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8
밥만 먹고 레벨업 98화
“그쵸?”
“네.”
민혁과 로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힐튼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10억이 별거 아니라니!’
실제로 로반도 베르사르에서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인 유저다.
한데, 옆에 있는 요리사는 그보다 더 태연했다.
‘부러운 자식들!’
그에 힐튼은 눈짓했다.
길드원들이 그들을 향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로반은 민혁과 눈을 맞췄다.
‘지금!’
로반이 신호를 보내고 검은 대지를 향해 달렸다.
그 뒤를 쫓아 민혁이 달렸다.
“저 부러운 새끼들…… 아니, 아니, 나쁜 새끼들을 쫓아 달려라!”
“……?”
“예!”
아레스 길드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반은 검은 대지 위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발을 들였다고 곧바로 저주가 발동되지 않았다.
로반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서 아레스 길드원들이 계속 발을 들이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느덧 모든 인원이 땅을 밟았다.
‘됐다……!’
그 순간이었다.
검은 대지에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바라 바수라 아스도라]‘뭐야, 이 볼트모트 같은 목소리는!’
아레스 길드원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듯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검은 기류가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푸화아아앗!
검은 기류가 모여들어 꿈틀거렸다.
모습이 변형되기 시작한 검은 기류는 검은 해골의 모습이 되었다.
“크아아아아아!”
검은색 해골이 천지를 흔드는 괴성을 지르며 유저들 몸 곳곳을 관통하여 지나갔다.
그 속도가 눈으로 좇기도 힘들 정도였다.
푸화아아앗!
푸화아아아앗!
[대마도사 아필드의 영역에 발을 들였습니다.] [7대 죄악이 발동됩니다.] [모든 상태 이상 면역력이 무시됩니다.] [모든 마법 방어력이 무시됩니다.] [7대 죄악 식탐.]“식…… 탐?”
로반은 그 두 글자를 읊었다.
알려져 있는 7대 죄악은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색욕, 식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강력하다고 알고 있는 식탐이라니…….’
로반은 상태 이상 면역력과 마법 방어력이 무시된다는 말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여기서 모두가 전멸할 것이었다.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다 같이 죽자 이 새끼들아!”
“빌어먹을.”
“하, 함정이다!”
그리고 그 순간.
쿠웅!
로반은 머리를 두들기는 듯한 강한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외친다.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먹어라, 모든 것을 먹어치워라!’
“커허업!”
거친 신음을 토해낸 그가 서둘러 인벤토리에 있는 모든 음식을 꺼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익히지 않은 고기는 생으로 뜯어 먹었다.
상황은 아레스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먹어치우는데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로반은 옆에서 한 남자만이 멀쩡한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민혁이었다.
민혁은 미친 듯이 자신들의 인벤토리 안의 것들을 풀어헤쳐 먹어치우는 그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7대 죄악 식탐? 난 평소하고 똑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 * *
모니터를 보며 손에 식은땀이 나도록 추격전을 벌이는 아레스 길드와 민혁, 로반을 보고 있던 박 팀장이 감탄하여 중얼거렸다.
“설마설마했는데…… 민혁 유저의 식욕은 이미 죄악의 식탐만큼 대단하다는 건가?”
박 팀장은 자신이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 된 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레스 길드원들은 생고기나 익히지 않은 채소를 그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반대로 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저 유저 식탐이 얼마나 강하길래…….”
이어서 박 팀장은 모니터를 보면서 ‘헉.’ 하는 표정이었다.
“더 놀라운 게 뭔지 알아?”
“뭔데요?”
“지금 다른 유저들을 봐.”
이민화 사원은 그 말에 미친 듯이 허기를 채우려고 뭐든지 먹어치우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자신을 아예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완전히 식욕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거다.
“저 정도 식탐이 일상인 사람이 저렇게 태연하게 생활하다니.”
“와…….”
이민화는 박 팀장의 말을 이해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그 정도로 민혁 유저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거겠지, 그리고 단련되었다는 것 아닐까? 우린 실제로 민혁 유저가 어째서 저런 엄청난 식탐을 가진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민혁 유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저런 끔찍한 저주 속에서 살아왔다는 거야.”
“…….”
이민화는 경악한 표정으로 모니터 속의 민혁 유저를 보았다.
새삼 그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모두가 저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의 식탐 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남자라니…….’
* * *
“흠…….”
민혁은 알림을 들은 후에 갑자기 미친 듯이 인벤토리 안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도 물론 같은 저주에 걸렸다.
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지금 저 유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 자신이 폭식 결여증에 걸렸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민혁은 냉장고의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휴지와 같은 것을 먹어버리기도 했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차츰 민혁은 이겨나가기 시작했다.
살아야 한다는 정신력, 먹어선 안 된다는 의지.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 미친 듯이 운동하고 살아남기 위해 식욕을 억제했다.
그 때문일까?
지금의 민혁은 저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그때 로반이 말했다.
“우걱우걱 우걱, 대체 민혁 님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죠?”
“전 항상 이런 저주 속에서 살 거든요.”
민혁은 항상 식탐의 저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로반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서둘러 민혁에게 말했다.
“민혁 님, 저를 밧줄로 묶어주세요!”
“……아, 예!”
민혁은 로반을 나무에 등을 기대게 한 상태로 묶어버렸다.
그리고 힐튼을 비롯한 아레스 길드원들은 이미 인벤토리 안의 많은 것을 먹어치운 상태였다.
“배고파!”
“먹을 거, 먹을 거, 배고파죽겠다고!”
“배고파아아아!”
곧이어 한 유저가 바닥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흙을 가득 집어 입으로 구겨 넣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와구! 배고파아아!”
이어서 다른 아레스 길드원들도 흙을 퍼먹기 시작했다.
민혁은 혀를 쯧 차며 말했다.
“세상에 흙을 퍼먹다니!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네요!”
“와구와구!”
“나도 흙은 안 먹는다!”
그렇게 말하며 민혁은 프라이팬을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들은 로반뿐만이 아니라 자신까지도 PK 하려고 했다는 거다.
하지만 이들 중 아직 반카오가 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민혁은 그중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반카오 유저들 앞에 섰다.
“우걱우걱 우걱.”
그리고 흙을 퍼먹는 그들의 머리 위에 프라이팬을 조준했다.
탱!
한 명의 유저가 강제 로그아웃 당하고 아티팩트와 골드를 드랍했다.
그와 더불어 민혁은 한 명씩 한 명씩 로그아웃시키기 시작했다.
* * *
아레스는 갑자기 잠잠해진 길드 채팅창에 고개를 갸웃했다.
[길드 마스터 아레스: 지금 상황은?]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3분 정도 지났을 때.
[길드 채팅 힐튼: xx%$@%$!3!] [길드 채팅 블레스: %^@$!$배고파!] [길드 채팅 칼로: #%#%다 먹어버리겠다!! 호이짜!] [길드 채팅 루크스: ??? 뭐지 왜들 저러지?]아레스는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힐튼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놈들을 추격 끝에 잡아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러던 중이었다.
[길드 채팅: 블레스 님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길드 채팅: 칼로 님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길드 채팅: 하만 님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아레스는 벌떡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고작 3~5초의 텀 사이다.
그사이에 길드원들이 빠르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길드 채팅: 호로롱 님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길드 채팅: 껄껄 님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셨습니다.] [길드 채팅…….]알림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벌써 10명이 넘었다.
곧 강제 로그아웃 당한 이들이 현실에서 휴대폰으로 길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길드 채팅 호로롱: 길마님, 절규의 언덕으로 간 인원들 전부 7대 죄악 식탐에 빠졌습니다.]“7대 죄악?”
아레스는 그에 대해 알고 있다.
아테네 대륙 전역에 숨겨져 있는 시련들.
그리고 그 시련들을 이겨내면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런 7대 죄악과 마주했단 말인가?
그렇다는 건 모든 길드원이 그 죄악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일까?
[길드 마스터 아레스: 그럼 전부 배고파서 죽은 건가?] [길드 채팅 호로롱: 아니요. 프라이팬을 멘 유저가 죽였습니다.] [길드 마스터 아레스: 그 유저는 저주에 걸리지 않은 건가?] [길드 채팅 호로롱: 그도 분명히 저주의 영역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는 저희도 잘…….]아레스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정체 모를 유저에게 모든 길드원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그 유저는 뭔데 저주에 걸리지 않는 걸까.
설마?
[길드 마스터 아레스: 그는 저주의 성화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길드 채팅 호로롱: 아……! 모든 저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그 성화요!?]저주의 성화는 아테네에서 한 번 정보를 열람한 적이 있는 아티팩트이다.
누군가 그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그 값어치만 알렸다.
실제 400억 골드에 거래되었다고.
그러한 유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니!
그러던 중 강제 로그아웃 알림이 뜸해졌다.
* * *
민혁은 반카오 상태의 유저를 모두 죽였다.
그들이 떨군 아티팩트와 골드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직 카오가 되지 않은 유저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하다가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민혁은 인벤토리에서 조금 전에 먹었던 호빵을 꺼냈다.
호빵을 꺼낸 순간.
홱!
홱!
홱!
홱!
그들이 좀비처럼 일제히 민혁을 향해 시선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다발적으로.
침을 뚝뚝 흘렸다.
“크와아아아!”
“내놔아아아!”
“끄아아앙, 먹을 거닷!”
이성을 잃은 자들은 다루기 쉬워진다.
모든 인원이 몰려든다.
민혁은 호빵 하나를 들고 그들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한 유저가 민혁을 툭 쳤다.
[비매너 행위를 당했습니다.] [캔디 유저가 일시적 카오 상태가 됩니다.] [공격할 시 본인은 패널티를 받지 않습니다.]퍼지잇!
민혁은 자신의 팔을 잡아챈 유저의 안면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이런 식으로 자신과 유저들이 접촉하는 순간 그들을 전부 떼어냈다.
얼추 그들을 모두 반 카오 상태로 만든 후 민혁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호빵을 반으로 쭈욱 찢었다.
호빵계의 황태자 ‘야채 호빵’이었다.
“제, 제발…… 거기 들어 있는 파 쪼가리라도 좋으니 조금만 주세요…….”
“전 거기 있는 고기 하나만 주세요. 제 아티팩트와 골드라도 전부 드릴 수 있어요.”
“전 원피스 나미 짱 피규어를 드리겠다능! 한 입만 달라능!”
이처럼 그들은 먹을 것 한입을 위해 모든 걸 줄 수 있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민혁은 채소 호빵 반쪽을 한입에 욱여넣었다.
“크허어억.”
“크흐흐흑…… 맛있겟다…….”
“우, 웁니까?”
민혁은 당혹했다.
열댓 명이서 호빵 하나에 우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곧 야채 호빵에서 손톱 반쪽의 반보다 더 작은 고기조각이 떨어졌다.
“우오아악, 내 거야!”
“야이, 내가 네 상관이야! 지금 상관보다 고기조각 하나가 중요하다는 거냐!?”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들은 그 고기조각 하나 때문에 자신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한 유저가 고기조각을 입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퍼지이이익!
한 유저가 그의 머리를 도끼로 쪼갰다.
“……와, 저 조그마한 부스러기 먹었다고 팀킬을 하다니.”
민혁은 설마 자신도 저럴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럴 리 없지.”
그는 현실을 부정했다.
이어서 민혁은 반카오가 된 그들이 다시 흙을 파먹는 걸 볼 수 있었다.
다시 그들 앞으로 다가가 프라이팬으로 경쾌하게 때렸다.
탱!
탱!
탱!
그들에게서 엄청난 양의 골드와 아티팩트가 후두둑 드랍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