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04
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은 말없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그 시기가 지금이 맞는지, 그것이 중요했다.
두 사람의 태도는 아랑곳 않고 리리싼은 혼자서 떠들었다.
“홍콩 노동조합에서 들어온 얘기가 있다. 노르웨이 국적의 무기 상선 한 척이 입항했는데, 거기에 수천 자루의 라이플총과 수백만 발의 탄약이 실려있다는 거야. 그것들을 입수하면, 봉기의 성공도 기대해볼 만하지 않겠어?”
“무장봉기라니, 진심이야? 광둥 정부가 봐주는 것도 한도가 있어. 너무 요란을 떨었다가는···. 우한에서 공화군이 올지도 몰라.”
“놈들은 오지 못해. 만약 온다 해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걸.”
명민한 저우언라이는 리리싼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시민들에게 무장을 시키자는 거구나. 생존을 위해 들고 일어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가는 공화정부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그래. 본격적인 반란이 아닌, 사회주의의 선전 정도면 적당하다. 광저우와 홍콩, 두 도시에 낫과 망치의 붉은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그걸로 만족하니까.”
“전국에 공산당의 힘을 보여줄 수 있겠지.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민중을 데리고 무장봉기가 가능할지는···.”
“그래서 특무과가 중요한 거야. 오호 나으리가 지휘를 맡으면 할 수 있어.”
저우언라이가 갈등하는 사이.
마오쩌둥은 짧고 굵게 말했다.
“하자.”
그 말을 듣자 저우언라이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오쩌둥이 하는 말에는 언제나 마법 같은 예언이 숨어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민당을 장악하기 위해 힘써왔지. 하지만 조금 전에 나타난 장제스라는 놈은···. 불길한 징조야. 일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놈의 말대로 우리는 꼬리가 밟혔어.”
그때, 문이 열리며 좀 전에 돌아갔던 동지 한 명이 나타났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큰일 났다! 려비우가 장제스에게 잡혔어! 어떡하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쳐야 하나?”
보아라.
정말 마오쩌둥의 예언처럼 되었다.
“당황해 하지 마. 문서는 암호화되어있고 려비우는 의지가 강한 놈이니,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가 듣기로 장제스는 고문의 달인이라고···!”
“뭔 지랄을 하든 려비우는 버틸 거야.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친구가 편해질 수 있도록 거대한 봉기를 준비하는 거야.”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는 마오쩌둥을 보며 저우언라이는 생각했다.
역시 마오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영웅의 풍모가 자리하고 있다.
***
“공화군의 출병? 그건 좀···.”
이라고 말은 했지만.
광저우와 홍콩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십 만을 추산한다던 시위 인원이 이십 만으로 불어나고.
금방 오십 만으로 뛰었다.
그러나 내 결심은 확고했다.
“민간인 진압에 군대 투입은 안 돼.”
“하···. 왜 모르냐. 민간인이 아니라 빨갱이들이라니까? 우리의 적은 공산당! 잊었냐?”
장제스가 분통을 터뜨렸다.
마오쩌둥을 감시하던 그는 확실한 성과를 들고 왔다.
거점으로 쳐들어가 마오쩌둥과 대면도 했다던데.
중국 현대사 최고의 라이벌이 될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치는 광경은 어땠을까?
현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거점에서 달아나던 청년을 생포했지만.
내가 고문을 금지한 탓에 장제스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처 암호화하지 못한 편지들에 파업을 결의한 공장간의 연락망과 집합 장소 등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노동자들의 시위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시위대에 숨어든 공산당원들은 폭동을 일으키려 안달이 나 있을 테니, 핵심은 그 전문시위꾼들에게 공권력의 무서움을 알게 해주는 건데···.
공화정부의 손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쑹자오런은 그렇지 않아도 불쌍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니.
“시위가 일어나면 경찰이 통제할 거 아냐.”
“그렇지.”
“광둥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지?”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투경찰 일천 명을 두고 있기는 한데. 나도 본 적이 없어서 몰라. 실태를 점검해본 적도 없고. 시위가 일어나고 전경 일천 명을 불렀을 때, 과연 그 친구들이 제시간에 나타나 줄지는 미지수야.”
천 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위대가 몇만 명만 운집해도 감당할 수 없을 터인데.
지금은 몇십만 명에 육박할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광둥 정부의 대응은?”
“어디 보자···. 질서정연하게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평화로운 시위를 하기 바란다···. 라고 성명문을 내었다지.”
“그리고?”
“그리고는 없어. 이게 끝이다.”
안 되겠다.
진짜 큰일이 나버릴지도.
“광둥 정부에 서신을 보내. 민병대를 조직하겠다고.”
“좋아, 좋아. 이제야 한신다운 말을 하는군.”
“목적은 군중 집회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제출하고. 그런데···, 너 그 정도 제안을 관철할만한 권력은 있냐?”
“이거 왜 이래. 나 장제스야.”
“잘 하길 바란다. 허튼소리 하지 말고.”
문제는 민병대 인원을 어디서 차출하느냐인데.
홍콩은 문제없다.
우리 검은 양복 친구들이 있으니까.
조직폭력배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 아닌가.
전투경찰이 되어 도시를 수호한다!
“광저우에는 쓸만한 친구들이 좀 있나?”
“음. 애국청년단 어쩌고 하는 우익단체들이 있긴 한데. 알다시피 후한민 선생님의 일 때문에 나를 배척한단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좀 안 되겠냐?”
그 말은 삼합회의 친구들을 조달해 달라는 것.
그러나 검은 양복도 한계가 있다.
홍콩과 광저우를 한꺼번에 커버하기에는 수가 모자란다.
“새로 고용해. 어차피 군벌들 밑에서 복무하던 전직 군인이야 차고 넘치잖아? 용병을 뽑는 거야.”
“좋은데, 돈은?”
“돈 없냐?”
“국민당의 자금은 공산당이라는 기생충이 다 빨아 먹고 있다고.”
아무래도 쑹자오런의 손을 아예 빌리지 않기는 힘들겠다.
간단한 편지 한 통이면 되겠지.
“기다려. 돈을 줄 테니까.”
“네가?”
“정부가.”
얼마 뒤.
「위기 상황 도시 질서유지를 위한 지원대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자연스레 분담이 이루어졌다.
나는 홍콩을 맡고 장제스는 광저우를 맡는다.
언론에서 늘 한신의 거동을 예의주시하는 터라.
내가 직접 민병대에 참여했다는 기사가 나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질 것이므로, 전면에 나설 수는 없었다.
나는 삼합회 민병대 지부에 숨어 공산당 색출을 지휘할 작정이었다.
시위 날이 다가올수록 도시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위가 터지는 순간, 잠복하고 있던 공산당이 버로우를 풀고 튀어나와 가시 침을 쏘아대겠지.
들끓는 군중.
격화되는 시위.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점은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몇 명 대가리가 깨지고 코피가 나는 정도야 발생할 수 있겠지만.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발포다.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순간.
공화국의 품격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공안 경찰로 다시 태어난 삼합회 조직원들이.
양복이 아닌 제복에 차츰 익숙해질 무렵.
시위 날이 밝았다.
홍콩광저우 폭동
이른 새벽이었다.
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뒤, 삼합회 조직원들과 함께 시내로 향했다.
홍콩 도심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조용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새벽의 분위기와는 다른 묘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원래라면 여전히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금시계에 뻣뻣한 테일러드 재킷을 걸친 신흥 부자들이 양옆에 젊은 여자들을 끼고 늦게까지 흥청망청 술을 마시다가, 숙소에 들기 위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헤집고 다닐 시간이지만.
홍콩 메인스트리트의 상점이란 상점은 모두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곧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고 있었다.
간간이 기다란 나무봉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무리가 보였는데.
누구 한 놈 걸리기만 해 보라는 듯이 위협적으로 막대기를 휘두르며 상점 문을 두드리곤 했다.
“폭도와 시위대를 어떻게 구분하냐고 묻는 녀석이 있었지? 봐라, 저게 폭도다.”
내가 가리키자, 조직원들이 곤봉을 빼어 들고 앞으로 나섰다.
늘 해오던 가락대로 처리하려는 모양인데.
이 친구들에게 지금 자신들이 어떤 신분인지 주지시킬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폭도라 해도 지나친 폭력은 금지다. 먼저 공공질서 유지의 필요성을 알리고, 우리의 인도에 따라 무기를 놓도록 하는 게 우선이야.”
“예!”
“신분을 확인하면 편할 거다. 만약 공산당 소속이라면 즉시 체포해도 좋다.”
“예!”
대답하는 소리가 커서인지, 폭도 무리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사내들이 패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마주 보고 섰다.
삼합회의 중간 행동대장을 맡은 녀석이 입을 열었다.
“뭐 하는 놈들이냐? 신분을 밝혀···, 엇?”
이게 뭐지?
미쳐버린 건가?
놈들이 대뜸 몽둥이를 휘두르며 덮쳐왔다.
숫자가 더 많은 것을 믿는 건가.
맞아본 적이 없어서 한번 제대로 맞아보겠다는 건가.
슝, 슝.
살기 어린 바람 소리를 동반한 박투.
결과는 뻔했다.
노동자들의 기름때 낀 손으로는.
싸움을 업으로 하는 폭력배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폭도의 무리 속에서 싸움에 능한 몇 놈을 발견했다.
그놈들은 싸움 실력만큼 전황 파악도 빨라서.
몇 명이 제압당하자 곧바로 무기를 내던지고는 어두운 뒷골목으로 도망을 쳤다.
우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도심 곳곳을 돌며 시위가 일어나기 전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대략 백여 명가량의 공산당원을 잡아들였을 때.
해가 떠오르며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터가 아닌 거리로 출근한 그들.
그때부터는 우리의 작업방식도 바뀌었다.
멋모르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자본가와 외국인들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는 일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민병대는 그들을 보호하려 애썼으나.
돌아오는 것은 외국인을 편든다는 매국노의 딱지였다.
어째서 경찰이 해야 할 일을 민병대가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영국왕립 홍콩경찰이라고 하면 근사한 제복을 입고 총검을 찬 엘리트 부대였으나.
반환 이후 홍콩경찰은 개편이 되었고.
그 결과는,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경찰 제복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차마 홍콩 반환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고.
정말로 연성자치는 실패해버린 걸까.
욕이 절로 나온다.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
민병대를 조직하지 않았더라면.
진짜로 홍콩은 사회주의 혁명의 성지가 되었을지도···?
그러나 지금 나는 홍콩에 있고.
삼합회는 점차 홍콩의 수호신으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아편을 밀수하던 네덜란드 무역 상인 몇 명이 시위대에 붙잡혀 지갑을 탈탈 털리고 발가벗겨져 거리로 내몰린 것 말고는 그다지 큰 소란은 없었다.
홍콩 시내의 열 개가 넘는 거리에 노동자들이 가득 들어찼다.
시위대의 구호는 단순하고 맹렬했다.
“밥을 달라!”
“임금을 달라!”
“쉴 시간을 달라!”
말하자면.
지금껏 밥도, 임금도, 쉴 시간도 주지 않았다는 건데.
중국의 산업이 외형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배경에는 자신들의 생명을 갈아 넣어가며 버티는 노동자의 삶이 있었다.
이 괴리는 단번에 좁힐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