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293
“수상 각하께 급히 전할 속보가 있소.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일이오. 지금 바로 각하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 계신지 아시오?”
“저, 저분이 수상님이 맞기는 한데···.”
하녀가 떨리는 손으로 노인을 가리켰다.
기관총의 총구가 2층을 향하였다.
해군 대장과 조선 총독을 지낸 정치 거물 사이토 마코토.
잠옷을 걸친 비무장으로 총구 앞에 섰음에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그래, 내가 수상일세. 속보를 가져왔다고? 그게 뭔가?”
“존황토간(尊皇討奸).”
“천황을 받들어 모시고, 간신을 토벌한다라···. 지금 내게 총을 들이미는 의미는 내가 간신이라는 건가?”
“알고 있으니 다행이오.”
사이토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며 거센 콧김을 내쉬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풋내기들이, 어디서 감히 천황 폐하를 논해! 당장 변란의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사형은 면하게 해주마!”
과연 기백은 대단하였으나, 사이토의 연설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타타타타!
발사된 기관총이 순식간에 일본 수상의 몸뚱아리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하녀.
순식간에 일을 처리한 청년들은 현장을 수습할 생각도, 시체를 처리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다음 목표 대상을 향해 돌진할 뿐이었다.
신주쿠의 고급주택가에 나타난 기관총을 든 청년들의 존재는 흔치 않은 풍경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거리의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깃발을 들어라! 존황토간! 쇼와 유신!”
“이것은 혁명이다! 우리가 정의다!”
“천황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곳곳에서 암살에 성공한 황도파 청년 장교들에게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손에 묻은 피는,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직 다가올 신일본의 미래만이 중요했다.
***
쇼와 유신을 기획한 막후는 기타 잇키지만.
민간인에 불과한 기타 대신, 현장 지휘를 총괄하는 자는 참모본부의 이시와라 간지 대좌였다.
이시와라가 길잡이 기노시타와 함께 여관을 나왔을 때는 새벽 여섯 시.
벌써 혁명 계획의 상당 부분이 진행된 상태였다.
“수상과 내무대신이 처리되었습니다. 그 외에 교육 총감과 추밀원장 또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시종장은?”
“안도 중위가 직접 갔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군용 무전기까지 동원한 용의주도한 거사.
이시와라는 치밀하게 안배한 대로, 진행 상황을 하나하나 확인해나갔다.
“경시청 점령반에게 알려라. 즉시 경찰권 발동을 중지시키라고.”
“예! 알겠습니다.”
“또한 옥상과 출입구에 기관총 진지를 구축하고 방어 준비를 해. 전화교환실은 단단히 통제하고.”
“그리 전하겠습니다.”
손을 대는 대로 술술 일이 풀린다.
이시와라는 문득 자신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알아차렸다.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사히 신문사 직원들은 말을 잘 듣는다던가?”
“그렇다기보다는 지침을 기다리는 중일 겁니다.”
“길게 풀어쓸 필요 없어. 존황토간 쇼와유신. 여덟 글자면 된다. 그거면 다 설명이 돼.”
이시와라가 천황이 있는 궁성까지 가는 동안에도 보고는 시시각각 들어왔다.
차례로 육군성과 참모본부, 국회의사당이 혁명군의 손에 들어왔다.
“크흐흐···.”
저항 없이 흘러나오는 실소.
이 얼마나 쉬운가?
대일본제국의 수도, 도쿄를 함락시키는데 고작 두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황거의 돌다리가 보인다.
주위에 혁명군이 가득하였다.
기타 잇키가 신신당부한 대로, 가장 먼저 궁성부터 포위한 것이다.
그곳에서 이시와라는 기다리고 있던 하시모토 긴고로 중좌와 만났다.
“안쪽은 어떤가?”
“지금쯤이면 알아차렸을 겁니다. 하지만 출입을 확실히 통제하였으니, 우리는 폐하를 배알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소수의 근위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얼마간의 병력은 대동해야 합니다.”
“폐하께 불경을 저지르는군.”
이시와라는 50명쯤 되는 군사와 함께 궁성 안에 발을 디뎠다.
벌써 소문이 퍼진 모양인지 그를 발견한 하인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안내하게, 기노시타. 폐하께 말이야.”
길잡이 기노시타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앞장섰다.
내키는 대로 걷는 것 같으면서도,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면 과연 지리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기노시타.
갑자기 머리를 손으로 가리며 주저앉는다.
“군인입니다! 저기 군인이 있어요!”
불현듯 나타난 십수 명의 청년들.
하시모토가 말한 근위대가 틀림없었다.
찰나의 순간에 양쪽 병력이 총을 빼 들었다.
아직 발포는 되지 않았지만, 어느 쪽이든 먼저 쏘기만 하면 신성한 황거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상황이다.
숨죽이는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시와라는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평온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참모본부 작전과의 이시와라 간지요. 여기 있는 우리는 폐하의 권위를 위협하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간신을 처단하여, 메이지유신에 이은 두 번째 유신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천황 폐하는 어디 계시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
근위대 사이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을 본 기노시타가 경악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이시와라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이 근위대의 대대장을 맡은 영친왕(英親王, 식민지 조선의 왕, 고종의 7남)이다. 폐하께서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 하셔서 궁성을 찾았건만, 이 무슨 변란이냐? 똑똑히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시와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오호. 영친왕께서 계셨군요. 이끄는 근위대 전체가 있는 겁니까?”
“그렇다!”
“아니, 아니, 아니지요. 정말로 1개 대대 전체가 궁성에 잠복하고 있었다면, 혁명군이 외성을 포위할 동안 잠자코 계셨을 리가 없지요.”
영친왕은 일시에 반박하지 못했다.
육사와 육대를 졸업한 영친왕, 그러나 아직 애송이 티가 많이 난다.
이시와라는 이미 상황을 장악한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그 건물에서 나온 것을 보니, 안에 폐하가 계십니까?”
“말해줄 수 없다!”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이렇게 해볼까요? 조선의 왕이시여. 전하는 조선의 앞날이 어찌 되어야 한다고 여기십니까?”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영친왕은 당황한 티가 역력했다.
“무, 무슨 소리냐!”
“현재 전하의 영토는 적에게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같은 신사적이며 평화로운 동맹이 아닌, 중국이라는 파괴적이고 저열한 적들에게요.”
“그럼 설마 전장의 소문이···?”
“예. 이대로면 조선은 중국에 점령당할 겁니다. 중국인이 어떤 놈들인지 전하도 아시지요? 그놈들에게는 일본인과 같은 아량이 없습니다. 그저 착취하고 강탈하고 강간하는 것밖에 모르는 못 배운 놈들일 따름이지요.”
수십 명의 병사들이 총구를 들이밀며 대치하고 있는 살얼음판.
그러나 이시와라는 힘 있는 어투로 판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전하의 자리도 위태롭습니다. 저 중국의 식인종들이 어찌 이왕(李王, 식민지 조선의 왕)을 인정하겠습니까?”
“그, 그럼 대좌가 폐하께 있다는 용무는···.”
“전쟁을 끝내고, 조선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니 길을 열어주십시오.”
영친왕은 몇 번이나 망설이다, 슬쩍 총을 내렸다.
근위대원들 또한 영친왕을 따랐다.
“그럼 들어가자고.”
발을 떼려던 이시와라는 문득 기이한 광경을 목도하였다.
길잡이 기노시타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어찌 보면 앞으로 고꾸라져 죽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머리를 영친왕 쪽으로 향하여 큰절을 올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기노시타! 뭐하나?”
“아! 끝났습니까? 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뭐야, 총이 무서웠던 거야?”
“맞으면 죽잖습니까.”
“겁쟁이 같으니라고. 안내나 해라!”
“예.”
은근슬쩍 하시모토도 그들을 따랐다.
천황의 어소는 복잡하였지만, 기노시타는 스스럼없이 앞장섰다.
마침내.
하얗고 작은 방.
벽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 들었다.
하시모토 긴고로가 참지 못하고 뛰어들었다.
“천황 폐하 만세···!”
이시와라가 방에 발을 들이고 보니.
하시모토는 바닥에 넙죽 엎드려 있고, 새하얀 방석 위에 아직 젊은 티가 나는 청년이 앉아있었다.
그가 쇼와 덴노였다.
“폐하! 일본의 국체가 바로 폐하시옵니다! 저를 비롯한 육군의 청년 수천 명이 궐기하였으니, 폐하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간신들을 처단하고 일본을 새롭게 일으켜 세울 기회이옵니다···!”
어찌나 감동하였는지,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는 하시모토.
하지만 히로히토 덴노는 언짢은 표정이었다.
“그러면 정말이란 말이야? 정말로 반란이 일어났단 말이야?”
“반란이라니요, 전하···! 이건 혁명이옵니다! 폐하를 모시기 위한 청년들의 부르짖음이옵니다···!”
“하지만 들리기론 사이토 수상을 비롯하여 주요 정치인들 여럿을 죽였다던데.”
“모두 간신배들이옵니다, 폐하!”
“설마 시종장도 죽였나?”
“간신이옵니다! 간신이옵니다!”
쾅!
히로히토가 책상을 내리쳤다.
“시종장은 내가 어려서부터 두 번째 아버지로 따랐던 분이다! 그런 분을 나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살해하다니!”
하시모토는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날 위한다고? 네놈들도 똑같다! 하는 짓이 도조 히데키 같은 쥐새끼와 다를 바가 없어!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이 천황을 위한 일이라며 마음대로 결정해버리지! 내가 그리 필요한가? 나를 꼭두각시로 만들 셈이야?”
“아니, 폐하. 결단코 그럴 작정은 아니었···.”
“듣기 싫다! 봉칙명령을 내리겠다! 반란에 가담한 모든 장교와 이하 군인들의 원대복귀를 명한다!”
“그, 그럴 수는! 폐하, 제발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쇼와 유신은 일본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러나 천황은 이미 심통이 난 채 돌아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이시와라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실 기타 잇키의 말이 맞을지도···.
눈앞의 히로히토라는 천황은, 그저 평범한 청년에 불과할지도···.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대기회인데, 고작 알고 지내는 사람 하나 죽였다고 저리 애처럼 삐져있는가?
이시와라는 자신이 나설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검집에서 군도를 꺼낸 이시와라는 망설임 없이 하시모토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퍼퍽···,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영문도 모르고 뒤돌아본 히로히토의 눈이 희번득였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폐하, 폐하의 말씀대로 이놈은 쓰레깁니다. 마땅히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그게 아니라···, 이게 무 무슨···?”
“폐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히익···! 피다! 피다! 피야!”
천황은 실성한 듯 팔을 허우적거렸다
이게 무슨 꼴인가.
현인신이라더니, 기껏 피 몇 방울 묻었다고 정신이 나가버렸다.
이시와라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기분 좋은 피 냄새가 기도를 가득 채웠다.
“폐하, 정신 차리십시오. 당장 할 일이 많습니다. 계엄을 선포하고, 새로운 쇼와 헌법을 반포해야 합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제가 어찌 폐하를 해하겠습니까? 세상에 종말이 온다 해도, 저 이시와라 간지는 폐하의 충실한 종일 뿐입니다.”
“너 말고···, 저자! 저자가 나를 죽일 거야!”
“누구요? 하시모토는 이미 죽었···.”
고개를 돌린 이시와라는 기노시타와 눈이 마주쳤다.
분위기가 묘했다.
그의 눈동자에 증오와 격동 비스름한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기노시타, 이만 가봐도 돼. 역할을 잘해주었어.”
그러나 천황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기노시타.
“뭐하나! 나가라고 하지 않는가!”
목소리를 높였으나, 기노시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시와라는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