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73
밥만 먹고 레벨업 874화
민혁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초대 식신 리베르가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먹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신이라며 낄낄거리며 조롱하는 자들.
리베르의 머리 위에 포도주를 붓고 낄낄거리며 웃는 던전의 신 에바스.
에바스가 리베르에게 말한다.
“자격도 없는 너 따위가 두 번 다시 신들의 땅에 발을 들일 생각은 하지 마라.”
그 말을 듣고 리베르는 신들의 손에 이끌려 쫓겨났다.
허망한 표정으로 화기애애한 신들의 만찬장을 바라보는 리베르. 민혁은 그가 눈에 담는 세상과 그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식신의 후예인 민혁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식(食). 인간이나 신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공기처럼 흔하게 여겨지나, 우리는 그 음식이라는 게 없으면 죽는다.
그 음식에 의해 기쁘고, 즐겁고, 설레한다.
그런데 신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했다.
꽈아아아아악-
리베르의 시야로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민혁은 그가 흙을 꽉 쥐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의 분노가 민혁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곧바로 리베르는 신들의 땅을 벗어났다.
그리고 영상이 변화했으며 리베르의 시선에서 3인칭의 시점으로 변화했다.
[식신 리베르. 그는 자신을 무시했던 신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초라한 식신의 신전 안. 자신의 동상을 마주 보고 앉은 리베르가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보이는 것은 그의 뒷모습에 가려진 요리였기에 민혁도 정확히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쩌면 먹자마자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르르, 리베르가 흩어지며 민혁의 시야로 떠오른다.
[수천 년 후.]뚜벅뚜벅-
누군가가 빛조차 들지 않는, 거미줄이 가득한 그 신전으로 걸음하여 들어온다.
민혁은 그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민혁은 이 퀘스트의 대부분의 과정을 스킵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런 영상연출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걸어들어온 민혁이 식신 리베르의 동상 앞에 선다.
그 순간 리베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무시당했다.] [여전히 많은 신들은 ‘식신’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사실이다.
만약, 식신이라는 클래스를 민혁이 아닌 다른 이가 가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지금의 민혁처럼 영향력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록 스텟량 자체는 높을 수는 있으나 그만한 자리에 오르진 못했을 확률이 높다.
민혁이 강한 것은 식신이라는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노력과 다양한 기연, 운 등이 작용하여 일구어낸 것이 지금의 식신이다.
[나의 후예여.]동상 앞에 선 또 다른 민혁은 리베르의 말을 묵묵히 경청 중이다.
[식신이란 직업을 짓밟고 무시했던 자들이 놀랄 만한 업적을 남겨라.] [그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내가 만든 이 요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영상이 종료되었다.
* * *
영상시청을 끝마친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연계 퀘스트: 식신의 업적에 대해 추가 안내됩니다.] [퀘스트 진행 가능 기간은 1년입니다.] [퀘스트 진행 기간 동안 업적률 60% 이상을 달성하셔야만 합니다.] [1년 동안 업적률 6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할 시 퀘스트가 실패로 간주됩니다.] [실패 시 보유하고 있는 식신의 스킬 중 하나가 랜덤으로 삭제됩니다.]다행히도 1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존재하는 퀘스트였다.
민혁은 헬레냐의 보상이 생각보다 크다고 느껴졌다.
‘레벨 몇에 얻을 수 있을지, 또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발동되는지 모르는 퀘스트. 그것도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 장만 끝마치면 된다라.’
보통 이런 식의 퀘스트가 꽤 오랜 시간 진행된다는 걸 감안했을 때, 굉장히 후한 보상이다.
또한 이는 식신과 관련한 최고 난이도 퀘스트로 추정된다.
또 그만큼이나 보상 또한 후할 것이다.
‘어쩌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급할 건 없다.
당분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생각이다.
‘아벨을 통해서 신등급 요리에 대한 행방을 쫓아볼까?’
그 생각을 하던 때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전합니다.]군신. 그가 민혁과의 대화를 청했다.
곧 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신들이 너의 군신의 자격에 의심하고 있다.]군신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민혁이 군신의 후예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여 그는 많은 신들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물론, 압박을 받는다고 흔들릴 정도로 군신의 자리가 작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군신이 아닌, ‘군신의 후예’인 민혁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것들이 앞으로의 민혁의 행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약속을 했다. 네가 만약 신들의 땅에 위치한 에바스가 만들어낸 던전, ‘아르갈리스’ 공략에 성공한다면 너의 자격을 인정해 주기로.]군신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오만했던 많은 신들이 도전한 던전.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던전에서 무사히 나오지 못했다.
[자격만 인정받는다면 어쩌면 네 편으로 돌릴 수 있는 신들이 몇 있을지도 모르겠지, 현재로써는 대부분의 자들이 네르바를 밀고 있다.]그러면서 군신이 덧붙였다.
[나 또한 최대한 무시하려 했으나 던전의 신이 앞장서 하는 말에 승인한 상황…….]“잠깐.”
이야기를 듣던 민혁이 이채를 띄웠다.
“던전의 신? 던전의 신 에바스?”
[던전의 신 에바스가 그 던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 던전의 신 벤틀리는 그의 후예이지.]민혁은 영상 속에서 낄낄거리며 리베르의 머리 위에 포도주를 붓던 에바스라는 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에바스라는 자가 만들어낸 그의 역작인 던전.
“그리고 그 후예가 나의 자리에 대해서 가장 크게 부정한다라.”
어쩌면 에바스의 말들을 전해들은 던전의 신의 후예들은 ‘식신’이란 ‘머저리 같은’ 신이 있다더라고 들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번에 받은 식신의 퀘스트와 아르갈리소 던전 공략이 묘하게 연관성을 보인다.
‘내가 만약.’
아르갈리소 던전을 클리어한다면 민혁은 리베르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식신의 업적 퀘스트를 달성하고 신들의 인정 또한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
“맛있는 거 줍니까?”
[…….]군신은 신들의 인정과 같은 것보다 먹을 것을 우선시하여 물어보는 민혁에 잠시 말이 없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곧 군신이 답했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보상은 특별하다 알려지지. 매 관문마다의 보상이 존재하며, 최종 클리어 시의 보상이 가장 크다고 한다.] [에바스는 그 보상들을 ‘꿈’이라고 하였다. 매 순간 주어지는 보상들이 내가 상상을 하여 꾸던 것들이 실현되어 이루어진다고 하지.]“내가 가장 뛰어났던 검을 쥐게 되는 꿈을 꾸고 있었더라면 그것이 실제가 되는 거.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비슷하다. 가장 위대한 검을 얻을 순 없더라도 아르갈리소 던전이 줄 수 있는 보상 선에서 가장 뛰어난 검을 쥐여줄 것이다.]민혁은 그 말을 듣고 알았다. 자신이 꾸는 꿈이 보상이 되어 다가온다.
정말 짜릿하고 대단한 보상이다.
‘그러고 보니 먹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먹고 싶은 것.
그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바로 ‘만화카페’ 음식들이다.
한가하고 무료한 날. 주머니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챙겨 만화카페에 향한다.
민혁이 그 만화카페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인 ‘주인공이 밥만 먹는 소설’을 읽으며 음식을 주문한다.
요즘의 만화카페는 음식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음식이 잘 나온다.
아주 잘 끓여진 라면이나 짜파게띠, 또는 치킨 마요 덮밥. 얼음이 담긴 콜라와 같은 것들.
한 손으론 책을 보며, 또 다른 손으로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인다.
“히야…….”
꼴깍-
민혁의 마른침이 꿀꺽하고 삼켜진다.
상상만 해도 기대된다.
민혁이 말했다.
“신들의 땅으로 가겠습니다. 저를 소환해 주시죠.”
* * *
던전의 신 벤틀리.
그는 신들 중에서 분명히 영향력 있는 신이었다.
그는 많은 신들이 ‘식신이 군신의 후예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불만을 품은 것을 알았다.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던 벤틀리는 신들을 규합하여 군신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그중 가장 크게 기여를 한 것은 가장 뛰어났던 던전의 신이셨던 에바스의 말 때문이었다.
전대 신이었던 자들이 한 이야기들은 그대로 전해지게 마련이다.
벤틀리가 들었던 식신에 대한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나약한 신.’
듣기로는 에바스 신께서는 그런 쓸모없는 신인 리베르를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짓밟았다고 한다.
그 후의 리베르의 행보가 대단했든 어떻든 상관없다.
결국 그는 에바스 신께 짓밟힌 하찮은 신에 불과하다.
그러한 신이 ‘군신의 후예’가 되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랬기에 벤틀리는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고 그에 성공했다.
“식신이 아르갈리소에 도전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신들이 모여들었다.
신들도 들은 바가 있다.
“현재의 식신은 전대 식신들보다 특출하여 무력적인 면에서 대단하다고 하지요.”
“신의 여섯 괴물을 죽인 자입니다.”
“물론 창신이나 폐위된 비운의 황제가 돕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민혁은 과거 신들의 만찬에서 불의 화신을 박살 낸 적이 있다.
그 정도면 무력 하나는 신들은 인정했다.
그러나 벤틀리가 말했다.
“창신급에 이르렀던 많은 신들이 아르갈리소에 도전했지요.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모두가 아르갈리소를 돌파하지 못했다.
“식신과 창신. 누가 더 강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가 알 것입니다.”
모든 신들은 ‘창신’이라 말할 것이다.
신들의 땅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그들이 말했던 그대로다.
식신이 신의 여섯 괴물을 죽였다.
그러나 그에는 많은 자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도 강한 것은 사실이나, 그의 주변의 이들이 한 기여가 컸다.
때문에 창신급에 해당되는 자들도 죽어나가는 아르갈리소에서 승산은 없어 보였다.
식신이 도전한다 하여 오랫동안 개방되지 않았던 아르갈리소가 있는 곳으로 신들이 우르르 몰려 걸음한다.
그리고 그곳에 당도한 그들은 곧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식신. 그자가 아르갈리소로 들어가는 입구 근처에서 자라난 버섯들을 따고 있었다.
“크, 이 버섯들로 버섯전골 끓여 먹으면 기가 막히겠는데!?”
그것도 아주 밝은 미소로 말이다.
모든 신들이 얼어붙었다.
신으로서의 위엄도 없다.
또 신으로서의 체통도 없다.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버섯을 캐는 모습이 천박하기 그지없다.
버섯을 캐내는 것에 이어서 주변에 위치해 있는 봄나물과 같은 것들도 민혁은 따기 시작했다.
“히야, 새싹 비빔밥 해 먹으면 맛있겠다.”
감탄하며 즐거워하는 그를 보며 신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딴 자가 군신의 후예라?
그런데 되려 벤틀리만큼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벤틀리는 에바스를 대신하여 이제 아르갈리소 던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아르갈리소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그조차도 누군가에게 발설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정보를 알고 있는 벤틀리.
‘아르갈리소 던전은 입장하는 순간, 모든 포션, 양피지와 같은 특수물품이 제한된다.’
그런데 그것들과 다르게 허용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민혁이 얻어낸 버섯과 봄나물과 같은 것들이었다.
저것들은 놀라운 치유력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벤틀리는 이 순간 깨달았다.
‘알고 있었다.’
저자는 분명히 저기에 숨겨져 있는 힘을 알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
‘내 생각보다 예사롭지 않은 자였던 건가!?’
벤틀리가 경계했다.
그러나, 정작 민혁은.
‘후후, 이렇게 질 좋은 버섯과 봄나물들을 많이 따다니. 헤…….’
맛있는 것을 먹을 생각에 그저 기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