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14
밥만 먹고 레벨업 915화
케런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천외제국마저 외면한다면 로아크 왕국은 멸망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케런이 이토록 로아크 왕국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유일한 낙이었기 때문이다.
케런은 속된 말로 방구석 폐인이다.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같은 삶을 사는 그는, 로아크 왕국이라는 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어째 사람들이 이렇게 호의적인가 싶었더니, 국왕 자체가 그러한 덕을 가진 자였다.
케런은 1왕자가 쓰러지기 전 자신에게 건네준 피 묻은 열쇠를 품에서 꺼냈다.
-왕국의 전사여, 혹시나 우리 왕국을 돕겠다는 곳이 있거든, 이것을 그에게 주게.
-이게 뭡니까……?
-로아크 왕국 선대들이 남긴 힘이 있는 곳.
-……!
케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로아크 왕국에는 전설이 있다.
선대들이 남긴,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특별한 힘이 담긴 무언가가 있다고.
그것이 실존할 줄은 케런도 몰랐다.
-이것을 이용해, 다른 제국, 왕국과 협상하는 건 어떻습니까?
왕자는 쓰러지기 전에 희게 웃었다.
-서거하신 전하는, 자비롭고 인자하셨네.
-…….
-그와 같은 자에게 꼭 드리게나, 꼭…….
끝으로 왕자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어떤 곳도 로아크 왕국을 안아주지 않았다.
자그마치 연합국이다.
심지어 그 연합국의 등 뒤에 루브앙이 버티고 있다.
‘과거 로아크 왕국에서 천외국에 선물을 준 것은 쌀 100톤과 밀가루 100톤, 돼지고기와 소고기 각 5톤씩에 불과했다.’
천외국의 왕이 음식을 좋아하고, 재정난에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왕이 ‘백성들이 배고프면 안 되지 않겠느냐, 허허’ 하면서 웃으며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천외제국은 수만 톤 이상의 쌀과 수만 톤 이상의 밀가루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결국 천외제국도…….’
그때, 복도 끝에 선 케런은 회의실 문이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뒤를 따라 헤이즈가 나섰다.
“하지만 폐하, 받은 것 대비…….”
“받은 것 대비라, 그 당시 천외국은 자금난에 의해 배를 곯는 백성들이 넘쳐났어, 그때에 지원해 준 것이 로아크 왕국이야. 그에 보답하기 위해 나 혼자라도 가겠다는 거야.”
헤이즈를 따라, 우르르 다른 간부진들이 함께 선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우리는 로아크 왕국이라는 든든한 아군을 얻을 거야, 모두가 부정적인 건 알아.”
“…….”
케런. 그는 복도 끝에서 민혁을 지켜봤다.
그에게서 알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제국의 생사를 쥔 남자.’
또 모든 유저들의 우상이다.
그랬기에, 그의 선택은 항상 무겁고 진중하다.
그리고 모두의 만류 속에서도 그는 말한다.
“이게 나의 보답이고, 이게 나의 방식이야. 모두 이해해 줘.”
“알겠습니다. 폐하.”
“후,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아, 그리고 이번에 ㈜즐거움 측과 같이 즐투브 영상 제작하기로 했거든?”
케런은 그 무게감에서 문득 깨달았다.
‘뭐야?’
천외제국의 황제. 그가 우리를 돕겠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다.
‘혼자 가겠다고!?’
미친 건가?
그러나 현재 루브앙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케런도 알았다.
아마도 그로 인해 그렇게 하겠다는 것 같은데, 너무 무모하지 않은가?
“민혁아, 우린 천외제국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게.”
“나는 요새에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거 같아.”
모두가 민혁에게 ‘화이팅’이라며 말한다.
그러면서 정작 ‘함께 가자’라고 하는 이는 없다.
“우리 쟈기, 파이팅~”
민혁의 여자친구 지니도 마찬가지였다.
“다녀올게.”
그러나 민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걸음을 옮기다, 케런과 눈이 마주쳤다.
“가시죠.”
‘지, 진짜 혼자 간다고?’
복도 끝을 보자 손을 흔드는 천외제국 간부진들이 있다.
‘이 무슨……?’
그러나 케런의 생각과 정반대였다.
민혁이 사라지자 천외제국 간부진들이 말했다.
“연합국이면 민혁이 혼자서도 충분하지.”
“암암, 그렇고말고.”
“우리 전부 가는 것보다 민혁이 혼자 가는 게 더 셀 수도……?”
그들은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 * *
천외제국 간부진들의 생각과 다르게 케런은 여러 가지 잡생각에 빠져 있다.
‘진짜 혼자서 간다는 거야?’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포부와 배짱을 가졌다……?’
또한, 민혁이 엄청나게 강한 유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연합국은 자그마치 100만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천외제국의 인재들을 자신의 독단적 선택에 의해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터.’
그러나 그는 로아크 왕국에 입은 은혜를 기억하고 있는 것.
‘혼자서라도 그 은혜를 갚겠다는 거야?’
무모한 것을 알면서도 말인가? 이 남자, 정말 진국이다.
민혁이 어느덧 몸을 다소 회복한 왕자를 만났다.
“아직도 잊지 못해.”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배를 곯는 백성들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무력하게만 느껴지던 때 서거하신 왕께서 보내셨던 것들을 말이야. 최선을 다해보겠네.”
케런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몰락해 가는 왕국의 왕자.
그리고 신흥하는 제국의 황제.
그러나 민혁은 왕자를 하대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예의를 갖춰 공경했다.
‘…….’
케런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쉬시게, 아직 몸이 많이 성치 않으니.”
민혁은 케런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왔다. 함께 밖으로 나서는데, 케런이 물었다.
“혼자 가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민혁 님이 다시 전장에 뛰어드는 것은 고작 쌀 몇백 톤과 같은 음식들과 비교할 수 없을 텐데요.”
그렇다. 민혁의 값어치는 현재 그 정도 수준이다.
그에 민혁이 작은 웃음을 머금었다.
“그 정도면 과분하지.”
끝으로 민혁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케런은 앞서 걸어가는 민혁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봤다.
그러다 서둘러 그를 따라잡으며 물었다.
“아까 얼핏 들었는데, ㈜즐거움과 같이 즐투브 영상을 만드신다고요?”
“……이그, 입이 문제야.”
민혁은 케런이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크게 상관은 없어 보였다.
“맞아, 영상을 제작하지.”
그에 민혁을 바라보던 케런이 물었다.
“편집자는 구하셨습니까?”
* * *
민혁은 케런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민혁은 황제이면서, 맛있는 걸 많이 먹기 위해 아테네에 대해 꾸준히 공부했다.
그로 인해 케런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자인지에 대해 알고 있다.
그가 말했다.
“㈜즐거움에서 최근 메일이 왔었습니다.”
당연히 민혁은 케런의 신분에 대해서 확실히 확인한 바 있다.
“로아크 왕국의 일에 관해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죠.”
아마 ㈜즐거움은 케런의 영상 제작비로 꽤 거액을 약속할 것이다.
그런 거물인 케런이 말한다.
“제가 민혁 님을 위한 영상을 편집해 드리겠습니다. 아테네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영상이 저장되어 있나요?”
“㈜즐거움 측에서 가지고 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왜 편집을 도와준다는 거야?”
그 질문에 케런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재밌을 것 같아서요.”
또, 당신의 가치가 너무 높다. 라는 말은 삼켰다.
“몰락해 가는 왕국을 구하러 출정하는 고작 한 명에 불과한 신흥제국 황제.”
이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할 터.
“덧붙여 ‘폭식 결여증’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진 자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영상.”
정말 다양한 것들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민혁과 대화를 하면서 케런은 확신한 게 있다.
‘이 영상은 내 인생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에.
민혁은 케런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로그아웃한 후, 그와 메일상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에, 곧바로 강태훈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고의 편집자를 데리고 있는 민혁이다.
심지어 ㈜즐거움은 이렇게 되면 손가락만 빠는 경우이니, 비율정산이 옳지 않다.
조건을 강태훈이 승인하였다.
다시 접속했을 때, 케런도 재접속해 있는 상태였다.
“가는 동안, 아테네를 시작하게 된 당신의 심정과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저에게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케런은 앞서 말했다.
‘당신의 이야기를 제가 새롭게 각색하겠습니다.’
“나는…….”
민혁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무너진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오랜 세월 동안 굳건히 버텼던 성벽이 결국 무너져 내린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연합국의 병사들이 돌격한다.
최소 다섯 개 이상의 국가가 연합하여 만들어진 곳.
페이로 연합국.
곳곳으로 펼쳐진 각 왕국의 깃발들.
반대로 로아크 왕국은 그 흔한 지원군조차 없다.
사령관 에드가 외쳤다.
“문을 사수하라! 왕국 안으로는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서거하신 국왕께서 베풀었던 은혜에 보답하는 나라는 없었다.
작지만, 그들에게 보내며 ‘모두가 돕고 살면 좀 좋은가? 허허’ 하며 웃었던 그분의 말과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페이로 연합국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탐욕 어린 저들이 나의 왕국을 짓밟으려 한다.
남자는 죽일 것이고 여인과 아이들은 포로로 잡혀갈 것이다.
우르르르르, 에드는 부서진 성벽으로 개떼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바라보며 못내 왕을 미워했다.
‘어찌, 그리 베풀기만 하였나이까.’
모두가 우리를 버렸건만.
200만에 이르는 연합국의 병사들이 돌진해 온다.
반대로 고작 35만 정도만 남아버린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몰려드는 연합국을 막아낸다.
“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에드의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힘겹게 막아내는 로아크 왕국군이 쓸려 나간다.
목이 잘리고, 복부가 관통되고, 마법에 폭격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령관 에드가 검을 뽑아 든다.
그 또한, 최후의 순간까지 이곳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투석기에서 발사된 거대한 돌덩이가 그가 선 성벽 인근과 충돌했다.
그 충격파에 휩쓸린 에드가 성벽 안쪽으로 튕겨 들어갔다.
삐이이이이이이-!
이명이 들려오며, 눈앞이 핑핑 돈다.
뚝뚝-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시야를 뒤덮었다.
“왜에에에에에에!!!”
그는 묻고 싶었다.
“왜 그렇게 사셨습니까아아아!!!”
그렇게 은혜롭기만 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끝내, 그렇게 죽으셔야만 했던 겁니까!
“도대체…… 도대체 왜에에에에에에에!!!”
무릎 꿇고 절규하는 에드. 그가 허망한 표정을 짓는다.
바로 그때였다.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
그 목소리를 따라, 그가 고개를 돌렸다.
키가 훤칠하게 큰 한 사내가, 눈에 익은 한 이방인과 함께 서 있다.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분이 베풀었던 온기가, 나의 백성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에드는 그가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전하의 명을 받고 그의 왕국으로 가 쌀과 밀가루 등을 건네었다.
떠나기 전 에드는 왕에게 말했다.
-전하, 천외국은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그런 국가를 위해 왜 소중한 식량을 보냅니까.
그에 왕은 웃었다.
-다 덕이 되어 돌아온다.
그때 에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도 그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어가는 그가 검을 늘어트렸다.
“오래전에 입었던 은혜. 오늘 갚겠습니다.”
“…….”
에드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부서진 성벽 틈에 뛰어든 순간, 연합국이 맥도 못 추리고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케런.
케런은 엄청난 연합국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였음에도 밀고 나가는 민혁을 보며 전율했다.
그는 이곳에 오면서 민혁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던바.
그가 했던 첫마디.
그리고 케런이 생각하는 동영상의 도입부에 떠오를 첫 번째 문구.
[나는, 살고 싶었다.]그 영상이 온 세상을 전율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