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75
밥만 먹고 레벨업 776화
환락의 신.
비록 흑돼지의 모습을 가진 신이었으나 환락도의 신은 오랜 시간 동안 환락도의 모든 이들의 숭배를 받아왔다.
환락도의 신이 있기에 농작물이 풍족하고 흑돼지들을 먹을 수 있으며 이 땅 전체가 평화롭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존재이다.
또 다르게, 신은 어쩌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댈 것 없는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환락도의 모두가 오랫동안 거역하지 못하였던 환락도의 신.
그 신을 새로운 전설 ‘성군 에페르’가 베어냈다.
푸쉬이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이이익!!!”
환락의 신의 목이 깊게 베이며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이를 보는 백성들도, 푸르인 상단의 자들도, 아벤도르도 예측하지 못한 일에 경악했다.
그러나 지금 에페르에게 환락의 신은 그저 백성을 앗아간 자에 불과하다.
그의 검의 휘두름이 오로지 백성들을 위해서였음을 모두가 안다.
에페르가 또 한 번 환락의 신의 몸을 베어낸다.
푸쉬이이이이익-
또 한 번 환락의 신의 몸에서 피가 솟구친다.
“환락의 신도 피를 흘려……?”
“그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신도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었나.”
깨져간다. 환락의 신은 영생을 사는 신. 자신들이 영원히 숭배해야 하는 신이라는 믿음이.
에페르가 환락의 신의 몸 곳곳을 베어냈다.
당황했던 아벤도르가 정신을 차렸다.
“가, 감히, 신께 무엇 하는 것이냐! 에페르를 죽여라!!!”
“예!”
푸르인 상단 기사들이 환락의 신을 베어내는 에페르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들려 했다.
그 앞을 왕실 기사들이 막고 있었다.
“전하께 한 걸음도 가지 못하게 하라!”
“예!”
에페르의 마지막 걸음.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쿨럭!”
환락의 신을 베어내는 와중에도 에페르의 입에선 붉은 피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에페르는 평소보다 크게 강해졌다.
환락의 신을 베어내며 그는 ‘어쩌면’이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환락의 신을 자신이 베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나, 그 순간 환락의 신의 검은 눈이 부릅떠졌다.
“쿠헤에에에에에엑!”
거대한 입을 쩍 벌리며 에페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페르는 검으로 힘겹게 막아내며 뒤로 30m가량 밀려났다.
서둘러 몸을 비틀어 피해내지만 환락의 신은 곧바로 에페르를 들이받았다.
콰지이이이익-
에페르는 뒤로 날아가며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 나는 고통을 느꼈다.
“크으윽.”
신음을 흘리며 에페르가 빠르게 일어섰다. 환락의 신은 그 거대한 입을 이미 그에게 벌리고 있는 상태였다.
콰자아아아악-
그 거대한 입으로 에페르를 한번 물었다.
몸의 뼈가 우두둑, 부러진다.
“크아아아악!”
에페르가 입은 갑옷이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그가 힘을 짜내어 입안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꾸이이이이이이익!”
거대한 신의 비명과 함께 가까스로 탈출한 에페르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는 에페르는 시야가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꾸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익!”
입안에 박힌 검으로 인해 환락의 신은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치고 있었다.
“…….”
에페르는 자신의 끝을 직감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그가,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신이시여.”
환락의 신이 아닌, 다른 신을 불러본다. 슬픈 눈으로 그가 주변을 바라본다.
백성들과 병사들이 울고 있다.
환락의 신을 앞에 둔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에.
“저들을 보살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장 위대한 군대를 다스린다는 신.
어떤 신인지는 모른다. 그저 바라고 바라본다.
“꾸웨에에에에에에에에엑!”
환락의 신의 비명이 더욱더 격렬하게 퍼져 나갔다.
백성들은 조금이라도 환락의 신을 제지하기 위해 던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던져대고 있었다.
아벤도르는 환락의 신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락의 신이시여,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아벤도르는 환락의 신을 제물을 이용하여 꾸준하게 통제해 왔다.
결국에 신이지만, 돼지라는 특성을 버리지 못한 그이기에 진귀한 먹을 것들로 통제가 가능했다.
하나 이번 거사에 앞서 기존에 바치기로 한 뿔흑돼지 200마리와 레드향과 천혜향 등이 사라져 있었다.
환락의 신은 평소보다 훨씬 더 배고파했다.
“시, 신이시여……?”
아벤도르가 그를 불렀다. 그 순간, 고개를 홱 돌린 환락의 신이 비명을 토했다.
“꾸이이이이이익!!”
그 거대한 울음소리가 환락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환락의 신의 폭주.] [환락의 신의 모든 스텟 44%가 상승합니다.] [환락의 신의 모든 스킬+2레벨이 상승합니다.] [이성을 잃은 환락의 신은 모든 것을 부술 것입니다.]“신이시여……!”
아벤도르는 당혹했다. 자신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환락의 신이 더욱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아벤도르를 뒤덮었다.
그 크기가 이젠 60m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러한 환락의 신이 콧김을 뿜어낸다.
“꾸이이이이이이이익!”
[환락의 신의 질주.] [그의 질주는 산조차 무너뜨릴 정도로 위협적입니다.]거칠게 내달리는 환락의 신의 목적지에는 푸르인 상단의 병력이 있었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솟아오른 건물들마저 가뿐히 무너뜨리는 그가 푸르인 상단 병력들을 짓밟아댔다.
“크허어어어억!”
“으아아아아악!”
“컥!”
푸르인 상단의 병력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평소보다 제물을 훨씬 적게 먹은 환락의 신이 미친 듯이 병력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우지익, 우지이익-
갑옷째로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이 그로데스크하다.
[환락의 신의 포식.] [포식을 한 환락의 신의 몸집이 더욱더 거대해집니다.]갈수록 환락의 신이 더욱더 거대해지기까지 하고 있다.
“아, 아아아…… 아…….”
아벤도르는 그제야 깨달았다.
감히 신을 통제하려 했던 자신이 어찌나 안일했던지를 말이다.
순식간에 푸르인 상단의 병력 4천이 죽어나갔다.
그가 주변을 바라봤다.
성벽의 앞으로 솟아 있던 건물들 대부분이 무너져 있었다.
“어서, 백성들을 성안으로 피신시켜라.”
에페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명령이었다.
성문이 개방되며 수십만 백성들이 빠르게 성벽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사단장 콜로가 에페르를 부축했다.
성으로 들어가는 에페르가 뒤를 돌아봤다.
환락도의 많은 것이 환락의 신의 발걸음에 무너지고 있었다.
에페르가 천천히 성벽 위로 걸음을 옮겼다.
성벽의 끝에 선 에페르는 환락의 신이 환락도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모든 이들이 함께 일구어낸 터전들이 무너진다.
그저 신의 발걸음 한 번에 집 수십 채가 무너져 내린다.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백성들의 추억이 있던 그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흑, 흐흐흑.”
“크흐흐흐흐흑.”
갈 곳 잃은 백성들의 울음소리가 에페르의 귓가에 파고든다.
‘그는 어디 있는가.’
에페르.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갈 곳 잃은 이 가여운 자들에게 해답을 줄지도 모르는 자.
그러나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주한 환락의 신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높게 솟아 있는 마륵의 산을 들이받았다.
마륵의 산의 절벽이 후두둑 무너져내린다.
산조차 부숴 버리고 몸에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환락의 신이 포효한다.
“꾸이이이이이이이익, 뀌이이이이이이익!”
이제는 족히 80m는 될 것 같은 환락의 신의 괴성이 백성들의 공포를 자극한다.
콧김을 뿜어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환락의 신의 고개가 성벽으로 돌아갔다.
“빌어먹을.”
기사단장 콜로의 중얼거림이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숨죽였다.
환락의 신은 폭주한 상태였으나 자신을 베어낸 왕과 돌팔매질을 한 백성들을 잊지 아니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 거대한 걸음 한 번에, 땅이 깊게 파여 들어간다.
쿠우우우우우우웅-
또 한 번의 걸음에 주변의 금이 간 건물들이 후두둑 무너져 내린다.
“…….”
주르르륵-
죽음이 다가온 에페르가 천천히 허물어진다.
결국 이렇게 환락도의 모든 것은 멸망한다.
그가 남겼던 전설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환락도의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쿠우우우우웅-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80m 높이의 환락의 신. 멧돼지의 모습을 한 그의 검은 눈이 붉게 변화한다.
[신의 돌진.] [신의 돌진에 추가 공격력 4,000% 데미지가 깃들며, 속도가 2배 상승합니다.]“꾸이이이이이이익!”
환락의 신의 뜀박질이 훨씬 빨라졌다.
매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환락의 신을 바라보며 에페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환락도에서의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고 있다.
그가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끝내는 지키지 못한, 왕국.
“응애응애응애.”
아이는 울었고.
“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는 부둥켜안았으며.
“헬리, 하늘에서 만나자.”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누군가는 죽음의 순간에 두려워했다.
그런데.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퍼졌다.
그런데 그 침 삼키는 소리가 두려움을 삼키는 소리가 아니다.
“검은빛이 나는 녀석은 오랜만인데.”
“…….”
천천히 떠진 에페르의 눈이 자신보다 앞에 서서 환락의 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에게 향한다.
그가 고개를 돌려 에페르를 바라본다.
다른 대륙의 요리사.
그렇다. 그는 고작 요리사에 불과하다.
에페르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말했다.
“다른 대륙의 요리사여, 어서 빨리 백성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시오. 당장 내가 준 주문서를 사용하란 말이오!”
그는 지금 주문서를 찢으면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다 믿었다.
그렇지만 틀렸다.
주문서가 발동되는 것보다 환락의 신이 다다르는 게 더 빠를 터이다.
결정적으로.
“히야, 노릇노릇 구워진 흑돼지 오겹살을 멸치젓에 찍어 먹으면, 크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가?
이런 때에 농담이 나온단 말인가?
에페르 왕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표정이 진지하게 변한 다른 대륙의 요리사가 에페르를 바라봤다.
“이건 당신이 베푼 갈칫값입니다.”
민혁은 에페르에게 요리를 해주고 전설의 3m 대왕갈치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요리해 줬기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민혁은 그 값진 재료를 건네어준 에페르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음을 알고 있다.
환락의 신이 다가온다.
그리고 하늘 위로 그림들이 그려진다.
성벽 위에 선 단 한 명의 사내.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수십만의 백성들.
빛에 휩싸여 등장하는 창을 든 노인과 거대한 체구의 사내, 아기 돼지 등등.
정체를 알 수 없으나, 그림에 그려지고 있는 범상치 않은 그들은, 성벽 위의 사내에게 예의를 차리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그려진 수십만 대군이 성벽 위의 사내를 향해 환호한다.
군신이 민혁에게 선물한 새로운 형태의 신의 목소리.
[식신의 목소리가 발동됩니다!]곧이어 성벽 위에 선 사내의 모습이 완전히 그려진다.
붉은빛 갑옷을 두르고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 백색의 망토를 둘렀다.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신하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왕의 카리스마가 깃든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귀인, 귀인이여!”
“민혁 님……!”
그리고.
그림 속의 만인 앞에 선 사내의 이름을 백성들은 알고 있다.
한치빵을 팔며 밝게 웃던 청년.
그리고 지금 바로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청년이기도 했다.
“…….”
에페르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의 손에 식은땀이 흥건히 맺힌다.
민혁이 자신을 귀인이라 외치는 백성들을 바라보다 에페르와 눈이 마주친다.
작게 웃음 지은 민혁이 다시 환락의 신을 바라본다.
곧바로 민혁이 중얼거린다.
“한우 소환.”
“음머어어어어어어어!”
한 마리의 소가 빛에 휩싸여 나타난다. 그 소의 크기가 거대해져 간다.
20m, 40m, 50m.
환락의 신보다는 작으나 거대한 소가 맹렬한 속도로 돌진한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어!!!”
쿵쿵쿵쿵쿵쿵-
곧 환락의 신과 거대한 소가 충돌을 일으켰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모두, 거대한 소가 짓이겨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거대한 소와 환락의 신이 부딪친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서서히, 소가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하늘로 뛰어오른 한 명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검이 환락의 신의 등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오로지 그에게 향해 있다.
그때 하늘 위로 찬란하게 빛나는 글귀가 새겨진다.
모든 이들이 그 글귀를 읽었다.
[그는 천외국의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