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33
마오쩌둥이 단상에 오른 순간.
배석한 중앙위원들이 일제히 기립하여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요란했던지, 마오쩌둥은 일순 당황하여 휘청거릴 뻔했다.
옆에 서 있던 저우언라이에게 속삭였다.
“왜 저리 미친 인간들처럼 난리야?”
“소련식이야, 형.”
“그래? 여긴 중국인데 어째서 소련을 따라 하지?”
“음···, 어쨌든 기분이 나쁘진 않잖아.”
그건 사실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서기장이 임명되는 자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다 제치고 마오쩌둥이 당수가 되리라는 걸!
하지만 자신은 마침내 이 자리에 섰다.
마오쩌둥은 저우언라이를 슬쩍 훑어 보았다.
방금 목욕재계(沐浴齋戒)를 마치고 나온 것 같은 말끔한 모습.
드러나는 표정에는 어떠한 질시나 회한도 없다.
더없이 자연스러운 미소로 마오쩌둥의 서기장 임명을 축하하고 있다.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우지만.
만약 사이가 틀어진다면, 가장 위협적인 적수가 될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하기에 마오쩌둥의 저우언라이에 대한 감정은 양가적이며 복합적이었다.
자신보다 잘난 인간이 자신의 아래 자리에 만족하며, 자신을 믿고 지지하고 있기에.
권력의 속성을 아는 마오쩌둥으로서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자신감.
마오쩌둥은 한번 손에 들어온 권력을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강당에는 공산당원들뿐 아니라, 국민당원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도 공산당원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성의를 보이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당을 배신하고 뒤통수를 친 장제스로 인해 광저우에서 쫓겨나 수 년간 야지로 떠돌았다.
빈말로라도 견딜 만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버려졌던 홍군(紅軍)은 개선군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 국민당 위원들의 축전(祝典)은 마오쩌둥의 농민군이 일궈낸 성과에 따른 것이었다.
“아아, 마오쩌둥입니다. 인제 그만 앉으셔도 됩니다.”
마오쩌둥은 능숙한 자세로 단상에 섰다.
강당 안은 자신의 입에서 나올 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국공농홍군(中國工農紅軍)의 성공에는 탕성즈 장군의 도움이 컸습니다. 앉아계신 탕 장군께도 박수를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당의 구석에 처박혀있던 탕성즈가 자리에 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오쩌둥은 심호흡을 한 뒤 웅변을 토해냈다.
“후난성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중국의 중부와 남부, 북부의 여러 성에서 수억 명에 달하는 농민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모든 제국주의자, 악덕 토호, 부패 관료들은 사시나무처럼 떨다가 혁명의 불쏘시개로나 쓰일 것입니다. 또한 혁명을 말해오던 기존의 당파들은 농민들 앞에서 검열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배석한 위원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마오쩌둥은 공산당 원로들이 총서기 자리를 양보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상 당에서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던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 일파는, 아무런 도움 없이 밑바닥에서 일어나 역량을 입증해 보였다.
그 이면에는 농민들의 절대적인 지원이 있었다.
천두슈 같은 공산당 초기 당원들은 죄다 도시에서 태어나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들.
철저히 코민테른의 지시를 받들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사상적 숙고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은 현장에서 튀는, 시뻘겋게 펄떡이는 혁명의 피와는 몇만 리나 떨어져 있었다.
마오쩌둥은 회장에 들어오기 전 저우언라이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마오 형, 긴장할 거 없어요. 저들은 형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요.”
네 말이 맞다, 저우야.
여기서 혁명가랍시고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은 농민들이 일으킨 폭풍이 어디까지 휘몰아칠지 겁을 내고 있다.
마오쩌둥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공산당과 국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입니까? 농민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비난할 겁니까? 앞을 가로막고 윽박지를 겁니까? 아니면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 겁니까? 시대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당 서기가 된 마당에 겁날 것이 무엇인가.
광저우의 학살이 자행되던 그날, 모든 것을 잃고 바닥까지 추락해본 그였다.
“훈련받지 않은 농민군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건 압니다. 농민군이 처음 공격한 대상은 악질 지주들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든 사상과 제도들을 향해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폭풍입니다. 목표물을 정하여 타격하는 폭풍의 위력을 보셨습니까? 앞으로의 중국 권력 체계는 4억 농민들에 의해 새롭게 구성될 거란 말입니다!”
기세를 이어 사자후를 터뜨리려던 마오쩌둥은, 좌중의 한가운데에서 곧게 뻗어 오르는 손바닥 하나를 발견했다.
“뭡니까, 천 선생님?”
베이징대 문학대 학장과 중국공산당 초대 서기장을 역임한 천두슈.
이 시대 최고 지성이라 봐도 무방한 자였으나, 마오쩌둥은 당황하지 않았다.
속으론 끊임없이 되뇌었다.
‘이들은 나를 두려워한다, 이들은 나를 두려워한다···.’
“거의 깨어질 뻔했던 국공합작이 용케도 갈등을 봉합하였네. 소련의 스탈린 동지가 막대한 후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자리는 없었겠지. 그런데 마오 동지는 그 어렵게 꿰맨 봉합을 다시 찢으려 하고 있어.”
“제가요? 그럴 리가요?”
“국공이 잠시나마 결렬되었던 이유가 뭔가. 광저우에서 자행된 학살 때문이 아닌가! 지금 후난성에서는 믿을 수 없는 기괴망측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네. 부호(富豪)의 집에 멋대로 침입하여 창고를 터는 것은 예사이고 소에나 쓰는 코뚜레를 지주에게 걸어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부인을 강간하고, 애를 팔아치운다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천두슈는 흔들림 없는 눈빛을 쏘아 보내며, 현재 후난성을 장악한 움직임은 혁명이 아니라 폭동이라 규정지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일세. 마오 총서기는 이 시간 이후로라도 농민들을 선동하는 일을 그만두고, 그들에게 절제의 미덕을 일깨우는 데 집중해야 하네. 그러라고 얻은 서기장 자리잖나.”
천두슈의 말을 듣고 있던 마오쩌둥이 실소를 흘렸다.
“후난성에서 일어났다는 그 일은, 천 선생님이 직접 경험한 겁니까? 아니면 머릿속으로 상상한 겁니까?”
“···들은 얘기일세.”
“들었다라, 하하! 안전한 책방에 처박혀서 신문이 알려주는 활자 조합물만 머릿속에 넣을 뿐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실 법도 하군요.”
“···내게 하는 소리인가?”
“예. 천 선생님을 포함하여,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책방 샌님들께 이 마오쩌둥이 고하는 소립니다!”
마오쩌둥은 성난 황소처럼 울부짖었다.
“후난은 제 고향이며, 제 아버지는 가난한 농사꾼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만큼 농민들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목울대에서 전해져 오는 울림이 생생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찌릿하게 온몸을 휘감았다.
“평생을 악덕 토호에게 시달려 온 농민들의 분노를 아십니까? 그들의 증오심을 측량하실 수 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들은 난폭합니다. 엉망진창입니다! 그러나 혁명은 사교모임의 만찬장이 아닙니다. 글을 쓰거나, 수를 놓는 것도 아닙니다! 혁명은 우아해서도, 점잖아서도 안 되며 오로지 필요로 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폭력! 폭력!
폭력을 찬양하라!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폭력적 수단으로 뒤엎는 것! 그것이 혁명입니다. 좀 전에 후난성 농민들이 어느 부호의 집에 쳐들어가, 부호를 소 코뚜레로 걸어 끌고 다녔다고 했습니까? 저는 수십 년간 착취당한 농민들이 악질 토호를 끓는 물에 처넣어 삶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았습니다. 놈이 비명을 멈추자 우러나온 국물을 마을 전체가 맛봤는데···, 흐흑흐. 형언할 수 없는 맛이더군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괴상한 표정이 되어버린 마오쩌둥.
강당에 자리한 인원 중 누구 하나 경악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천 선생님이 말한 이른바 ‘지나친 행동’이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수천 년간 쌓여온 농민들의 울분이 고작 몇 달간의 보복으로 해소될 리 만무하지요. 중국의 농촌에는 공포가 필요합니다···.”
마오쩌둥은 처음 웅변을 시작할 때의 호흡을 되찾았다.
그리곤 앞으로의 공산당 행동 방향을 선언했다.
“지주 권력을 분쇄하여 중국 전역에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실시하는 게 농민투쟁의 중심 과제입니다. 마을에서 악질 대지주 한 명만 처형해도 여론을 모으기는 매우 수월해집니다. 언론 선전, 공개적 비판, 감금, 사형···,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간에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연설을 끝내고 뒤돌아 섰을 때.
마오쩌둥은 저우언라이의 얼굴과 마주쳤다.
농민혁명을 강화한다는 방안은 합의하였으나.
방금처럼 강한 어조로 말한 것은 즉흥적이었다.
마오쩌둥은 저우언라이에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오 형.”
“왜 그러냐?”
“···내가 지금껏 들었던 것 중 최고의 연설이었어. 레닌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이렇게는 못 했을걸.”
뜻밖의 찬사.
마오쩌둥은 저우언라이를 내려다보다 무심히 말했다.
“레닌은 필요 없어, 여긴 중국이니까. 마오쩌둥이면 된 거야.”
저우언라이도 답했다.
“맞아, 마오쩌둥이면 된 거야.”
***
국민당 대표 왕징웨이는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있다가 잡히는 주름살에 화들짝 놀라 거울을 보았다.
눈두덩이 내려앉고 피부가 까칠해졌다.
한때 중화민국 제일의 미남 소리도 곧잘 들었건만···.
세월이 무상하다.
그러나 중국이 안정을 찾기만 한다면, 자신의 얼굴 따위 곰보가 되어버려도 상관이 없다.
왕징웨이는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진짜라고? 진짜로, 마오쩌둥이란 놈이 이리 말했다고?”
왕징웨이는 요즘 들어 사상적인 혼란을 겪는 중이었다.
처음 혁명을 주장할 때는 청나라의 만족들이 몰락하면 그걸로 족하다 여겼다.
그러나 청조의 멸망은 혁명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군벌간의 전쟁은 겨우 종결이 되었으나.
그 결말은 원하던 방향이 아니었다.
왕징웨이는 서랍을 열어 액자를 꺼냈다.
그가 평생 존경해 마지않았던 단 한 사람.
한때 스승을 의심하고 저버렸던 적이 있었기에, 더욱 애틋하다.
“선생님. 저승살이는 좀 평안하십니까?”
쑨원은 대답 없이 왕징웨이를 그윽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려울 때마다 왕징웨이는 쑨원의 유지를 받드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유지란 중화주의와 삼민주의에 입각한 위대한 중국의 실현.
그러나 얼기설기 쪼개진 중화합중국은 쑨원의 대의와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래서 결심을 하였다.
한족과 수십 개의 다른 소수민족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중국을 형성함과 동시에,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신중국을 건설하기로.
그러나 골치 아픈 문제는 나날이 국민당 내부를 잠식해 들어오는 공산당이었다.
“어찌해야 할까요, 선생님. 시작은 국공합작이었으나, 점점 공국합작으로 변모해갑니다···. 국민당의 세는 갈수록 허약해지고 공산당 세력은 강성해지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합작을 포기할 수도 없다.
소련의 스탈린이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주며 명시했기 때문.
국민당과 공산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해야만 지원이 유지될 거라고.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스탈린의 그러한 지령은, 광저우 학살로 떠나간 공산당원들이 줄줄이 복귀하는 구실이 되었다.
그중 한 명이 마오쩌둥이다.
제7군의 자오헝티를 무너뜨린 전사.
죽창을 든 농민홍군의 대장.
후난의 붉은 황소···.
“이놈이 뭘 원하는지는 명확하잖아. 사회주의 혁명? 안될 소리야. 선생님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으셨겠지.”
왕징웨이는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또한 젊은 날에는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되어 국민당 내부에서 좌파로 분류되기도 했었으니까.
그 후, 유럽식 사회주의가 중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지만.
쑨원이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아시아에는 아시아의 정신이 있다고.
노인을 공경하지 않고, 예절을 우습게 여기는 공산주의자는 외계에서 튀어나온 별종 같았다.
수천 년의 세월을 거쳐오며 중국이 쌓아 올린 찬란한 역사를, 착취와 억압의 역사로 평가절하하는 것이 공산주의였다.
마오쩌둥이 승리를 거둘수록, 국민당의 입지는 좁아져 간다.
그렇다고 패배를 바랄 수는 없다. 그건 공멸이니까.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주름살이 깊어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빨리 늙는 건 싫은데···.
문밖에서 비서가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손님이 오셨는데, 들일까요?”
“누구냐?”
“후난성의 탕성즈 장군입니다.”
“그자가 무슨 일로? 일단 들라 해.”
비쩍 마른 탕성즈는 군인이라기에는 허약해 보였으나.
왕징웨이는 상심이 깊었던지라 그의 방문이 반가웠다.
“하하, 처음 뵙겠소. 왕징웨이요. 후난성에서 쾌거를 거두신 탕 장군의 위명이 남방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소.”
“저는 참을 수 없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거친 호흡을 쏟아내는 탕성즈.
왕징웨이는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뭘 말이오?”
“처음 혁명의 총성을 울렸던 것은 저와 제 부대원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나타난 마오쩌둥이란 자가 마치 자기가 혁명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멋대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연석회의(連席會議)는 기도 안 차더군요. 제가 입당한 중국국민당은 공산당의 졸개에 불과했던 겁니까?”
탕성즈의 힐난이 비수처럼 꽂혀왔다.
왕징웨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인상을 찌푸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건···, 미안하게 되었소.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공존하다 보니,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오.”
“그럼 계속 방치하실 겁니까?”
“뭘 말이오···?”
“마오쩌둥과 공산당 말입니다.”
왕징웨이는 동그란 안경 너머에 있는 탕성즈의 눈빛을 살폈다.
뭘까, 이 남자.
군벌시대에도 전혀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후난성 시골 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갑자기 국민당에 입당 신청서를 내더니.
그 다음에 대뜸 들고 온 것은 제7군 사령관 자오헝티의 수급(首級).
대중적 명망과 정치적 자산은 있지만 군사적 역량이 부족한 국민당 내부에서 그는, 단숨에 실력자로 부상하였다.
“국공결렬을 말하는 거요?”
“아닙니다. 그들은 쓸모가 많습니다. 소련의 지원을 위해서라도 필요하잖습니까?”
“그렇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