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98
밥만 먹고 레벨업 999화
정신과의사 김한울.
그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의사다. 그의 한국대학교 의과대학 동기로는 민혁의 주치의, 이진환이 있었다.
이진환은 말했다.
-솔직히 놀랐다. 평범한 사람이 우리가 제시하는 수많은 논문과 자료, 연구들을 무시하고 이겨냈다는 게.
술 한잔을 기울이며 했던 이진환의 말.
-나는 진심으로 빌고 또 빌었어, 저 아이가 버텨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신께 말했지. 왜 그를 데려가려 하시냐고. 나는 알고 있었거든. 우리들이 믿는 의학적 증거들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고 있다는 걸.
술 한잔을 비운 진환이 웃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해냈다. 그런 아이야.
-…….
당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울은, 사실 그 아이를 그리 높이 치켜세우는 진환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지식한 의사인 한울은 그 아이가 ‘아테네’를 만나 호전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테네라는 게임 덕분에 호전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다른 폭식 결여증 환자들이 이 게임을 통해 호전하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박 팀장이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 말이 고지식하며 의학적 근거만을 믿고 ‘기적’은 없다 생각하는 한울의 가슴을 흔들었다.
박 팀장이 뱉은 그 말은 너무도 많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한울은 이 자리에서 이미 그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인정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이, 그것도 고작 스물한 살밖에 안 된 이가 6개월 동안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지?’
이미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좌절했다.
좌절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되레 딛고 하는 말.
[나는 할 수 있다.]김한울은 모니터 속에서 쓴웃음을 짓고 되새기고 있는 민혁을 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저는 일개 게임회사의 팀장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민혁 유저를 조금만 더 지켜보게 해주십시오. 한 달 정도만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박 팀장이 민혁 유저를 어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그 자리의 임원들은, 좌절을 딛고 또다시 일어서는 민혁을 보며 말문을 잃었다.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하였기에, 저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 알기에, 자격지심을 느끼기보다는 진심으로 잘되었으면 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민혁이었다.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나지. 김한울 선생. 조금만 더 지켜보게 해주시게.”
강태훈 사장이 한 말이다. 한울이 임원들을 둘러봤다.
그를 막아야 한다고 했던 임원들도, 민혁이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서자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김한울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오랜 시간 의사로 살면서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날이군요.”
그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으려고 할 시 어떠한 환자, 보호자도 제지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또 만약 민혁이라는 분이 해낸다면 의사로서의 삶의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
한울이 쓰게 웃었다.
민혁에게 스쳐 지나가는 한 달.
그 시간까지는 허용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드문드문 스쳐 지나가는 영상을 지켜보던 때에 갑자기 벌어진 일에 강태훈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는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였으며, 박 팀장이 말했다.
“가능성이 열렸군요.”
그들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 때문이었다.
* * *
한껏 울고 나니 시원하다. 머리를 잠식했던 ‘할 수 없다’는 말들이, 민혁이 되새기는 ‘할 수 있다’는 말에 사라져 간다.
사실 ‘할 수 있다’는 민혁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일 뿐.
그것보다 지금 민혁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본다’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란 사람이었으니까.
다시 정신을 차린 민혁이 또다시 요리를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다.
발동되는 신의 의지가 그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좌절을 디딘 자를 위한 신의 찬사일까?
좋은 운이 높은 등급의 요리를 연속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기둥의 재료를 얻고 말겠다는 그의 다짐이 피로하지 않게 해준다.
또다시 빠르게 지나간 사흘.
그 사흘간 민혁의 입가엔 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고작 이 정도에 쓰러지지 않은 사람임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알림.
[당신의 총점수는 297점입니다.] [로카더의 총점수는 675점입니다.]여전히 로카더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그러나 민혁은 6개월간의 기간 중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그가 끊임없이 요리한다.
자신의 한계를 확인한다.
좌절? 그런 것 따위 이제 없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얼마큼 버티는지를 중점으로 두자 정신이 한결 가벼워졌다.
[당신의 총점수는…….] [당신의 총점수는…….]몇 차례가 지났는지 다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다시, 로카더의 점수보다 턱없이 낮은 점수를 보고 홀가분하게 털어내며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때.
“……?”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제의 시련인 좌절.
그에 감춰져 보이지 않던 그 무언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민혁에게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 민혁에게 ‘좌절’이란 이름이 다소 억눌러진다.
수면의 통제는 잠을 이겨내야 하며.
어둠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이겨야 한다.
또 반복의 통제는 한계를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좌절을 이겨내기 위해선?
민혁이 더욱 힘을 낸다.
고작 10%의 상승뿐이다. 그러나 민혁에게 더 큰 원동력을 주고 그에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수차례 다시 반복한다.
3일, 6일, 9일.
[좌절에 감춰져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 확률이 15% 상승합니다.]민혁이 계속 요리한다.
재밌는 사실도 있다.
민혁은 수만 개도 더 넘는 요리를 만들어낸바.
그것이 경험이 되고 도움이 된다.
비록 여기서 손재주 스텟을 획득하거나 하는 것은 없었으나, 이곳을 나가면 그의 요리는 더 훌륭해질 터.
다시 15일이 지나고.
[좌절에 감춰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확률이 20% 상승합니다.] [당신의 총점수는 329점입니다.] [로카더의 총점수는 701점입니다.]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면 민혁을 제지하겠다던 ㈜즐거움은 제지하지 않고 계속 진행해도 될 것을 알았다.
또 민혁의 얼굴이 밝아졌다.
수만 번의 요리의 반복에 몸 구석구석이 비명을 지르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알림이 바뀌었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로 변화했다.
감춰진 그 무언가가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다.
또다시 수십일.
[좌절에 감춰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확률이 25% 상승합니다.]끝을 향해간다. 확률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민혁이 만드는 요리등급은 훨씬 높아졌다.
물론 이것은 이 좌절의 통제에서만 발휘할 수 있는 일시적인 것.
그러나 그 즐거움이 민혁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한다.
처음.
‘로카더는 닿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당신의 총점수는 378점입니다.] [로카더의 총점수는 699점입니다.]닿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까치발을 들고 조금만 더 힘껏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조금만 더……!’
다시 수십 일. 어떠한 소식도 없다.
그 후 다시 십 일, 이십 일, 삼십 일이 지나, 감춰진 그 녀석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좌절에 감춰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좌절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것은 좌절이란 통제 속에 숨은 또 다른 진짜 통제입니다.] [좌절의 통제가, 인내의 통제로 변화하였습니다.] [당신의 인내가 결실을 맺습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확률이 50% 상승합니다.] [더 이상 어떠한 확률도 상승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을 막고 있던 좌절이란 벽이, 당신의 인내에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민혁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좌절에 맞섰던 자신이 헛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다시 요리한다.
다시 밤이 되며, 낮이 된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며.
별이 지고, 구름이 드러난다.
그리고 어떤 날.
[신등급의 무언가를 완성시켰습니다.]한 번 더.
[신등급 무언가를 완성시켰습니다.]다시 한번 더.
[신등급 무언가를 완성시켰습니다.]또 한 번 더.
[신등급 무언가를 완성시켰습니다.]다시 또 한 번 더.
[신등급 무언가를 완성시켰습니다.]그것은 살면서 한 번쯤 찾아오는 행운.
그러나 사람이 자신에게 찾아오는 일생일대의 행운을 잡기 위해선 그를 뒷받침할 만한 노력이 필요했던바.
민혁이 소요한 수백 일의 시간이 일생일대의 행운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연속 다섯 번의 신등급의 무언가를 제작.
만약 이곳이 실제 아테네였다면 그 엄청난 알림에 유저들은 경악할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요리를 시작한 지 고작 하루도 되지 않은 때.
민혁이 계속해서 요리한다.
[전설 등급 무언가를 완성…….] [전설 등급 무언가를 완성…….] [에픽 등급 무언가를 완성…….]이마를 타고 고슬고슬 흐르는 땀방울 속에서 민혁이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오늘은 운이 좋다.’
그래도 져도 괜찮다.
다시 반복하다 보면 오늘보다 더 운 좋은 날이 올 테니까.
점수가 몇 점인가? 만들어낸 요리들의 등급은 어떠하고 몇 개씩인가?
그것을 민혁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신이 극의의 무아지경 속에 빠져듭니다.]몇 번이나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알림.
그리고 계속 떠오르는 로카더의 신등급, 혹은 전설 등급이나 에픽 등급 무언가의 제작.
그러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민혁은 그저 미친 듯이 열중했다.
그의 온몸에서 땀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 * *
㈜즐거움 회의실.
믿기지 않는 상황을 목격하는 관계자들이 숨죽인다.
민혁이 드디어 로카더의 점수 70%를 넘어섰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아테네가 처음 말했던 0.01%를 인내로 극복하여 그 확률을 극악으로 상승시킨 민혁.
모두가 숨죽인다.
민혁이 오늘 운수가 좋다면, 반대로 로카더는 오늘 운수가 좋지 않은 듯했다.
이제 고작 4시간 만이 남았다.
‘로카더가 다시 속도를 낸다면 결국 그는 다시 질지도 모른다.’
강태훈 사장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런데 그때,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로커더가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로카더가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로카더가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로카더가 연속으로 높은 등급의 무언가를 띄우기 시작한 것이다.
로카더의 점수 70%를 넘어섰던 민혁의 점수가 순식간에 다시 65%대로 떨어졌다.
‘현재 민혁 유저는 로카더보다 조금 못할지도 모른다.’
더 높은 등급의 요리가 나올 확률이 실질적으로 100% 이상 상승한바.
심지어 운이 좋은 날.
그러나 결국, 그는 원점으로 돌아가는가?
그러나 또 다른 이변이 회의장을 채웠다.
[민혁이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모두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민혁이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또 누군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으며.
[민혁이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어떠한 누군가는 너무 놀라 ‘허어어어억!’ 하는 숨소리를 뱉어냈으며.
[민혁이 신등급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또 누군가가 ‘이런 미친…….’이라는 욕지거리를 절로 뱉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좌절이란 이름에 감춰진 인내라는 통제가, 온전한 열매를 맺었다.
[통제의 시련. 좌절이 종료됩니다.] [로카더의 총점수는 515점입니다.] [민혁의 총점수는 518점입니다.]“…….”
모든 임원들이 말문을 잃었다.
좌절의 통제가 요했던 조건은 로카더의 점수 70%다.
그런데.
‘이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