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10000% Catastrophic Player RAW novel - Chapter 41
* * *
침공 이벤트는 말 그대로 단순히 게이트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뒤따른다.
해당 이벤트에 대응해야 하는 당장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성우만은 알고 있었다.
‘이번 침공 이벤트는 뒤따를 2차 냉룡 웨이브의 전초전이다.’
―일차로 패스파인더 길드가 마포에서 출발해 대응에 나섰고, 데우스 길드가 가세했는데도 대응이 쉽지 않은 모양이야. 아무래도 자네가 나서줘야 정리가 될 것 같네. 부탁이야, 바로 움직여줄 수 있겠나? 막 복구가 궤도에 오르던 김포가 다시 망가지면······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구만.
이성우는 통화를 듣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마침 저희 길드가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개인이 아니라 길드 단위로 참가해도 되겠습니까?”
―호오, 드디어 길드를 굴리기 시작한 건가? 그래 주면 더할 나위 없지! 지금 당장 정확한 좌표를 보내주겠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이성우가 간부들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데뷔전을 치를 때가 된 것 같군요. 마침 전원 무장 상태로 대기 중이라 다행입니다.”
마치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될 줄 알았다는 듯한 행동에, 나머지 네 사람의 눈빛에 경탄이 차올랐다.
그 와중에도 이성우는 안일해지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길드 단위로 움직인다고 해도, 레드 게이트는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이전 회차에서 김포 레드 게이트 대응에 나선 여러 개의 길드는 이곳의 보상을 두고 기여도를 다투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반목의 길을 걷게 된다.
‘그로 인해 민간 길드 업계의 분위기가 많이 험악하게 망가졌었지. 나중에는 협력은 꿈도 못 꿀 정도로.’
그렇게 망가진 길드 간 협력 체계의 틈을 파고들었던 게 빌런 조직들.
그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곤 해도,
길드 업계가 만인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건 막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길드가 압도적인 무위로 기여도를 채우고 보상을 차지한다.’
이번 전초전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막아내느냐에 따라, 뒤따를 제2차 김포 웨이브의 공략 난이도 역시 변곡을 맞이할 터.
결코 허투루 대응할 수 없는 이벤트였다.
이성우가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켰다.
“당장 움직입시다. 각자, 인원 통솔해서 준비 갖춰주세요. 첫 출전이니, 정 팀장님이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고요.”
“문제없습니다! 다들 가실까요? 당장 필요한 건 제가 알려드릴게요.”
성요한과 최솔이 먼저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따라나서고.
마지막으로 자리를 뜨려던 문경준이 대뜸 돌아서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문경준 씨?”
뜻을 짐작하지 못한 이성우의 물음에, 문경준은 허리를 숙인 채로 말했다.
“올바른 곳에 도착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말씀에서 법과 형은 단지 수단이고 방식일 뿐일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혀있던 벽 너머를 조금은 넘본 기분입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후다닥 나가버리는 문경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성우는 턱을 긁었다.
“······뭔 소리야? 설마 [사수좌 문양 반지]도 없이 검성이 되려는 건 아니겠지?”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이성우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 * *
한 시간 뒤,
김포 상업지구 복구 현장.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눈부신 속도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던 이곳은 지금.
붉은 광채를 내뿜은 거대한 게이트를 통해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로 뒤덮여 가고 있었다.
초동 대응에 나선 것은 패스파인더, 데우스 2개 길드.
“9시 방향에서 엘프 궁수 한 무리 포착됐습니다!”
“탱커들 앞세워서 시선 끌고, 도둑 클래스 별동대로 돌려서 뒤를 노리게 해!”
처음엔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족족, 순조롭게 몬스터를 지워나갔지만.
‘침공’은 그리 간단하게 이겨낼 수 있는 이벤트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거인, 엔트(Ent)들의 등장으로 서서히 전선이 밀리기 시작한 것.
콰앙―!
“커허억!”
“히, 힐러! 여기 좀!”
놈들이 휘두르는 통나무며, 집어던지는 바윗덩이에 탱커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현 지역에 [침공 이벤트] 발효 중.』
―3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 침공을 막아내십시오.
―현재 1차 공세 진행 중.
“빌어먹을 1차 공세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야? 스승님은 뭘 하시는 거야, 다른 길드들 빨리 안 보내고?! 하, 씨. 괜히 덤볐나, 이거?”
이 와중에 측면을 노리는 엘프들에 대한 대응을 명령한 패스파인더 길드 마스터 오혜인.
그녀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전황을 살폈다.
온갖 마공학 기반 기계장치로 무장한 데우스 길드가 전면에 나서서 엔트들을 상대하고 있고.
도둑, 궁수 계열 플레이어 위주로 편성된 패스파인더가 측, 후방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젠장, 저쪽도 서서히 조합이 갖춰지고 있어. 전선을 우회하는 엘프들이 더 있다면 포위당하고 말 거야.’
총 3회에 걸친 공세 중, 첫 공격일 뿐인데 이 정도라니.
오혜인은 이번 이벤트에 너무 섣불리 차가 의사를 밝힌 게 아닌가, 뒤늦게 후회됐다.
‘하지만 이성우에게 뜯긴 돈에, 관리국에 납부한 과징금까지 메꾸려면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그때, 오혜인이 살기를 감지하고 고개를 틀었다.
쐐애액 ― 핏!
화살 하나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와, 그녀의 뺨에 긴 핏줄기를 남기고 스쳐 지나갔다.
“이것들이 감히······.”
오혜인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의 엘프들을 노려보며,
왼손에 쥐고 있던 [선혈 추적자]를 역수로 쥐는 한편.
오른손으론 허리춤에 돌돌 말아 걸어두었던 무기를 펼쳐 들었다.
[혈난구절편(血亂九節鞭)].날카롭게 벼려진 철편 아홉 마디로 이루어진 채찍의 일종.
맞으면 핏발이 어지럽게 날린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이름에 어울리게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출혈] 스택을 여러 차례 쌓을 수 있는 잔혹한 영웅 등급 무기였다.
길드원들이 휘말릴 위험이 있어, 평소엔 거의 꺼내지 않지만.
그녀가 이걸 꺼냈다는 이야기는······.
반드시 상대의 피를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
“어어, 길마님! 참으세요!”
옆을 지키던 간부가 그녀를 붙잡았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오혜인은 그걸 끝내 뿌리쳤다.
“야! 너도 내가 이성우 그 자식한테야 허무하게 밟혔다고 무시해?! 나 오혜인이야, 1세대 A급이라고. 저딴 몬스터들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타닷―
더는 붙잡을 새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간 오혜인은, 기동계 스킬 [험지돌파]와 [곡예]를 발휘해.
현란한 몸짓으로 엘프 궁수 무리에게로 쇄도했다.
“인 로쓰엘, 툴루바!”
물론 엘프들도 이성과 지휘 체계를 가진 지성체.
그녀의 접근을 눈 뜨고 구경만 하지 않았다.
일제히 화살 여러 대를 걸어 쏘아대는 놈들.
일순간 화살들이 탄막을 이루고 벽처럼 다가왔다.
“길마님!”
도무지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화망(火網).
“나 무시하지 말라구!”
그러나 1세대 A급 플레이어로 지난 10년간 이름을 날려 온 그녀도 만만한 인사는 아니었으니.
“흐읍!”
촤르르륵―!
복압을 꽉 조이면서 몸을 틀어,
혈난구절편을 빠르게 회전시켜 일종의 검막을 펼쳤다.
팅― 투두둑!
어렵지 않게 화살들을 쳐낸 그녀는 결국 엘프 궁수들 사이에 착지해,
품에서 동그란 폭탄을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번쩍―
“탈싸! 니인 멜다!”
“안두네 시나!”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태양빛 같은 섬광이 엘프들의 시력을 일거에 빼앗았다.
“이게 인간의 이기다, 이 야만스러운 놈들아!”
차르르― 촤자자작―!
그 뒤로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아무리 감각이 예민하다는 엘프라도, 갑작스레 시력을 잃고서는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었으니까.
“꺄하하하! 나한테 화살 날릴 땐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
그녀가 휘두르는 혈난구절편 일격에 엘프 셋의 피가 어지럽게 날리고,
가볍게 뻗은 선혈 추적자는 목표를 놓치지 않고 뱀처럼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어 심장에 구멍을 냈다.
오혜인이 전열을 이탈해 엘프 궁수 무리 하나를 도륙하는 데에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우, 다시는 나를 깔보지 마. 이미 한 놈한테 개같이 발린 걸로 열불 뻗치니까.”
헝클어진 머리를 넘기려는 순간.
후방에서 살기를 느낀 그녀가 몸을 날렸다.
콰아앙―!
생각지도 못하게 터져 나온 굉음과 함께, 거센 풍압이 그녀를 떠밀었다.
“꺄악!”
반시적으로 비명은 질렀으나, 도둑 계열의 상위 클래스답게 공중에서 균형을 되찾은 오혜인.
그녀가 곧장 혈난구절편을 휘둘러 반격에 나섰는데.
드드득―!
“뭣―”
살이 찢기는 게 아니라, 웬 나무 갈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홱!
혈난구절편을 끌어당기는 괴력에 그대로 끌려가야 했다.
그리고 푸른 나뭇잎이 돋은 육중한 주먹이 정면에서 날아들었다.
“미친!”
엔트.
그중에서도 거대한 개체의 공격이었다.
놈의 몸에 얽혀버린 채찍을 버리고 피하는 게 맞겠지만, 상대의 공격 범위가 넓어 이미 늦어버린 상황.
‘젠장, 막자!’
죽지만 않으면 힐을 받아 회복할 여지가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죽지만 말자.
그런 마음으로 두 팔을 교차해 앞을 막았는데.
펑, 펑!
연이은 폭발이 엔트를 덮쳤다.
쿠어어어―
그 틈에 오혜인이 거리를 벌리자,
머리 위를 비행하는 드론들이 눈에 띄었다.
데우스 길드의 마스터, ‘엑스’가 컨트롤 하는 드론들이었다.
―무기는 나중에 챙기고 일단 피하시죠?
“엑스! 저놈 저거 불살라버려!”
오혜인이 엑스의 음성이 흘러나온 드론을 향해 빽, 소리쳤으나.
돌아온 대답은 회의적이었다.
―저거는 너무 커서 금세 불타질 않을 텐데요.
“그럼 구경만 할 거야? 그냥 태워버려!”
―후회하지 마세요?
소형 미사일을 달고 있던 드론이 뒤로 물러나고,
하단에 점화기가 달린 커다란 드론 두 대가 앞으로 나서더니.
푸화아아악!
거대한 엔트를 향해 화염을 방사했다.
구어어어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엔트가 연신 목질이 삐그덕대는 소리와 함께 낮은 비명을 터뜨렸다.
푸화아아······ 쉬이익―
적재되어 있던 가스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활활― 타닥, 탁
하지만 제대로 불이 붙어,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 역시 나무에는 불이지!”
꼬시다는 듯, 오혜인이 비웃음을 품었지만.
―어······ 역시 저는 안 한다고 했어요?
드론들이 일제히 편대를 이루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뭐, 왜 그러는데?!”
다음 순간, 얌전히 장작개비가 되어버린 줄만 알았던 엔트가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후두둑 ―
몸을 흔들어 솔방울 비슷하게 생긴 열매를 마구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조건을 만족하여 [자이언트 스콰이어 엔트]의 종자가 발아합니다!』
그리고 그 열매에서 미친 듯한 속도로 싹이 돋아나더니, 작은 엔트가 되어 오혜인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나무는 불에 약한 게 아니었어? 갑자기 씨 발아라니?”
―알아보니까 고온에 강한 나무가 있다네요. 아무튼 누님 때문에 망했어요. 저 불타는 놈이 전선으로 접근하면 대열 무조건 무너져요. 길드원들한테 조금씩 후퇴하라고 전하세요!
“이런 게 어디 있어, 진짜!”
저 거대한 엔트가 불타는 몸을 휘두르며 전선에 난입하면, 화염 저항을 두른 몇몇 탱커가 아니고서야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물 속성 마법사도 없어서 그 전에 쓰러뜨려야 하는데, 방법이 없나? 이렇게 1차 공세도 못 막고 물러나야 한다고?’
오혜인은 이곳 상황을 중계하고 있을 방송국 헬기들을 흘긋 보곤 이를 악물었다.
‘자존심 상하게 이게 뭐야.’
소형 엔트들을 하나하나 쳐내면서 거리를 벌리던 그때.
“뒤쪽으로 크게 도약하세요.”
오혜인은 웬 남성의 지시를 들었다.
마침 불타는 엔트가 가지를 뻗어와, 그 지시대로 뒤쪽으로 펄쩍 몸을 날리자.
꾸르르······ 촤아악!
점액질의 액체가 불타는 자이언트 세콰이어에게로 쏟아져, 타오르는 불길을 꺼버렸다.
치이익―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옮기던 오혜인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발견하고 기함했다.
“이, 이성우!”
“오랜만입니다?”
그는 정소현의 [동반비행] 스킬로, 최솔을 대동하고 전장에 난입한 상황이었다.
어깨엔 검은 고양이를 얹은 채로.
오혜인을 구하기 위해?
그보다는······ 1차 공세의 방어 기여도 0.01%조차 빼앗기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빠져 계세요, 괜히 휘말렸다간 피 보기 십상이니까요.”
그 말에 자존심이 긁힌 오혜인이 빽, 소리를 질렀다.
“나무에 붙은 불 좀 껐다고 기고만장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성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불? 불을 끄려고 뭘 끼얹은 줄 알았습니까?”
“무슨······!”
홱, 고개를 돌려 엔트를 바라본 오혜인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뭐······ 썩어들어가고 있어?”
『대상이 [깊은 부패]의 효과를 받습니다.』
구워어어어―
고통스러운 듯, 울림을 발산하는 엔트.
그 모습을 본 레라지에가 이성우의 어깨 위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필멸자야. 네가 어찌 대공의 힘을 쓰는 것이냐? 게다가 놈의 부패보다 훨씬 독해 보이는데?”
대공의 [부패]는 맞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깊은 부패]는 그 이름처럼, 겉은 물론이고 속에서부터 거대한 엔트를 썩혀 무너뜨리고 있었다.이성우는 최솔에게 신호를 보냈다.
“최솔 씨, 그 스킬. 준비됐죠?”
“그, 그렇긴 한데. 생각보다 별거 아니면 어떡하죠?”
“그래도 괜찮으니까,
최솔이 거대한 엔트를 향해 손을 뻗고 외쳤다.
“[팬데믹]!”
그러자 녹색의 오라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는 엔트를 휘감았고, 서서히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팬데믹]의 효과로 대상에게 부여된 [깊은 부패]가 주변 대상에게로 전염됩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오혜인의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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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길드 데뷔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