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30
열일하는 과금 기사 229화
[게임명 : 다크 스타.] [아이디 : 멀린.]그것은, 지금까지의 균형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아니 이게 무슨……!] [아, 안 돼…….]망연자실한 표정 그대로 다크 메시아가 사라져 버린다.
“로그아웃.”
지구로 넘어간다.
치이익!
피가 바닥에 쏟아지자 뭔 공격을 당했던 건지 독한 연기가 난다. 몸속의 혈액이 단번에 산성(酸性)이 되었던 것!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아니 어지간한 괴물이라도 버티지 못했을 악랄한 주문이지만 극의지체의 혈관은 산성 피도 문제없이 돌릴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오히려 강기에 당한 상처가 더 문제지.
★☆전직 완료☆★
검신(신화) => 불사왕(신화)
“아이고…….”
직업을 탱커로 변경, 자가 치유 특성을 활성화시킨 후 소파에 몸을 눕힌다. 오룡이들이 옆에 있었다면 그 엄청난 치유 마법으로 단숨에 해결해 줬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회복해야 한다.
“그나저나. 게임 클리어라…….”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상황을 정리한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다크 스타는 온라인 게임이고,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러하듯 클리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즉, 다크 스타 자체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보았던 게임 클리어라는 문장은 다크 스타의 자체적인 시스템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일 것이다.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종 목표를 달성했군. 리벤지식으로 말하자면 천원을 먹어 모든 화점을 차지했다.”
다크 스타에는 로드(Lord)라는 개념이 있다.
리벤지처럼 지역별 보스가 아닌 챕터별로 존재하는 보스들을 이르는 명칭.
다크 메시아는 그중에서도 마지막 챕터의 보스이다. 설정상 [진짜] 보스는 암흑의 혹성. [다크 스타] 자체겠지만 아직 업데이트 되지도 않았고 되었다 해도 그게 현실로 구현되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런데 최종 보스가 죽음의 신전으로 와 있었는데도 클리어가 가능한 건가?”
놀랍게도 멀린은 내가 다크 스타의 보스. 다크 메시아를 붙잡고 있는 동안 게임을 클리어 해 버렸다.
말하자면 꼼수를 쓴 것인데 그게 성공했다는 게 되레 신기하다.
“클리어 조건이 변경될 수도 있나?”
그러나 사실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건 따로 있다.
“그보다 이게 시간축이 어떻게 되는 거지?”
잘 이해가 안 된다. 멀린도 나도 금낭도 각자의 게임 속에서 고유한 시간축을 가진 상황이 아니던가?
자신의 [안]에 세계를 품은 이상 외부 세계의 찰나조차 영원과 같은데 나와 멀린의 세계가 ‘상호 작용’을 하는 일 따위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기묘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입자와 파동의 ‘현상’을 발견해 낸 물리학자처럼 인지부조화가 온다.
그들과 다른 게 있다면, 그럼에도 짐작 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관측자]가 없다면 말이지.’
“재연아! 나 왔어!”
그때 공간을 넘어 루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뿐 아니라 화려하게 차려입은 오룡이들이 내 주위에 내려섰다.
“이런 부상이…… 재연 씨! 우리가 있을 때 하라니까요.”
“아, 미안. 갑자기 진전이 있어서.”
나는 이미 다 아문 상처에 남은 저주의 기운을 툭툭 털어 냈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렇군…… 진전이 있다.’
다크 메시아가 사라진 것은 단순히 12마리의 몬스터가 11마리가 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내 후퇴를 막던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사용자가 바로 다크 메시아였기 때문이다.
“진전이 있었어? 우리 그러면 14박 15일 가는 거야!?”
반색하는 루비의 모습에 그만 웃고 말았다.
“하하! 그래, 간다. 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갈 테니 좀 도와줄래?”
“응! 좋지! 일단 컨디션부터 끌어올리고…… 응?”
“어라?”
오룡이들이 동시에 멈칫한다. 의아해 묻는다.
“왜 그래?”
“아 느낌이…… 정확히 뭔 일인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이 정도면 뉴스 같은 거에 나오겠는데?”
영문을 알 수 없는 대화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설명하기 어려운데. 뭔가 크게 바뀌었어.”
“스노우. 뭔지 알겠어?”
“나쁜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인해야겠다. 타워. 긴급 방송 위주로 실행.”
스노우의 말에 따라 널찍한 벽면에 수십 개의 화면이 떠오른다.
[정부는 강철계가 주도한 우주평화군 설립에 대하여…… ] [드래고니안의 14개 함선이 거주 요청을 함에 따라…… ] [몬스터로 오해 받아 파괴된 오우거형 골렘이 화제인데요. 정확한 판단을 위한 진실신의 사제가…… ]이런저런 뉴스들이 나온다. 플라워가 손을 뻗는다.
“저거다.”
팟.
수십 개의 화면이 싹 사라지고 하나의 화면만이 남는다.
그것은 레온하르트 제국의 방송이었다.
[거주 구역을 습격하고 있던 다크 스타 타입의 미궁왕 토글이 비명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천만다행인 일이지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다크 스타 타입의 몬스터가 일제히 소멸하고 있습니다. 긴급 영상을 확인해 보겠습니다.]화면에서 아나운서들이 사라지고 곡괭이를 든 거대한 괴물이 등장한다.
미궁왕 토글.
다크 스타에 존재하는 15마리의 로드 중 대지 속성을 가진 보스로 굳이 내 시점으로 보자면 신화급 랜드웜에 해당하는 존재다.
신화급 몬스터이지만 최종 보스는 아닌 존재.
녀석은 레온하르트 제국이 신경 쓰지 못하던, 정확히는 유도 장치나 방지망을 설치하지 못한 행성에서 난장을 치던 중이었다.
세상을 결국 예산이 지배하는 법.
몬스터를 막아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모든 문명이 보호 받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가난한 세력, 문명, 행성 등 취약한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콰광!
쿵!
[으아아! 살려 줘!] [군대! 군대는 어디 있는 거야!?] [이 개자식들! 세금을 그렇게 뜯어가면서!!!]도시가 무너지고 미궁을 이루는 석벽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일종의 슬럼가로 보이는 도시에 초월급 몬스터를 막아 낼 강자가 있을 리 없으니, 미궁왕 토글은 그야말로 아무런 방해 없이 십만 명도 넘는 인간을 자신의 미궁으로 몰아넣는 상황.
그러나 어느 순간이었다.
[뭐!? 어, 어째서…….]신나하던 토글이 당황스러운 신음과 함께 사라진다.
녀석뿐이 아니다.
다크 스타 출신의 보스는커녕 캐릭터조차 아닌 하수인(下手人) 출신 몬스터들이 싹 다 허공으로 녹듯이 사라진다.
몬스터들에게 공격 받고 있던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뭐야. 몬스터들의 침략에 문제가 생긴 건가?”
“알 수 없지. 외계(外界)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최상급 신들뿐이니…….”
“일단 잘된 일이네. 유랑 다니던 노블레스들이 종종 당하는 상황이 나온다고 원로들이 걱정하던데.”
오룡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생각한다.
‘클리어된 게임의 몬스터가…… 사라진다?’
사실 내가 죽음의 신전을 공략하는 건 아주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왜냐하면 내가 거기 머무는 만큼 몬스터가 더 많이 출몰하기 때문이다.
그저 천원을 정복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전 우주에 피해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했으면 한 번에 잘 클리어라도 했어야 했는데, 심지어 난 그러지 못했다. 녀석들에 발이 붙잡혀 대우주에 초월급 몬스터가 늘어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내 행보는 지극히 이기적이며 이는 내가 공개적으로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다. 거짓을 입에 담고 사기를 친다면 또 모르겠지만 여기는 진실신과 정의신이 존재하는 34지구가 아니던가?
“휘하 문명 지키기 힘들다고 울상인 녀석들 많던데 다행이네.”
“그래 봐야 열 개도 넘는 게임 중에 하나 사라진 정도지, 뭐.”
“좋은 일이긴 한데 원인을 알 수가 없으니.”
오룡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생각한다.
‘클리어가 된 게임의 몬스터는 현실에서 사라진다…….’
“재연 씨?”
가만히 있는 내 모습에 플라워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웃어 보이곤 말했다.
“그래. 어차피 25%를 사는 건 불가능할 거야. 가능하다 해도 아주 아주 먼 미래의 일이겠지.”
“……네?”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의 플라워를 보며 다시 웃는다.
‘그래. 제기랄 120조가 말이야 막걸리야.’
어차피 단시간에 될 문제가 아니다. 올 마스터 클래스를 얻는다고 단숨에 황제 클래스가 되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초월무구 하나 얻는 정도지 뭐.’
그게 작은 일이란 건 아니지만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다.
“재연아?”
“재연 씨?”
“뭐야? 표정 왜 이렇게 비장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오룡이들이 다가와 묻는다.
나는 대답했다.
“희생이라기도 애매하지만…… 잠시 뜻을 좀 꺾어 보려고.”
나는 원래 죽음의 신전에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내 후퇴를 막고 있던 다크 메시아 녀석이 사라졌으니 작정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
그러나 지금. 생각이 바뀌었다.
“음?”
“무슨 말이야?”
영문 모를 말에 의아해하는 녀석들을 두고 체다를 두들겨 주식 앱을 조작한다.
잠시 후 모든 작업을 마치고는 이번엔 통화를 연결했다.
“안녕하십니까.”
[오. 시대의 아이콘께 전화를 다 받아 보는군요.]“아닙니다. 난데없는 통화인데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체다 너머의 상대를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천종명 대통령님.”
* * *
몬스터는 아이템을 드랍한다.
우주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몬스터가 그나마 처리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이템이라도 떨어지지 않았으면 피해만 끼치는 몬스터를 잡으려는 시도가 훨씬 적었을 테니까.
‘나만큼 양심 없게 드랍률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관련 권능이나 마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확률을 조정하는 마법이나 권능은 드물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나만 해도 혜영에게 행운이 올라가는 반지를 선물 받지 않았던가?
심지어 34지구에는 게임신의 사제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드랍률 UP] 스킬이 존재하며, 그것은 내가 몬스터를 잡았을 때 아이템이 우수수 떨어져도 다른 용병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근거가 되었다.
“게다가 34지구는 몬스터표 아이템의 최대 수입 세력 중 하나죠.”
[몬스터 사태로 안 그래도 심각하던 무역 균형이 아예 무너져 버렸으니까요. 피해를 입고 있는 문명에서 받아 올 수 있는 물건에 한계가 있으니…… 그것들로라도 숫자를 채웠습니다. 덕분에 34문명은 몬스터 아이템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문명이기도 하죠.]천종명 대통령이 친절히 설명한다.
“그럼 아이템들이 많겠군요?”
어떤 아이템은 현실에서 인게임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내가 쉠곤만 보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선구자의 가면의 경우는 그 어떤 궁극 마법. 권능조차 쉽게 구현할 수 없는 [부활]을 자동으로 발동시켜 준다.
그것 말고도 모든 병과 장애를 치유하는 엘릭서(Elixir). 겉모습은 물론이고 성별마저 바꿔 주는 외모 변경권 등등.
이런 아이템은 일단 드랍되면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돈으로 구매하려면 절대 만만치 않은 금액이 필요하겠지.
반면 하등 쓸모없는 아이템들도 존재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태반이 쓸모없지. 심지어 영웅급 전설급에서도.’
예를 들어 미라클 소드 같은 경우는 영웅급 아이템이다. 무기 데미지에 명중, 크리티컬이 달려 있고 매직 사일런스 효과가 있다. [공격 적중 시 3%확률로 5초간 침묵을 건다.]는 효과.
현실에서 이 무기의 가치는 어떨까?
‘솔직히 총만도 못하지.’
당연한 일이다. 옵션 중 현실에 적용 안 되거나, 별 의미가 없는 효과가 태반이니 그냥 철검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쓸모없는 아이템이 필요합니다. 쓸모랑 상관없이 등급이 높으면 좋겠습니다.”
천종명 대통령의 당연한 의문에 당당히 답한다.
“게임 마스터님의 신기를 강화하는 데 필요합니다.”
[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무적의 대답이다. 사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34지구에서 이 대답은 그야말로 모든 의혹에서 프리패스라 해도 무방하리라.
과연 천종명 대통령이 웃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강철계와도 연계된 일이어서 난감했는데 그런 용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직접 구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연락한 걸 보니 수량이 많이 필요하겠지요?]“네. 많을수록 좋습니다.”
[걱정 말아도 될 겁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우주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모두 원가에 처리해 드리지요.]자신만만하게 웃는 천종명 대통령.
혹시나 몰라 물어보았다.
“저기 게임 마스터님의 신기를 강화할 거니 그냥 달라고 하면…… 염치없겠죠?”
내 물음에 체다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유쾌한 웃음소리.
‘혹시?’
[하하! 정말 염치없는 말씀이시군요. 당연히 안 됩니다.]‘쳇.’
역시나 씨알도 안 먹힌다. 역시나 세계 최강 대한민국의 대통령. 만만치 않다.
“그러면 할 수 없지요. 구매하겠습니다.”
[얼마나 구매하시겠습니까? 괜히 하급자들 찔러 보지 마시고 저한테 바로 말씀해 주세요.]“아, 그러니까…….”
지잉.
그때 체다가 진동한다. 통화 중이었기에 발동한 진동 모드. 녀석의 털이 촤르르 늘어지며 글자를 만들어 낸다.
[스파이크 앱 알림!]주식거래
네메시스 6만 6713주 판매 성공 / 주당 20,030,210원
“그러니까 대략.”
그래. 지를 거면 확 질러야 한다.
“1조 3천억 치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