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72
밥만 먹고 레벨업 873화
신들의 땅.
신좌에 앉아 있는 군신은 골머리가 아팠다.
“군신이시여, 어찌 후예로 네르바를 버리고 ‘식신’이란 자를 내세우십니까.”
“군신이란 무엇입니까, 신들의 땅을 오랜 시간 지켜야 하는 자입니다.”
“군신이시여, 그는 이방인이라 하였습니다. 어찌 이방인이 우리 신들을 이끌고 신들의 땅을 지킨단 말입니까!”
“군신의 후예가 해야 할 일은 인간들의 땅을 통합하고 우리 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자들을 다스려야 할 것도 있습니다. 군신께서는 그자가 그럴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식신. 식신입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신 말입니다! 심지어 대륙신에 불과하며 식신은 전대 검신이었던 발렌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도 아니옵니다!”
각 신들이 머리를 땅에 박으며 외치고 있었다.
벌써 몇 날 며칠, 지치지도 않는 듯 보였다.
민혁이 ‘천외제국’을 건립하고 군신이 그를 후예로 받아들임으로써 신들의 땅은 발칵 뒤집혔다.
군신이란 그들의 말처럼 신들의 땅이 위험에 빠졌을 때, 모든 신들을 이끌고 싸워야만 하는 자였다.
또한 신들은 고작 ‘식신’이란 자. 그리고 대륙신에 불과한 자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네르바’라는 군신의 검이 있었다. 네르바에 비하면 애송이에 불과한 그를 어째서 군신이 후예로 받아들였는가.
“짐이 그를 선택한 것은 네르바보다 훨씬 큰 성장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군신은 수백 번도 더 말했다.
그러나 신들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믿게 마련이었다. 군신의 말은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때, 이 많은 신들을 이끌고 앞장서는 자가 있었다.
“군신이시여!”
군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의 이름은 벤틀리. ‘던전의 신’이었다.
던전의 신 벤틀리는 신들 사이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신이었다.
그는 현재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던전을 만들어낸 신이다.
“식신에게 ‘아르갈리스의 던전’으로 갈 것을 권유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
“……!”
“……!”
그 자리의 신들, 그리고 군신마저도 작지 않게 놀랐다.
아르갈리스 던전이란 무엇인가.
아르갈리스 던전은 지금의 던전의 신 벤틀리가 아닌 3대 던전의 신이 제작해 냈다.
이 3대 던전의 신은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수준 높았던 던전들을 만들어낸 장인이다.
그의 이름은 ‘에바스’다.
또한 에바스는 이 던전을 만들 때 여러 신들을 불러모아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르갈리스 던전의 보상은 꽤 클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해당 던전의 보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아무도 아르갈리스 던전의 끝을 본 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의미가 무엇을 뜻할까.
‘모두 죽었다.’
신들은 영원한 삶을 산다. 늙지 않기에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물리적인 방법뿐이다.
아르갈리스에 도전했던 모든 신들은 죽었다.
그 신들은 모두 신들의 땅에서 촉망받는 신들이거나 혹은 뛰어난 대륙신들이었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40을 넘어섰다.
많은 신들의 죽음에, 아무리 오만한 신들조차도 더 이상 아르갈리스에 도전하지 않게 되었다.
“‘보아라, 그가 이 던전을 나온 날. 그는 많은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바랐던 그 무언가는, 그 안에서 실현될 수 있다.’”
벤틀리가 오랜 시간 내려온 아르갈리스 던전을 보고 말했던 3대 던전의 신 에바스의 말을 읊었다.
그가 남긴 이 말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도전했다가 실패한 자들이 태반이다.
그리고 에바스가 남긴 말은 더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그대의 몰락을 모두가 지켜보리라.’”
벤틀리는 눈치챘다.
이방인들은 던전 공략에 실패하면 엄청난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이방인들은 이곳의 사람, 신들과 다르게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의 존재들이다.
“벤틀리 님의 말씀이 가장 합당해 보입니다.”
“아르갈리스 던전. 신들의 무덤과 같다는 그곳을 그자가 무사히 나온다면 인정하겠습니다.”
모두의 말에 군신은 잠시 고민했다.
‘애초에 자신을 부정하는 이들을 이끌고 간다면 언젠가는 발목을 잡힌다.’
그것을 군신은 알고 있다.
그가 해낼 수 있을지, 말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해낸다면 더 이상 이들처럼 많은 말들은 없을 터.
군신이 말했다.
“명성의 신은 있는가?”
“예, 있습니다. 군신이시여.”
명성의 신.
그는 다양한 업적, 칭호 등을 통해 유저들, 혹은 NPC들에게 보상을 내릴 수 있다.
군신이 말한다.
“나의 후예가 그곳에 도전하여 무사히 나온다면, ‘그를 위한’ 칭호를 준비하라.”
“…….”
명성의 신.
그는 말문을 잃었다.
신들조차 깨지 못한 곳이다. 그곳을 깬다면 어떠한 칭호를 준비해야 하는가?
군신은 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곧 대답과 같았다.
이방인이 얻은 적 없는 이례적인 칭호.
명성의 신이 그를 준비하기 위해 달려갔다.
* * *
[천외제국의 농작물 수확량이 30% 증가합니다!] [천외제국에서 더 높은 등급의 요리재료를 획득할 확률이 25% 증가합니다!]집무실에 있던 민혁이 들은 알림이다.
이 모든 게 땅의 대정령 렌드와 그릉이 덕분이다.
땅의 대정령 렌드는 흔쾌히 그릉이를 보호해 주겠다고 했다.
그때 스리슬쩍 민혁은 곡괭이를 건네며 말했다.
-그릉이는 씨앗으로 농작물을 키우고, 그 농작물을 당신이 딴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입니까, 또 생명의 정령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고요.
그는 사탕발림 말로 렌드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고 ‘땅의 대정령을 농부로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제 또 어떤 맛있는 걸 먹어볼까.’
천외제국을 운영에 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민혁이 작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헬레냐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공격을 방어해 낸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겠다 했다.
‘그것은 강자의 오만이고 실수다.’
너무도 높디높은 헬레냐이기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일 터이다.
민혁이 알림 스크롤을 끌어 올렸다.
[불멸의 마도사 헬레냐로부터 인류와 엘프들을 지켜내는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헬레냐와의 약속이 이행됩니다.] [약속의 보상이 측정됩니다.] [당신은 헬레냐의 예상을 깨는 경이적인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보상은 총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아티팩트 보상, 골드 보상, 직업 보상.]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은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아쉬웠다.
‘왜 맛있는 것에 대한 보상은 없는 거야?’
헬레냐.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여인이다.
‘아티팩트는 필요 없다.’
이미 무기와 방어구, 모두 충분할 정도로 뛰어난 편이다.
골드역시 마찬가지다. 왕국과 제국 등에 의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아주 오랜 시간 천외제국을 지탱해 줄 터다.
그렇다면 세 번째 보상이 적합하다.
“직업보상을 선택한다.”
[직업보상을 탐색합니다. 당신의 클래스는 총 두 개입니다. 식신과 군신의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두 가지 직업 중 하나의 선택.
평소였다면 망설였을 것이다.
‘제국을 위해선 군신의 보상을 택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민혁은 아직 식신의 스킬들을 많이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민혁이 보유한 식신 스킬들은 많다.
식신의 요리, 레시피 창조, 재료탐색, 중첩되는 즐거움, 만인의 즐거움, 역변하는 아찔함, 유혹의 요리 등.
그렇지만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식신의 숨겨진 힘들은 더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힘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식신.”
남들이 들었다면 경악할만한 보상 선택을 민혁은 대수롭지 않게 했다.
[식신과 관련한 보상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탐색 중…… 2%…… 7%…… 15%…… 28%…….] [탐색에 성공합니다!] [직업 퀘스트: 식신이 했던 고민을 프라이드 왕국의 로이센 영감에게 듣기가 생성됩니다!] [직업 퀘스트: 식신이 했던 고민을 프라이드 왕국의 로이센 영감에 듣기 퀘스트 완료.] [에메랄드 소금을 획득합니다.]“……?”
민혁은 잠깐 이해할 수 없었다.
퀘스트가 발발했다.
그런데 그 퀘스트가 곧바로 완료되었다.
이어서.
[연계 퀘스트: 식신이 행하였던 노력 도전해 보기가 생성됩니다.] [연계 퀘스트: 식신이 행하였던 노력 도전해 보기 완료.] [모든 스텟 1%를 획득합니다.] [손재주 3%가 상승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모든 요리의 버프효과가 등급을 막론하고 0.4% 더 뛰어나집니다!]“잠깐, 이거 설마!”
민혁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연계 퀘스트: 마지막까지 요리했던 식신을 찾아서.] [연계 퀘스트: 마지막까지 요리했던 식신을 찾아서 완료.] [초대 식신 리베르가 마지막에 요리했던 간식 세트를 획득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모든 요리의 버프효과가 등급을 막론하고 0.5% 더 뛰어나집니다!] [연계 퀘스트: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을 쫓아 그의 신전으로.] [연계 퀘스트: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을 쫓아 그의 신전으로 완료.] [경험치 3,000,00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당신이 만드는 모든 요리의 버프효과가 등급을 막론하고 1.5% 더 뛰어나집니다!] [당신이 만드는 요리의 맛이 2% 더 좋아질 것입니다!]민혁은 알 수 있었다.
“퀘스트 스킵이라고……?”
모든 퀘스트는 일반 퀘스트보다 연계 퀘스트의 보상이 훨씬 더 뛰어나다.
그 이유는 훨씬 더 어렵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계 퀘스트가 만약 세 개로 나뉘어 있다면, 두 번째에서 실패했다간 그다음으로 이어갈 수 없다.
때문에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 장의 보상은 일반 퀘스트와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민혁이 본래 진행했어야 할 식신의 퀘스트들이 모두 스킵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상은 보상대로 들어오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곧, 그 퀘스트가 끝에 다다랐다.
[연계 퀘스트: 식신의 업적이 생성됩니다.] [헬레냐의 힘에 의해 마지막 퀘스트까지 도달하였습니다!]띠링!
[연계 퀘스트: 식신의 업적.]등급: SSS
제한: 모든 연계 퀘스트를 완수한 자. 식신.
보상: 업적에 따라 달라짐.
설명: 리베르의 영상시청.
달라진 것은 본래 있어야 할 설명 부분이 ‘영상시청’으로 변해 있다.
민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만인의 즐거움을 얻었을 때 이상의 식신의 힘이 담긴 퀘스트다.’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며 받는 보상의 정도로만 예측해도 그러했다.
민혁이 말한다.
“영상을 시청하겠다.”
민혁의 시야가 변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의 시야를 덮고 있었다.
그때 중년남성의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저 먹는 것이 좋았다.] [먹는 것에서 오는 행복, 기쁨, 즐거움. 그리고 먹는 것에서 담을 수 있는 추억, 사랑, 슬픔까지.] [그랬기에 나는 노력하여 먹는 것의 신. 식신이 되었다.] [대륙신이 된 나는 신들의 만찬에 초대받았다.]어둠밖에 보이지 않지만 민혁의 눈앞에 그의 얼굴이 그려지는 듯하다.
다른 신들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설레했을 것이고, 즐거워했을 것이다.
다른 신들에게 ‘먹는 것’은 살아가면서 가장 평범한 것이나, 가장 위대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터다.
그런데.
어둠밖에 보이지 않던 시야가 변화했다.
많은 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리베르가 있었다.
[나는 ‘고작 그런 신이냐며’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 얼굴이 처박혔다.]마치, 민혁이 넘어지는 것처럼 시야가 대리석과 가까워진다.
쿠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깔깔거리는 주변의 신들이 보인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신’이니 이것들을 주워 먹으라며 접시를 기울여 음식물을 얼굴에 떨어뜨리는 그들에게 치욕을 당했다.]민혁의 시야가 깜빡인다.
리베르가 눈을 감았다 뜨는 것처럼.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많은 자들.
민혁이 바라보는 시야가 크게 흔들린다.
한 신이 다가와 머리 위로 포도주를 부었다.
그 신의 이름이 떠올랐다.
[던전의 신 에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