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34)
노래를 불러서 사람을 죽이는 마수가 아닌가!
“이야! 세이렌! 세이렌 하면 또 아름답다고 유명한 존재 아닙니까! 이사장님의 미모가 반영된 별명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곧 세이렌이 아름답다는 설화를 떠올려 즉각 아부에 반영했다. 그러자 이사장님이 더욱 크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김근철이 이거 말을 아주 잘하는군! 실로 그렇다!”
“흐흐흐! 그런 건 척 보면 딱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당돌해! 뭐, 그래도 자세히 설명하자면 외모보다는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홀린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라고 하더군! 이 이사장도 김근철이가 말한 것처럼 노래 부르는 것을 아주 좋아하니까 말이지!”
“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을 홀려? 내 생각엔 파멸적인 노래로 사람을 부쉈을 것 같은데.
어쩌면 아름답다니 뭐니 한 말도 이사장님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이 일종의 청각적 충격에서 발생한 쇼크성 착란 상태에서 두서없이 주절거리면서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디멘션 워가 한창일 때의 일이지.”
이사장님은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괴수와의 전투로 고생한 동료들의 기운을 복돋워주기 위해 노래를 불러줬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다 무너진 도시에서 괴수의 시체조각과 파괴된 탱크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식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었지.”
“허억!”
말도 안 되는 괴롭힘이잖아…!
상상만 해도 전혀 도란도란하지 않다!
당신 퉁퉁이였어!
식사시간에 대체 뭐하는 짓인데!
“그럼 불러 봐라!”
“알겠습니다!”
어찌 됐든.
나는 노래를 부른다.
부를 노래의 이름은 버줌의 까시.
애달픈 사랑의 노래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애달픈 사랑을 노래하는 남자가 아니라 사자후 수련생. 그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른다!
“까씨이이이가 되어어어어-!!!”
ㅡ고오오.
워크라이.
폭발하듯 끓어오르는 마력을 목구멍을 통해 내뿜는다. 그러면 저번에 이사장님이 찝어주신 부분에 흐름을 집중시키며, 마치 숙련된 가수가 고음을 유지하는 것처럼 마력의 방출을 유지했다!
“좋아, 좋아 김근철이! 아주 잘 부르는군!”
들려오는 이사장님의 칭찬.
“하지만 더욱더! 이 이사장이 찝어준 부분에 마력을 집중시키면서 목소리를 내질러라!”
하고 있는 상태…!
“애쓰어어어어, 도오오오오오오오! 나를!!!”
“흐름이 안정적이야… 재능이 있어!”
이사장님은 내 노래를 들으면서 내 마력을 파악하는 한편,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해줬다.
그렇게.
나의 파워풀한 노래가 끝이 났다.
“후우!”
마력도 크게 소모했고 목이 아주 그냥 얼얼하다. 워크라이를 이런 식으로 길게 내지르다니. 솔직히 처음이야.
ㅡ짝짝짝!
이사장님이 박수를 쳐주셨다.
“감사합니다!”
“음! 만족스럽군! 잘했다, 김근철이!”
“네!”
“앉아라!”
ㅡ파앗!
바로 의자 위에 앉았다. 그렇게 내 뒤로 온 이사장님이 손으로 내 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아주 좋은 노래였다! 사자후의 재능도 잘 보이고!”
“오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만큼 끊길 때가 있어! 마력의 흐름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이상한 곳으로 향할 때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방향으로 쭉 내지르는 유지력이 짧아!”
교육을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최대한 내용을 정리한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선 자체는 손 떨림 없이 쭉쭉 이쁘게 그을 수 있지만, 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자꾸 곡선을 그리다가 연필이 종이에서 잠깐 떠서 끊기는 듯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유지력을 길러야 해!”
“유지력 말입니까!”
말하자면 직선을 똑바로 그리는 능력.
“순간적인 파워와 지속력! 사자후는 그 두 가지로 결정되는 것이니까! 뭐 물론 근본은 순간적인 파워라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파워는 필압을 말한다고 보면 되겠지. 이사장님이 말씀해주시는 모든 것을 정리하면서 흡수한다.
“하지만 지속력! 즉 컨트롤 능력이 있어야 순간적인 파워도 낼 수 있는 법이지! 우선은 기반부터 만들도록! 파워 증가는 그때부터 시작하겠다!”
“알겠습니다!”
“자, 여기 목에 찝어 준 부분! 이곳을 마력의 통로라고 생각하면서 내뱉으면 된다!”
“네!”
“실시!”
“실시!”
그렇게 나는 이사장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사자후를 수련했다.
역시 한 분야의 대가이자 선배라서 그런 걸까. 이사장님이 해주시는 모든 말들이 내 영혼에 박혀드는 것처럼 쏙쏙 이해가 됐다.
“크윽!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이사장님! 벌써부터 뭔가 진전이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은 김근철이가 사자후라는 분야에 있어선 스펀지와도 같은 재목이기 때문이다! 잘 알아들어서 이 이사장도 기쁘군!”
“실로 그렇습니다!”
뭐 그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으음… 좋아. 시간이 다 됐군.”
마침내 수업 시간이 끝이 났다.
“아쉽지만 김근철이? 수업은 여기까지다. 더 해주기엔 이 이사장이 할일이 너무 많거든.”
“아뇨! 여기까지 봐주신 것만 해도 저는 아주 그냥 가문의 영광입니다, 영광!”
“음하하하하핫! 너무 비행기 태워주면 이사장 날아가 버린다!”
“날아가도 괜찮습니다, 이사장님은! 아름다운 세이렌처럼 훨훨 날아가세요!”
“이 녀석이 진짜!”
ㅡ벅벅!
이사장님이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마구 쓰다듬어줬다. 역시 사회 살아가면서 아부만큼 좋은 게 없다니까.
“절 위해서 이렇게 힘을 써주시다니…! 그냥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사장님!”
“고생이랄 것도 없다. 사자후를 가르치는 건 이 이사장도 재밌었으니. 좋아… 보자. 첫날이기도 하고. 김근철이가 잘 따라오기도 해줬으니 상을 줘야겠지.”
“상 말입니까?”
대체 무슨 상을 주시려고?
ㅡ두근두근.
나 지금 너무 떨려서 가슴이 두근대고 있어!
“그렇다! 상이다! 상으로 이 이사장이 직접 노래를 불러주지!”
“아악!”
ㅡ두근두근!
떨리는 게 아니라 공포로 두근거리는 거였냐!
“흠흠! 이 이사장 노래 취향이 조금 젊으니 웃지는 마라! 그냥 그런 취향일 뿐이니까!”
“자, 잠깐만요!”
안돼!
내 본능이 경고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들어선 안 된다고!
“어디냐!”
탈출구는 어디지?
도망칠 곳을 찾았지만 이미 노래를 부르기로 마음먹은 이사장님은 다른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저 흐뭇하게 미소 지은 채 손으로 에어 마이크를 잡는 시늉을 하면서 입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내겐 그것이 사신의 선고처럼 보였다.
“그만둬…! 제발! 제발 멈춰주세요!”
“흠흠, 누구의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참 오랜만이로군. 그럼 뮤직 스타트.”
그리고.
“우으워어어어어어어어어!!!”
세상이 꺼졌다.
아니.
내 귀가.
“무, 무슨…?!”
“더 블러드!!! 포!!!”
이게 뭐냐!
“더 세이크리드!!!”
미친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야수의 포효소리와도 같은 소리! 세상에 이런 브루털 창법이라니! 안 그래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 마력을 담아서 그로울링을 내지르면 버틸 수가 없단 말이다!
“으윽!”
귀가 터질 것만 같다! 노래 취향이 젊다는 게 이런 뜻이었냐?! 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특수하다…! 나이가 몇인데 그로울링을 내지르고 있어!
이건 데스코어잖아!
“크학!”
이대로 청각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엄습한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끝나지 않는다, 지옥의 노래가 계속되고 있어!
“나 날아갈 것 같아…! 아니, 실제로 날고 있어?!”
이미 나는 공중을 비행하는 상태였다! 미친! 입에서 터져나온 풍압만으로 마치 글라이더마냥 비행을 하고 있는 상태란 말이다! 내 발이 지면으로부터 무려 5m 가까이 떨어져 있어!
“클렌징!!! 더!! 쏘우우우울!!!!”
안돼…!
죽음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런 와중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진정한 천사의 모습.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마치 태어난 아이가 울며 호흡하듯이.
“레오나!”
레오나, 레오나앗!
맞다!
아크엔젤인 레오나가 준 성물이 있었지! 천사의 힘을 지닌 성물이라면 이 지옥의 노래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 분명할 터!
공중에 뜬 채 겁에 질린 나는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 레오나가 줬던 천상의 이어플러그를 꺼냈다… 그런데!
“아니, 파열됐어?!”
까지도 않은 이어플러그가 파열된 상태였다!
“말도 안돼!”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파열된 이어플러그를 확인했다…!
대체 뭐란 말인가, 저 파워풀한 노래는! 다른 건 몰라도 ‘이어플러그’라는 개념 그 자체를 파괴하는 건가?! 어떻게 이것만 딱 골라서 부술 수가 있는 것이지! 뿐만이 아니다… 파열된 이어플러그가 가루가 되어 소멸하고 있다! 실로 초자연적인 죽음!
“다이이이!!!!!”
그렇게 이사장님의 절망적인 죽음의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고.
“-!”
고통의 와중 나는 무언가 편안함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고통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편안함이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렇게 혼몽스러운 와중에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어?”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인다. 통칭 벌레무늬. 물결표시와 점 표시가 다다닥 박힌 천장이다. 학창 시절 지겹도록 본 무늬인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지?
“내가 왜 여기에? 앗.”
기억을 떠올린 직후.
“맞다…! 그랬었지!”
나는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 그 노래! 아악!”
플래시백.
머리를 쥐어뜯던 나는 아까의 고통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기 위해 양손을 갖다 댔다. 근데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무슨?”
확인해보니 내 귀에 붕대가 둘러져 있었다!
“이게 뭐냐고!”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분명 이사장님이 그 터무니없는 브루털 창법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할 법한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그 시점에서 내 기억이 뚝 끊겨 있었다.
당연히 끊기지!
애초에 그런 노래인데 사자후가 섞여 있었으니까! 세상에 그로울링이랑 스크리밍에 마력을 담을 줄이야…! 이사장님이 데스코어 취향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죽는 줄 알았어!”
아무튼 병원으로 옮겨진 걸 보면 내가 살아있긴 한가 보다. 그 사실에 감사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옆 테이블에 내 소지품과 함께 편지 봉투가 놓여 있었다.
이사장님의 편지인가?
ㅡ스윽.
바로 확인해보니.
[이사장의 실수! 미안하다! 건강엔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 푹 쉬고 돌아오도록!] [ㅜㅜ!!!]그런 사과문 옆에 오열하는 눈물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이걸 직접 그린 거냐고… 크흠.”
아니 뭐 딱히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끔찍한 사고긴 하지만 애초에 이런 걸 각오하고 시작한 수련이 아니던가. 모든 수련에는 위험이 뒤따르는 법이다.
게다가 이사장님도 호의로 날 가르쳐 준 것이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나 정도 되는 강자가 단순 사자후만으로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귀중한 정보를 알게 된 상태지 않은가.
이득이지.
아무튼 건강에는 문제 없다는 모양이니 돌아가도록 하자.
그리 생각하면서 폰을 잡아 드니 메세지가 와 있었다. 보니까 레오나가 보낸 문자다.
[김근철이?] [수련은 어땠나요?] [사자후 좀 배웠어요?] [>o< : 아아아아앜!]"크학!"
오늘 무슨 이모티콘 날이냐!
마지막에 이모티콘 저거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그럼 나도 이모티콘을 좀 써볼까. 바로 레오나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병원이야] [x_x]메세지를 발송한 순간.
ㅡ띠리링!
전화기가 울렸다.
"아니? 레오나?"
레오나에게서 온 전화.
뭐 이렇게 빨리 반응해?
ㅡ띠링.
"어, 레오-"
"그게 무슨 소리야!!!"
귀청이 떨어졌다.
"김근철이 당신 어디야! 당장 말해!"
"레, 레오나! 잠깐만! 진정을 좀-"
"어디냐구욧!!!"
"여기 어디지? 잠깐… 아, 저기 적혀있다. 메꿈도나스 응급센터 702호… 아니. 여기 이름이 왜 이래?"
"딱 기다려!!!"
"목소리 너무 크다고!"
ㅡ뚜.
용건이 끝나자마자 귀신같이 끊어지는 통화.
"아니."
여기서 기다리라고?
지금 찾아오겠다는 거냐?
"뭘 또 찾아와, 레오나! 나 지금 갈 건데!"
그리 외치면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지금 여기까지 뛰어오고 있는 중일지도 몰라!
"무슨!"
내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오다니 역시 천사 그 자체다. 근데 오늘은 좀 오바를 한 감이 있어! 괜히 올 필요 없는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ㅡ쿠웅!
"김근철이!"
레오나가 강하게 문을 열면서 내 병실에 들이닥쳤다.
"레오나!"
그 손에 과일바구니까지 든 상태로!
"아니, 과일바구니 뭔데!"
"병문안 프레젠트! 아니 그보다! 세상에! 이게 뭐야!"
과일바구니를 내려놓은 레오나가 쿵쿵쿵 다가오더니 내 손목을 잡으며 소리쳤다.
"환자복 입은 것 좀 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사자후 수련하러 간다던 놈이 왜 병실에 입원해 있어! 머리에 붕대도 감고 있고!"
"속사포, 속사포 레오나…! 진정해! 말해줄 테니까!"
"빨리 좀 말해보세요!"
"그게 말이야. 아까, 그. 수련하다 보니까 이사장님이 사자후 시연을 해주셨거든?"
이사장님의 명예를 위해 흥이 취한 이사장님이 갑자기 젊은이마냥 브루털 창법을 터트리면서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말은 빼기로 했다.
"근데 그거 듣고 있으니까 갑자기 귀가 아파오면서 정신이."
"무슨…!"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레오나가 고개를 앞으로 쭉 빼면서 매드아이 선생마냥 한쪽 눈을 크게 뜬 채 말했다.
"무슨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이 다 있죠! 아니, 뭐 그래요! 사자후 시연중에 기절을 하다니!"
"우발적인 사고라고 해야 하나."
"제가 준 이어플러그는요! 김근철이 생각해서 챙겨왔는데 좀 쓰지 그랬어요!"
아주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지만, 레오나.
네 이어플러그는… 이사장님의 목소리를 단 1초도 감당하지 못했어.
"이어플러그?"
"네! 이어플러그요!"
"아아, 이것 말인가?"
"무슨? 허억?!"
파열된 이어플러그를 꺼내 보이자, 레오나가 양손으로 입을 막은 채 헉 소리를 냈다.
"이거 파열됐어."
"이게 왜 파열돼!"
"몰라… 마치 사악한 힘에 노출된 성물처럼 파열되던데. 레오나. 내가 그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이거였다고. 살았구나 싶었지. 근데 주머니에서 꺼내기 전부터 파열되어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무슨 오컬트야!"
오컬트가 현실이 된 세상이다.
"어쩜! 가엾어라!"
손 위에 이어플러그를 올린 레오나가 가엾다는 듯 녀석을 슥슥 쓰다듬으면서 그리 말했다. 성스러운 광경이지만 그런 걸로 파열된 물건을 복구할 순 없을 것이다.
"하아… 참. 병원이라길래 엄청 놀랐잖아요. 그래서. 귀가 다친 건가요?"
"아니. 건강에는 이상 없다는데? 보니까 나 쓰러진 거 보고 좀 오바해서 붕대 감아주신 것 같더라."
"학생을 아끼는 이사장님이라면 그럴만 하겠죠. 정말. 이게 뭐예요? 기분 좋게 기술 배우러 갔다가 송장 치를 뻔했잖아요. 이 송장 김근철."
"송장 김근철이냐고. 아, 근데 올 필요 없었다니까 그러네. 갑자기 끊어버리고."
"어떡해요, 그러면. 김근철이가 병원이라는데. 당연히 가봐야죠."
"레오나 제발 좀 그만 좀 눈 부시라고! 실명될 것 같다고!"
"지랄 마세요, 진짜."
ㅡ스윽.
과도를 잡아 든 레오나가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과일 깎아주게?"
"퇴원 언제죠?"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뭐 사 왔으니까. 이거나 다 먹고 가요. 배고프죠?"
"흐흐흐, 나 배고픈 거 또 어떻게 알고. 고맙다 레오나."
"자요."
순식간에 사과를 썰어버린 레오나가 내게 한 조각을 내밀었다. 그걸 입으로 받아먹고 와삭와삭 씹어먹으니, 이게 참 달다 달아.
"너무 달아."
"후훗, 좋은 사과인가 보네요. 근데 1인실이라니. 이사장님도 참 많이 놀랐나 봐요?"
"뭐… 기절해서 모르겠는데. 이거 좀 봐."
"이건? 아. 이사장님의 메모? 세상에 이거 메모에 느낌표 들어간 것 좀 보세요. 김근철이랑 그냥 판박이예요, 판박이."
"설마."
이사장님 닮으려면 아직 멀었다.
ㅡ스윽.
그렇게 나는 레오나가 깎아주는 사과와 배를 받아먹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했다.
"으휴, 정말이지.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네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살면서 이런 식으로 병원 실려 가는 사람은 김근철이 당신뿐일 걸요?"
"야. 그러겠냐? 들어보니까 옛날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던데."
"그게 무슨?"
이사장님이 해줬던 이야기를 살짝 말해줬다. 사자후 연습하는 것도 있고 하니 주변 동료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추측을 덧붙여서.
"후후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확실히 주변에서 사자후를 듣는다면 많이 힘들 것 같긴 하네요."
"기상나팔 급이라고."
"자, 이거 하나 더 먹으세요. 아아."
"아아."
아주 그냥 다 먹여주고 있다. 나는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레오나가 준 샤인머스켓을 받아먹었다.
"야, 야. 그만 먹여줘. 나도 손 있어."
"환자는 절대 안정 모르나요? 것보다 잘도 받아먹었으면서 이제와서 그런 소리를?"
"아니 처음엔 좋았는데 계속 그러니까 미안하잖아."
"미안하긴요. 다음에 저 앓아누우면 그대로 해주면 되는 것을."
레오나가 입원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자후는 뭐 진전이 있었나요?"
"있기야 했지. 확실히 도움 되긴 했어. 기절하기 전까지만."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기절하긴 했지만 그 전에 배운 것들은 기억에 남아 있다. 뭐가 됐든 그대로만 수련하도록 하자. 나 정도의 강자를 단번에 기절시킬 위력이다.
잘만 사용한다면 어지간한 놈들은 죄다 쌈싸먹을 수 있겠지.
"아, 그러고 보니."
"음?"
"오늘 우유리가 좀 멍해 보이던데요? 어제 무슨 일 있었나요? 분명 김근철이 당신이랑 수련하고 돌아갔었죠, 아마?"
ㅡ투욱.
레오나가 과도를 내려놓으면서 그리 물었다.
"유리가 멍해 보여? 아, 뭐 오늘 좀 차분한 느낌이긴 했네. 근데 그게 뭐 이상한 일도 아니고."
사람이 그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나.
"그렇긴 하지만요. 컨디션이 안 좋은가 싶어서."
"안 좋을 리가 없을 텐데?"
"네?"
컨디션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어제 유리는 나한테 극강의 김근철 안마를 받은 상태였으니까. 그걸 받았으니 좋으면 좋았지 안 좋을 수는 없다.
"무슨 소리죠?"
"아니, 어제 말이야. 유리가 자기한테 거짓말했다고… 그거 있잖아. 그거."
"안도민 사건 말이죠."
"어. 그래서 미안하다고 내가 또 안마를 해줬거든? 어깨 근육이 아주 그냥 뭉쳐 있길래 다 풀어줬지."
"흐응… 그래요?"
고개를 갸웃하면서 듣던 레오나가.
"잠깐."
내 눈을 보면서 말했다.
"뭐라구요? 뭘 했어?"
"뭐? 아니. 그냥 안마 좀 해줬는데?"
"안마?! 안마를 해줬어?!"
어.
해줬는데.
그게 왜?
"크흑…!"
"레오나?"
레오나가 주먹을 떨면서 소리쳤다.
"왜 나한텐 안 해줘!!!"
무슨!
"안마라니! 왜 저한테는 안 해주는 거죳!"
결연한 눈빛.
레오나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그리 말했다.
"아니, 레오나? 안마를 받고 싶었어?"
"두말하면 잔소리!"
너무 당당한 대답 아니냐고!
"저도 김근철이한테 안마받고 싶다구요! 저도 해주세요! 왜 그렇게 챙겨준 저한텐 안 해주고 우유리에게만…! 억울해 죽겠네요, 진짜! 키워봐야 소용없다니까!"
뭐가 소용없어!
"알았어, 알았어! 레오나 진정해! 해줄 테니까!"
"흥! 이래서야 엎드려 절 받기밖에 안 되는 것 같네요! 이미 늦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