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76
밥만 먹고 레벨업 777화
민혁은 접속하자마자 펼쳐진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환락도의 주민들이 성안에 숨어 자신들의 마지막을 기다리며 절망하고 있었다.
‘예상하고 계셨던 건가?’
아니, 에페르는 이 정도까지의 절망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는 판단은 하지 못했었던 듯싶었다.
자신 때문에 망가져 버린 환락도를 많은 백성들이 떠나길 바랐을 것이다.
그 뜻을 알게 된 민혁은 일부로 식신의 목소리를 발동시켰다.
민혁은 똑똑한 자였다.
‘저들이 어쩌면 나의 백성이 될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에페르는 곧 죽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운명’이다.
거스를 수 없는 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떠나는 자들에겐 새로운 통치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될 순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강인한 통치자를 원할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민혁은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천외국이 어떠한 곳인지 확실하게 알려줄 필요성을 느꼈다.
화려하게, 위대하게.
환락의 신을 막아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거대한 소. 한우가 환락의 신과의 힘겨루기에서 점차 밀려나기 시작한다.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른 민혁이 양손으로 검을 거꾸로 쥔다.
그의 검 끝은 환락의 신의 뒷목을 향해 있다.
그와 함께 웅장한 식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는 천외국의 왕이다.]“폭주하는 검.”
민혁은 신의 검들과 함께 ‘엘레의 검술’을 새롭게 재창안하여 ‘식신의 검술’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리고 기존보다 훨씬 더 강인해진 힘.
폭주하는 검이 발동된다.
환락의 신의 급소들이 곳곳에 보인다.
하나, 급소라고 다 같은 급소가 아니다.
어떠한 곳인지에 따라 더 큰 충격을 입힐 수 있다.
민혁이 선택한 곳이 바로 뒷목이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욱-
[폭주하는 검.] [반경 5m 내에서 찌른 것만으로도 급소 공격이 가능합니다.] [급소 공격에 성공 시 12번의 추가 공격이 500%의 데미지로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80%의 확률로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데 성공합니다!]“꾸에에에에에에에엑!”
한우를 밀어붙이고 있던 환락의 신의 뒷목에 민혁의 검이 꽂힘으로써 놈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데미지는 12번 추가로 이어진다.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뒷목에 이어지는 공격력 500%의 추가 데미지에 환락의 신이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민혁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귀, 귀인이시여!”
“괜찮으십니까?”
환락도의 백성들이 성벽 난간 끝에 서서 민혁을 바라봤다.
죽어가는 에페르도 마찬가지였다.
일개 요리사라고 생각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대륙의 위대한 왕이었다.
그가 이곳에서 죽는 것을 그 자리의 그 누구도 원치 않았다.
그들은 민혁이 환락의 신에게 공격을 허용하였으나 고작 인간왕과 신의 격은 넘을 수 없을 것이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웅-
환락의 신이 내리찍는 발을 민혁이 바람같은을 이용해 피해낸다.
[폭풍 같은 검.] [자아를 가진 폭풍 같은 검의 주변으로 수백 개의 칼날이 춤추어 적들을 베어내며 사용자의 공격속도 150%가 적용됩니다.] [이동속도는 300% 적용됩니다.] [3분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차르르르르르륵-
민혁의 앞으로 수백 개의 칼날의 잔상을 만들어내는 폭풍 같은 검이 만들어진다.
폭풍 같은 검의 ‘검’은 자아를 가지고 있다.
“폭풍아.”
민혁의 말에 응답하듯 더 빠르게 수백 개의 칼날이 춤추기 시작한다.
칼날의 폭풍이, 환락의 신에게 매섭게 날아간다.
차르르르르르륵-
폭풍 같은 검이 환락의 신의 몸에 닿는 순간 수백여 개의 생채기를 빠르게 만들어낸다.
‘방어력이 대체 몇이야? HP는? 나 혼자서 사냥할 수 있긴 한 건가?’
민혁은 환락의 신의 뒷목에 검을 꽂아 넣는 순간 눈치챘다.
놈의 방어력은 이제껏 자신이 상대했던 어떠한 존재들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지금도 폭풍 같은 검에 의해 상처가 생겨나지만, 커다란 타격을 입진 않는 듯싶었다.
오독-
“소환, 창신 밴.”
[환락도에서는 가신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민혁의 얼굴이 낭패로 물들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식은땀이 흘렀다.
민혁이 판단하기로 환락의 신은 신들의 땅의 신들과 별개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는 다른 신들과 섞이지 않는, 오로지 환락도에만 존재하는 신이다.
또한 그의 방어력과 HP는 상상을 초월한다.
“꾸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익!”
민혁을 짓밟기 위해 환락의 신의 발이 끊임없이 땅을 두들긴다.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환락도 전체가 진동하며, 긴장감이 고조되어 갈 때, 민혁의 검에 낙인이 새겨진다.
바로 멸(滅)의 낙인이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타격할 때마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핏빛 낙뢰가 떨어져 놈에게 데미지를 입혀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혁은 거의 피하기에만 급급하고 있었다.
피하는 것만 계속하던 민혁이 알쏭달쏭 조미료통에 잠든 오블렌을 깨우려 했다.
그러나.
[오블렌을 깨우실 수 없습니다!]오블렌은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블렌이 잠을 자고 있다면 소환해 낼 수 없다.
민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때.
[환락의 신의 고요한 울음.]“그으으으으으…….”
환락의 신의 눈이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민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2초 동안 스턴 상태에 빠져듭니다.] [만독불체의 육체로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민혁의 머릿속으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꾸이이이이이익!!”
“뀌이이이이이익!”
“뀌에에에에에엑!”
수천 마리의 돼지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울음을 흘리는 것 같다.
순간적으로 온몸의 움직임이 통제받았다.
멈춰선 민혁을, 향해 환락의 신이 돌진했다.
한우가 서둘러, 막으려 하지만 ‘돌진’ 스킬이 끝난 한우가 맥없이 환락의 신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음머어어어어!”
곧바로 민혁의 몸과 환락의 신이 충돌했다.
콰자아아아아악-!
[HP가 8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몸 곳곳의 뼈가 부러져 몸의 움직임을 통제받습니다.] [왼팔을 움직이는 데 제한받습니다!]“커헉!”
뒤로 날아가는 민혁은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걸 느꼈다. 또한 단 한 번의 충돌에 HP가 자그마치 20%가 하락했다.
뒤로 튕겨 날아간 민혁을 쫓아온 환락의 신이 그를 앞발로 짓밟아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앙-
땅이 후두둑 파이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환락의 신의 앞발이 땅을 쉴 새 없이 짓밟을 때마다 민혁 또한 커다란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HP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콰아아아아아앙-!
“꾸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이이익!”
환락의 신의 입이 말려 올라간다.
흑돼지의 얼굴로 웃는 놈이 끊임없이 앞발로 내리찍는다.
한 번의 충격에 15~20%의 HP를 깎아내는 놈을 보며 민혁은 다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때.
[악신 오블렌이 잠에서 깨어납니다!]민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제 오블렌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소환된다면 환락의 신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블렌이 소환에 응하지 않습니다!]“……뭐?”
오블렌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오블렌은 잠을 자고 있던 게 아니다.
일부러 소환요청을 거부했다.
‘한심한 놈아.’
오블렌이 민혁에게 말한다.
‘네 힘으로 이기기보다 당장 다른 이들의 도움부터 바라냐?’
오블렌의 말에, 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그게 무슨…….”
‘네놈은 남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게냐?’
“…….”
땅속에 처박히는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그를 타이르듯, 오블렌이 말한다.
‘나나, 창신, 브로드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
그 순간, 또 한 번 환락의 신의 앞발이 민혁을 내리찍었다.
쿠우우우우우웅-!
* * *
쿵쿵쿵쿵쿵쿵쿵-!
환락의 신이 앞발로 민혁을 내리찍을 때마다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민혁 님…….”
에블린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른 대륙의 요리사.
먹을 것을 좋아하던 순박했던 청년.
그리고 어느 날부터 환락도에서 귀인이라 불리게 된 인물.
에블린이 주변을 둘러봤다.
많은 이들이 민혁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다.
그들 기억 속의 민혁은 밝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청년이다.
그가 미소 지으면, 자신들도 절로 웃게 되는 청년 말이다.
그런 그의 죽음에 모두가 절망하고 있다.
환락의 신의 발길질 앞에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 일의 원흉인 아벤도르 역시 알고 있다.
환락의 신의 무차별 학살에서 살아남은 아벤도르가 혀를 찼다.
‘일개 인간왕이 신께 대적하려 하다니.’
어리석은 자다.
자신은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때.
푸우우우우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을 짓밟아대던 환락의 신의 한쪽 눈에, 검이 박혀 있다.
“꾸이이이이이이익!”
환락의 신이 비명을 내지른다.
그 고통스러운 포효와 함께, 한 사내가 땅을 비집고 나와 바람처럼 환락의 신 앞에 나타났다.
민혁이었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은빛의 배리어가 빛나고 있다.
잊혀진 군주의 왕관. 멸망의 군주 페로우가 착용했던 이 투구는, 중첩 가능하다는 특성과 함께 ‘절대방어’ 배리어 7초 발동의 효과가 있다.
그리고 절대방어가 더 놀라운 이유는 배리어 발동시간 동안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꾸이이이이이익!!!”
비명을 내지르는 환락의 신에게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민혁이 차갑게 말했다.
“좀, 닥쳐. 짜증 나니까.”
민혁은 창신 밴이나 브로드를 소환하지 못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땅에 처박히는 그 순간에도 매섭게 내려쳐지는 앞발을 보며 강하다 여겼다.
그러나 오블렌의 말에 깨달았다.
‘나는 항상 위기의 순간에 도움만 받아왔다.’
창신 밴이 있기에, 브로드가 있기에, 또는 다른 누군가가 있기에 위기를 벗어났다.
그로 인해 어쩌면 의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나라를, 어쩌면 앞으로는 제국을, 또는 군신이 되어야 할 자신이, 강한 적 앞에서 웅크리고 듬직한 가신들만을 믿어왔다.
그러나 오블렌의 말이 깨우침을 줬다.
자신은 가신의 신이 아니다.
식신이며, 군신의 후예이다.
그가 하는 생각이, 식신의 목소리가 되어 울리고, 글자로 하늘에 낙인된다.
[그는 검신의 인정을 받았다.]그랬다, 민혁은 발렌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창신의 인정을 받았다.]그렇다.
나는 일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창신 밴의 인정 또한 받았다.
[그는 절대신의 검의 인정을 받았다.]브로드 또한 자신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제국의 황제가 될 거라 하였다.
[그는…….] [그는…….] [그는…….] [그는…….] [그는…….]하늘 위로 끊임없이 글귀들이 새겨진다.
그는 인정받아 왔다.
그가 어쩌면 유일한 황제의 재목이고, 네르바의 대적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이, 고작 환락의 신 따위에게, 가신을 부를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하는가.
땅속에 처박히는 순간 ‘가신들을 못 부르는데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가?
안일한 생각을 버린다.
목소리의 ‘시작’이 변화한다.
[나는…….]“식신의 검술.”
그의 몸에 붉은 오오라가 깃든다.
공속 및 이속 40%, 물방 및 마법 30% 상승.
절삭력, 검 공격력 30%, 스킬 데미지 20% 상승.
치명타확률 50%가 증가한다.
다른 이들의 도움을 잠깐 바랐던 민혁이, 검은색 머리카락을 흩뜨리며, 환락의 신에게 나아간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촥-!
빠른 속도로 환락의 신의 몸 곳곳을 베어내기 시작한다.
절삭력이 높아짐에 따라, 놈의 몸 곳곳에서 피가 튀어 오른다.
“꾸이이이이이익!”
놈의 HP가 높다 한들, 이제껏 상대했던 그 어떤 놈들보다 방어력이 높다 한들.
또 한 번의 공격허용에 HP 20%가 깎인다 한들.
그것이 대수인가.
그는 이제껏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아왔다.
비록, 누군가는 말한다.
‘가장 낮은 곳의 신이…….’
‘가장 낮은 곳에 선 신이…….’
‘초라한 신이…….’
개소리다.
“식신의 검술 최종장.”
“꾸이이이익, 뀌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익!”
미친 듯이 돌진하는 환락의 신을 바라보며 민혁이, 빛과 같은 속도로 환락의 신을 베고 지나간다.
“학살자의 검.”
[학살자의 검.] [10배의 이동속도로 단숨에 적을 베고 지나갑니다.] [검에 베인 적에게 1초 동안 38회의 공격이 이어지며 1회의 공격당 추가 공격력 2,000%가 깃듭니다.] [모든 방어력을 무시합니다.]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환락의 신.
80m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환락의 신의 몸 곳곳이 1초 동안 38회 찢어지며 붉은 피가 솟구친다.
“꾸이이이이익, 뀌이이이이이이익!”
미칠 듯이 몸부림치던 환락의 신의 몸이 옆으로 고꾸라진다.
쿠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발동되었던 식신의 목소리가 끝맺음 된다.
[나는…….] [가장 높은 곳의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