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5
땅이 아무리 넓어도 하늘에는 닿지 못하거늘 (4)
마을 전체를 울리는 흑염방주의 일갈에도 내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객잔의 일가족이 벽력탄에 휘말린 곳이었다.
벽력탄에 휘말렸어도 몸이 찢기지 이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며 연기가 걷히자 보이는 모습을 보곤 안심했다.
“너희들이 해냈구나.”
마훈과 선무정이었다.
그들은 벽력탄이 터지기 직전, 객잔의 일가족들을 품에 안고 폭발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허나.
벽력탄의 파편이 등에 박히면서 피가 흘렀다.
선무정 보단 마훈의 피해가 컸다.
그 상황에서 선무정도 지키려고 했는지 자신이 제일 뒤에서 온전히 모든 피해를 감싸 안았다.
“저는 괘, 괜찮습니다!”
“주군!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저희에게 맡겨주시고 어서 저들을···!”
선무정의 말을 듣고서 정면을 쳐다봤다.
마을은 거대한 화마에 휩싸였고 마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스르르르륵.
기운을 퍼트려 집중했다.
‘근처에 있는 흑의인은 세 명, 객잔 지붕 위에서 비수를 들고 나를 노리고 있다.’
송삼현의 신형이 일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객잔 지붕 위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곳에 숨어 있던 흑의인 세 명을 발견했다.
촤아아아아아악!
검을 발도하며 한 명.
촤아아아아악!
오른쪽으로 휘두르며 목을 베고.
푸우우욱!
왼쪽으로 검을 던져 도망치려는 흑의인의 등에 꽂았다.
순식간에 세 명을 제압한 뒤, 눈을 감아 기운을 마을 전체로 흘려보냈으나 따로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있는 건 저기 저 언덕 위뿐.’
마을에서 이십 리는 떨어진 거리에 있는 커다란 언덕.
그 위에서 무수히 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거리가 이렇게 머니까 기감이 느껴지지 않았지, 기감에 집중하지 않으면 십 리가 한계니까.
진각을 밟아 단번에 그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반대쪽에서 신형이 오는 게 느껴졌다.
“대협! 잠시만 기다리시오!”
청녹색의 장포를 걸친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이 걸친 장포에 금실로 수가 놓아진 글자 하나.
‘盟’
그들은 무림맹의 무사들이었다.
삼십 명의 무림맹 무사, 그리고 그들을 통솔하는 사람은 총 군사 제갈귀호였다.
“우리가 늦었구나. 흑사회가 이런 짓까지 저지를 줄이야.”
“오셨습니까.”
“여유 있게 담소를 나눌 때는 아니니, 담소는 일을 마치고 나누자꾸나.”
“예. 저는 저들을 처리하겠습니다. 군사님은 무림맹 군사들을 데리고 인명 구출에 힘써주십시오.”
“맡겨두거라, 황룡 일 대! 백의검룡을 도와 흑사회 무리를 척결하고 황룡 이 대와 삼 대는 양민 구출에 주력하라! 보정강의 물을 이용해 속히 화마를 진압하라!”
제갈귀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림맹 무사들은 일제히 신형을 날렸고 송삼현은 흑염방이 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
“곧 백의검룡이 이곳으로 오를 거다. 화마진을 펼쳐라!”
산보다는 약간 작은 언덕 위에 있는 흑염방의 무리는 백 오십 명이 넘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며 진을 이뤘고 절벽에 오르는 이들을 포위하는 진이었다.
멀리서 신형이 새처럼 날아왔고 곧이어 송삼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흑염방주가 외쳤다.
“지금이다!”
바닥에 미리 깔아놓은 화약, 흑염방 무사들은 그곳으로 불을 놨다.
순식간에 퍼지는 불길.
일대를 불태우며 싸우는 그들의 방식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송삼현에게 통하지 않았다.
휘이이이익.
검풍으로 불의 방향을 바꿨고 흑염방주는 불길이 자신에게 오자 바닥으로 장법을 날려 땅을 갈라지게 하더니 불길을 땅속으로 가둬버렸다.
콰과과과광!
그가 손으로 내리친 땅은 불길을 가두곤 송삼현이 있는 곳까지 갈라졌다. 그러나 송삼현은 진각을 밟아 주변에 나무도 없이 깔끔하게 만들고선 검을 허공에 날려 근처에 있던 적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기어검.
신기에 가까운 무공을 본 흑의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무수히 많은 흑의인이 죽어갔다. 그리고 무공으로 무림맹 무사 한 명을 죽인 흑염방주의 손에 뜨거운 기운이 모였다.
‘적염장(赤炎掌).’
화기를 가득 담은 장법, 흑염방주를 사파 백대고수로 만든 무공이었다.
그 장법에 송삼현은 마찬가지로 ‘천무장’으로 반격했다.
쾅!
두 장법이 충돌했다.
휘리리리리릭.
적염장의 화기는 천무장의 기운에 먹혔고 흑염방주의 팔에 천무장의 기운이 들어가며 내공을 역행했다.
팔 내부에서 소용돌이처럼 파열이 일어나며 흑염방주 오른팔의 기맥이 모두 뒤틀렸다.
“끄윽!”
기맥이 뒤틀리는 엄청난 통증에 흑염방주는 오른팔을 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탓.
그걸 놓칠 송삼현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신형을 날려 오른손으로 흑염방주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땅으로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앙!
삼장 간격으로 파인 바닥.
무림맹에서 온 고수들은 어느새 흑염방의 인원을 모두 제압하고 그곳을 쳐다봤다. 흑염방주는 오른팔을 못 쓰게 되자 왼팔로 송삼현의 오른쪽 허리에 적염장을 날리지만, 이기어검이 날아와 왼쪽 팔을 꿰뚫었다.
푹.
그러나 흑염방주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하하! 비록 난 죽지만! 너의 이름은 이제 온전히 협만을 의미하지는 못할 것이다! 네가 지내는 마을마다 흑사회는 그 마을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니!”
“.. 저들이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그리했소.”
“너를 도와준 것이 저들의 죄다.”
촤악!
검에 꽂힌 왼쪽 팔을 그대로 떨어트렸다. 흑염방주는 몰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크게 웃었다.
“고작 그게 이유요?”
“우리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야지! 너무 무른 것이 아니냐!”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었소. 하지만 이것으로 더 마음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소.”
“뭐, 뭐라?”
“당신들은 역시 이 무림의 악이라는 걸.”
콰직.
얼굴을 쥔 손에 힘을 줘 그대로 뭉개버렸다.
“그러니 그대로 죽으시오.”
*
흑염방을 처리한 후, 마을로 돌아오자 무림맹 무사들의 도움으로 화재가 거의 진압됐다.
다행인 것은 사망자가 없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자 신형 하나가 걸어왔다.
“… 무조.”
“주인이시여,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어디에 있었느냐.”
“흑사회 군사인 한충건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화계는 한충건의 계책이 아닌 흑염방이 스스로 꾸민 계책으로 보입니다.”
“흑염방을 감시하는 인원은 없었느냐?”
“있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다른 이들처럼 함정을 파고 주인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계획을 틀어 화계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흑염방의 원래 계책은 화계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급작스럽게 진행한 것으로 한 식경도 되지 않은 시간에 무조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 뒤로 무조는 알아낸 흑사회의 정보를 보고했고 송삼현은 천월신교의 상황을 물었다.
“천월신교의 상황은?”
“소교주 세력이 부교주를 밀어내 소교주 독고룡이 천월신교의 새로운 교주가 됐습니다. 내부적으로 안정되기까지는 닷새가 걸릴 것이고 그들의 개입까지는 길어야 열흘이 될 겁니다.”
“넌 계속해서 흑사회의 동태를 살펴라, 천월신교를 감시하는 인원을 줄이고 이 근방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 인원을 더 늘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조는 다시 몸을 날려 사라졌고 송삼현은 발걸음을 돌려 수월 객잔으로 갔다.
그곳엔 선무정이 자재를 날라 객잔 보수 작업을 도왔고 객잔 주인이 다가왔다.
“대협, 어디 상하신 곳은 없으신지요?”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객잔이 이리됐군요.”
“오히려 대협 덕분에 이리 목숨을 구한 것이 아닙니까.”
“….”
“안 그래도 낡았던 객잔! 새로이 개장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 말씀하시니 얼굴을 들지 못하겠네요.”
화마에 휩싸인 역현은 무림맹 무사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
제갈귀호와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 제가 이리 움직이는 걸 어찌 아셨습니까? 무림맹에 따로 알리질 않았는데.”
송삼현이 흑사회 멸문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남궁상룡만 아는 일이었다. 따로 어디에 알리질 않았는데 무림맹이 개입했으니 궁금했다.
“남궁 태상 가주님이 서신을 보냈다. 네가 일을 벌인다고, 그래서 천인부를 통해 네가 향하는 길을 파악한 뒤에 바로 온 것이다.”
“….”
“이런 일을 벌일 거라면 미리 언질이라도 줬어야지.”
“죄송합니다.”
“흑사회 멸문은 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의 무공은 고강하지만, 이러한 일에 대해 대비도 해야지.”
송삼현은 흑사회가 오로지 자신만을 노릴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마을 전체를 없애려고 시도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네가 흑사회를 없애겠다는 것을 우리에게 서신을 보내고 도움을 청했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줬을 거다.”
“… 죄송합니다.”
“오히려 미안하구나. 맹이 아닌 개인의 신분이라면 바로 도와줬을 것인데.”
미안하다는 제갈귀호의 말에 송삼현은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너는 이 길로 쭉 가거라.”
“예?”
“이리 화계를 저지를 정도라면 우리와 전면전을 불사르겠다는 각오를 했을 터, 우리는 각지에 심어놓은 첩자들을 움직여 저들의 동태를 살펴 흑사회를 압박할 심산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림맹도 이제 적극적으로 나설 명분이 생긴 거였다.
“그리되면 저 녀석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너를 둘러싼 소문도 무림맹의 이름으로 정정할 거고.”
무림맹의 이름으로 살육을 저지른다는 소문도 바로 잡는다면 금세 잠잠해질 것이 분명했다.
“조직의 싸움은 우리에게 맡기거라, 넌 곧장 흑사회로 가 회주라는 놈의 목을 베거라. 뒤는 우리가 책임지고 받쳐주마.”
무림맹은 어떻게든 도울 방도를 찾았고 이제야 그 손이 송삼현에게 닿은 거였다.
“삼현아.”
백의검룡이 아닌 삼현이라고 부르는 말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 예, 군사님.”
“너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
이틀 후, 아침.
불은 모두 잡혔으나 화마의 흔적은 여전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자들도 몸을 회복해 마을 복구를 위해 나섰고 송삼현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복구를 도왔다.
“마훈의 상태는 좀 어떠하더냐?”
선무정은 고개를 저었다.
“의원을 데리고 와 상처를 살피고 있지만, 의식을 차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마훈은 벽력탄에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화마가 진정될 때까지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여러 사람을 구출했다.
그러다가 화마가 진정되고 상황이 모두 정리되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혼절해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다다다다다.
걱정하는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렸고 ‘金’이라는 깃발을 단 마차 수십 대가 역현에 도착했다.
“금호장?”
마차는 송삼현의 앞에서 멈췄고 제일 선두에 있던 마차에서 한 남성이 내렸다.
그 남성은 두리번거리더니 송삼현을 발견하곤 다가와 포권지례를 올렸다.
“삼 공자님! 저는 금호장 하북 지부장 부용수라고 합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금호장주님의 명으로 화재로 피해를 본 역현을 구호하기 위해 왔습니다.”
“장주님의 명이요?”
“예! 어젯밤 급보로 소식을 전하셔서 역현의 복구에 금호장의 모든 재원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그러면 저희는 마을 복구를 시작하겠습니다!”
부용수의 지휘로 금호장의 사람들은 마차에서 구호물자를 풀었다.
집을 잃은 자들을 위한 천막까지 치고 식량 배급에 복구까지 가담했다.
“금호장주께서 꽤 머리를 쓰셨구나.”
“예?”
“아마 금호장주께서도 너를 둘러싼 소문을 들었을 거다. 그러니 이런 묘안을 낸 것이지.”
송삼현을 둘러싼 이야기는 금호장에도 흘러 들어갔다. 그래서 금호장주 송우태는 이번 일에 곧장 대응에 나섰다.
1. 피해를 입은 마을에 전폭적인 지원.
2. 장사하지 못한 피해를 칠할까지 보상.
역현 사람들에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피해에 대한 원망보단 오히려 목숨을 구해주고 다시 재기할 때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약속이니 나쁜 말이 퍼질 일도 줄어든 거였다.
“흑사회가 화계로 너를 흔들려고 했지만, 이리 금호장이 나서서 모든 피해를 복구해주고 장사 못하는 부분까지 책임진다면 불만이 생기지 않을 거다. 장주께서 신경을 많이 쓰셨구나.”
그렇게 화마에 휩싸인 역현은 무림맹, 금호장의 도움으로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갖춰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