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3
열일하는 과금 기사 112화
* * *
아이언 캐슬 동남부 지역에 있던 건물을 싹 철거해 넓은 공간을 만들었다.
신화급 성 자체가 워낙에 넓고 하우징 용도의 집이 넘쳐 나는 데다 인류제국의 모든 성, 모든 건물은 국가의 소유이기에 철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새로이 만들어진 가로세로 500미터 넓이의 공터.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쿠구궁…….
그그극…….
“오, 온다!”
“넘어지지 않게 뭐라도 잡고 있어!”
콰득!
거대한 머리가 등장한다.
“크, 크다. 정말 커!”
“이렇게 이런 생물이…….”
랜드웜의 머리가 땅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다. 겨우 머리가 나왔을 뿐인데 양옆에 있는 건물보다도 높은 압도적 크기.
“깊이는 얼마나 팠지?”
내 물음에 랜드웜이 고개를 숙인다.
그것만으로도 주변에 바람이 불 정도다.
[어, 음…… 머리부터 가슴까지?]“어디까지가 가슴인데?”
[흠. 머리 네 개 반?]“좋아. 그러면 이대로 쑥 내려가서 그거 두 배 정도 더 파. 머리 하나 간격으로 한 번씩 똬리도 틀어 주고. 야! 더 천천히 움직여! 바닥에 금 가면 처음부터 다시야!”
“헛소리 말고…… 더더더! 더더더더!”
생체 굴착기 랜드웜의 힘으로 100미터짜리 수직 터널을 팠다.
당연한 말이지만 통행용이 아닌 환기용이다.
‘나중에 통로에 마법을 걸어서 위쪽 공기를 아래로 쏘아 보내게 만들어야지……. 하. 관련 술식 아르데니아에는 당연히 없겠지? 지구에 들러야겠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대각선으로 터널이 뚫린다.
그 각도가 대략 20도 정도 되는 경사다.
“좋아. 이 정도면 걸어 다닐 만하겠다.”
욕심 같아서는 계단으로 만들고 싶지만 아무리 랜드웜이 대지의 속성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정도까지 섬세한 작업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보폭 따위, 랜드웜에겐 우리가 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가늘 테니까.
“우…… 와. 이거 진짜 어마어마하네.”
완전히 회복된 헤이즈가 수직 터널 혹은 수직갱이라 부를 만한 구덩이 앞에서 침음성을 흘렸다.
쿠구궁!
쿠구구궁!
저 멀리서 바위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랜드웜이 지하 3층을 만드는 소리다.
“빠르지?”
“빠른 정도가 아니지. 인력으로 이런 작업을 하려고 했으면 10년도 더 걸렸을 텐데.”
헤이즈가 놀라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인부들을 헤치고 플라워가 모습을 드러낸다.
몸에 착 달라붙는 H스커트가 인상적인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중세의 인부들 사이에서 너무도 뚜렷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동안 메이드복을 입더니 이제는 정장이로군.’
던전에서 떨어지는 천 재질의 옷들은 중갑, 가죽갑옷에 비하면 그 종류가 다양하고 현대식이 많은 편이다.
요즘 게임답지 않게 코스튬 아바타가 없는 리벤지였기에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천 옷에 이것저것 욱여넣은 모양새.
‘그러고 보니 슬슬 아바타가 추가될 것도 같은데.’
지금까지는 아바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 플레이 내내 자동 사냥인데 캐릭터가 어떻게 생기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러나 리벤지는 이제 심도 1급의 완전 가상 현실.
아바타의 등장은 기정사실이리라.
‘물론 그것도 게임이 안 망했을 때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내 앞까지 다가온 플라워가 보고한다.
“와일드 보어성에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해당 위치에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딱 좋은 타이밍이네. 따라와.”
“네, 폐하.”
나는 플라워와 헤이즈를 이끌고 경사진 터널을 걸어 내려갔다. 내 옆에서 반듯한 자세로 걷는 플라워와 달리 헤이즈는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며 강철에 가까운 강도의 외벽을 신기하다는 듯 만졌다.
“지하에 길을 뚫는다고 했지?”
“그래. 길이 평평하기만 해도 통행에 훨씬 도움이 될 테니까.”
바둑판의 선이라고 할 수 있는 영맥은 곧은 선 모양이지만.
그건 하늘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
영맥은 대체로 산, 혹은 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산은 굳이 말하자면 능선(稜線)이다.
직선이 직선이 아니다.
100km의 거리를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습격을 당할 일도 없어지지.”
소수의 몬스터가 숨어들어 영맥을 지나는 행렬을 공격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지하 100미터 아래서 움직이는데 뭘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쿠구궁!
그때 경사의 끝에 거대한 머리가 튀어나온다.
[다 했다.]“좋아. 이제 산책 갈까?”
[산책 같은 소리 하고 있네.]툴툴대면서도 고갤 낮춰 준다.
“잠깐.”
“앗?”
나는 당황해하는 플라워를 안아 든 뒤, 땅을 박찼다. 그 뒤로 헤이즈가 따라붙었다.
그그극.
랜드웜의 이마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비늘이 열린다.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비늘이 닫혔다.
비늘 안으로 들어온 헤이즈가 황당해했다.
“아니……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넓어?”
플라워도 당황한 듯 주위를 본다.
“폐하. 이곳의 모습은 영락없이…….”
“그래. 마치 버스 같지.”
이미 아이언 캐슬에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상태였기에 두 여인 모두 그 비유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대로.
랜드웜의 이마 정중앙에는 100명도 탈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위에는 마치 전등처럼 빛나는 정체불명의 신체 기관.
바닥에는 편하게 등을 기댈 수 있는 푹신한 재질의 좌석 40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잉.
랜드웜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녀석의 이마 정중앙에 있는 가로 3m, 세로 7m짜리 비늘이 투명해진다.
덕분에 우리는 의자에 앉아 밖의 풍경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어째서 생명체에게 이런 신체 부위가 있는 거지? 왜 이런 구조가 필요한데?”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랜드웜은 여상하게 대꾸했다.
[나도 몰라. 어릴 때부터 있었다.]“아니, 그런.”
“말도 안 돼.”
나는 당황하는 두 여인을 둔 채, 가장 화려한 좌석에 앉았다.
‘이런 신체 구조가 왜 있느냐라.’
그건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왜긴 왜야. 탑승 펫이니 그렇지.’
랜드웜은 내가 예전에 보았던 신화급 펫, 유성룡(流星龍)처럼 내게 행운 500 버프를 주는 기능은 없다.
그러나 그 대신.
랜드웜은 리벤지에 존재하는 모든 펫 중 가장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는 탑승 칸과 100칸도 넘는 [보조 인벤토리]를 가진 존재다.
[방향은 어디냐?]“왼쪽. 아, 더, 더…… 그래, 좋아. 이대로 쭉 직진하면 돼.”
미니맵을 보고 방향을 잡아 준다.
목적지는 북쪽 와일드 보어 성이었다.
쿠콰콰쾅!
실시간으로 100미터 깊이의 땅을 뚫고 있다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랜드웜이 질주한다.
시속 100km도 넘는 속도.
내 옆에 꼿꼿이 서 있던 플라워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 어깨를 잡기에, 나는 피식 웃은 뒤, 그녀를 내 왼쪽에 앉혔다. 맨 앞에 있는 좌석은 워낙 크고 화려해 전혀 좁지 않았다.
“읏차.”
“너는 또 왜 여기 앉아?”
“넓구먼, 뭐.”
“헤이즈 경. 폐하께…….”
“아아. 괜찮아. 이래도 예를 지킬 때는 지키니까.”
“……네, 폐하.”
나는 두 미녀를 옆구리에 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양의 흙, 바위, 모래가 커튼이 걷히듯 랜드웜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좌우로 밀려나는 모습이 보인다.
‘시속 백 킬로미터도 넘는데…….’
살벌한 수준의 지(地) 속성력.
어쩌면 랜드웜의 최대 무기는 덩치가 아닌 속성력일지도 모른다.
“엄청나네…….”
“네…….”
두 여인은 홀린 듯이 땅이 밀려나는 모습을 구경했다. 중간중간 지하수를 만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지난 길을 내가 활용하려 한다는 걸 아는 랜드웜은 강력한 속성력으로 땅을 끌어와 지하수를 그대로 틀어막아 버렸다.
[지하수가 지나가는 곳은 벽 색을 하얗게 했다. 혹여 나중에 필요하면 활용해. 구멍 같은 거라도 뚫으면 물을 뽑아 쓸 수도 있을 거다.]랜드웜의 말에 깜짝 놀란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꼼꼼함이다.
“와…… 너 이 녀석.”
[왜?]“이건 좀 감동인데?”
내 말에 랜드웜은 별다른 대꾸 없이 속도를 높였다.
내 오른쪽에 앉아 있던 헤이즈가 웃었다.
“또 한 차례…… 세상이 바뀌겠구나. 진짜 몇 번을 더 놀라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뭐, 이제 얼추 다 놀랐을 거야.”
과금이 어느 선을 넘어 신화급에 도달했으니 슬슬 할 걸 다 했다.
앞으로는 했던 걸 반복하는 과정에 가깝겠지.
“후후. 그래. 우리 구원자님.”
헤이즈가 씩 웃으며 오른팔을 안아 든다.
압도적인 질량이 오른팔을 완전히 묻어 버린다.
“아, 앗! 흔들립니다.”
플라워가 느닷없는 소리를 하며 왼팔을 안아 든다.
안쓰러울 정도로 와 닿는 게 없었다.
“…….”
흔들리는 것은 그녀의 마음이었나 보다.
* * *
현재 인류제국이 차지한 착점의 수는 16개이다.
‘블루웨일 백작령…… 아니, 이제 크롬 왕국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는 인류제국이라고 할 수 없으니 15개라고도 할 수 있겠군.’
그러나 그들이 그 위에서 살고 있을 뿐 그 착점의 성주 역시 나이니 상관없다. 플레이어도 길드 마스터도 없는 그들은 그저 내가 만든 성에서 살고 있을 뿐이니까.
즉, 내가 완성한 [집]의 넓이는 바둑판 전체의 3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
그리고 바둑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리벤지에서 4개 이상의 착점을 차지해 집을 완성하게 되면 그 안은 해당 길드의 영지로 인정된다.
‘원래는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사냥터에서 세금을 거둘 수 있고 각종 이벤트 혜택, 특수 레이드 등에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러나 내게 그런 이득은 없다.
아르데니아에는 필드 몬스터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곳엔 이벤트도, 퀘스트도, 특수 레이드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할 착점이라면 먹을 필요가 없는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움직였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다.”
내면세계로 들어간 난 눈 앞에 펼쳐진 바둑판의 모습을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들의 총공세를 당한 후, 나는 인류제국의 영역에 맞닿는 2칸. 그러니까 20개의 착점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속성 몬스터, 고레벨의 몬스터들이 나를 막아섰지만 역부족.
이제 몬스터들이 군세를 이끌어 인류제국을 공격하려면, 최소 3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몬스터들이 리젠된다고 해도 이 거리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
이 먼 거리를 오면서 눈에 안 띄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이동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된다.
‘게다가 이렇게 멀리 온 다음 살해당하면 왜 죽었는지 본진에서 알 방법도 없지.’
그나마 방법은 소수의 특공대를 운영해 테러를 벌이는 것뿐인데.
그런 상태에서…… 랜드웜은 인류제국의 모든 성을 연결하는 지하도를 만들었다.
‘대충 중요 도시나 연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좀 하다 밥이나 달라고 싫증을 부릴 줄 알았던 랜드웜은 웬일인지 고분고분 터널을 뚫어 주었다. 어쩌면 녀석에게는 점프. 그러니까 [대파괴] 스킬보다 이쪽이 훨씬 쉬운 일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기야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이동일 뿐이니까.’
어쨌든 2칸의 공백 지대를 만들고 지하도까지 파고 나니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끔 눈치 없이 공백 지대의 일반 등급 성을 차지하는 녀석이 나오곤 했지만, 그러면 즉시 내가 날아가서 던전 채로 박살 내 주면 된다.
‘좋아. 이 정도면 인류제국의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
내가 없어도 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화점 독식의 순간이지.”
사실 착점도 많을수록 좋다. 착점 하나하나가 일종의 외장 하드 느낌으로 요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무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요소를 다룰 수 있는 것도 이 착점들의 도움 때문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대로 날아다니며 착점을 클리어하는 건 말 그대로 뻘짓에 가깝다.
‘공격은 쉬워. 혼자서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곳을 지킬 수가 없다.’
그게 문제다. 성을 차지하면 뭘 하는가? 지키질 못하는데. 지키지 못하는 성은 외장 하드로 쓰기도 불안하다.
내가 [요소]를 넣어 두고 있던 성을 몬스터가 차지하면 위치한 요소가 깨져 나가는 건 물론이고 한동안 차크라를 쓸 수 없을 정도의 리바운드가 오기 때문이다.
팟!
눈을 뜬다. 내면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잠깐 지구에 다녀와야겠다.”
한동안 돌아갈 생각이 없었지만 더 많은 귀환 스크롤이 필요하다. 화점을 털고 다니는 상황에 고립된 인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제한적인 식량과 의복, 그리고 남아도는 집을 보유한 인류제국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인간은 보이는 대로 수집해야 할 귀중한 자원.
바닥난 텔레포트 스크롤 역시 일퀘를 해서 채워 놓아야 한다.
“로그아웃.”
망설일 이유가 없기에 즉시 지구로 돌아온다. 리벤지 서비스가 종료될 위기가 있긴 하지만.
‘설마 망해도 하루 만에 망할 리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털썩.
“어?”
침대에서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쓰러진다.
“어어……?”
몸을 추스르기가 어렵다.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황급히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도, 어떤 마법진이나 기계도 없다.
내 원룸은 내가 로그인하기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상태.
대신 딱 하나 보이는 게 있었다.
(-)
“뭐야?”
피처럼 붉게 빛나는 기호 하나가 눈앞에 떠 있었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윽!”
몰려오는 고통에 신음하던 난 내게 몰아치는 고통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근력이 50포인트 감소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50포인트 감소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력이 50포인트 감소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50포인트 감소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민첩이 50포인트 감소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뭐, 뭐야!? 뭔데?”
모든 스텟이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수호령이나 컬렉션 효과로 주어지는 추가 스텟들이 줄어들었지만 그게 다 떨어지자 본신 스텟까지 깎여 나간다. 본신 스텟은 부가 스텟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지는 게 멈추지는 않았다.
(-68)
“마이너스 68? 이게 무슨 뜻이지?”
숨을 헐떡거린다. 위기감이 몰려온다.
‘근력이 0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민첩이 0까지 떨어지면…… 아니 무엇보다 생명력이 0이 되면…….’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나는 피처럼 붉은 숫자를 바라보았다.
(-6872772300)
“마이너스 68억 7277만 2300…… 이게 뭔데?”
온몸에 힘이 풀린다. 생명력이 얼마나 떨어진 것인지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마지막 글자가 새겨졌다.
(-6,872,772,300원)
“원?”
원이라고? 설마 내가 아는 그 원?
“큭!”
순간 숨이 막힌다. 스텟이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 나는 배에 힘을 딱 주고 소리쳤다.
원래대로라면 고함만으로 건물을 부술 수 있어야 할 포효가 피식 하고 새어 나온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돌아오는 순간.
마치 내 몸이 풍선처럼 부푸는 듯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근력이 50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50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력이 50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50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민첩이 50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헉…… 헉…… 헉헉…….”
“폐하!? 폐하 괜찮으십니까?”
마스터 룸 한쪽에서 업무를 진행 중이던 플라워가 깜짝 놀라 달려온다. 나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듯 그녀를 진정시키고 몸 상태를 점검한다.
스텟이 빠르게 회복되며 빌딩을 집어던질 듯한 근력과 온몸을 휘감아 도는 체력. 소총을 쏴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생명력이 맥동한다.
“후…….”
이내 몸 상태가 완전히 호전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이너스…… 68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