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08
밥만 먹고 레벨업 809화
“그대가 에데아를 가져라.”
군신이 에피소드 영상 끝에서 했던 이 말은 어떠한 유저들에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군신이 민혁 유저를 겨냥하며 그대가 ‘에데아를 가져라’라는 말의 뜻이, 무슨 뜻인가요?]한 어리숙한 유저의 질문에 빠른 댓글이 달렸다.
[진짜 모르겠음? 에데아는 실질적으로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땅임. 그런데 옥황상제가 우리 유저들을 시켜서 자신에게 반하는 세력을 모두 몰살시키려고 함. 이때 민혁이 네 개 왕국을 지키는 데 힘쓰면 어떻게 될 것 같음?] [음…… 네 개 왕국의 사랑을 받겠죠?] [ㅁㅊ놈아, 사랑만 받겠냐? 에데아의 주민들은 옥황상제의 계속된 압박으로 피폐해져 있을 것이고, 설령 민혁과 함께해서 방어해 낸다고 해도 더 이상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땅인 에데아에 그들이 있을 곳은 없는 거임.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음.] [……어, 믿을 만한 자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겠죠?] [옳지, 옳지. 내 새끼 잘한다. 그 믿을 만한 자가 누군데?] [……민혁?] [ㅇㅇ 그거임. 에데아의 주민들은 살아남는다고 할지라도 갈 곳이 없음. 때문에 에데아를 지켜준 은인인 민혁에게 의지하려 할 것임. 그렇게 되면 민혁은 에데아 전체 세력을 흡수하는 거임.] [오…… 아? 헐…… 잠깐만……! 네 개 왕국을 흡수한다고!? 그러면……!] [니가 생각하는 그게 맞음. 천외국은 네 개 왕국을 흡수하면…….] [천외제국이 되는 조건 95%를 달성한다……!]* * *
민혁이 다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
제천대성과 왕국들을 지키는 일이 이와 같은 파장을 가지는지 그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군신의 그 말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더 크게 흔들어놨다.
“우리 천외국은 에데아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길드원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맞아, 모두 사냥이나 퀘스트를 중단하고 에데아를 수호하는 게 맞을 걸로 보여.”
부길드 마스터 지니 역시 그것이 합당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로크가 어깨를 으쓱였다.
“창신 밴과 브로드가 있는 한. 그 어떤 유저들이 몰려와도 막아낼 수 있어. 심지어 제천대성이라는 왕. 강하다며?”
그에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사실 온 세계의 유저들은 이 전투가 천외국과 유저들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천외제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는 실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천외국은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흥분해서 이야기하는 그들 사이로 헤이즈만큼은 침착했다.
‘민혁 전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에데아로 넘어가기 위해 꽤 시간이 걸린다.’
영상 시청 직후에, 에데아로 넘어가는 통로가 오픈됐다.
문제는 이 통로가 굉장히 길었고 다양한 함정과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뛰어난 랭커들이 이 통로를 빠르게 돌파해도 최소 2주일의 시간이 걸린다.
즉, 지금 당장에도 엄청난 인파의 이들이 에데아로 향하고 있지만 그들은 2주일 후에나 당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천외국도 지금 당장 출발하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사실 그런 것보다 다른 것에 있다.
“……그런데요.”
모두가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이었다.
헤이즈가 심각한 표정으로 운을 떼자 모두가 그녀를 돌아봤다.
어린 편에 속한 그녀였으나, 천외국이라는 나라의 재상을 맡고 있고, 사기꾼(?)으로서의 뛰어난 두뇌를 가진 자였다.
“루브앙 제국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
“…….”
그 말에 잠시 모두가 조용해졌다.
루브앙 제국도 지금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민혁이 에데아를 구해낸다면 천외국은 천외제국이 될 수 있다.
또한 루브앙 제국은 자리를 비운 천외국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였다.
때마침 헤이즈의 부탁을 받고 루브앙 제국의 동태를 살피러 간 정보꾼 아벨이 도착했다.
복면을 끌어 내리며 자리에 앉은 아벨이 말했다.
“헤이즈의 말처럼이다. 루브앙 제국이, 군대를 소집하고 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안일함을 깨달았다.
천외국은 가장 큰 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음을.
특히나 네르바는 현재 민혁을 눈엣가시로 여길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군신의 후예’가 되었음에 있다.
“많은 병력이 빠져나가는 순간, 이곳은 무너집니다.”
헤이즈의 말은 냉정하지만 사실이었다.
브로드, 창신 밴, 비쇼르, 엘피스 등 강한 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천외국이었기에 루브앙이 쉽사리 건들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천외국의 병력이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3일 안에 함락될 것입니다. 또한, 네르바가 군대를 소집하는 이유가 정보를 흘려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닐 것입니다.”
헤이즈의 말에 모두가 귀 기울인다.
“이번엔 네르바가 진짜 군대를 진격시킬 것입니다. 물론 그 군대는 총력을 기울인 군대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우리는 전력을 갖춰 상대해야 합니다.”
루브앙 제국은 수십 개 왕국의 힘을 흡수했다. 지금의 천외국은 방어전에서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전 병력을 소집하여 대비해야 합니다.”
“…….”
한순간에 부풀었던 꿈이 날아가는 듯하다.
민혁은 혼란스러웠다.
‘제천대성은 나를 돕기 위해 이곳까지 왔었다.’
우마왕이 한때 다스렸던 에덴 왕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이 몰살당하는 걸 방관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지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 관건입니다.”
헤이즈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민혁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기에 승리할 수 있는 해답은 한 가지.”
“…….”
민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전하께서 에데아를 지키고 돌아오시는 것.”
“……!”
민혁이 눈을 크게 떴다.
다른 길드원들도 깜짝 놀랐다.
“정말 민혁이 혼자서 에데아를 지키라고 말하는 거야, 헤이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에데아의 병력들이 루브앙의 허를 찌를 것입니다. 민혁 전하가 있다 해도 이번 루브앙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을 8%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에데아의 병력들을 이끌고 온다면요? 그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아무리 천외국이라고 할지라도 루브앙 제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긴 힘들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궁지에 몰렸습니다. 에데아의 병력들도 필요하고, 또 천외국을 지키기도 해야 합니다.”
모두가 민혁을 바라봤다.
그 혼자 가야 한다.
“그리고 저는.”
헤이즈가 작게 웃음 지었다.
“믿습니다. 전하.”
굳건한 믿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주의자가 바로 헤이즈였다.
그러나 그녀는 민혁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민혁이 잠시 고민했다.
우리에게 선택의 기로는 없다.
제국건립이 바로 눈앞에 있으며, 그와 함께 천외국의 멸망도 함께 있다.
“내가 이런 말 한 적 없는데.”
민혁은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모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천외국을 지켜. 나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데아를 지키고 돌아올 테니.”
천외국은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는 국가이다.
때문에 이미지와 관련해 이제까지 도전하지 않았던 것들도 무수히 많다.
그러한 자들이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미지가 조금 떨어지는 것보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 시 얻는 것이 훨씬 더 클 터.
민혁이 말한다.
“나는 혼자 에데아로 갈게.”
회의가 끝났다.
민혁이 걸음을 옮긴다.
옆에 헤이즈가 빠르게 붙는다.
“헤이즈, 만다라의 포션들을 준비해주고, 천외국이 보유한 전설 등급 이상의 요리들을 모두 가져와 줘, 비쇼르에게 명령해서 최악의 폭탄도 제조할 것을 말하고.”
“알겠습니다.”
“현재 천외국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얼마나 되지?”
“32만 플래티넘 정도 됩니다.”
“반절은 내가 가져갈게.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니까, 음, 우헬아.”
옆에서 함께 걷던 켄라우헬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함께 걷던 간부진들이 귀 기울였다.
“나 천억만 빌려줘.”
“……!”
“……!”
“……!”
간부진들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처, 처처, 천억!!!?’
천억.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가 10억 정도라고 했을 때, 100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 거금을 빌려달라고 한다고?
켄라우헬이 답했다.
“천억? 넉넉하게 이천억 빌려주마.”
“아, 땡큐.”
“……?”
“……?”
“……?”
멍한 표정을 짓던 로크가 말했다.
“메X플 게임머니 이야기하는 거지, 지금……?”
민혁의 만반의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
* * *
지존의 평야.
오로지 선택된 지존들만이 발걸음할 수 있는 땅.
자그마치 레벨 580을 넘는 극소수의 유저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
이곳에서도 눈에 띄는 강자가 있다.
바로 알렉산더였다.
최근 알렉산더는 600레벨을 달성했다.
그와 함께, 지존의 평야의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그를 마주했던 알렉산더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8기둥 중 하나 모든 무기의 주인인 파브로가 당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평범한 클래스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내입니다.] [8기둥 중 하나인 파브로의 시련을 이겨낼 시 8기둥 클래스 중 하나인 ‘웨폰 마스터’로 전직하실 수 있습니다!]알렉산더는 전율했다.
식신 민혁조차도 ‘8기둥의 재목’이 되었을 뿐이지, 실제 ‘8기둥’이 된 것은 아니었다.
알렉산더는 가장 흔하디흔한 클래스로 미국 정상에 선 랭커이다.
그런 그였으나 그는 직업의 한계에 부딪혀 식신 민혁의 등 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기회가 생겼다.
절대신들마저 능가할지도 모르는, 아직 그 누구도 얻지 못한 8기둥 클래스.
그러나.
[9번째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8기둥의 전직 퀘스트를 진행 중이시기에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1회의 기회만 남았습니다.] [전직 퀘스트에 실패할 시 -10레벨 하락합니다!]알렉산더는 좌절했다.
시련의 벽이 너무 높았다.
총 세 개로 나눠진 시련.
첫 번째는 함정. 두 번째는 몬스터 군대. 세 번째는 웨폰 마스터이자 8기둥 파브로에게 10회의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 번째 관문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
그가 가장 많은 공격을 성공한 것은 5회였다.
턱없이 부족한 횟수다.
파브로의 시련은 알렉산더에게 자비로웠다.
모든 포션 사용 가능, 양피지 사용 가능, 아티팩트 여러 개 교차 사용 가능.
그러나, 알렉산더는 실력과 캐릭터적 한계에 부딪혔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
‘나는…….’
이 시련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민혁의 등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하이랭커의 10레벨 다운은 치명적이다.
심호흡하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사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 시련은 시간제한도 있었기에 물러설 길은 없었다.
주먹을 꽉 쥐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마지막 시련을 위해 걷던 그때.
“알렉산더.”
누군가 그를 불렀다.
그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자신이 쫓고 있는 사내였다.
그가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힘들어 보인다.”
“……네가 왜.”
알렉산더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혁도 짐작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자신이 이 시련에 실패할 것이라는 걸.
그때, 민혁이 말했다.
“나랑 같이 밥 먹을래?”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