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315
짐작은 간다.
아마 한신 일파의 놈들이겠지.
그들은 미리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역행사의 요원들은 보기 좋게 당했다.
다이리는 여운형이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다 밤이 돼서야 종로의 으슥한 뒷거리에 있는 비밀거점으로 돌아왔다.
“손님이 있습니다.”
“손님?”
중국식 주렴을 걷어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안절부절못하며 앉아있는 사람은 이승만이었다.
다이리는 차갑게 영어로 말했다.
“이곳은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젠장! 그런 짓을 벌이고도 말이오?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요! 내가 언제 정적들을 죽여달라고 말이나 했소? 이것이 인의의 나라인 중국의 방식이오?”
“협객의 나라인 중국의 방식이지.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객이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틀렸소! 이런 방식은 아니오···. 살인은 아니란 말이오!”
가련하게 떨고 있는 이승만.
다이리는 자연스레 장제스를 떠올렸다.
자신이 모시는 검은 늑대라면,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이승만처럼 몹쓸 꼴을 보이지는 않겠지.
“우습군. 정적들을 소리 없이 제거해줄 때는 잠자코 입을 닫고 있더니, 한 번 암살에 실패하자 호들갑을 떨며 달려오는 꼴이라니.”
이승만이 당황한 듯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서 선거 준비나 해. 네가 잘하는 대로 천진난만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출마하여 국민의 사랑이나 받으란 말이야.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단독후보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그게 안 될 것 같으니 하는 말이잖소. 여운형이 말하기를 조선의 방첩조직이 있다고···.”
“허장성세일 뿐이야. 조선 같은 나라가 그런 수준의 조직을 키워냈을 리 없지. 이건 중국의 군벌이 개입한 거다. 조선에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세우려고 작업에 들어간 거야.”
놀라 고개를 주억거리던 이승만의 안색이 대번에 파래졌다.
“그, 그럼 내 목숨이 위험한 것 아니요? 중국 군벌이 나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잖소!”
“그렇지.”
“살인은 그만두고, 나를 지키시오! 나를 호위하란 말이오!”
“흥, 지금은 호위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뭐라고?”
다이리는 출구로 걸어가 주렴을 걷었다.
그리곤 이승만에게 밖으로 나가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
“너는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은밀하게 보호받고 있어.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어. 역행사가 모든 일을 해결할 테니까.”
이승만은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명백한 축객령에 별수 없이 떠났다.
혼자남은 다이리는 펜대를 잡고 편지를 썼다.
「경성의 전황이 예상보다 치열함. 지원 병력 필요.」
그렇다 해도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괴기도시 상하이에서도 살아남은 다이리다.
이깟 경성의 흉악함 따위, 귀여운 수준이다.
그런데 그날 새벽.
급보로 들어온 정보는 다이리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 이승만의 자택에 암살범이 침입함. 이승만 박사 총상. 병원으로 응급 후송. 흉수는 사살됨.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다이리는 홀로 미친 사람처럼 킬킬거렸다.
상대는 겁쟁이가 아니다.
보란 듯이 실력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제스와 한신.
풍운을 겨룰 두 영웅.
경성에서 그 대리전이 펼쳐진다.
상대는 정면으로 맞붙을 작정인 모양이다.
“오는구나···, 첩보 전쟁이···. 한바탕 피의 홍수가 몰아치겠어.”
***
같은 시각.
이승만의 저격 소식을 들은 파황회의 김원봉은 어리둥절하여 눈을 껌벅였다.
“뭐야, 시발. 누가 쏜 거야?”
해방 정국3
병원에서 눈을 뜬 이승만은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온몸이 천근 바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뼈를 깎는 고통이 전해져 왔다.
“끄으으···.”
저항 없이 새어 나오는 신음.
문득 얼굴에 음영이 졌다.
누군가 이불을 얼굴까지 올려주는 것이었다.
흰 저고리가 뺨을 스쳤다.
“누워계시게, 우남이 형.”
익숙한 저음.
눈동자를 돌리자 장대한 체구가 보였다.
“상태는 어때? 말할 수 있겠나?”
“끄으응···.”
이승만은 입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눈동자만 굴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마 어렵겠지. 의사가 말하길 뇌성마비가 왔다더군. 따지고 보니 지금 내가 하는 말도 이해하지 못하겠군. 우남이 형. 날 알아보겠나? 백범이야.”
어찌 모르겠나.
우남 이승만의 정치적 동지 가운데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백범 김구였다.
그런데 입이 말을 듣질 않는다.
뇌성마비라고?
아니야! 나는 멀쩡해!
“내 말을 알아들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상황을 설명해줘야겠지. 형의 집에 암살범들이 들이닥쳤네. 경호원들과 격투 끝에 암살범은 사살되었어. 하지만 형은 이미 저격당한 뒤였지.”
까맣게 녹아내렸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른다.
여운형 암살사건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시에 들이닥친 저격범의 총에 적중당한 것은 그래서였다.
“솔직히 궁금할 거야. 여운형 같은 공산주의자라면 모를까. 형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암살의 표적이 되어야 하느냐고 억울해 할지도 몰라.”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승만을 앞에 두고, 김구는 혼자 잘도 떠들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형도 적을 많이 만들었어. 그 중화주의라는 것은 일제의 식민생활을 겪은 조선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벅찬 사상이거든···.”
이승만은 여전히 이 사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나는 대한민국 초대 총통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고!
“형은 어쩌면 내 말을 곡해했는지도 몰라.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길 바랐지만, 그것은 중국의 것을 전용하자는 의미는 아니었어. 그저 탐욕스러운 지배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것을 가꾸고 보존하며 발전시키자는 의미였다고.”
그때까지도 김구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던 이승만.
그러나 다음 순간.
움직일 수만 있었으면 침대에서 펄쩍 공중으로 뛰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암살 명령을 내리면서도 내 속은 절반이 깎여나가는 것 같이 괴롭고 고통스러웠지. 하지만 이렇게 형이 목숨은 보존한 채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네.”
이승만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동자를 열심히 굴렸으나, 김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박헌영과 여운형에게 손을 쓴 것이 아마 형이겠지? 내가 결심하게 된 계기가 그거야. 형이 얼마나 권력욕에 불타고 있는지 지근거리에서 목격했기 때문이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조선을 다시 중국에 바치러 가는 길을 막아야만 했다고.”
세상 사람들!
이승만 저격 사건의 흉수는 김구이옵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괴수를 얼른 벌해야···!
“지금 내 말을 이해하고 있다면 걱정이 많이 되겠지. 살아남은 여운형이 대총통이 되어 사회주의 체제를 도입하면 어떡하나 우려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내가 수습할 테니까.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 어느 나라의 지배도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국이 될 거야.”
이승만은 배신당했다는 분노와 회한이 뒤엉켜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으나, 희한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김구가 몸을 일으켰다.
흰 저고리를 펄럭이며 안경을 고쳐 썼다.
“우남이 형. 형의 조직 말이야. 남색 옷을 입고 있더군. 그래서야 되겠어? 우리 민족은 모름지기 백의가 근본일진대. 내 조직은 백의사(白衣社)야.”
김구가 다시 손을 뻗어 이불을 단단히 여며주었다.
“형은 테러에 비판적이었지. 그러나 나는 망설이지 않아. 대한독립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어. 그러니···, 대한민국이 무사히 건국되고 국민의 생활과 모든 제도가 안정이 되고 나면···. 그때는 형도 회복되었으면 좋겠네. 내가 만든 세상을 누군가는 봐주어야 하니까.”
딸까닥.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김구가 나갔다.
독방에 혼자 남았다.
불현듯 뺨 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었다.
***
참새가 지저귀는 새벽.
첩보 조직 역행사의 수장 다이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영자신문을 읽어 내려갔다.
여운형과 이승만.
해방 정국의 두 거두가 비슷한 사이에 피격당한 사건은 일대 혼란을 불러왔다.
특히 여운형 암살 시도 사건은 종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게다가 완전무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중국인들은 또 무언가.
기관총에 난사 당하고 혼비백산 하였을 터인데도, 여운형은 그날 바로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했다.
– 여운형이 직접 밝히다. “암살의 배후는 중국 군벌.”
– 중화주의는 진정 구원의 길인가? 작금의 상황은 을사늑약 때와 흡사하다···.
– 여운형 위원장이 말한 중국 군벌은 누구일까? 전격 해부에 들어간다.
여운형은 최근 유행하는 중화주의에 대해 작심하고 경각심을 갖기를 주문하였다.
그래서인지 사건 이후 한동안은 중화주의 대신 조선 제일주의가 널리 퍼졌다.
중화에 구애받지 않고, 조선 민족이 가진 우수성을 발전시키자는 내용이었다.
대한 임시정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사건에 대해 따져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정해져 있었다.
중국은 관련되어 있지 않으며, 붙잡힌 암살범들의 신상에 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대답.
그 말은 곧, 중국 정부가 경성에 있는 다이리의 존재를 부인했다는 의미다
만약 잡히기라도 하면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짐승의 신세가 된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다이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상에 맨 몸뚱아리로 던져졌을 때부터 죽는 것은 상관이 없었다.
단지 어떻게 죽는가가 중요할 뿐.
다이리는 결전을 준비했다.
이승만에 대한 저격.
적은 선전포고를 가해왔다.
“전쟁···. 전쟁이다···!”
다이리는 언제나 전쟁을 꿈꾸었다.
그러나 군인이기보다 자객에 가까웠던 다이리는 야전에서 철모를 쓰고 전투에 참여해 본 경험은 없었다.
상하이의 밤거리에서 젊은 시절을 흘러 보낸 다이리에게 전쟁은 다른 의미였다.
여기저기 쥐구멍이 난 더러운 담벼락.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야채를 파는 시장.
비좁은 문틈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아편 방.
문신한 어깨들.
큼지막한 대도를 찬 소년들.
행인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곤봉으로 뒤통수를 가격하고 지갑을 강탈하는 폭력배들···.
범죄 냄새가 자욱한 도시의 뒷거리야말로 다이리의 전장이었다.
그리고 아직 정식정부가 들어서기 전의 혼란스러운 경성은 과연 다이리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몇 달 전 도쿄에서 일어난 4.4 사건은 다이리에게 크나큰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특별히 첩보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군인들이 일본 수뇌부 최상층의 수십 명을 그야말로 멸절시켰다.
충분한 폭력만 있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뒤따라오는 것이었다.
“여운형, 김구, 김규식···. 그중 최우선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은 여운형이다. 그놈은 한신과 연결되어 있으니 단연 호위 병력도 대단할 것이다.”
이승만이 뇌성마비라는 소문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대충 휠체어에 앉혀 돌아다니게 하고, 몰래 이승만의 필적을 흉내 내어 자필 선언문 몇 개를 작성해서 뿌리면 미련한 대중들은 속아 넘어갈 것이다.
암살의 표적이 된 일로 오히려 동정표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조선의 일대 총통 이승만은 장제스의 괴뢰로 완벽하게 기능하게 될 것이다.
“준비되었나?”
다이리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곧바로 여러 군데에서 순차적으로 그렇다는 답신이 왔다.
다이리는 비장하게 말했다.
“기억해라. 곡선구국(曲線救國, 바른길을 벗어난 방법으로 나라를 구함)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인의에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행사는 하늘이 운행하는 법칙을 거스르는 조직. 우리의 목숨보다 나라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이어지는 답신들.
다들 조그맣게 곡선구국의 네 글자를 되뇌었다.
“공격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