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
밥만 먹고 레벨업 9화
민후의 방은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컸다.
캡슐이 작아 보일 정도로.
‘내 아들이 게임을 한다는데…….’
먼발치에서 보는 것이라도 좋았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직접 보고 싶기도 했다.
그는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참.’
그리고 어제 자신이 네이바에 올렸던 지식인 글이 생각났다.
그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제 올렸던 지식 글에 답글이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테네 온라인을 하려고 하는데, 위엄 있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닉네임 같은 거 있으면 추천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명색이 그는 회장이었다.
회장다운 닉네임!
그런 것을 가지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분간 민혁에겐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그는 밑으로 달린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아저씨인가 보네요.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닉네임은 흑염룡이죠.-fgdg234: 아…… 님, 그거 제가 하려고 한 건데, 왜 알려줌?
-gg731: 허허…… 흑염룡이야 말로 위엄 있고 요새 젊은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닉네임이죠.
-루시맘: ……꺅, 흑염룡 생각만 해도 넘나 멋진 것…… 내 오른팔에서 그 녀석이 미쳐 날뛴다……!
-네이더는네이년: 댓글 담합력 보소…… ㅋㅋㅋㅋ
-졸멋탱: 인정, ㅆㅅㅌㅊ 듣기만 해도 ㄷㄷ
“오…….”
강민후는 고개를 주억였다.
흑염룡이라?
그거 참으로 멋있는 것 같다.
무협지에서 나올법한 이름 아닌가.
“박 비서.”
“예, 회장님.”
문 옆쪽에 서 있던 박 비서가 서둘러 다가왔다.
“내 아테네 닉네임을 흑염룡으로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흑염룡이요? 호오…….”
박문수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턱을 어루만졌다.
“젊은 사람들 말로는 생각만 해도 멋지고 위엄 있으며 젊은 친구들이 최고로 칠 때 쓴다는데.”
“딱 회장님이시군요.”
“괜찮은 것 같지?”
“최곱니다.”
“어때, 나도 이러니까 젊은 친구 같나?”
“그럼요.”
“허허허허!”
누가 봐도 두 아재의 대화였다.
하지만 진실을 알 리 없는 두 사람.
그날 강민후는 자신의 닉네임을 ‘흑염룡’으로 시작했다.
* * *
(민혁)
레벨: 1
직업: 무직
HP: 173 MP: 150
힘: 14+9 민첩: 10+8 체력: 10+5 지혜: 10+5 지력: 10+5 명성: 3
포만도: 100%/5
보너스 포인트: 0
민혁은 자신의 스텟창을 확인했다.
발렌 교관의 설명에 의하면 스텟의 +에 붙어있는 건 칭호효과나 아이템 효과가 합산된 것이라고 하였다.
현재 민혁의 스텟은 누가 봐도 경악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황금 닭을 잡고 히든피스를 달성한 뒤 받은 식품 보관 인벤토리.
자그마치 유니크였다.
이 식품 보관 인벤토리는 따로 ‘식품 보관 인벤토리’라고 생각하거나 말해야 열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넣을 때 몇 도의 온도에서 보관할지를 설정할 수 있다.
즉, 민혁에게 딱 맞는 맞춤형 아티팩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포만도가 5가 됐네.’
/5를 달성했다.
그 기준은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번씩 오르는 것 같았다.
민혁은 여전히 초보 사냥훈련지점을 떠나지 않고 닭요리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로이나 교관님께 식료품을 지원받을까?’
당장 밖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민혁은 이곳에서 해서 바로 먹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식자재 해결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 닭은 기필코 치킨으로 만들고 만다. 흐…….’
그런 생각을 하며 삼계탕의 살점을 모두 먹어치웠다.
계속 삼계탕만 먹었다.
이렇다 할 재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뚝딱 고기를 모두 발라 먹은 민혁은 냄비째로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흐, 이 기름진 맛이지!”
그런 감탄을 하던 때였다.
아침 근무 시간이 된 것인지, 로이나 교관이 오는 게 보였다.
‘발렌 교관님보다 더 까탈스러운 거 같단 말이지.’
그녀는 발렌보다도 더 차가운 듯 보였다.
다른 유저들을 대하는 것도 발렌보다 더 심했다.
오죽하면 아르도의 두 교관을 사람들은 ‘건들면 혼나는 교관.’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로이나 교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민혁을 발견하곤 다가왔다.
‘음?’
그녀가 지정된 자리를 벗어나는 건 처음 보는 민혁이었다.
“흠흠!”
“교관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 좋은 아침이다. 민혁. 다름이 아니라…….”
그녀의 손에는 천에 싸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천을 걷어냈다.
곧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본 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것은 바로 고추장과 감자였기 때문이다!
‘저, 저거라면……!’
닭볶음탕을 해먹을 수 있다.
삼계탕과는 다른 별미!
매콤달콤한 밥도둑!
그녀가 그것을 내밀기 전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호, 혹시…….”
“넵, 교관님!”
눈앞에 보이는 재료를 보며 민혁은 침을 꿀떡 삼켰다.
“발렌 교관님…… 잘 지내시니?”
“예?”
“그, 그분과 난 과거에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었다. 그분은 내 상사셨지. 그저 그분이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궁금하시면 직접 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
로이나의 볼에 떠오른 홍조.
“아…….”
예상외였다.
그 차가워 보이는 로이나 교관이 이런 표정이라?
민망했던 것인지 발 한 쪽을 뒤로 뻗어 발끝으로 콕콕 땅을 짚는다.
민혁의 먹을 것 더듬이가 가동되었다.
더듬이는 신호를 보내온다.
이거 잘만 하면 식료품을 쉽게 얻을 수 있겠구만!
그는 일부러 능청스럽게, 하지만 남이 볼 땐 국어책을 읽듯 말했다.
“아, 맞다. 나를 빼곤 다시 허수아비 훈련소로 들어갈 수 있는 이방인은 없었지, 어? 근데 교관님은 이방인이 아니잖아요.”
그는 시치미를 뚝 뗐다.
먹을 것 앞에서 정말이지 치밀한 그였다.
“뭐, 뭣!?”
그 말에 로이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눈을 부릅뜨며 민혁에게 말했다.
“너, 너 혹시 저기 훈련소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거니!?”
“그렇습니다.”
“어, 어떻게……?”
“교관님이 이 검을 선물해 주시면서 자동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알림이 들리던데요?”
“그, 그래?”
그 말에 그녀는 가슴을 추스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여전히 민혁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양손을 쭉 앞으로 펼치고 있었다.
그녀는 가져온 재료들을 민혁의 손 위에 올려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힘겹게 가슴을 추슬렀다.
‘그분을 계속 만날 수 있는 유저라고……?’
사실 그녀는 민혁에 대해 의아한 게 많았다.
발란의 검을 발렌에게 받았고 또 민혁 때문에 요즘 이 사냥훈련 구역에 닭이 없다고 유저들이 난리였다.
물론 그걸 제지할 수도 없긴 했지만.
아마 민혁이 잡아먹은 닭만 해도 족히 200마리는 될 터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거다.
그 말은 즉.
‘며, 며칠 동안 여기에 더 묵는다는 건가?’
그리고 그녀는 떠올렸다.
민혁은 분명히 식재료를 가져다주자 좋아했다.
‘발렌 교관님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사실 그녀는 발렌 교관을 좋아했다.
그의 이야기.
어쩌면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 * *
민혁은 자신이 만들어낸 닭볶음탕을 보며 감탄했다.
닭볶음탕은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요리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든, 닭볶음탕을 밥과 함께 먹으면 이만한 것도 없다.
그리고 한 번씩 양념이 잘 밴 감자를 으깨서 밥 위에 올려 크게 한 입 먹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닭볶음탕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완전히 꿀떡하고 삼켜버린 민혁.
그는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다시 로이나 교관이 다가왔다.
“흠…… 너 바쁘니?”
“아니요. 안 바쁩니다!”
그녀의 손에는 이번에도 천에 싸인 무언가가 있었다.
이번에는 과연 무엇일까?
곧 그녀가 보자기를 풀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쌀이었다.
민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탄수화물의 결정체!
살의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칼로리와 관련해 나쁜 녀석이라고 할 수 있는 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민혁은 이 순간을 위해 계란을 아직 하나도 안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로이나에게 쌀을 부탁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혹시 말이야. 내가 이거 줄 테니까. 발렌 교관님 이야기 좀 해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래?”
“넵! 발렌 교관님, 집 수저가 몇 개인지도 기억합니다!”
민혁은 자신의 계획대로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너 집에도 가봤구나!?”
“그렇습니다!”
“그분 요새 어떻게 사시니?”
민혁은 하나하나 말해주었다.
그리고 발란의 검을 받게 된 계기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로이나는 가슴이 아파졌다.
‘그렇게…… 외롭게 사시는구나…….’
측은해졌다.
하지만 곧 눈빛이 번쩍였다.
어쩌면 그것은 기회!
곧이어 로이나가 쌀을 건네줬다.
[로이나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잘 먹겠습니다. 교관님! 참, 교관님.”
“응?”
“이건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민혁은 자신의 계획을 실현했다.
“전해줄 게 있다면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식재료 좀 구해다 주십시오!”
기브 앤 테이크.
그 말에 로이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민혁도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흐흐…… 거기 가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거기 가서 로이나의 말을 전해주고 식료품을 받는다.
로이나 좋고 민혁 좋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그, 그래 줄래!?”
“네!”
띠링!
[퀘스트: 발렌에게 로이나가 원하는 걸 전해주기.]등급: E
제한: 허수아비 훈련소 왕복자.
보상: 식재료.
실패 시 패널티: 로이나와의 친밀도 하락.
설명: 당신은 로이나 교관에게 직접 제안했고 로이나는 수긍했다. 그로 인해 퀘스트가 발발했다.
퀘스트의 등급은 E급이 가장 낮고 S급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높은 등급이다.
아테네의 퀘스트는 유저와 NPC 간의 약속에 의해서도 발발된다.
퀘스트는 꽤 다양한 요소로 인해 발발되는 편.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민혁은 알 수 있었다.
이 퀘스트는 발렌 교관과의 친밀도가 높고 왕복이 가능해야만 받을 수 있는 유일 퀘스트라는 걸.
이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민혁은 이제까지 자신이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요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이다.
그 음식은 바로 간장계란밥이다.
간장계란밥.
배가 고픈데 집에 딱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을 때, 혹은 가끔은 정말 간장계란밥이 그저 당길 때가 있었다.
먼저 쌀을 씻고 밥을 얹혔다.
조리법은 이미 인터넷으로 모두 숙지해온 상태.
기필코 이른 시일 내에 간장계란밥을 먹겠다고 준비했던 민혁이었기 때문이다.
밥이 다 된 후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달궈질 때까지 기다렸다.
적당히 달궈졌을 때, 가스 불을 가장 약하게 조절했다.
그다음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황금 알을 낳는 닭이 낳은 계란이었다.
민혁은 실제로 녀석이 낳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갑자기 인벤토리에서 툭 튀어나와 알을 또옹또옹 하고 낳고는 다시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촤아아아아!
계란 하나를 톡 까서 프라이팬에 내용물을 올리자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