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34
열일하는 과금 기사 233화
‘마지막 화점이 정복되며 암 속성과 함께 모든 속성의 격이 올랐어.’
그렇다.
정복이 완성된 모든 화점이 공명하며…… 9개의 속성 전부의 천문(天門)이 개방된 순간이었다.
‘괴물이 따로 없군.’
속성력을 다룬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그 수준이 초월급이라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트만급 차크라 사용자도 천문을 여는 속성은 한 개 정도에 불과한데 9속성 초월이라니.
‘여전히 황제 클래스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하급 초월자 중에는 상대가 거의 없겠는데?’
9속성 초월은 사실상 존재하는 대부분의 속성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만약 상대가 원소술사라면 설령 그 경지가 초월에 이르렀다 해도 내 앞에서는 어린애에 불과한 존재가 되리라.
‘게다가 천문을 연 요소가 무공까지 10개라면…… 내가 술식 역량이 아무리 모자라도 무지막지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지.’
농담이 아니라 동시 개방을 9중첩, 10중첩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차크라 용량이 끔찍하게 필요할 테지만 10층에 도달한 내면세계는 여유롭게 그것을 충당할 수 있어 보였다.
‘물론 그런 고난이도의 술식을 내가 감당할 수 있냐는 문제가 있으니…… 천천히 확인해 놔야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정말이지…… 재연이 너 34지구에서 태어난 게 다행인 줄 알아.”
“느닷없이 무슨 소리야?”
루비의 말에 의문을 표하자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응시하던 사파이어가 말을 받았다.
“정말…… 확연히 강해졌어. 초월자쯤 되면 100년 동안 레벨 하나도 못 올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너무 예외적이에요. 솔직히 재연 씨가 드래고니안의 지배 영역에서 살고 있었다면…… 재산이 아무리 많고 입지가 대단해도 벌써 옛날에 잡혀 가서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런가…….”
하긴 누가 봐도 내 성장 속도는 정상이 아니다. 34지구 사람들이야 게임 마스터라는 우주적 예외를 접해 왔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사실 그와 내 입장은 전혀 다르다.
최상급 신의 신혈을 이은 [선천신족]이라는 근거가 존재하는 게임 마스터와 달리 나는 그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이 서른 살도 안 돼서 초월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우주적으로는 종종 존재하지만…… 그 이후에도 나처럼 쑥쑥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겠지.’
[사실 지금도 납치를 노리는 세력들이 많기는 합니다. 심지어 게임 마스터님께 ‘양해’를 구해 온 미친놈들도 있었지요.]느닷없이 끼어드는 지니의 목소리에 눈을 가늘게 뜬다.
“양해요?”
[좀 건드릴 건데 눈감아 줄 수 있냐는 말이죠. 물론 거절했습니다.]“허허…….”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초월자 중에서도 상위권 이상의 전력을 가진 나인데 그런 취급이란 말인가?
“그냥 습격하는 것도 아니고 요청할 정도면 최상급 신 무서운 줄은 아는 모양이긴 하지만…… 건방지네요.”
“완전 미친놈 아니야? 누군데 그거?”
“제법 큰 세력인 모양인데…….”
오룡이들의 분노에 지니가 웃었다.
[후후후.]“……왜 웃지?”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오룡이를 보더니 싱긋한다. 그녀가 구체적으로 그 세력이 어디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중 하나가 어딘지는 분명하다.
‘드래고니안이네.’
그리고 오룡이들 또한 그것을 알아들었다.
“아, 그래. 그렇구나…….”
“하하…… 이거 참.”
“그렇단 말이지…….”
단번에 분위기가 스산해진다. 플라워가 지니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부담이 될 텐데. 감사합니다. 지니 씨.”
[네? 저는 별 말 안 했는데.]“물론이죠.”
싱긋 웃는 플라워의 얼굴에서는 평소 그녀에게선 찾아 볼 수 없는 살기가 넘실거린다.
‘와. 이거 괜찮은 건가?’
그녀들이 그냥 평범한 성룡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녀들은 원시룡(元始龍) 크로매틱 드래곤이다.
나이가 강함+사회적 지위인 드래곤 사회에서 노블레스 원로원(元老院)의 수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존재.
‘뭐 그래도 정체를 숨기는 중이니 적당히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묻는다.
“거절했으니 문제는 없는 겁니까?”
[적어도 거대 세력이 노리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게임 마스터님은 정보계 권능이 있으니 감히 완전 범죄를 노릴 수는 없거든요. 다만 주제 파악이 안 되는 천둥벌거숭이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방심하시지는 말고요.]“조언 고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만히 있다 보니 난잡하던 감각이 서서히 정리된다.
끼이익! 그그극! 치이익!
인간의 육신보다는 공사장에서나 들릴 법한 굉음이 점차 사그라진다. 초월의 경지에 도달한 속성력이 통제하에 들어온 것.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이런…….”
나는 얼음 거울을 보고 신음했다. 모든 속성을 제어하는데 성공했지만…… 두 속성만은 그 모습을 감추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
처음처럼 눈에서 빛이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어둠이 사방으로 뻗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눈이 과하게 빛나고 머리칼이 빛을 빨아들이는 형질을 지니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게 뭐야…….”
기막혀 했지만 오룡이들의 평은 다르다.
“왜, 멋지지 않아?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다.”
“머리칼은 약간 쉐도우 드래곤 느낌이네.”
내 주위로 모여 재잘대는 오룡이들을 보다 캡슐에서 빠져 나온다.
단번에 9개의 차크라가 열리며 몸 상태가 엉망이었을 텐데도 금세 회복된 건 대우주 최고 수준이라는 강철계의 설비 덕분이리라.
“그럼 가 보겠습니다.”
[좋은 거래였어요. 물량이 쌓이면 다시 연락드릴게요.]“하하. 이제는 돈이 없어서.”
멋쩍게 웃고는 게이트를 지나 강철계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돈이 없지…….’
지금의 나는 빈털터리다. 물론 능력이 있으니 벌려고 하면 금방 벌 수 있겠지만…… 몬스터 사태로 용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니 수익이 크게 줄겠지.
사실 1조 3000억을 번 것도 주식이 올라서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체다.”
“야옹!”
체다를 불러 리벤지를 켠다. 정신을 잃는 바람에 취소되었던 자동 사냥을 위해서였는데 뜻밖의 메시지가 뜬다.
[서버 접속 대기]서버가 혼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대기 순위 : 18만 6991명.
“아, 개소리 말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흥겜이면 몰라도 소수의 유저를 상대로 뽑아먹는 리벤지가 무슨 서버 혼잡이란 말인가?
“왜왜? 무슨 일인데?”
“리벤지가 안 켜져서.”
내 말에 루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재연이가 평소에 하는 그 게임 말이지? 요번에 대단위 업데이트를 해서 사람이 엄청 몰렸다고 하더라고!”
“아니, 아무리 몰려도 그렇지.”
“외계 진출도 했다던데? 동시 접속자 6천만 명을 달성했데.”
“……아니 뭐라고?”
내가 아는 리벤지의 최고 동시 접속자는 50만 명이다. 동시 접속자가 10배도 아니고 100배나 증가 했다는 말이다.
‘아니 이렇게 되면 주식이…… 어떻게 되는 거지?’
반사적으로 주식 앱에 손을 가져갔다가 멈칫한다.
주식을 보면 또 뭘 할 것인가? 어차피 주식도 현금도 없는데.
“…….”
잠시 망설이다 주식 앱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한동안 쳐다보지 말자.’
주식이 없으면 [패치]도 [업데이트]도 할 수 없지만 상관없다. 골드 아이템은 이미 충분히 비축해 둔 상황이고 지옥탑은 시간 제한 없이 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올 마스터는 머나먼 이야기니 한동안은 여유 있게 일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그나저나 재연아! 이제 진짜 여행 가는 거지?”
“여행?”
“응! 수련이 성공적으로 끝났잖아!”
루비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묻는 건 그녀뿐이지만 나머지 네 명도 기대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한동안은 쉴 생각이었어.”
“와!”
“후후. 드디어 가는구나. 여기 수성(水星)에 있는 아쿠아 호텔이 그렇게 근사하다던데.”
“내일 모레부터 쭉 휴가야! 준비해서 가자!”
“후후. 정말 기대돼.”
“도시락도 싸 둬야겠어요.”
활기찬 오룡이들과 스타 드래곤으로 돌아가며 문득 생각한다.
‘그나저나…… 게임 클리어가 되면 아르데니아는 어떻게 되는 거지?’
* * *
“아깝군…… 하나 더 정리할 수 있었는데.”
우주 최고의 학문기관, 우로보로스의 교수 멀린은 차원의 문을 지나 자신의 내면세계로 복귀했다.
차크라 경지가 10층에 이른 데다 9속성의 천문이 열리며 엄청난 전력의 상승이 있었음에도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이겨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 보스만 늦게 왔으면 어떻게든 되었을 텐데…… 아니 아무리 공포 게임이라고 해도 그렇지 가진 힘을 다 봉인시켜 버리면 게임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투덜거리며 내면세계의 끝에 선다.
내면세계 너머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봐도 무시무시하네…….”
창조신과 동격이라는 그녀의 존재는 대우주의 그 어떤 존재도 감히 그 앞에 이름을 내밀 수 없을 정도다.
천신이나 마신, 명왕이나 옥황상제 같은 차원의 지배자들조차 그녀의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하겠지.
멀린이 창조신의 인정을 받아 [룰북]을 받았다 해도 그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세상의 규칙을 강제하는 룰북은 그녀에게도, 그녀의 피조물에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멀린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에는 정신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은 압박을 느꼈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나도 꽤 번갈아 봤던 거 같은데…… 꼼수 때문에 흥이 식었나 보네.”
사실 멀린은 다크 스타를 클리어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리벤지와 달리 다크 스타는 현실의 능력을 쓰기가 어려운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멀린은 자신의 비밀 병기, 에디터 블레이드를 활용해 단번에 보스룸으로 진입했다.
그것은 일종의 글리치(glitch. 짧은 순간 일어나는 시스템 오류.)를 활용한 꼼수.
리벤지의 보스를 돕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다크 메시아는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하고 보스룸을 돌파당하고 말았다.
“뭐, 저런 거한테 관심 받아 봐야 무섭기만 할 뿐이지.”
어쨌든 소득은 컸다.
그는 다크 스타를 클리어 함으로써 10층의 차크라 용량을 획득했으며 대우주 전체에 쏟아지던 몬스터들 중 다크 스타 출신의 몬스터를 다 없애 버릴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직후 리벤지 출신의 몬스터까지 소멸했으니, 몬스터로 인해 신음하던 대우주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만 여전히 10개의 게임이 남아 있단 말이지…… 게다가 [게임 클리어]도 문제야.’
다크 스타가 클리어 되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온라인 게임에 게임 클리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게임이 망해서 서버를 한 번 닫을 때에나 가능한 말이지.’
다행히 다크 스타의 [클리어]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다크 스타의 [월드]와 게임 능력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말.
대신.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어!”
“흥! 그까짓 괴물 놈! 듀얼로 상대해 주마!”
다크스타의 외곽에서부터 끔찍한 형태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다.
게임과 게임 사이의…… 연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