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74
밥만 먹고 레벨업 775화
“왕이 가여운 백성들을 죽였다.”
“100여 명의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갔다.”
“에페르 왕은 들어라, 더 이상 그대는 자격이 없다.”
“푸르인 상단의 주인이신 아벤도르 님께서 새로운 환락도의 주인이 되실 것이다.”
환락도의 백성들은 푸르인 상단의 목소리를 들었다.
작지만 평화로웠던 섬.
푸르인 상단에 의해 많은 것을 빼앗기고 누리지 못했으나 나름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페르 전하…….”
그 모든 것이 에페르의 마지막 발버둥임을 그들은 알 수 있었다.
낮이 되면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인사하고, 뛰노는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주는가 하면, ‘몸은 편찮은 데 없는가? 허허’ 하며 웃어주던 우리의 왕이시다.
“전하, 안 됩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
에페르 전하는 그러한 일을 벌이신 적이 없을 것이다.
한 노인이 외쳤다.
“거짓말하지 마라!!! 환락의 신께선 거짓으로 새로운 왕을 간택시키려 하시는가!!!”
“옳소!!!”
“푸르인 상단 네놈들이 꾸민 일인 걸 모를 것 같으냐!”
백성들이 목놓아 외친다.
에페르 전하는 잘못이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외침에 돌아온 것은 차가운 칼날이었다.
푹-
푸푸푸푸푹-
반기를 드는 백성들이 푸르인 상단 기사들에 의해 베어진다.
그 선두에, 바로 아벤도르가 있었다.
아벤도르.
푸르인 상단의 주인이자 왕실에서 쫓겨난 2왕자이다.
그가 쫓겨난 이후, 푸르인 상단을 만들어내고 오로지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거역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라.”
“이, 일반 백성들도 말입니까?”
“죽여라!!!”
“예!!!”
아벤도르의 목소리에 자비란 없었다.
또한, 그에게는 두려울 것 또한 없었다.
환락의 신을 등에 업고 있는 그다. 환락의 신께서 꼭 필요하신 순간에 강림하여 도움을 주실 터였다.
에페르는 오늘 왕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푸우우우욱-
그렇게 확정 지은 아벤도르는 여전히 에페르를 울부짖는 한 청년의 심장에 검을 박아넣었다.
쓰러지는 그를 벌레 보듯 본 그는 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에페르는 알고 있었다.
푸르인 상단은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왕이 된 아벤도르는 환락도의 주민들을 더욱더 핍박할 것이다.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비운의 왕.
그는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거든, 저항하지 마라. 죽는 것은 나 하나면 족하다.
그것이 에페르의 선택이었다.
그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게 혼자 싸우는 것.
그리고 환락의 신의 사자들.
그들은 레벨 600대의 고레벨 NPC들이었다.
그들도 그저 환락의 신의 명을 받고 이를 이행할 뿐이다.
환락의 신의 사자인 로인은 알았다.
‘10분이면 에페르 왕을 제압할 수 있다.’
자신들이 아는 에페르 왕의 무력은 딱 그 정도였다.
나비처럼 아름답게 날아오르는 에페르. 그는 오늘 노을처럼 지리라.
그런데.
콰자아아아아악-
에페르 왕의 검이 신의 사자를 힘껏 내려치자, 사자가 휘청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에페르의 검이 몇 차례, 사자의 몸 곳곳을 베어냈다.
핏, 피피피픽-
솟구치는 피를 바라보며 사자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야?’
‘어, 어떻게…….’
‘에페르 왕이 강해졌다!’
아니, 그럴 리가 있는가?
아벤도르나 자신들은 이미 에페르 왕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반란이 일어나지 않아도 죽게 될 몸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는 우연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 믿은 그 순간, 에페르가 빠른 보폭으로 단숨에 사자 한 명을 또 한 번 베어냈다.
푸쉬이익-
“크아아아아악!”
크게 울리는 비명을 들으며 그들은 확신했다.
‘어떻게 강해진 거야?’
‘아니, 강해져도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건가?’
그들은 민혁과 에페르의 식사를 모르고 있었다.
에페르 본인도 놀라고 있었다.
‘해맑게 웃던 요리사여.’
에페르는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의 요리는 맛있었고 그 미소는 작게나마 에페르가 웃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요리는 그가 마지막 발악을 할 수 있게 해줬다.
‘고맙구나.’
빙그레, 웃음 짓는 에페르의 검이 신의 사자들을 압박한다.
에페르는 환락도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검술을 구사하는 왕이다.
그러나 신의 사자들 다섯이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다소 버거워졌다.
말 그대로 다소 버거워졌을 뿐이다.
“에페르를 몰아내라!!!”
“와아아아아아아!!!”
성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반란군이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항복하는 자들은 죽이지 않을 것이다.”
“무기를 버려라.”
에페르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신의 사자들이 에페르를 압박했다.
피이이잇-
푸슉-
푸쉬이이익-
그들의 검이 에페르의 몸 곳곳을 베어낸다. 피가 솟구치며, 그가 입은 갑옷을 타고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에페르는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곧 반란군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는 명령했던 바 있다.
-저항하지 말라.
뚜벅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에페르는 자신이 살았던 이곳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나.
푸우우욱-
에페르의 어깨가 꿰뚫리며 그가 얕은 신음을 흘렸다.
“크흐윽.”
고작 인간이, 신에게 임명된 사자를 이기긴 매우 힘든 것이다.
에페르는 그저 환락도에서 가장 위대했던 왕에 불과하다.
그 위의 신들에게 대항할 수 없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어깨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그에게 사자 로인이 목을 치기 위해 검을 힘껏 치켜올렸다.
“…….”
에페르는 그 검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그때, 벌컥 문이 열리며 검이 날아왔다. 로인이 몸을 틀어내 서둘러 피해냈다.
“전하…….”
“에페르 전하.”
“괜찮으십니까.”
왕실 기사단장 콜로가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검에는 진득한 붉은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
“……저항하지 말라 하였더니.”
“소인, 오늘만 전하의 명을 거역하고자 합니다.”
흐릿하게 웃는 콜로는 기억한다.
누구보다 인자했고 누구보다 따스했던 우리의 왕을.
왕실 기사단 중 30%가 이미 푸르인 상단에게 넘어갔다.
70% 남은 기사들과 끝까지 싸우기로 한 병력으로 푸르인 상단을 막아내야 한다.
힘들 것이다.
아니, 불가능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너희가 살길 바랐다.”
“저희는 함께 싸우길 바랍니다.”
“……어리석구나.”
그러나 그 말끝에서 흐릿하게 번지는 에페르의 미소.
신의 사자들은 그것이 같잖았다.
물론 신의 사자들은 환락의 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신이시여, 어찌 이 옳은 왕과 기사들을 저버리는 겁니까?’
그것은 아벤도르가 매번 배고파하는 환락의 신께 음식들을 바쳐오며 시작되었다.
매번 배고픈 환락의 신께선 그 음식들을 먹으며 아벤도르에게 길들여져 갔다.
고작 인간이, 신을 길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신의 사자들인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한편으론 신의 사자인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저들이 어리석을 따름이다
기사들이 신의 사자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그 틈에 콜로가 에페르를 부축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로인이, 그들을 돌아봤다.
“쫓아라.”
그와 함께.
[환락의 신의 사자들이 강림합니다!] [환락의 신의 사자들의 명은 곧 신의 명입니다!]10여 명에 이르는 신의 사자들이 빛이 되어 나타나며 그들을 쫓았다.
도망치던 콜로와 기사들, 그리고 에페르가 성벽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더 이상 에페르는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에페르 전하, 만세에에에에!”
“에페르 전하, 우린 당신을 믿소이다.”
“으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죽어가는 백성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페르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모두 그만하라…….”
자신의 이름을 외치지 마라.
그렇다면 살 수 있다.
이미 너희가 떠날 방도도 모두 마련해 두었다.
에페르는 에블린에게 미리 말한 바 있다.
-타 대륙의 요리사에게 부탁할 것이다. 이 빼앗긴 환락도를 떠나고 싶은 백성들을 모두 데려가 달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전하.
-환락도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 떠나고 싶은 자들은 모두 그 요리사를 따라 떠나면 된다. 에블린. 네가 떠나고자 하는 자들에게 말해다오. 그 요리사에게 준 주문서가, 너희를 새로운 땅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에페르는 마련해 두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러한 미련한 짓을 하는 것인가.
조금만 참으면 그들은 무사히 타 대륙으로 갈 수 있을 터이다.
고작 며칠.
그래.
“내가 죽고 며칠만 버티면…….”
“전하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콜로가 쓰게 웃었다.
“하, 하하하, 하하하.”
에테르는 행복했다.
자신처럼 행복한 왕이 세상에 또 있을까.
백성들이 자신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아니한다.
그때 들려오는 정체 모를 목소리.
절대신이 무엇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환락의 신 위에 또 다른 신이 계신다 들었다, 그분이신가?’
아닌가? 모른다.
그저 한 신이 자신을 보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왕의 발악을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응원하는 건지.
에테르의 시선이 성벽으로 향했다.
백성들이 성벽 앞을 꽉 막고 푸르인 상단 병력들이 들어갈 수 없게 막고 있었다.
그 숫자가 6만에 달할 정도다.
푸르인 상단 병력들도 평범한 백성들을 쉬이 죽일 수는 없는 것인 듯 잠시 멈춰 있다.
그런데 그때.
“환락의 신의 계시에 거역하는 자들이여.”
아벤도르가 나타났다.
아벤도르는 성벽 앞을 막고 있는 백성들을 보며 혀를 찼다.
“신께서 분노하셨다.”
그 순간.
[환락도를 다스리는 환락의 신이 강림합니다.]아벤도르의 바로 앞으로 30m 높이에 육박하는 거대한 환락의 신이 등장했다.
맷돼지처럼 콧김을 뿜어내나, 그 거대한 환락의 신은 마치 태산과 같아 보였다.
“뀌에에에에에에에엑!”
거대한 비명에 의해 그 소리를 들은 백성들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크으윽, 아무리 신의 말이라 해도 비킬 수 없소!”
“에페르 전하는 죄가 없소!”
“신이시여, 당신의 게시를 이해할 수가 없소이다!”
그러나 백성들은 성벽에서 몸을 떼지 않았다.
그 순간, 아벤도르가 히죽 웃었다.
“아, 안 돼…….”
에페르는 알았다.
거대한 환락의 신이 달린다.
쿵쿵쿵쿵쿵-
빛처럼 내달리는 환락의 신의 몸에서 검은빛이 생겨난다.
곧바로 속도가 3배가량 빨라진 환락의 신이 앞을 막는 백성들 수천을 짓밟고 성을 들이받았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성벽 일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와 함께 처참히 짓밟히고 쓰러진 백성들과 성안에 있던 병사들의 모습이 에페르의 눈에 들어왔다.
단 한 번의 뜀박질에 6천에 이르는 백성과 병사들이 죽어나갔다.
“아, 아아아아, 아아…….”
에페르가 절망했다.
“쿨럭……!”
절망하는 그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쏟아졌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피를 토하는 에페르에게 아벤도르가 말한다.
“에페르 왕은 직접 이곳에 와 환락의 신께 사죄하라.”
그것은 아벤도르의 앞에 와 무릎 꿇고 숙청을 당하란 의미였다.
피를 토하고 비틀거리는 에페르.
그는 알았다. 자신이 가지 않으면 환락의 신은 또 한 번 백성들과 병사들을 짓밟고 죽일 것이다.
타아아앗-
에페르가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마지막 힘으로 성벽에서 내려선 에페르는 천천히 걸어갔다.
성벽 잔해에 깔려 죽은 백성들이 보인다.
검을 늘어뜨리고 허망하게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오로지 백성을 위함에 있었다.
아벤도르는 웃었다.
“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어서 와. 신께 사죄하라!!!”
그 잔혹한 웃음소리에도 오로지 에페르는 백성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만을 흘렸다.
그때.
[절대신 중 하나. 모든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만백성을 아끼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왕을 바라봅니다.] [그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왕의 마지막을 바라봐 주고 있습니다.]이제야 알았다.
절대신이라는 분께선 자신을 비웃듯 바라보고 계셨던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백성을 아끼지만, 끝내는 죽음에 이르러야 하는 자신을 가엽게 여기고 계셨다.
‘그렇다면 이 내게 힘을 내려주시오.’
그러나 신께선 힘을 주지 않으셨다.
아마도 이 군대를 다스리는 신께선 환락도에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일까?
걸어가는 에페르가 말한다.
“모든 백성과 병사들은 물러가라, 이것은 왕인 나의 마지막 명령이다. 말을 거역하는 자. 그 죗값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당장!!!”
왕이 눈물을 흘리며 내리는 마지막 명령.
그 명령에 그제야 백성들과 병사들이 물러선다.
그들이 울부짖는다.
“전하.”
“에페르 전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하!”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한 왕께 그들은 사죄한다.
“아벤도르, 약속하라.”
“무엇을?”
“더 이상 항복한 내 백성들과 병사들에게 손끝 하나 대지 마라!!!”
아벤도르는 웃었다.
곧 저 에페르가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숙청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더 이상 누군가를 죽일 필욘 없다.
“약속하지.”
그 말이면 되었다.
뚜벅뚜벅 걷는, 에페르가 검을 꽉 쥔다.
그때.
[절대신 중 하나. 가장 위대한 군대를 다스리는 신이 당신의 선택을 눈치챕니다.] [그 신이 당신의 마지막을 위해 선물을 하사합니다.] [죽음에 다가온 당신의 피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태양이, 노을이 되어 지나.] [그 해가 지기 전 하늘은 가장 밝을 것이다.] [당신이 인간의 격을 초월합니다.] [백성을, 백성의, 백성을 위한 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새로운 전설. 성군이 탄생합니다!]새로운 전설, 에페르가 달린다.
아벤도르와 푸르인 상단, 그리고 백성들과 병사들이 놀란다.
그가 하늘을 향해 비약해 올랐다.
아벤도르는 약속했다.
더 이상 나의 백성과 병사들을 건드리지 않기로.
번쩍 날아오르는 에페르. 그의 검이 닿는 곳은 환락의 신이 있는 곳.
그것은 ‘회광반조’.
태양이 질 때의 하늘은, 잠깐이지만 가장 밝아진다.
태산 같은 환락의 신의 목을 에페르가 베고 지나간다.
푸쉬이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이이익!!!”
[성군이 신을 베어낸, 역사가 또 한 번의 전설로 기록됩니다.]그리고 그 시각.
운동을 끝낸 민혁이 샤워실로 걸음했다.
‘씻고 바로 접속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