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54
밥만 먹고 레벨업 755화
㈜즐거움.
강태훈 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바로 ‘멸망전’이다.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멸망전을 하는 이유는 아테네의 주인이 오로지 루브앙 제국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현재 유저들이 대적하기 힘든 세 명의 공작들에게 여러 가지 제약을 넣든, 아예 멸망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든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스토리팀 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박 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멸망전은 우리 유저들이 루브앙 제국에 대적할 수 있다, 혹은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벤트입니다. 그곳에서 막강한 힘을 내는 공작들을 배제한다면 사실상 루브앙 제국의 힘을 낱낱이 드러낸 게 아니지 않습니까?”
회의에서 서로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더 특별했다.
멸망전.
제2의 아테네가 시작된 이후로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현재 루브앙 제국은 온 대륙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아테네의 영토 1/3 정도 가까이가 루브앙의 소유가 되었다.
유저들은 말한다.
-우리가 아테네를 하는 건지, 루브앙 제국에서 게임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처럼 유저들 중 상당수가 루브앙과의 싸움을 포기했다.
그런데 정말 유저들은 루브앙과 대적할 수 없을까?
“멸망전의 가장 큰 취지는 온 세계 유저들의 단합일세.”
그렇다.
멸망전의 가장 큰 취지는 온 세계 유저들의 단합이다.
유저들은 사실 루브앙 제국과 대항할 수 있다.
최상위 하이랭커 극소수들은 신의 검들과 충분히 견줄 만했고 뛰어난 랭커들은 충분히 그 군사력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문제는, ‘단합’이 되지 않는다.
온 세계인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그들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소속된 길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배척하고 있다.
이 멸망전을 통해서 유저들은 볼 수 있을 것이다.
단합된 유저들이 얼마나 강인한지.
결코 루브앙에 뒤지지 않음을 말이다.
“멸망의 땅의 설계는 완성되어 가고 있나?”
멸망의 땅.
멸망전이 진행될 대륙이다.
이 멸망의 땅은 이벤트성으로 잠시동안 만들어질 땅이다.
이 멸망의 땅 안에서 유저들은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를 받지 않고, NPC들의 경우에도 죽어도 실제 죽음이 아니게 된다.
“네, 멸망의 땅의 설계는 거의 다 끝나…….”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
강태훈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요임원들 회의 중에 누가 노크를 한단 말인가?
“들어오지.”
곧 문이 열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민화 사원이 있었다.
박민규 팀장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강태훈 사장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또 뭘까?
이민화 사원이 이렇게 헐레벌떡 달려온 것을 보면 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젠 새삼, 놀랍지도 않을 것 같다.
그때에.
“군신이 ‘멸망의 군주’로 네르바를 거부했습니다.”
“……!”
“……!”
“……!”
“……!”
모든 이사진들이 경악했다. 특히나 강태훈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놀랐다.
“화면 연동해서 띄워.”
그곳에 이민화 사원의 컴퓨터 화면이 떠올랐다.
그곳에 떠오른 문구를 본 이들이 신음했다.
[군신이 멸망의 군주로 네르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군신이 자신의 적임자로 또 다른 이를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군신의 검 네르바.
그는 신들의 땅을 비롯해 아테네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다.
실질적으로 그는 군신의 후보는 아니었으나 군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러한 네르바가 아닌 군신이 품고 있는 자가 있다?
“도대체 누구지?”
어떤 제국의 사람인가.
혹시.
“검의 대제 엘레인가?”
검의 대제 엘레.
검신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한 여인.
대륙황제 엘레. 그녀는 강태훈 사장이 평가한 절대군주 리챠드와 함께 네르바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위대한 군신이, 일개 유저를 자신의 적임자로 두고 있다.
그런데 더 의아한 일도 있다.
‘군신이 적임자로 둔 유저는 군신의 후예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 군신의 후예는 등장하지 않았는가? 혹시…….’
아직 유저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절대신 중 가장 위대한 신인 군신을 선택하지 않은 유저는 누구인가?
“군신을 비추게.”
타타타타타탁-
박민규 팀장이 서둘러 키보드를 두들겼다.
구름 위의 세상.
군신이 오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누군가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자가 광소를 터뜨리고 있다.
[으하하하하, 역시 포션은 포카리스웨이트름 맛이지, 키햐! 맛 좋다!] [저, 전하…… 지금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하급 포션 541병을 드셨습니다!!!] [전하, 제발…….]“…….”
“…….”
“…….”
그곳에 음료수맛 포션을 벌컥벌컥 마시며 광소하는 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식신 민혁이었다.
강태훈 사장이 신음했다.
“군신은 네르바의 대적자로 민혁 유저를 선택한 건가?”
놀라운 일이다.
이방인을, 그것도 절대군주 리챠드나 혹은 검의 대제 엘레도 아닌 이를 네르바보다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물론, 지금 민혁은 네르바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천외국과 루브앙 제국이 제대로 붙는다면 1주일 내로 천외국이 멸망할 것이 99% 확률이다.
하지만 군신이 보는 것은 지금이 아니다.
‘그는 민혁이 추후엔 네르바를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당장에 자신들은 눈앞에 있는 불을 꺼야만 했다.
강태훈 사장이 아테네에게 서둘러 가서 군신을 설득할 것을 말했다.
그러나 아테네의 대답은 허무했다.
[군신은 멸망전의 군주로 식신 민혁을 제외한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강태훈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멸망전은 군신에 의해 펼쳐진다.
군신이 내린 ‘멸망의 땅’에서 군신이 선택한 멸망의 군주와 유저, 대륙 NPC들이 전투를 벌인다는 이벤트다.
강태훈 사장은 아테네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회의실로 돌아왔다.
모든 이사진들의 표정이 착잡함에 물들어있다.
이대로라면 민혁 유저가 멸망의 군주가 되는 것으로 멸망전의 모든 것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때. 박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군신의 심판자가 있지 않습니까.”
“아……!”
“군신의 심판자가 있었군.”
군신의 심판자란 누구인가?
바로 군신의 절대적인 권력에도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자이다.
군신의 심판자는 군신이 직접 뽑았으며 군신도 100% 완벽한 인물은 아니기에 그의 선택을 돕는다.
최근 군신의 심판자는 신의 여섯 괴물의 행방을 쫓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군신의 곁을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군신의 심판자가 복귀했다.
“군신의 심판자가 천외국으로 가서 멸망의 군주의 자격을 보겠죠. 만약 미달이라면 군신의 심판자는 군신의 선택에 반기를 들어줄 겁니다.”
㈜즐거움 회의팀에 아주 작은 희망이 싹텄다.
* * *
그 시각.
군신의 심판자 아간은 천외국 입구에 도착했다.
몇 년 동안이나 군신의 명을 받고 신의 여섯 괴물의 행방을 쫓고 돌아왔던 심판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군신의 보좌관에게 들었다.
-군신께서 네르바가 아닌, 다른 자를 인정하려 합니다.
-군신께서 말인가!?
군신의 심판자 아간은 경악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얼핏 들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대륙신에 불과하며, 고작 소국의 왕인 자라고.
군신께서 드디어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가?
그러나 아간은 고개를 저었다.
절대신이라 할지라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심판관인 아간이 있는 것이다.
아간.
그는 한때 무신의 후예였던 자이다.
하지만 무신의 후예였던 그는 현재는 군신을 따르는 것이 좋아 그 자리를 버리고 심판관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다.
‘근데 녀석이 하려던 말이 뭐였지?’
아간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던 자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다.
그러나 군신이 옳지 않은 결정을 하려 한다는 것에 마음이 급했던 아간은 곧바로 천외국이란 나라 앞에 당도했다.
오만하고, 강인한 심판관 아간.
그가 천천히 천외국 안으로 발걸음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표정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아간은 무신의 후예였던 자.
완전한 신이 아니었음에도 그 레벨은 약 750에 이른다.
‘이런 약국의 왕 따위를 네르바에 비하려 하시다니, 군신이시여.’
아간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왕국은 루브앙 제국에 비해 한없이 작아 보였다.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그의 눈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기른 노인이 보인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노인은 빗으로 머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
그러다 노인의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 명은 키가 아주 큰 장신이었는데, 가축업자인 듯 소 한 마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요새 소돌이가 밥맛이 도는지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군. 허허.”
또.
“나는 코니르!!! 오늘 신입 왔다고 들었다! 기분 좋다!”
그때 아간의 옆을 한 어린 소년이 스쳐 지나갔다.
소년은 지적장애를 가진 듯 보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사내가 아간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어부인 듯, 그물망을 등 뒤로 매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주변으로 이번엔 아주 아름다운 어린 소녀가 나타났다.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는데, 그 느낌이 마치 뱀과 같아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풍겼다.
‘어부에, 정신 나간 노친네에, 지적장애 소녀에, 아름다운 꼬마 아가씨라. 저건 또 뭐야?’
아간이 미간을 찌푸렸다.
왼팔을 잃은 검은 복장의 사내가 한 손에 붕어빵을 들고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그러다 탄식한다.
“크흑…… 이럴 수가, 내가 이런 실수를.”
“루오. 무슨 일인가?”
“오늘 집에 돌아가면서 붕어빵 사 먹을 3천 골드를 안 챙겨왔지 뭡니까.”
“아이구, 저런!”
“허억! 루오 형아, 큰 실수 했다!!!”
“크으으윽…….”
“……?”
아니,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단 말인가!?
주머니에 3천 골드 안 넣고 와서 붕어빵 못 사 먹는다고 절망하는 백성이라니!!!!
심지어는.
“오늘 신입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노인이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빗으로 머리를 두들겼다.
“신입이 아주 훤칠하니, 잘생겼던데.”
“신입의 직책은 뭡니까?”
“놀라지 말게. 자그마치…….”
‘자그마치?’
아간은 자신도 모르게 귀 기울였다.
“음료 제조업장을 맡았다네.”
“코, 코니르. 신입 너무 부럽다!!!”
“허어, 아주 막대한 임무를 맡았군요.”
“정말 대단한 업무네요.”
“신입에게 그렇게 막대한 임무를 줘도 되는 건지…… 흠. 걱정이 조금 앞서네. 음료 제조업장이라면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닐 텐데.”
“…….”
아간은 말문을 잃었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천외국 왕의 왕국은 이리도 한심하단 말인가?”
그 말이 끝난 순간.
자신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시선이 아간에게 향해 있었다.
“……?”
* * *
군신의 보좌관.
라테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방금 전, 심판관인 아간이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곧바로 워프되어 떠났다.
문제는.
“아간. 이야기는 끝까지 듣고 가야지.”
아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바로 너무도 급한 성격 때문이었다.
보좌관 라테가 하려던 말은 이러했다.
“아간. 그 영지엔 창신과 폐위된 황제. 뱀의 신, 신의 검 외에 엄청난 자들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