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27
열일하는 과금 기사 226화
가급적 빨리 올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는 레플리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 * *
원래 대로라면 던전 클리어는 순조로웠을 터다.
스페셜 보스 레플리는 초월적인 강자지만…… 원래 강함이란 상대적. 나 혼자 일대일로 상대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 녀석을 지켜야 할 사천왕까지 유인해 쓰러트렸으니 어찌 공략이 실패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플레이어들의 보조조차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함정 카드 발동 : 영혼의 절규.]……그래. 분명 그랬을 터다.
보스룸에 들어가는 순간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영혼의 절규를 사용! 영혼의 절규가 발동되면 9레벨 미만의 공격력을 가진 모든 카드는 상대방의 덱으로 복귀한다!”
너무나 차분하게. 마치 웅변을 하듯 지껄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헛!?”
“무슨……!”
“이런! 황제 폐…….”
팟!
내 뒤를 따르던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단번에 사라졌다. 그들도 온갖 방어 주문과 스킬, 아이템 등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로그아웃.”
즉시 아르데니아를 빠져나와 생각한다.
‘어째서?’
정체불명의 공격에 당한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 명확히 정체를 알고 있는 공격.
문제는 그게 여기서 나오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재연 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플라워의 물음에 어색하게 웃는다.
“아냐. 그냥 뭐가 좀 막혀서…… 흑요 좀 불러 줄래?”
“왔다.”
뭔가 더 할 것도 없이 흑요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그리고 묻지도 않고 내 몸에 진기를 흘려 넣었다.
양으로 치면 나보다 그리 많지도 않은 수준이지만…… 질에서는 비교조차 안 되는 그녀의 진기가 대해를 자극한다.
‘일격에…… 쳐 내야 한다.’
“로그인.”
[천검-관월아(貫月牙)]&[천지를 가르는 검]대기만성(大器晩成). 파천극광(破天克光).
빛의 속도로 내지른다.
회피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막아 내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파괴의 일격!
그러나.
콰득-! 쩡!
내 일격은 막히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놀랍구려. 인간이여. 설마 일격에 내 결계를 뚫어 버릴 줄은 몰랐소이다.] [단순한 검격…… 하지만 끔찍하게 빠르고 무겁군. 게다가 들고 있는 그 검은 나를 죽이고 얻은 거겠지?]푸른 머리칼과 그걸 헤집고 솟아오른 기다란 사슴뿔의 여인과 마검왕 히페리온이 내 앞을 막아섰다.
내 일격을 막아 낸 그들의 안색은 창백했지만…… 추가적인 공격으로 그들을 죽여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적은 그 둘로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냐 너희들…… 어째서 다 여기에 있는 거지?”
그들은 명백하게 리벤지의 존재가 아니다. 다크 스타의 다크 메시아, 블레이드&매직의 마검왕, 가장 어두운 절망의 쉠곤, 검은 영혼의 딥 아이 등등.
개중에는 처음 보는 얼굴들도 있었지만 그 정체를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다.
그들 모두가 레플리와 동급의 힘을 가진 12명의 초월급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만났던 게임 마스터와의 기억이 상기된다.
“12명이야.”
“내가 누군지 잊은 거 아니냐? 간섭은 못해도 게임 관련인데 당연히 알 수 있지. 다만…… 생존자는 너를 포함해서 셋.”
‘이런 제길…… 12개 게임의 보스 전부가 여기에 있다고?’
[이제야 좀 얌전해졌구나.]12마리의 초월급 몬스터들이 조금의 방심도 없이 나를 포위한다. 하나하나는 내 상대가 안 되지만 두셋만 모여도 죽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넷이 넘으면 승산을 가늠하기 힘든 신화급의 괴물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머리가 굴러 가기 시작한다.
“……왜 나를 죽이지 않았지?”
스페셜 보스 12마리면 원래도 이기기 힘든 상대지만…… 그보다 위험했던 것은 녀석들이 ‘준비’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 자체다.
‘특히나 다크 메시아.’
카드 게임 기반의 다크 스타는 소수의 강자에게 너무나 위험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수집용 카드 게임에는 대상을 [지정]해 죽이는 효과를 가진 카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보스룸에 들어왔을 때 그 많은 주문 카드 중 하나를 사용했다면?
나는 그냥 죽고 말았을 것이다.
‘물론 부활했겠지만…….’
[이 상황에도 차분하군. 하기야 너 정도의 강자라면 그럴 수 있지.] [뭐, 우리가 너한테 바라는 건 그리 크지 않다. 그저.]초월급 몬스터들이 말한다.
[여기에 있어 줘야겠다.]씩. 웃는 표정들이 묘하게 친절하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 *
“후…….”
회상을 마치고 눈을 뜬다. 여전히 12마리의 신화급 몬스터들이 있다.
‘이것들은 자리를 비우지도 않는군…….’
죽음의 신전을 통해 들어온 보스룸은 ‘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초대형 몬스터인 망령룡 레플리가 심지어 비행 페이즈까지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내 찢어 보았다.
[절대 명령. ‘아이템 사용 금지’가 적용 중입니다.]‘역시…… 시간이 지난다고 풀리는 종류가 아니군.’
한숨 쉬며 입을 연다.
“이봐.”
[오. 이제 좀 대화할 생각이 드는 거요? 그나저나 외부 차원에는 얼마나 있다 온 건지 궁금하구려. 일주일? 한 달?]사슴뿔을 가진 청발의 여인이 헤실헤실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완전히 붙지는 않는다.
쩌저적!
여인의 주변에 살벌한 냉기를 뿌리는 방벽이 생성된다. 거리도 3미터가 넘고 그녀의 뒤에는 망령룡 레플리가 머리를 늘어트리고 있다.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대화하면 안 될까?”
[그럴 수는 없소. 그 무시무시한 검격으로 내 목을 자르려 할 것이 아니오?]“…….”
이 망할 몬스터 놈들은 12마리나 되는 주제에 방심도 하지 않는다. 내가 무리를 해서 하나를 조지려 들면, 나머지 11마리가 다 나서서라도 그것을 막았다.
짜증 나는 일이지만, 동시에 기묘한 일이기도 했다.
‘현실에 나온 몬스터들하고는 전혀 다른 패턴이군.’
문득 드는 호기심에 묻는다.
“왜 이렇게 목숨을 아끼지? 어차피 리젠되지 않나?”
내 물음에 청발의 여인이 말했다.
“…….”
별로 관심 가지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알고 있던 문제다.
나는 수없이 많은 몬스터와 싸워 왔고 당연히 죽였던 녀석을 몇 번이고 또 죽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매번 뭔가 묘하게 달라지지.’
기본적인 캐릭터 서사는 똑같다. 예를 들어오크 로드가 있다고 치면 그놈은 언제나 오크족의 지배자이자 누구누구의 몇째 아들이라는 설정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사용하는 검술도 똑같고 스텟도 똑같다.
그러나…… 매번 말투가 다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격이 다르다. 더 저돌적이기도 하고 신중하기도 하다. 심지어 겁쟁이일 때도 있다.
“……너희는 대체 뭐지?”
결국 물을 수밖에 없다.
“대체 원하는 게 뭐야? 뭘 위해서 이 세상을 침범하고 있지?”
몬스터 사태로 발생하고 있는 피해는 천문학적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다. 34지구처럼 별 피해가 없는 문명은 우주에서도 몇 안 된다.
하위 문명은 하위 문명대로, 우주 문명은 우주 문명대로 엄청난 피해들을 입고 있다.
[말하자면…… 약탈이오.]“……약탈?”
[그렇소. 어머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걸 그대들이 가지고 있으니까.]“그게 뭐지?”
[어머니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으시는구려?]청발 여인이 씩 웃는다. 다 눈치 챘다는 얼굴이지만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누구긴 누구겠어 표절로 만든 세상과 너희들의 주인이겠지.”
[……]“…….”
가만히 서로를 바라본다. 나는 생각했다.
‘자꾸 떠보는군. 이 자식들…….’
이 녀석들은 내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내 팔다리를 잘라서라도 봉인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녀석들이 12마리라 해도 나를 [생포]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치게 만들어 힘을 뺀다면 모르지만 나는 로그인, 로그아웃이 가능한 존재가 아닌가?
‘심지어 이 녀석들…… 로그인, 로그아웃을 인지하고 있단 말이지.’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건- 방— 지군—-!]폭풍과도 같은 포효가 머리를 울린다. 당연히 물리적인 소리는 아니고 강력한 영언.
나는 고개를 돌려 고함을 지른 쉠곤을 바라보았다.
“말도 할 줄 아는군.”
[말은 원래 할 줄 안다. 열등한 너희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오, 그 열등한 놈들한테 툭하면 맞아 죽던 분이 할 이야기인가?”
[네 세상에서의 일인가? 비겁하게 숫자로 몰아붙였겠지!]“뭐하면 확인해 보든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쉠곤 역시 콧김을 뿜으며 다가온다.
그러나 결투가 성사되는 일은 없었다.
[그만.] [경솔한 짓하지 마세요.] [쯔쯔…… 저런 얕은 수에 낚이시면 어떻게 합니까?]대번에 다른 스페셜 보스들이 나서 쉠곤을 타박한다. 쉠곤은 발끈하는 모양이었지만 동급의 존재 11명의 뜻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를 비웃었다.
“쫄보.”
[감—- 히—!]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바닷물이 차오른다. 멍청해 보이지만, 아니 실제로 멍청하다 해도 녀석은 초월의 경지에 이른 괴물.
그러나 녀석의 분노는 금세 가라앉는다.
-축복하는 자께서 말씀하시길. 눈부신 태양 아래 모든 것이 평화로웠노라.
강대한 언령과 함께 차오르던 바닷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투쟁심이 급격하게 사그라지는 게 느껴진다.
‘아, 저놈은 또 뭐야.’
나는 가부좌를 취한 채 앉아 있는, 붉은색의 안대로 눈을 가린 사내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모르는 녀석이다.
‘하긴 모든 게임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게임 마스터 대하는 9명이 죽었을 뿐 최초에는 12명의 플레이어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즉, 게임도 12개라는 말이지만 현재까지 정체가 알려진 게임은 7종뿐이다.
개인이 만든 게임이 알려지기도 전에 스러졌던가, 몬스터 사태로 멸망한 문명의 게임들일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당연히 문제가 되는데, 공략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온다.
“하.”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역시나 아르데니아에서는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잘 안 됐어?”
내 품에 안겨 있던 루비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그렁그렁하다.
“……그러게. 잘 안 되네.”
“우웅. 그럼 우리 14박 15일 못 가는 거야? 기대 많이 했는데…….”
칭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깊이 한숨 쉰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가는 게 맞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뿐 그녀들이 나를 위해 애써 준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태평한 상황이 아니다.
삑!
디스플레이를 켠다.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에서 초월급이라 불리는 몬스터의 등장 빈도가 3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점점 거세지는 외계의 침략으로 인한 피해가 끝도 없이 커져 가는 가운데…… ] [레온하르트 제국의 성현 행성이 폐쇄 수순에 들어섰습니다. 성현 행성은 성현 백작령의 중심으로 30억 명이 넘던 인구가 거주하던……] [우주 비행이 가능한 초월급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상선들의 피해가……]내심 한숨이 나온다.
저 우주적인 재앙의 원인이…… 손에 잡힐 듯 뻔히 예상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