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11
열일하는 과금 기사 210화
나는 팔자에도 없던 음악을 배우고 있었다.
별수 없다.
아르데니아의 음악가들이 악보를 다 만들어 보낸다 해도 프로그램을 조작해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려면 기술이 필요하니까.
쿵쿵 따! 쿵쿵 땅!
악보에 따라 음악 제작 프로그램 오르페우스(Orpheus)를 돌린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도저히 만드는 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 어렵네.’
그러나 제까짓 게 어려워 봐야 무공, 마법, 차크라 수련보다 어렵겠는가?
나는 만인의 스승, 인터넷과 마이튜브를 뒤져 가며 프로그램에 적응. 아르데니아의 음악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을 만들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하…… 베껴 와야 할 곡이 120곡이 넘는데…….”
거르고 걸렀음에도 이 정도다. 지난 10년간 인기를 끈 노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이질적으로 느낄 만한 장르와 황제 찬양 노래를 깡그리 날리지 않았다면 다른 일정을 다 포기하고 몇 달 동안 수천 곡의 음악만 만들어야 했으리라.
팅 티리링~ 팅팅!
“로그인.”
나는 프로그램에 곡을 입력하다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아니, 플로리아는 또 무슨 악기야? 이것들이 표준 악기만 쓰라고 했더니……!”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이 번개무늬는 무슨 음표야? 이 악사 놈들 진짜!”
나는 책임자들을 불러 엄하게 질책했다.
해당 음악가 놈들에게도 엄벌을 내렸다.
당연히 징역이나 벌금이 아닌 10,000점(100만 원) 정도의 신곡을 표준 악기와 표준 악보에 따라 제작하는 벌이다.
“할당량을 다 채울 때까지 식사는 맹물과 멧돼지 뒷다리 고기만 먹인다. 모든 종류의 양념을 금지한다.”
“폐하! 폐하, 잘못했습니다! 제발 소금이라도……!”
“끌고 가라.”
“폐하~~!”
예술가답게 자꾸 엇나가는 놈들을 통제하며 음악을 만든다.
가상의 악기음과 목소리를 만들어 주는 오르페우스에 하나둘 재생 목록이 추가된다.
“음.”
그러나 곡이 추가되면 추가될수록 미궁이다.
신성제국의 성가대인 [빛의 아이들] 출신의 거장, 플레쳐의 [내가 가는 길]이다.
수없이 많은 공연을 진행했음에도 매 무대마다 기립 박수가 쏟아진다는 명곡.
“잘 모르겠네…….”
음악이 좋은 거 같다. 그러나 딱 그 정도.
어떤 노래가 좋은지. 어떤 노래가 인기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의 영원한 슬픔은…….]“아, 이게 맞나…….”
웹 소설의 경우는 닥치는 대로 연재하면 그만이었다. 개중 독자의 선택을 받은 작품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수면을 뚫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은 다르다.
작곡 관련 사이트에 곡들을 올려도 다른 음악가의 이런저런 평가가 달릴 뿐 수익이 발생하거나 대중에 알려지는 일은 없다.
‘역시 음악판은 소설판과 다르군.’
알아서 고객이 모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곡 하나만으로는 컨텐츠가 완성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곡에 걸맞은 가수가 필요하다.
‘기획사들에게 곡을 돌리려면 무차별 살포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텐데.’
“로그아웃.”
지구로 넘어가 한 곡을 재생해 본다. 남성 솔로곡.
‘괜찮네.’
또 한 곡을 들어 본다. 남녀 듀엣곡.
‘괜찮아.’
또 한 곡을 들어 본다. 합창곡.
‘괜찮은 듯……?’
미칠 것 같다. 판별이 되지 않는다.
[욕해봐 맘껏 해진실이 궁금한 사람 있긴 해
여기 거기
다 지고 떠날게
욕 해봐 죽여봐
그 칼로 나를 찔러 봐]
새로운 곡이 흘러나온다.
‘이 노래가…… 하모니 거였나?’
[네 존잴 밝히려발에 치인 날 죽이려면
좀 더 정확해야지
네 존잴 밝히려
발에 치인 날 죽이려면
좀 더 잔인해야지]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가사에 나는 한숨 쉬었다. 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것도 좋네…….”
바로 그때였다.
“어? 오오오? 완전 좋다.”
“음?”
그 느닷없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언제 왔는지 모를 루비가 작업실에 빼꼼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루비. 일 중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그냥 지나가려는데 쓰레기 중에 보석이 끼어 있잖아.”
“쓰레기 중에 보석?”
이해 안 되는 말에 오르페우스의 재생 목록을 바라본다.
128곡.
최대한 괜찮은 곡들만 모았는데 쓰레기라니?
“다 괜찮지 않아?”
“그게 뭔 말이야? 트렌드에도 전혀 안 맞고 메시지도 헛바람 들은 게 태반인데. 이거 어디 곡이야?”
“일단…… 내 노래인데.”
“……엥?”
루비가 멈칫한다. 나는 뻔뻔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디서 ‘베껴 온’ 거라고 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 차크라 수련 중이거든. 문학이랑…… 음악을 하고 있어. 거기에서 생산(生産)되는 거야.”
“……살다 살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누가 차크라를 그런 식으로 완성해?”
루비가 황당해했지만 잠깐 사이, 다시 곡들을 줄줄이 써 내려 가자 어느 정도 그 말을 믿게 되었다.
“플라워! 플라워. 잠깐 와 봐!”
“무슨 일인가요?”
허공을 향해 외친 목소리에 플라워가 자연스레 공간을 넘어 모습을 드러낸다.
초월적인 마력이 휘도는 식칼을 들고 있던 그녀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 식칼을 없애 버렸다.
‘뭘 요리하고 있던 거지?’
어쨌든 모습을 드러낸 플라워에게 루비가 말했다.
“재연이가 곡을 찍어 내!”
“어머, 곡도?”
“곡도?”
“소설도 찍어 내시거든. 하루에 수십 권도 쓰셔.”
“엥? 뭐야 그게. 마법이나 무공 수련이 아니라 소설이었다고?”
“잠시만. 스노우! 흑요! 사파이어!”
결과적으로 오룡이 다 모여 내가 만든 128곡을 차례대로 들었다.
“나는 칼.”
“나도.”
“흠. 요새 악플이랑 가십이 판치니 상황에도 맞는 듯?”
“찬성.”
“손.”
순식간에 의견이 일치한다. 나는 손을 들었다.
“다른 곡들은? 127곡이나 되는데…… 내가 싸게 팔게.”
“…….”
“…….”
“…….”
“…….”
“…….”
오룡이 서로의 얼굴을 본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응. 안 해~”
“어둑서니 오빠한테 줄게. 알아서 각종 중소기업에 뿌릴 거야.”
“하나라도 좋아서 다행이다.”
“연습 가자. 연습!”
뿔뿔이 흩어지는 오룡이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난 결국 어깨를 으쓱일 수밖에 없었다.
“뭐…… 사기를 치진 않겠지.”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 * *
“에드워드.”
“네, 폐하.”
“이 시간부로 너를 아홉 검(THE NINE SWORD)에 임명한다. 너에게 신화 클래스 피닉스 나이트와 신화 펫 피닉스. 신화 수호령 피닉스와 피닉스 오라 비전서를 하사하니 언제나 물러서지 않는 투지로 자신의 사명을 다 하라.”
그렇게 말하며 세 장의 카드와 한 권의 스킬 북을 건넨다.
그리고 그러자.
쿠르릉…….
콰릉!
먹구름이 몰려온다.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그러나 여전히 장엄한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인다.
“오오. 이 광경은…….”
“세상에 이걸 또. 그것도 황제폐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보게 된다니…….”
“엄청나군…….”
몰려든 먹구름에 세상이 어두워졌지만 겁에 질리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나로 인해 이미 몇 번이고 재연됐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뎅…… 뎅…… 뎅……!
과연 웅장한 종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갈라지며 도시에 빛이 쏟아진다.
-마침내 초월의 경지에 올라 인간의 몸으로 하늘에 오르나니.
-신이여. 용서하소서.
그것은 신화 클래스의 등장을 알리는 대륙 규모의 축포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19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19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내가 18개의 신화 클래스를 모두 얻었기에 사실상 두 번째 신화 클래스 소유자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는 19번째 신화다.
그뿐이 아니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19번째 신화(펫)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중첩 발생!]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2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나는 모든 신화 클래스에 더불어 모든 신화 펫도 획득했다. 모든 신화급 수호령도 마찬가지.
그렇다. 나는 리벤지 컬렉션 100%를 달성했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리벤지 최고 존엄!
‘아르데니아에서는 아직 아니지만.’
그러나 과금력이 충만하니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니 미루고 있을 뿐이다.
뿌득! 뿌드득!
예전의 내가 그러했듯 강대한 버프와 성장에 에드워드의 육신이 삐걱거렸지만 에드워드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믿겠다.”
피닉스 나이트는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직업이다. 빡대가리 몸치라는 에드워드의 [방향성]과 잘 맞는 건 물론이고 녀석의 태극권, 태극검에 가장 적합한 특성과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녀석을 진짜로 강하게 할 직업은 따로 있다.
‘홀리 로드(Holy Lord).’
그것은 리벤지에 설정된 에드워드의 [가능성]이다. 외신에게 홀려 광신자의 길을 걷는 대신 유혹을 이겨 내고 초월자의 길에 이르는 평행 우주의 미래.
그러나 이대로도 초월지경에 이를 인재를 그딴 식으로 소모할 수 없다. 말이 좋아 다른 우주의 기억이지 클래스 침식은 자아를 오염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자면 헤이즈의 경우는 대단히 운이 좋은 케이스다. 클래스 설정에 외계의 존재도, 광기 넘치는 사연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험은 해 볼 수 있지.’
나는 도열해 있는 기사들을 보았다.
오늘의 [수여식]에 참가한 것은 신화급을 받는 이들만이 아니다. 바로 그 아래. 그러니까 전설급을 받을 다수의 인원이 준비 중인 상황.
그리고 그들 중에는…… 녀석이 있다.
‘남궁일검.’
전 무림맹주 현 참마기사.
녀석은 내 성에 쳐들어와 나를 인질 삼아 내 세력을 흡수하려 했던 적이다. 황제의 오른팔로 많은 일을 벌여 왔던 존재.
그러나 녀석은 내게 패배해 전쟁 포로가 되었고, 갇혀 지내다 화병으로 죽은 명 황제와 달리 인류제국의 기사로서 아직 살아 있다.
‘그래. 녀석이 바로 검왕이지. 검성이기도 하고…… 검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포상을 빌미로 오랜 호기심을 충족할 생각이다.
과연 [가능성]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정말 클래스 카드의 힘으로 녀석이 단번에 초월지경에 도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모두 칭송하십시오. 20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헤이즈 스타라이트.]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20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국가적인 축제에 흔히 동원되는 사열이나 축포. 행사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다. 신화 카드의 등장 임펙트와 전체 공지가 무엇보다 화려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21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스틸스톤.]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21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차례차례 신화 카드를 수여한다. 이로써 그들은 초월자가 아님에도 초월자에 대항할 힘을 가지게 되었다.
초월자에 준하는 스텟, 초월자의 스킬들을 가지고 있다면 신화급 던전에서도 쉽사리 죽어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비상 상황에는 귀환 스크롤을 사용하면 되니 더더욱 그러하다.
[모두 칭송하십시오. 22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레드.] [지금 이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다시 한번 안내 드립니다. 22번째 신화가 지금 이 자리에 탄생하였습니다.]에드워드, 헤이즈, 스틸스톤, 레드 그리고 플라워 이후 최고의 치유사로 이름 높은 힐링(당연히 개명한 이름이다)이 신화 클래스를 부여받았다.
당연하지만 당장 그들을 전력으로 쓸 수는 없다. 꽤 긴 시간 동안 초월급 스텟과 스킬 등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지.
‘이제 제일 중요한 건 남궁일검이다.’
[아름다운 모습은 신의 모습. 황홀한 목소리는 신의 음성이니.] [분노의 목소리로 신의 분노를 노래하라.] [그랜드 엔젤(신화)]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의해 빗나가고 말았다.
“……어?”
나는 빛에 휩싸인 하모니를 보며 신음했다.
“어?”
“어라?”
“느낌이…….”
다른 사람들도 이상을 눈치챘다,
[여기는 어디죠……? 당신들은 또 누구…… …?]하모니가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어째서 하모니가!?’
미처 검신을 불러내기도 전에.
아르데니아에 두 번째 초월자가 눈을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