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71
밥만 먹고 레벨업 872화
땅의 대정령 렌드는 대정령들 중에서 가장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 그만큼이나 소심했고 상처도 잘 받는 것이 대정령 렌드였다.
그런 대정령 렌드가 생명의 정령님을 위해 챙겨왔던 것들을 ‘툭-’ 떨어뜨리며 그분을 보고 있었다.
‘농부반장 그릉이……?’
반장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반장은 대부분 무리를 이끄는 자를 뜻한다.
‘그래, 역시 생명의 정령님께는 반장이라는 직책이 어울려.’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당장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줘도 모자랄 판에 저 위대하고 고귀하신 분을 ‘농부’로 이용한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 뛰어다니던 생명의 정령 그릉이가 힘을 모았다.
“그으으으으으……!”
힘을 모은 그릉이. 마치 용맹하게 무언가를 노리는 맹수와 같다.
누가 봐도 그저 귀여운 아기늑대에 불과하지만, 렌드의 눈에는 정령들의 왕이 될 자가 힘을 모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씨앗들이 만들어지며 땅에 스르르 스며들었다.
“……역시.”
렌드는 감탄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그릉이는 씨앗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스며든 씨앗에, 그릉이의 힘이 더해진다.
바로 액티브 스킬 ‘빠른성장’이었다.
“그릉그릉!”
씨앗이 심어진 땅을 노려보는 그릉이.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주 작은 씨앗이 곧 땅을 비집고 나와 새싹이 된다.
그리고 곧 그 새싹들이 무성한 잎을 맺는다.
‘대단하신 능력…….’
렌드는 보고 있기만 해도 감탄이 나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만큼 어려운 일은 세상에 없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먼 곳에서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렌드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우리 그릉이 또 맛난 거 만들었어!?”
그는 천외제국의 민혁이란 인간이었다.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저 탐욕스러운 눈빛을 빛내며 달려오는 것을 보라.
심지어는.
“우리 그릉이 잘했어요.”
생명의 정령님의 머리를 쓰담 쓰담 해주고 있지 않은가?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할 분이다.
그리고는 방금 전 생명의 정령이 만들어내신 그것을 호미를 이용하여 캐냈다.
파파파파팟-
그것은 아주 실하고 맛있어 보이는 호박 고구마였다.
“호박 고구마다, 크하하하하핫! 우리 그릉이 최고! 크하하핫!”
“……!”
호박 고구마를 품에 끌어안고 탐욕 어린 광소를 터뜨리는 그를 보며 렌드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가만두지 않아…….’
땅의 대정령.
수백만 땅의 정령들을 다스리는 그.
그가 민혁과 동화되어 보여준 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제국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강대한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었고, 땅의 정령군단을 이끌고 천외제국을 침범할 수도 있었다.
또 돌과 흙으로 된 천외제국의 건물들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
비록 지상에 내려와 힘이 일부 봉인되었으나 그는 대정령 중 하나였다.
‘가만두지 않아…….’
한 걸음 성큼 내딛으려던 때였다. 민혁이 그릉이가 씨앗을 창조해 내 만들어낸 고구마들을 은박지에 싸서 가마솥의 아궁이 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그릉이를 불렀다.
“그릉아.”
“그릉, 그릉!”
잽싸게 달려온 그릉이가 민혁의 품에 안겨든다. 그리고 안겨든 그릉이를 쓰다듬어 주며 민혁이 묻는다.
“그릉아, 힘들진 않아?”
“그릉그릉!”
강하고 용맹한 나는 이런 것에 힘들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를 꼭 품에 껴안은 민혁이 물었다.
“그릉아, 힘들거나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민혁은 그릉이가 ‘농부반장’이 되어서 무척 좋았다.
씨앗을 창조하고 그것을 빠른성장 시킬 수 있는 능력은 사기적이니까.
또 자신은 그로 인해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릉이가 씨앗창조를 사용해 만들어낸 씨앗들은 ‘생명의 고구마’, ‘생명의 배추’와 같이 ‘생명’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 생명이란 이름이 앞에 붙은 것들은 먹을 시 ‘활기를 되찾아주고 지치지 않게 도와준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이 자리의 농부들, 그리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많은 백성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심지어 민혁이 먹어본 결과, 일반 재료들보다 더 맛있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릉이’가 원할 때나 녀석에게 해달라고 할 수 있다.
민혁은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릉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릉그릉 울며 품에서 뛰쳐나가 민혁의 주변을 몇 바퀴 뛰어다니다가 다시 폴짝하고 민혁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르르릉……!”
자신은 아주 재밌다는 듯,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웃었다.
[그릉이가 밭일을 함으로써 매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민혁이 품에 안겨든 그릉이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모든 이들은 살면서 자신의 역할이 있어, 그 역할들 덕분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우리 제국은 그릉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더 활기차게, 맛있는 것을 먹으며 살 거야.”
“그릉, 그릉!”
[그릉이가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치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즐거움, 새로운 깨달음 등에 따라 그릉이의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그릉이가 레벨업합니다.] [그릉이가 레벨업합니다.] [그릉이가 레벨업…….]단숨에 4레벨업!
그릉이는 순수한 아이와 같은 존재였다. 그와 고작 몇 개월, 혹은 1년을 함께할지도 모르는 민혁이었지만 천외제국에 녀석이 온 이상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그때.
[그릉이를 품은 자.] [그릉이에게 재미를 주고, 그릉이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당신의 HP 총량이 0.2% 상승합니다.]“……!”
민혁은 깜짝 놀랐다.
패시브 스킬 그릉이를 품은 자.
이는 설명에 따르면 그릉이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거나 혹은 즐거움을 주는 자. 또 그 외의 것들을 해주면 영구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미쳤다.’
HP 총량 0.2%의 상승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특히나 민혁 같은 하이랭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그때, 민혁은 어느덧 가마솥의 아궁이에 넣어뒀던 호일에 쌓인 군고구마를 빼 왔다.
“후뜨! 후뜨! 후뜨!”
면장갑을 끼고 군고구마를 꺼낸 민혁이 뜨거움에 녀석을 가만두질 못했다.
호일을 벗겨내자 그 안으로 겉 부분이 조금 그을린 군고구마가 있었다.
껍질을 벗겨내자 노란 호박 고구마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조심조심 호박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긴 민혁이 조금 떼서 그릉이에게 나눠줬다.
“그릉그릉!”
그릉이가 그 맛을 보고는.
“그, 그릉…….”
눈을 번뜩 뜨고 약 5초 정도 멍을 때렸다.
너무 맛있는 맛에 감탄한 것이다.
작은 웃음을 지은 민혁이 모락모락 김을 피우는 호박고구마를 바라봤다.
“후! 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그것을 입김으로 식혀줬다.
그리고 그 노랗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녀석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허뜨, 허뜨. 허어-”
뜨거움에 입안에 넣고 굴려주자 달콤하며 뜨뜻한 그 녀석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씹을 때마다 군고구마의 달콤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그렇게 몇 입 더 먹어주다가, 살얼음이 동동 낀 동치미 국물을 그릇째 들이켜 준다.
꿀꺽꿀꺽꿀꺽-
“크하!”
행복하다. 이 맛에 게임을 한다.
‘그래, 나는 먹기 위해, 내가 즐겁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거야.’
작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나무에 앉으려다 민혁은 턱을 쓸었다.
‘흐음.’
그가 턱을 쓰는 이유는 하나였다.
(비옥한 땅을 만드는 곡괭이)
등급: 신
제한: 레벨 500 이상, 땅의 대정령의 허락을 받은 자.
내구도: ∞/∞
공격력: 650
특수능력:
⦁손재주 x3배 상승.
⦁농작물 채집률 60% 상승.
⦁활력 30% 상승.
⦁엑티브 스킬 울어라, 곡괭이.
⦁엑티브 스킬 무조건 수확.
⦁엑티브 스킬 땅을 다스리는 자.
⦁패시브 스킬 척박한 땅을 비옥한 땅으로.
⦁패시브 스킬 발빠른 곡괭이질.
⦁패시브 스킬 맛좋고 능력 좋은 농작물.
설명: 땅의 대정령 렌드가 소유하고 있던 곡괭이이다. 척박한 땅마저 기름진 땅으로 바꾸는 이 곡괭이는 어떠한 척박한 땅에서도 씨앗이 자라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신등급 아티팩트다.
자그마치 땅의 대정령 렌드의 것.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릉이가 사용하면 참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릉이의 능력과 이 곡괭이가 하나가 된다면 사상최강의 농부가 탄생할 수 있다.
문제는 레벨 제한이 500이라는 사실이었다.
또 그릉이가 곡괭이를 휘두르기 위해선 ‘요정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 하는 녀석한테, 그걸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이걸 사용해 주는 이가 있다면 천외제국의 농작물이 엄청나게 뛰어나질 것이다. 난 더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민혁이 본 특수능력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맛좋고 능력 좋은 농작물’이다.
만약 수확 전의 농작물이 레어일 때. 0.8% 확률로 발동되는 이 스킬이 발동되어 주면, 한 단계 등급이 상승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제한은 있다.
에픽 등급까지만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래도 최강의 농부를 위한 도구임은 사실이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던 때였다.
“응?”
민혁의 앞으로 한 남성이 걸어왔다.
중년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느릿느릿 걸어왔는데, 누군가 연상되었다.
‘땅의 대정령?’
그리고 민혁의 예상이 맞았다.
“오해했다. 당신을, 미안하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와서 미안하다고 하다니?
땅의 대정령 렌드는 ‘이 천외제국을 엎어버릴까’ 하다가 그릉이를 품에 안고 이야기하는 민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릉이. 즉 생명의 정령에게 억지로 농부반장을 시킨 것이 아니다.
권유였다. 또 권유를 하면서 그에게 이치를 알려줬다.
앞으로 정령계를 이끌어갈 그릉이가 훌륭하게 크는 것은 모든 대정령들이 원하는 바다.
땅의 대정령은 생명의 정령인 그릉이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생명의 정령이 이토록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렌드에게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렌드와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민혁이 가진 가장 큰 무기 중 하나.
분명 자신은 맛있는 걸 먹기 위해 행동했을 뿐인데, 다른 이들과의 호감이 높아진다는 것일 터다.
“나도 생명의 정령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
“…….”
비록 렌드는 지금 대부분의 힘이 상실된 상태다.
지상에서 대정령은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하나, 그것은 ‘공격능력’들에 한해서다.
애초에 땅의 대정령이 가진 기운과 그가 땅을 어루만지는 능력 자체는 조금 상실되어도 상상을 불허한다.
당장 지금도 민혁은 이런 알림을 듣고 있었다.
[땅의 대정령의 기운에 천외제국의 모든 밭들의 성장속도가 20% 뛰어나지며 농부들의 수확률이 20% 더 높아집니다.]그러다 민혁은 속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 후후훗…… 곡괭이가 주인을 찾은 것 같군.’
그 사악한 웃음을 모르고, 땅의 대정령 렌드는 그릉이를 보며 작게 웃었다.
* * *
불의 대정령, 바람의 대정령, 번개의 대정령.
이들은 렌드와 완전히 달랐다.
자신들이 얼마나 고귀하고 위대한지 알았다.
때문에 오만했으며, 그들의 오만에 토를 달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런 그들조차도 생명의 정령에는 관심이 컸다.
바람의 대정령을 필두로 생명의 정령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천외제국에 숨어들어 왔다.
“렌드, 이 녀석은 왜 감감무소식이지.”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 불의 대정령의 말이었다.
땅의 대정령 렌드는 순박하고 소심했다. 자신들과 전혀 다른 그를 대정령들은 무시하거나 미워하기보단 오히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듬어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게, 이 녀석은 어딜 간 거야.”
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바람의 대정령이 답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그들은 ‘우리의 생명의 정령님께서 잘 계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를 찾아뵙기 위해 움직였다.
그 기운을 따라, 움직인 그들은 곧 볼 수 있었다.
밭일을 하며, 해맑게 뛰어다니는 생명의 정령님을.
[♥농부반장 그릉이♥]“……!”
“……!”
“……!”
그들은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이 더 놀란 것은 다른 것에 있었다.
유독 느리게 곡괭이질을 하는 인간이 있었다.
특이점은, 그 인간의 몸 곳곳에 새싹과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저 모습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자로 추정된다.
바로 땅의 대정령 렌드. 그가 곡괭이를 쥔 채 천외제국 밭에서 열심히 밭일 중이었다.
“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들의 질문에, 땅의 대정령 렌드.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며 곡괭이를 내밀었다. 특유의 나무늘보 같은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할래에에……?”
“…….”
“…….”
“…….”
천외제국.
그곳의 밭엔, 모든 정령들을 통합하실 생명의 정령과 가장 위대한 대정령 중 하나인 땅의 대정령이 밭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