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09
밥만 먹고 레벨업 810화
군신과 옥황상제의 협약서.
그 협약서 안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며 조율하였다.
그리고 그 협약서의 내용 중에는 군신이 한발 양보한 것도 존재했다.
‘이방인들이 통로를 넘는 동안 천군은 연합군을 공격할 수 있다’였다.
서로가 많은 것을 내주고 조율된 결과다.
군신도 이 부분은 최대한 양보하지 않으려 했으나 적당한 합의선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정됐다.
단 2주라는 시간 동안 천군들은 3만 명씩 전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흐, 흐이이이이익……!”
“으아아아악!”
“커헉.”
“사, 살려줘, 제발…….”
“라, 라마히트 왕국이여, 영원하라!!!”
천군의 평균레벨은 540~550사이이다.
심지어 드문드문 존재하는 천대장들은 레벨 600 정도였다.
라마히트 왕국은 네 개 왕국의 힘을 규합했다. 총 500만에 이르는 군대의 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고작 3만씩 등장하는 천군들이라 하여도 레벨이 너무 높았다.
황금빛 풀 플레이트 아머를 두르고 새하얀 백마 위에 오른 그들이 연합군을 휩쓸고 있었다.
하루에 약 15만 정도의 병력들이 3만의 군대에 휩쓸리고 있었다.
제천대성. 옥황상제에게 어쩌면 반기를 들 수 있는 유일한 자였다.
근두운의 위에 올라탄 그가 빠른 속도로 날며 크기나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여의봉을 사용해 천군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콰자아아아악-
창을 힘껏 던지려는 천군의 가슴팍을, 여의봉의 길이를 늘여 단숨에 꿰뚫어 버린 그가 서둘러 여의봉을 회수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왔다.
파아아아앗-
빛처럼 근두운을 이용해 피해낸 그였으나, 허벅지에 한 발의 화살을 맞고 말았다.
제천대성이 서둘러 몸을 빼냈다.
여전히 연합군은 천군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연합군의 숫자가 아무리 우세해도 천군들의 기본 레벨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었다.
또한, 얼마 전 옥황상제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나는 아무것도 없던 이 땅에 씨앗을 뿌리고 곡식과 나무가 자라나게 하였다.] [나로 인해 너희는 배고프지 아니하였고 바람을 피해 잠을 잘 수 있었다.] [반기를 든 에데아의 모든 이들이여, 타 대륙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탐욕스런 자들이 그대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짓밟을 것이다.] [2주 뒤. 너희의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제천대성은 그것이 타 대륙의 이방인들을 말함을 알고 있었다.
탐욕스러운 그들이 엄청난 대군이 되어 이곳을 휩쓸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악!!!”
고작 3만일 뿐인 천군에게서 울려 퍼지는 비명이었으나 제천대성은 그 비명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다른 한 명의 왕이 제천대성에게 다가왔다.
한 왕의 얼굴이 다소 특이했다.
돼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우람한 몸집에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바로 저팔계였다.
그가 삼지창을 쿵 소리 나게 찍으며 말했다.
“제천대성이시여, 나는 모르겠소.”
저팔계는 론트 왕국의 왕이다.
그 또한 옥황상제에게 반기를 든 자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신께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권리를 찾기 위함이었소. 그런데 지금 나의 병사들이 죽어가지 않소이까.”
“알지 않는가. 옥황상제는 나중에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에 나중이 아니오!!!”
저팔계도 알고 있다. 제천대성을 통해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제천대성이 그만큼 강했고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옥황상제의 사자들이 움직이려 할 때, 그리고 옥황상제가 통로를 열기 전에 멈췄어야 한다.
“그리고 식신이란 자? 그도 기껏해야 한 나라의 왕이오. 그가 있다 한들 무엇이 달라진단 말이오.”
제천대성은 식신에 의해 아내와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우마왕은 그로 인해 왕국을 지켜냈고 그자의 수하가 되었다.
에덴 왕국과 라마히트 왕국은 그를 신격화하여 말한다.
그러나 자신은 그를 본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옥황상제께 제사를 지냅시다. 이대로면 다 죽소.”
제천대성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또 다른 왕이 등장했다.
승려복을 입고 있는 그는 왼쪽 손목에 염주를 두르고 있었고 한 손에는 목탁을 들고 있다.
바로 삼장법사였다.
삼장법사는 이 에데아 내에서도 신비로운 힘을 부리는 자로 알려진다.
상대의 잠들어 있는 힘을 깨워주고, 새로운 가르침을 주어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제천대성은 가장 강한 왕이다.
반대로 삼장법사는 이 에데아의 모든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다.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하네.”
“그렇지만 나의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소!!!”
저팔계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구차하게라도 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죽어도 부처님의 뜻이고, 살아도 부처님의 뜻이니.”
“그 빌어먹을, 부처님 뜻!!! 옥황상제는 실체라도 있지, 무슨…….”
“팔계야.”
“…….”
차갑게 가라앉은 삼장법사의 목소리에 저팔계가 흠칫 떨었다.
사실, 제천대성과 저팔계, 우마왕은 모두 삼장의 제자였다.
“부처님께 108배라도 올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저팔계가 말문을 닫았다. 똑똑히 기억난다. 말이 108배지, 끝나지 않는 절이었다.
심지어, 화나면 저 목탁으로 머리를 까는 삼장이었다.
‘저게 무슨 스님이야!?’
그러나 저팔계의 뜻은 확고했다.
“나와 내 왕국이라도 살아야겠소.”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하고 싶진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병사들이 천군들의 손에 죽어가고 있다.
탁탁탁…….
삼장법사가 씁쓸한 표정으로 목탁을 두들겼다.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르르르륵-
[하늘의 문이 열립니다!]하늘의 문.
옥황상제는 하루에 3만의 천군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딱 하루에 한 번. 하늘의 문이 열리며 사자들의 1회의 공격이 떨어진다.
바로 그 순간.
화르르르르르륵-
갈라진 하늘에서, 빛처럼 쏘아지는 두 장의 부적이 있었다.
타오르는 부적의 화염이, 그 몇만 배가 되어 커다래진다.
메테오만큼의 크기로 거대해진 그 화염 덩어리는, 단숨에 에데아의 병력들 수만을 잿더미로 만들 만큼 강력해 보였다.
그 힘은 다름 아닌, 삼장법사와 제천대성, 저팔계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
“……!”
너무도 빠르게 쇄도하는 화염이었기에 차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니, 설령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삼장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X됐다.”
“???”
“???”
삼장법사의 중얼거림에, 제천대성과 저팔계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곧, 자신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바로 그 순간.
타앗-
한 사내가 성벽 위에 내려섰다. 내려선 사내의 등 뒤에서 포크와 나이프가 교차된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재빠르게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볼과 휘핑기였다.
아무것도 없는 볼 안에 휘핑기를 넣은 그가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아아아아아악-
[캔슬.] [사용자를 중심으로 5m 안의 모든 스킬, 마법을 무효화시킵니다.]거대한 화염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그는 대륙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법을 준비하고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성벽 위에 선 민혁이 전장을 바라본다.
단숨에 성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 만큼의 화염을 잠재운 그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의 눈동자가 부드럽고 순하다. 그렇지만 날카롭게 솟은 콧대와 턱선은 그를 남자답게 보이게 만들었다.
“…….”
“왔는가.”
제천대성이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 지었다.
사실, 제천대성은 민혁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민혁은 그런 제천대성을 꽉 껴안아주며 화답했다.
“잘 지내셨어요?”
“보시다시피, 잘 지내지는 못했다네.”
삼장법사와 저팔계의 시선이 그를 흩는다.
삼장법사가 생각했다.
‘범과 같은 눈빛을 가진 자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진정한 왕의 눈을 타고났다.
그런데.
“쌈장법사님, 안녕하세요!!, 저팔계 님도 안녕하세요!!!”
‘싸, 쌈장?’
삼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하, 정말 맛있는…… 아니, 멋진 이름을 가지셨어요.”
이상한 자다.
방금은 범과 같은 눈빛을 가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을 가졌다.
그리고 저팔계를 본다. 그런데 저팔계를 바라보는 눈빛은.
‘타, 탐욕……!?’
탐욕으로 얼룩져 있다. 이 탐욕은 어떻게 해서든 그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 간절한 눈빛이 담겨 있는 듯하다.
도대체 저팔계의 어디를 보고 탐욕이 생기는 것인가?
민혁의 시선이 슬쩍, 저팔계의 배로 향했다.
‘팔계의 배에서 알 수 없는 힘이라도 느껴지는 것인가!?’
삼장법사. 그가 보았을 때는 두툼하게 접히는 뱃살밖에 없건만!?
정체 모를 침 삼키는 소리가 퍼졌다.
“하하, 쌈장법사님과 저팔계 님이 함께라니, 이거 참 아름다운 조화입니다.”
꿀꺽-
침은 왜 삼키는 것이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자다.
그때 저팔계가 삼장법사의 상념을 깨트렸다.
“당신이 천외국의 왕이요?”
저팔계의 목소리는 좋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민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신앙심을 흔들지만 않았더라면, 그가 나타나 에덴 왕국을 구하지만 않았더라면 어떻게든 우리가 살길은 열렸을지도 모른다.
저팔계는 옹졸했다. 맞서 싸우기보다 피하고자 했다.
“당신의 군대는 어디 있소?”
“없습니다. 저 혼자밖에.”
“없다? 없다!!!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시오!? 왜 당신의 그 잘난 병력들을 잃기 두려워서!?”
그는 민혁의 순수하고 밝은 얼굴을 보았다. 이런 자들은 대게 뒤로 숨게 마련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만만해 보였다.
이런 자가 에덴 왕국을 구했다? 개소리, 옥황상제의 옥쇄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뛰어난 요리로 제천대성의 아내의 눈을 뜨게 했다?
그저 요리를 잘하는 것밖에 없겠지.
“당신이 직접 무릎 꿇고 옥황상제에게 사죄하시오, 그것이 우리가 살…….”
그때.
“…….”
민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살기가, 주변을 잠식한다.
민혁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는 에데아의 은인이었으나 타 왕국의 이들은 그와 직접 대면한 적이 없을 터.
지금의 병사들과 백성들도 민혁을 믿지 못할 터였다.
믿음 없는 아군은 되려 발목을 잡는다.
“닥쳐.”
삼장법사가 신음했다.
작게 읊조린 두 글자일 뿐인데 한 나라의 왕인 저팔계를 압도한다.
그리고 입술이 비틀린 민혁이 말했다.
“내기할까?”
네임드 NPC는 퀘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바.
특히나 저팔계는 결국에 왕이었다.
“내가 지금 저 자리에 있는 천군들을 쓸어버리겠다. 실패하면 나는 옥황상제에게 무릎 꿇고 빌 것이고, 성공한다면 내 원하는 바 한 가지만 들어줘라.”
“크,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저팔계가 광소를 터뜨렸다.
제천대성도 힘겨워하는 천군이다.
3만에서 1만5천을 죽였으나 반절이 남았다.
저치들을 혼자서 죽이겠다?
제천대성도 하지 못한 것을?
“들었소이까? 해내지 못한다면 직접 옥황상제에게 사죄한다고 하니, 이 모든 일은 쉽게 해결되겠구려. 그렇게 하지.”
[돌발 퀘스트: 론트 왕국의 왕 저팔계와의 내기를 승낙하셨습니다.]그러다 저팔계가 물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 들어주지 않을 터다.”
그 질문에 민혁이 다시 걸음을 옮겨 성벽 위에 서서 그를 돌아봤다.
“아, 어려운 건 아니야.”
저팔계가 양 팔짱을 끼며 말해보라는 듯 웃었다.
“너 존X게 팰라고.”
“?”
그리고 민혁이 신의 목소리를 발동한다.
이 신의 목소리가, 백성들과 병사들에게 이기고자 하는 힘을 실어줄 터.
[나는 가장 위대한 검을 쥔 가장 높은 곳의 신.] [보아라.]민혁이 인벤토리에 있던 검을 뽑아 쥐었다. 검신과 그립마저 흑빛으로 물든.
곧.
모두가 경악했다.
[저팔계의 삼지창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삼장법사의 목탁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제천대성의 여의봉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천군의 풀 플레이트 아머가 공명하고 있습니다!] [천군의 빛바랜 검이 공명하고 있습니다!] [제천대성의 숨결이 깃든 검이 공명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모든 무기와 방어구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상실됩니다!!]잠시 전장에 고요함이 깃든다.
민혁은 가신들에게 마력을 불어넣어 달라고 하면서, 이 검이 가진 또 다른 힘을 깨달았다.
“히, 히히히히히히힝!”
“이히히히히히힝!”
“끼에에에에에에!”
푸드드드득-
말들이 두려운 무언가를 본 듯 천군을 땅에 떨어뜨리고 도망간다. 나무에 앉은 새들이 울며 날아간다.
지이이이이이잉-
검의 울음이 땅을 진동시키고.
쿠그그그그그그-
하늘을 울게 한다.
민혁이 성벽 위에서 뛰어내리며 신의 목소리를 끝맺음 짓는다.
[승리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