.
[군신의 검은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 [군신의 검은 온 대륙의 주인이 되어야 하며 신들의 후예조차도 무릎 꿇려야 한다.] [군신의 검은 절대신의 후예들조차도 짓밟아야 한다.] [군신의 검은 지존이다.]그때의 희열을 네르바는 잊지 못했다. 결국 그토록 잘났던 그가 아닌 자신이 군신이 되었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런데 바로 오늘날.
루브앙 제국이 욕보였다.
황좌에 앉아 있는 네르바 세피로스.
“…….”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눈이 천장에 가로막힌 하늘에 향한다.
그의 눈엔 똑똑히 보인다. 두 개의 별이 지고 있다.
바로 엘리니와 렌드의 죽음이었다. 두 명의 신의 검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루브앙 제국에 내렸던 재앙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죽은 줄 알았던 가축들은 죽지 아니하였었고 돌았던 전염병은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사상자는 없었다. 그렇지만 네르바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사실이었다.
네르바 세피로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거대한 문을 열어젖힌 순간 바깥에 도열하고 있는 루브앙 제국군이 보인다.
루브앙 제국군은 더 강해지고 있었다. 승전을 계속할 때마다 계속 성장하였고 군신은 네르바에게 보상들을 계속해서 내렸다.
그렇다.
‘순탄하게 모든 제국과 왕국이 내 발밑에 무릎 꿇을 줄 알았다.’
자신은 계속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불현듯, 과거 자신과 군신의 검 후보이자 절대신의 검이었던 자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네르바. 언젠간 너에게 엄벌을 내릴 자가 있을 것이다. 나는, 너의 악행을 잊지 않을 것이며 역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반당했던 나의 친우였던 자의 목소리가 네르바의 가슴을 욱신거리게 한다.
‘감히 누가 나를 벌한단 말인가?’
그가 도열한 4만 대군을 바라봤다. 고작 4만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하나같이 최정예의 루브앙 제국군들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기사들로만 구축되어 있었으며, 가장 말단의 기사도 레벨 500을 넘을 정도이다.
또한 그들은 오로지 신의 검들이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자들이었다.
그들 1만만 있어도 왕국 하나쯤 밀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으며 루브앙을 대표하는 군대였다.
루브앙 제국에 있는 흑기사는 고작해야 15만에 불과했다.
흑빛 투구에, 흑빛 갑옷, 흑마에 오른 그들을 제국군은 ‘네르바의 흑기사’라 부른다.
그리고 그 앞에 도열해 있는 자들.
열두 명의 신의 검들이었다.
네르바는 급히 각 왕국과 제국 침략 등에 투입되었던 신의 검들과 흑기사들을 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선택된 몇몇 유저들에게 이러한 알림이 들렸다는 사실이었다.
[제국 퀘스트: 네르바의 흑기사]등급: SSS
제한: 레벨 500 이상.
보상: 기여도에 따른 제국의 귀족작위.
설명: 네르바는 건방지고 오만한 천외국의 왕을 벌할 생각이다. 그가 보낸 병력들과 함께 에세르 요새를 함락하고 곧바로 마세르라티 왕국을 점거하라. 또한, 왕 리챠드의 목을 벤 자에겐 ‘백작’ 작위가 하사될 것이며, 천외국의 왕 역시도 마찬가지다.
물론 루브앙 제국군 소속 유저들만이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그런데 중요한 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하이랭커들 중, 약 15% 이상이 루브앙 제국으로 이주했다.
그만큼 루브앙 제국은 전쟁 위험으로부터 안전했고 자신들을 성장시킬 방편이 많았으니까.
또한, 루브앙 제국은 하이랭커들도 고작 ‘준남작’ 작위의 기사직도 따내지 못했을 정도다.
한데, 귀족작위를 준다?
심지어 루브앙 제국은 준남작 작위라 할지라도 엄청난 대우를 받고 제국의 후원을 받는다고 알려지며, 네르바 세피로스의 힘에 의해 성장할 발판이 생긴다.
즉, 하이랭커들에겐 꼭 잡아야만 하는 기회였다.
특히나, 천외국과 마세르라티 왕국에 원한이 있는 자들이라면 더더욱.
약 2만에 이르는 하이랭커들이 추가로 루브앙 제국에 집결했다.
그들 중에는 과거 ‘왕좌전’에 참여해 왕으로 활약했던 한 나라에서 가장 최강자라 불리는 유저들도 껴 있었다.
‘내가 명분을 따진다고 생각했는가, 천외국의 왕이여?’
네르바는 민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실 네르바는 언제든 강군을 운용할 수 있다.
단, 군신의 제지가 이어진다. 그렇지만 그 제지조차도 이번엔 무시하고 페널티를 받았다.
그리고 그가 차근차근 왕국과 제국을 삼키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다.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모든 왕국과 제국을 발밑에 두면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랬기에 하나둘 길들이는 중이다.
‘천외국은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력운용이 힘들다.’
덧붙여, 어떤 제국과 왕국도 이 전쟁에 참여할 순 없다.
그가 그토록 아끼는 엘레나 라르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군대를 움직이는 순간 그 국가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될 테니까.
심지어 마세르라티 왕국에 심어놓은 첩자가 보낸 서신에 따르면.
그곳에 엘레와 라르도, 그 외의 민혁의 친우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그들 모두, 오늘 너로 인해 죽을 것이다.’
그리고 마세르라티 왕국이 무너진 후 천외국 또한 무너질 것이다.
‘죽어도 살아나는 불사의 존재? 살아나도 죽이고, 살아나도 죽이고를 반복하겠다.’
네르바 세피로스가 명했다.
“우리의 영토를 빼앗은 마세르라티 왕국에 엄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
힘껏 환호 지르는 그들을 둘러본 네르바가 명했다.
“출정하라.”
* * *
루브앙 제국의 성안의 지하 감옥 깊은 곳.
민혁은 네르바 세피로스가 어째서 자신에게 그리 순순히 지하 감옥으로 가서 포로들을 해방시키라 했는지 들어오고서야 알게 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당신을 억압합니다!] [30시간 동안 이곳을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텔레포트, 귀환 주문서 등 그 어떠한 것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이건 예상외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레모리와 관종들은 자신의 염원대로 렌드와 엘리니의 목을 치는 데 성공했다.
[지니: 민혁아, 네르바의 흑기사와 2만의 하이랭커들이 에세르 요새로 진격하고 있어.]“……네르바가 보낸 최정예가 에세르 요새로 진격했다. 흠.”
민혁이 약 3시간 전에 중얼거렸던 말이다. 그리고 넬로는 그런 민혁을 보며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전하…….”
“응?”
“걱정 안 되십니까?”
“걱정?”
3시간 전에 그리 말했던 민혁은 엄청나게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3시간 동안 치킨 35마리와 피자 21판을 뚝딱 해치웠다.
“너무 걱정이다. 넬로.”
‘아니…… 피자 맛있엉! 이러면서 드셨던 분께서.’
넬로는 소문으로만 듣던 민혁 전하의 식성을 보아 오늘 또 한 번 감탄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리 봐도 넬로 기준에서 민혁은 엄청나게 초조해하지 않고 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최근의 전투로 인해 천외국 백성들과 병사들은 피폐해졌고, 그로 인해 병력들을 불러모을 수 없음을 압니다. 또 루브앙 제국에 감히 다른 왕국과 제국에서 지원 올 일도 없고요.”
바사삭-
민혁은 치킨 닭다리를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심지어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네르바의 흑기사들이라고 하면 세계 어떤 대륙에서도 대적할 자들이 없습니다.”
“그것도 사실이지? 닭다리는 안 되고, 퍽퍽살 하나 먹을래?”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흐으음.”
민혁은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넬로와 천외국 병사들은 초조해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민혁은 태평하게 치킨이나 물어뜯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지하 감옥으로 날아 들어왔다.
“……!”
넬로와 천외국 백성들이 깜짝 놀랐다.
민혁은 닭날개를 입안에 넣고 뼈만을 뽑아내는 마술을 선보였다.
“이런 거 본 적 있느냐?”
“…….”
왕의 목소리로 위엄 있게 묻는 민혁에, 백성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민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특별한 서신이다. 어찌 네르바 황제가 있는 곳에 서신이 도착할 수 있단 말인가?’
넬로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때에, 추가로 비둘기 한 마리가 또다시 날아들었다.
서신들을 모두 읽어 내려간 민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는 바는 안다, 넬로.”
“……네, 전하.”
“놈들은 천외국 백성들과 병사들을 죽였어, 그리고 난 이곳에 왔다.”
대단한 사람이다.
루브앙 제국에 재앙이 내려졌다는 사실, 넬로도 알고 있다.
그 장본인이 설마 전하일 줄이야?
그리고, 민혁. 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런데, 넬로.”
“예, 전하.”
“아직 백성들과 병사들의 한이 다 풀리지 않은 것 같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는 건가?
“지원군들이 우리들이 사는 세상에 도착했다는구나.”
‘우리들이 사는 세상……?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 * *
신의 검 렌드와 엘리니의 목이 떨어졌다. 그와 함께, 마세르라티 왕국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리고 전장을 누비는 홍염의 검사와 다크소드, 불사조의 사자에 의해 루브앙 제국군과 마세르라티 왕국군은 호각을 겨루는 듯싶었다.
힘을 회복하고 있는 레컬과 리챠드는 잠시 의문이 들었다.
“전하, 흑염룡은 10명 안팎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세 명만 오고 끝입니까?”
“……나 또한 이해할 수 없네.”
둘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
최초의 절대반신 클래스인 아스갈.
그녀는 자신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그레모리와 관종들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지금 엘레와 라르도가 너무 멋지게 등장했소.”
용왕.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레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하는 바이다. 지금 등장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적…… 아니, 아무튼 지금 등장해선 안 된다.”
“지금 가서 도와주시는 게…….”
“조용히 해주시게. 우리 아주 심각하다네.
“아수라 꼬맹아, 우리 심각하단다. 하…… 어떻게 등장해야 더 많은 관심을 받을까? 검은 마차를 타고 ‘악마 강림이시다!’라고 하면 되려나?”
“아니, 제발 그냥 지금…….”
“조용히 좀 해주겠나?”
“조용히 해.”
“쉿.”
“…….”
아스갈.
졸지에 신의 목소리 셔틀이 된 그녀.
그녀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복수하겠어.’
자신은 그들의 신의 목소리 셔틀이나 하려고 온 게 아니다.
심지어 그녀는 아수라였으며, 전장의 신이자 최초의 절대반신 클래스이다.
그런 그녀의 ‘복수’라면 그 어떤 자들이라도 두려움에 떨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전장에서 활약하는 자비 없는 모습을 본 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드디어, 그레모리가 출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검은 마차에 올라 멋지게 등장하겠어, 아수라 꼬맹이. 꼭 멋진 멘트를 날려야 한다. 알겠지? 모두가 나를 기억할 만한 멘트. 역사에 기록될 멘트 말이야.”
검은 마차에 올라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아스갈의 서리가 낀 듯 차가운 시선이 꽂히고 있었다.
‘가만 안 둘 거야.’
* * *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는 루브앙 제국군과 마세르라티 왕국군들.
갑자기 그 중심에 검은 기류가 휘몰아치며 검은 마차에 올라탄 그레모리가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허공에서 등장했다.
“가여운 자들아, 나는 팀 다크니스의 악의 여신.”
그녀가 우아하게 양팔을 들어 올린다. 그와 함께 검은 기류가 그녀의 주변으로 휘몰아친다.
곧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신의 목소리가 발동된다.
[악의 여신 등장함.]“……?”
“……?”
“……?”
그와 함께 순간 신의 목소리를 들은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그레모리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팔을 들고 우아하게 선고한다.
“죽거라.”
쿠콰콰콰콰콰콰쾅!
[악의 여신 스킬 씀. 짱쎔.]“……?”
“……?”
“……?”
“……와, 와아아아…….”
“다, 다크니스 팀의 악의 여신이라니이이~”
“너, 너무 멋진 등장이잖아아…….”
“우와아아아…….”
“너무 강하드아…….”
그리고 제국군들.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대신에 딱 한 사람 정도는 들을 수 없게 지정 가능하다.
즉, 그레모리만 못 듣게 설정한 아스갈이었다.
그레모리. 그녀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많은 사람의 관심에 취해, 양팔을 들어 올리고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모두의 ‘관심’에 젖어 들어갔다.
“후아아아아.”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아스갈.
‘헤헤, 복수 성공.’
귀여운 구석이 있는 그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