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22)
EP.366 레오마망 # 2
“뭐야, 레오나네 엄마가 왔다고?”
“네!”
유리의 말에 레오나가 대답했다.
“오늘 한국에 오셨거든요. 그런데 온 김에 뭐 제가 잘 지내나, 친구들은 잘 사귀었나 궁금해 하셔서요. 특히 김근철이 이야기를 했더니 많이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호오, 그래?”
“그래서 뭐, 같이 식사나 하자고 해가지고요. 후후후, 아무튼 우유리? 시간 되나요? 김근철이는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야. 나도 같이 가야지. 레오나네 엄마라니 좀 궁금했고.”
유리 말마따나 진짜 이게 제일 궁금하다. 도대체 레오나의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유리도 아주 그냥 흥미가 가득한 눈이다.
“그럼 이시후는요!”
“응. 나도 갈게.”
“후후후! 이걸로 우리 학생회가 다 모이게 됐네요.”
양손을 허리에 짚은 레오나가 당당하게 웃었다. 아주 즐거워 보이는데,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오나는 자기 엄마를 아주 좋아하는 거다.
“흠.”
그런데 엄마 아빠라… 한번씩 떠오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는구만.
문득 오싹해졌는데, 바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내게 뭔 일이 일어난 건지 대충은 추측하고 있지만 확신까진 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그럼 가볼까요? 따라오세요!”
“아니, 레오나 왜 이렇게 기분 좋아 보여?”
레오나의 웃음에 유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음기가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어. 오랜만에 엄마를 보는 거니까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
“엄마라, 그렇긴 하겠네.”
생각해보니 유리도 엄마아빠랑 따로 살고 있었지. 사이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들은 레오나의 차에 탑승했다.
“캬. 역시 승차감 뒤진다니까. 그런데 레오나. 너네 엄마,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한가? 너 어머님은 어떤 분이시냐?”
“으응, 그게요. 뭐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엄마예요. 특별할 게 있나요? 평범하죠.”
동의할 수 없다.
“그럴 리 없어. 레오나 니가 일단은 유럽 출신인데 그러는 거 보면 레오맘은 분명 특이한 사람이 분명하다고.”
“아니, 김근철이 무슨 소리를.”
“아크 엔젤을 넘어선 무언가… 에이션트 엔젤 정도 되는 분이시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유럽 귀족 영애인 레오나가 한국어를 마스터한 것도 모자라 현장 용어를 그렇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저런 천사 같은 레오나의 엄마이니 분명 더한 천사이리라.
“진짜 지랄 좀 하지 마세요. 후훗.
“저 저 비속어 바이브 좀 보라니까. 아니, 게다가 레오나 너네 어머님이면 저기. 유럽에서 약간 공작부인 포지션 아니냐?”
유리가 그런 비유를 했다.
“공작부인… 뭐 그렇겠네요. 그래도 그렇게 무거운 분은 아니세요. 오히려 친숙하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레오나 엄마면 공작부인 맞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오나랑 판박이일 것 같아.”
“후후, 그거야 보면 알겠죠.”
아무튼 여태까지 레오나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레오나의 한국적 말투와 습관은 전부 엄마에게 배운 것이요, 살면서 보고 자란 것이다.
그렇다면 시후 말대로 판박이가 맞을 터다.
“레오나. 일단 어머님이 토종 한국인인 건 맞지?”
“그럼요.”
“그럼 아빠는 토종 외국인이고?”
“토종 색목인 맞아요.”
“아니, 색목인 이 지랄. 웃겨 죽겠네, 진짜. 흐흐흐.”
레오나의 색목인 드립에 유리랑 시후도 킥킥거렸다.
“크크, 야. 레오나. 그럼 아빠는? 그 카이너스 아재잖아. 어떤 분이셔?”
“카이너스 아재라고 하니까 진짜 구수하네요.”
“무슨 옆집 아저씨 이름 같잖아.”
“옆집 너무 먼 거 아닌가요? 아무튼 뭐, 아빠는 그. 일반 유명인이니까. 사진 본 적은 있죠?”
“물론.”
레오나의 아빠는 유럽 지도자 집단 미스터 도미네이터즈의 일석을 차지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사진 정도는 알려져 있다.
바로 시후를 시켜서 사진을 확인했다.
말 그대로 엄근진한 귀족스럽게 생긴 미남자.
“음.”
이 하늘색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은빛 머리칼은 아빠한테서 이어받은 게 분명해 보인다.
“조금 딱딱한 분이긴 하죠.”
“딸바보가 아니야?”
“무슨 뜻으로 묻는 거죠? 김근철이.”
“그야 레오나 너 같은 딸이 있으면 당연히 딸바보일 테니까.”
“아이고! 뭐 그런 쑥쓰러운 말을! 말 한번 잘했네요, 김근철이!”
그리 레오나가 크게 웃었고, 우리들은 곧 호텔에 도착했다.
“도착했네요. 내리세요.”
우리에겐 익숙한 공간이다. 레오나가 지내고 있는 호텔이니까. 여기 맨 윗층을 레오나가 전세 낸 상태지.
오늘은 여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거다.
“흐흐흐, 이거 요즘 너무 고급스러운 것만 먹는데. 이러다 미각이 바뀌는 거 아냐?”
“앞으로도 많이 먹을 테니 미리미리 익숙해지도록 하세요.”
“앞으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죠.”
바로 애들이랑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저번에 류씨랑 같이 갔던 제너럴 이순신 호텔이랑은 달리 이곳은 심플한 느낌이다.
“언제봐도 좋다니까.”
유리가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댄 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고, 시후 역시 천장 쪽을 두리번거렸다.
“아, 그때 재밌었는데. 근철이랑 같이 잘 때.”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무, 무슨…!”
근데 순간 레오나가 시후를 보면서 입을 우물거렸다.
아.
“야 임마. 재밌긴 뭐가 재밌어…!”
“앗!”
살짝 눈치를 주자 시후가 모른 척을 했다. 아무래도 레오나가 다 아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이상하긴 해.
“올라가죠.”
레오나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우리들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 여기! 여기야, 여기!”
저쪽에서 웬 여자가 팔을 세차게 흔들면서 우리를 불렀다. 그런데 부른 것도 모자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뇌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서 누군가 싶었는데.
“아이고, 우리 딸! 어서 오렴! 이 기집애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다가온 여자가 레오나를 끌어안더니 그대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앆! 엄마앗! 잠깐만요! 사람 다 있는데 이러지 좀 말라니까!”
“반가워서 그래, 반가워서! 한국에서 혼자 지내느라 고생 많았지? 빨리! 여기 와서 밥부터 먹으렴!”
“아, 네! 네!”
오자마자 높은 텐션으로 반가움을 있는 대로 분출하면서 딸을 끌어안는 사람.
딱 느껴진다.
이 사람 백퍼센트 레오나 엄마가 맞다.
“아! 그건 그렇고!”
레오나를 놔준 레오맘이 손뼉을 팍 치면서 우리를 바라본다.
동시에 나는 레오맘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싶었는데, 진짜 레오나 그 자체다.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지만 얼굴이라던가 키나 체형이라던가 레오나랑 완전 빼다 박았다. 아, 눈동자 색이 또 레오나랑 동일한가?
이거 누가 보면 그냥 검은색으로 염색한 언니인 줄 알겠는데.
“너희들이 레오나 친구들이니?”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당황하고 있던 친군들이 정신을 차리곤 인사를 박는다.
“세 명이나 왔네. 맞춰볼까? 네가 우유리, 그리고 네가 이시후. 마지막으로 네가… 김근철이? 맞지?”
“아이고, 이거 딱 맞추셨네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김근철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세상에 어깨 떡 벌어진 것 좀 봐! 웬일이니! 어쩜 이렇게 키도 클까! 이렇게 훤칠한 청년이 다 있다니!”
손으로 입을 가린 레오맘이 깨방정을 떨며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댔다. 나를 보면서 아주 그냥 놀라워하시는데, 확실히 내가 강해 보이긴 해.
“흐흐흐, 아이 뭐. 요즘 애들 키가 다 크죠.”
“허억! 목소리도 멋지네!”
아니!
이렇게 보자마자 칭찬을 해 주시다니!
“크하하! 그렇습니까! 아니, 그런데 어머님은 무슨 딱 봤을 때 어머님이 아니라 레오나 언니인 줄 알았어요!”
그렇다면 나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언니라니 세상에! 어쩜 애가 이렇게 말도 잘할까!”
그리 언니라는 말을 해주니 레오맘의 입이 귀에 걸렸다. 칭찬 좋아하는 것도 유전인 거냐? 웃는 얼굴까지 빼다 박아서 레오나가 검은 가발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 김근철이 지금 엄마한테 뭔 소릴 하고 자빠졌어요, 진짜! 언니 이 지랄!”
“어억!”
그러고 있으니 레오나가 내 허리를 잡더니 강제로 의자에 앉혔고 자기 엄마도 막 밀어내기 시작했다.
“엄마도 받아주지 말고 가서 좀 앉으세요!”
“아니, 좋아서 그러는 건데 왜 그러니!”
“앉아요! 진정하시고!”
“후후후! 우리 딸이 하는 말이니 들어야지. 김근철이라고 했지? 애가 아주 싸바싸바를 잘하니 좋네. 훤칠하고.”
자리에 앉은 레오맘이 한 손을 볼에 얹은 채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웃으면서 감사를 전했다.
“어우.”
근데 진짜.
원조 레오나라고 해야 할까. 확실히 소란스러운 스타일이다. 곧 유리랑 시후도 자리에 앉았고, 레오맘은 애들도 쭉 보더니 말했다.
“어머, 머리카락 예쁜 것 좀 봐. 유리라고 했지?”
“아, 네. 네.”
“금발이 아주 예쁘네. 무슨 공주 같다, 얘!”
“그, 그게요.”
그런 텐션이 부담이 된 것일까?
오기 전까지만 해도 레오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던 유리는 완전히 경직이 되어선 망부석처럼 각진 어깨를 과시하며 머쓱하게 대답했다.
“레오나랑 아주 잘 어울려! 실력도 굉장하다고 했는데, 역시 도장에서 열심히 수련한 거니?”
“그, 그렇죠오.”
이후로도 레오맘은 유리에게 재잘재잘 뭔가를 물어보고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더니 급기야 시후에게도 말했다.
ㅡ짝!
그것도 양손을 모으면서.
“잘생긴 친구네? 약간 미공자 스타일이라 인기 많겠어!”
“아, 아하하… 그런 건 또 아닌데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렇게 여리여리한 애가 또 인기가 있지!”
계속해서 쏟아지는 칭찬.
역시 토종 한국인 엄마답게 시작부터 칭찬 폭격을 때려 박고 있다.
나 초등학교 때, 그러니까 어릴 때 이야기다.
반에서 칭찬하는 나무니 뭐니 하는 걸 키우면서 애들에게 나무에 칭찬을 하게 하는 뭐 그런 걸 한 적이 있었는데, 초딩들이 칭찬을 할 리가 없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까. 그렇게 나무는 욕만 한 바가지로 얻어먹고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거기에 레오맘이 있었다면 우린 아마 잭과 콩나물을 찍고 있었겠지.
“하아. 진짜. 엄마는 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니까요.”
그런 내 옆에 레오나가 앉았다.
“니랑 똑같구만 뭘.”
“전 그렇게까지 말이 많지 않아욧!”
그럴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