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78
밥만 먹고 레벨업 979화
유토피아의 신 아르세.
그는 영웅왕 락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유토피아는 하늘이라 불리는 아르세가 가장 높은 이로 여겨지는 곳이다.
또 그를 지키고, 유토피아 전체를 지키는 영웅들이 있었다.
영웅들은 아르세와 마찬가지로 반신반초월자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그들은 유토피아의 귀족들이다.
탁-
검은 알을 바둑판에 올린 아르세는 마주 앉은 락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정말 유토피아의 모든 음식을 없앨 건가? 앞으로 1주일 후면 억압의 던전 안에 있는 억압된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네.”
흰 돌을 매만지고 있던 락의 손길이 멈췄다.
“하늘이시여.”
그 말과 다르게, 락은 그를 하늘처럼 여기지 않는 눈빛이었다.
“먹는다는 행위 자체는 반인들에게 굉장히 불필요한 것이옵니다. 음식을 먹기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하고 요리해야 하며 또 그것을 먹는 행위를 해야만 하지요.”
그 말에 아르세의 검은돌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찮은 잡종들에게는 감자면 족하지 않겠나이까?”
“…….”
아르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아르세는 자신이 원해서 모든 음식을 없앤 것이 아니다.
모두 영웅들로 인해서였다.
언급했듯, 영웅들은 아르세와 같이 반신반초월자의 힘을 가졌다.
문제는 아르세가 물려받은 신의 힘. 즉, 식신의 힘은 그들만큼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반대로 영웅들은 굉장히 강했다.
또 오만했으며, 비열했다.
“심지어 그들은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하며 싸우기도 합니다. 애초에 그딴 자들에겐 음식이란 필요 없는 것일 뿐이외다.”
아르세는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식신이 머저리 같은 신이라고 각인시킨 이들은 영웅들이었다.
또 자신은 신이 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꼭두각시 신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고작 그깟 재료 하나 때문에…….’
아르세의 바둑알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들이 음식을 제한하는 이유는 그저 즐겁게 음식을 먹는 반인들을 통제하기 위함도 있었으나 다른 것도 존재했다.
‘억압의 던전에서 억압된 무언가. 그 무언가가 오랜 시간을 거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얻게 된다.’
영웅들이 억압시킨 것은 음식 재료다.
때문에 그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란 바로 요리재료가 될 것이다.
그 하나를 얻기 위해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음식을 통제했다.
그리고 1주일 후, 억압의 던전에 있는 억압시킨 모든 것이 사라진다.
이것은 즉, 이 땅에 있는 모든 음식의 소멸을 뜻하며, 또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의 탄생을 뜻할 것이다.
바둑알을 다시 매만지던 락이 곧 돌을 놨다.
“한데 요즘 벌레 같은 자들이 감히 하늘께 반란을 꿈꾼다 하옵니다.”
꿈틀-
아르세는 그가 말하는 자가 자신의 동생인 로안더임을 눈치챘다.
아르세는 처음 어머니를 두고 떠나고 심지어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는 아버지께 분노했다.
그랬기에 신이 되고자 하여, 영웅들에 의해 신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아버지는 무능하지 아니했고, 나쁜 것은 영웅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과 다르게 동생 로안더는 대단한 의지를 가진 자다.
만약.
‘처음부터 네가 신이 되었다면 이토록 휘둘리진 않았겠지.’
그가 반엘프의 힘을 받은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과연 그깟 벌레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락의 비웃음이었다. 그에 아르세가 말한다.
“그대들이 말하는 그 작자가 억압의 던전의 억압을 풀어내면 어떻게 되는 거요?”
락의 바둑돌을 다시 쥐려던 손이 멈칫했다.
그가 곧 아르세를 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는 농을 하시는군요. 그럴 일은 없을 것이외다. 저 또한 어찌 될지는 모르겠군요.”
락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곳에 있는 두 마리의 신룡은 한 마리가 되면 영웅들도 상대하는 것이 무척이나 버겁다.
그런데 그깟 벌레가 신룡을 죽이고 억압된 그곳에 들어간다?
특히나 그자는 아르세의 동생인 식신의 후손이었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락은 자신을 공격하듯 말하는 아르세의 말에 자신도 받아쳤다.
“하늘께서도 이제 그만 식신에 의해 이어받은 그 힘을 버리시지요. 천민들도 비웃는 그의 힘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로안더가 중첩되는 즐거움을 비롯한 스킬을 보유한 것과 같이, 아르세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르세가 보유한 힘은 로안더의 것과는 전혀 다른 힘이었다.
아르세는 굳이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홱하니 돌아갔다.
아르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로, 로안더……?’
반신반초월자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다.
지금, 선택받은 또 다른 자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곧바로 또 다른 영웅이 안으로 들어왔다.
“영웅왕이시여. 억압의 던전의 신룡이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전 아르세가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곧바로 억압의 던전으로 간다.”
락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르세가 그 뒷모습을 보며 심란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 * *
억압의 던전의 깊은 곳.
민혁이 로안더, 반란군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 민혁은 빛이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요리재료들이 펼쳐져 있는 것이 말이다.
종류를 불문했다.
과일인 사과나 배뿐만이 아니라, 육류인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이 부위별로 나뉘어 있다.
또 밀과 벼도 있었으며, 말 그대로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료가 있었다.
‘모든 재료가 있지만 같은 재료가 중복돼서 존재하진 않아.’
민혁이 단번에 간파해 냈다.
중복된 재료는 없다.
“어?”
“혀, 형님……!”
그때 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반란군들이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억압된 곳이 있는 곳엔 신룡 사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자, 혹은 순수한 식신의 피를 가진 자만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민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애초에 이곳엔 식신의 피를 가진 자, 혹은 신룡을 사냥한 자를 제외하고선 입장할 수 없는 듯 보였다.
[142시간 34분 30초.] [142시간 34분 29초.] [142시간 34분 28초.]또 민혁의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타이머로 향했다.
그 타이머의 밑에는 정체 모를 거대한 심장이 뛰고 있었다.
“모두 기다려.”
민혁은 걸음을 떼어 그 심장에 다가가 손을 올렸다.
띠링!
[연계 퀘스트: 억압의 심장 파괴하기.]등급: 직업
제한: 로안더가 신이 되는 걸 도운 자.
보상: 억압의 요리재료.
실패 시 페널티: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음.
설명: 억압의 심장이 세상의 모든 요리를 억압하고 있다. 타이머가 0이 될 시 유토피아에선 더 이상 감자를 제외한 그 어떠한 요리재료도 찾아볼 수 없게 소멸될 것이다. 또한, 억압의 심장 안엔 이제까지 억압된 것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억압의 요리재료가 존재한다. 이 억압된 재료는 타이머가 0이 되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단, 중간에 억압의 심장을 파괴하면 일부의 힘만을 가진 억압의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민혁은 이 억압의 심장을 파괴해야 함을 알았다.
‘이 억압의 심장을 파괴하면, 유토피아에 모든 음식 재료가 풀리는 걸까?’
하지만 당장 왕과 신이 함께 음식을 통제하고 있는 때다.
민혁이 로안더에게 걸음 했다.
“로안더, 지금 바로 왕을 쳐라.”
“혀, 형님께선요?”
“저 억압의 심장을 1주일 내로 파괴하지 못하면 네가 왕이 된다 한들 세상의 모든 요리재료가 사라진다.”
“……!”
“……!”
로안더와 반란군이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왕이 되든 신이 되든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거다.
“나는 혼자서 저 억압의 심장을 파괴한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최선을 다해봐야지.”
민혁도 억압의 심장이 어떤 변수를 가진지는 현재로써 전혀 알지 못했다.
로안더와 민혁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금은 서로가 해야 할 일을 할 때다.”
로안더도 민혁을 걱정하고 있긴 했지만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형님.”
로안더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와 시선을 맞춘 반란군들도 민혁에게 인사하고는 멀어져 갔다.
‘로안더는 잘해줄 거다.’
자신이 본 그는 강한 자였다.
민혁은 억압의 심장을 파괴하기 전에 주변에 널려 있는 재료들을 바라봤다.
주르르륵-
그것들을 보자 입에서 침부터 나온다.
‘하나만 먹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민혁이 바구니에 올려져 있는 삼겹살에 손을 뻗었다.
[삼겹살이 억압되어 있습니다.] [억압의 심장을 파괴해야지만 재료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민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오랜만에 만난 재료가 너무도 반가웠지만, 정작 그 재료를 먹을 수 없어 슬펐다.
민혁은 억압의 심장을 바라봤다.
‘억압의 심장 안에 요리재료가 있다.’
심지어 그 요리재료는 다른 것들을 억압시킴으로써 만들어지고 있는 재료다.
눈치 빠른 민혁이 모를 리 없었다.
‘애초에 이 안에 있는 재료를 얻기 위해 음식 재료를 억압시켰을 확률도 존재한다.’
수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식을 억압시키고 만들어지는 재료.
먹을 것을 좋아하는 민혁에게도 너무 큰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다.
그가 다시 한번 걸음을 옮겨 억압의 심장 앞에 섰다.
이제까지의 민혁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면, 보통 이런 류의 놈은 엄청난 노가다를 요한다.
민혁은 일단 이 억압의 심장을 검으로 두들겨 봤다.
바로 그때.
[억압의 심장이 반응합니다.] [억압의 심장이 1주일 뒤에 완전한 재료를 만들어냅니다.]띠링!
[일주일 뒤에 만들어질 억압의 재료의 정보가 열람됩니다.](억압의 소고기 구이세트)
재료등급: 신과 초월.
특수능력:
⦁레벨 40이 상승한다.
⦁모든 스텟 45%가 상승한다.
⦁모든 스킬+5레벨 상승.
⦁HP 및 MP 80% 상승.
⦁지정한 스킬+3레벨 추가상승.
⦁신력 50% 증가.
⦁세상 그 어떤 요리재료보다 맛있고 특별할 것이며 설령 억압의 심장이 도중에 파괴되어도 맛은 변함없다.
설명: 모든 재료들을 억압시키고 그 힘들을 빨아들여 탄생한 재료이다. 먹을 시,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거머쥘 수 있다. 또한 억압된 재료가 끊임없이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
민혁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뭐, 이런 재료가 다 있어?’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재료다.
절대신급 재료라고 해도 이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또한 지금 민혁이 이 요리를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있다.
자신은 또 다른 8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있던 곳에서 더 이상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헬레냐도 포함된다.’
그 정도로 이 재료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당장 먹기만 해도 민혁은 1,000레벨대의 힘을 내는 자가 될 것이다.
바로 그때.
“탐나지 않는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영웅왕 락. 그가 다른 영웅들을 이끌고 억압의 던전에 당도했다.
‘로안더. 그 버러지가 어떻게 신룡을 사냥한 거지?’
락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아는 로안더라는 자는 절대 신룡을 사냥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쪽 깊숙이 들어가던 락은 볼 수 있었다.
예상과 전혀 다른 사내가 억압된 곳에 서 있었다.
그는 때마침 음식을 억압함에 따라 만들어지는 재료가 무엇인지 확인한 듯싶었다.
‘놈의 정체는 모르겠다만, 일단 심장을 부수게 두어선 안 된다.’
또 그의 전율을 보며 락은 알았다.
‘절대 부술 수가 없지.’
1주일 뒤에 억압된 재료를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 기대감이 그를 억누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1주일 후에 억압된 재료가 탄생하는 날. 놈을 죽이고 우리는 그것을 빼앗으면 된다.’
락과 다른 영웅들은 투명유리에 갇혀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억압의 재료가 풀리는 날. 이 투명벽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었다.
전율하는 사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락도 잘 안다.
그것은 탐욕.
“탐나지 않는가?”
그에 사내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세상에 두 번 다시 없을 요리재료다. 하지만 억압의 심장을 부수면 그 재료는 고작 10% 정도의 힘도 내지 못해.”
앞에 선 정체불명의 사내가 탐욕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인다.
“어차피 우리는 그걸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들어갈 수 있는 이는 그대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니 1주일 뒤에 그 재료를 잘 챙기거라.”
락은 인자한 듯 웃었다.
“널 위한 보상을 만끽하란 말이다.”
그에 사내가 탐욕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날 위한 보상이라…….”
“그래, 신룡을 잡았으니 그 정도는 받아도 될 터.”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죠?”
“우리는 유토피아의 영웅들. 네가 해낸 업적을 찬사하는 바다.”
영웅이란 이름 자체는 누가 들어도 매우 희생적으로 들려온다.
사내는 자신들이 하는 생각을 알 수 없을 거라 락은 확신했다.
사내가 고개를 주억였다.
“맞아, 나를 위한 보상.”
더욱더 부들부들 몸을 떨어대는 그의 얼굴에 더 짙은 탐욕이 자리매김한다.
“그래, 당신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어.”
그 사실에 주체할 수 없는가? 본래 그의 본분은 요리재료를 유토피아에 해방하려던 것이었을 확률이 높다.
하나, 그 누구라도 그 유혹을 견뎌낼 수 없을 터.
그런데.
“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 자격이 나한테는 있다고!”
“……?”
“……?”
“……?”
잠깐 영웅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 재료가 자신을 강하게 해줄 것보다 ‘맛’ 쪽에 집중하여 운운하고 있는가?
“두 번 다시 없을 소고기 맛이라니, 키햐!”
그렇게 말하며 사내가 검을 꽉 쥔다.
락과 영웅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 잠깐. 억압의 심장이 부서지면 그 재료의 10%의 효과도 보지 못한다니까!”
“알고 있는데요? 근데 소고기 맛은 변함이 없다네요.”
“그, 그럼 왜 그렇게 몸을 떨어댄 거지?”
“소고기 먹을 생각에 참을 수 없었거든요. 크~ 어차피 저 힘 얻으면 제가 감당도 못 할 게 뻔한데, 저런 힘보단 소고기 먹는 게 더 기쁘네요.”
“……?”
“……?”
“……?”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되는 논리다.
세상을 거머쥘 수 있는 힘보다 소고기 먹는 게 더 기쁘다니? 거짓말일까?
그런 의문을 품을 때. 그를 증명하듯, 사내의 검이 억압의 심장을 가격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