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98
열일하는 과금 기사 297화
“그 돈을 버는 게 문제지.”
“웃기지 마! 나도 최선을 다해서 벌었어!”
인영이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지만 내가 해 줄 말은 하나뿐이다.
“더 벌어야지.”
“…….”
억울한 표정을 지어 봐야 그게 현실이다. 녀석은 [가장 어두운 절망]을 지옥 같은 세상이라 불렀고 실제로 플레이해 본 입장에서 봐도 불합리한 점이 많았지만.
사실 리벤지라고 안 그런 게 아니다.
“리벤지가 어떤 게임이지?”
“……미친 과금 게임.”
“정답! 이지만 이 경우 그걸 묻는 게 아니지. 리벤지는 MMORPG다.”
MMORPG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그리고 리벤지는 MMORPG 중에서도 대규모 전쟁에 특화된 게임이다.
“알겠어? ‘대규모’라고 대규모.”
“……그게 뭐?”
“애초에 플레이어가 한 명이 아닌 게임이라고 멍청아.”
리벤지는 대규모 전쟁 게임이고 전쟁이라는 건 원래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리벤지의 필드 보스는 일단 뜨면 길드들끼리 자기가 먹겠다고 싸우고 다투고 전쟁을 벌일 정도로 귀한 존재지만.
만약 리벤지가 솔로 게임이면 어땠을까?
‘언터쳐블.’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감히 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플레이어 수십 명이 잡는 걸 전제로 만든 몬스터니 당연한 이야기다.
동급 레벨에서 공격력도 지나치게 높고 피통은 그야말로 역겨울 정도로 높아 패다 패다 지쳐 게임을 접게 될 것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건.”
“돈을 써서 NPC들을 최소 수만, 어쩌면 수십 백만 명치의 플레이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지.”
내 캐릭 하나 과금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클래스 카드를 뿌려서 플레이어를 늘리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들지.’
34지구에서 1억은 큰돈이다. 지방이면 마당 딸린 단독 주택. 서울이면 투 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고 근사한 자동차, 단독 전투가 가능한 최고급 스마트 펫. 4급 이상의 마법기나 3급 이상의 영약 등을 살 수 있는 돈.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1년 내내 죽어라 일해도 손에 쥐기 힘든 수준의 거금.
그러나 리벤지에서는 다르다.
총 과금액이 1억 이하의 캐릭터는 그저 무과금이라 불린다.
과금을 안 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
그리고 리벤지의 플레이어는 이런 무과금 플레이어를 다수 탄생시켜야 한다.
“말도 안 돼! 그래서는 돈이 감당이 안 돼!”
“그렇게 돈 쓰기 싫으면 너 혼자 전쟁터를 다 쓸어버려야지.”
바로 내가 그렇게 했다.
‘사실 나 정도면 엄청나게 싸게 막은 편이지.’
그런데 그런 나조차도 개인 과금을 제외한 과금액이 얼마인지 가늠이 안 된다.
물론 최종적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1,000억이 넘는 돈을 썼다. 어쩌면 1조 원이 넘을지 모를 정도.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증식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되기까지 수십만 장의 클래스 카드를 뿌려야 했고 캐시 아이템도 엄청나게 뿌려야 했다. 성을 사는 것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모두 나 혼자 과금해야 한다.
그뿐인가?
수하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충당이 불가능한 신화급 클래스, 펫, 수호령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직접 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는 바이지만.
진짜 싸게 막은 편이다.
“잠 잘 시간도 아껴 일을 했어야지. 너 매일 8시간씩 자더라? 그 레벨에 잠이 오냐?”
“…….”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허인영의 재능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투예지를 활용할 줄 알았고 마법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력과 개성적인 주문 설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근성이 부족하다.
“일정 끝나고 영화도 보더라. 영화 보면서 콜라도 마시고 외식도 하고 아주 환장한다. 환장해. 그 저녁에 쓴 돈만 해도 5만원이 넘던데. 그 돈이면 플레이어 5명은 더 만들잖아? 나중에 플레이어들이 출석 보상으로 알아서 증식될 때라면 몰라도 초반에 플레이어 마중물이 얼마나 중요한데.”
“…….”
“로그인 로그아웃 능력은 왜 그렇게 활용하는 거야? 마법 외울 때만 쓸 게 아니라 근접용으로도 쓸 수 있다는 걸 알잖아. 죽지만 않으면 치료할 수 있는 게 34지구니 마법사로서의 약점도 거의 사라지는…….”
“……하지 마.”
이런저런 피드백을 하는 내게 인영이 문득 뭐라고 중얼거렸다.
“음? 뭐라고?”
“잘난 척, 하지 마!”
팟!
분노와 함께 세상이 일렁거린다. 녀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래! 나는 실패했어! 제길! 하지만 너라면 뭐 달랐을 거 같아!?”
“뭐가?”
“그래 그렇게 대단하다면…… 이것도 해 봐.”
말과 동시에.
깜.
빡.
세상이 암전한다.
* * *
자주 생각했다.
만약 삼국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관우 같은 존재가 되었을 텐데.
나는 장비 같은, 허저 같은, 조자룡 같은, 여포 같은 존재가 되어 천하에 위명을 떨쳤을 텐데.
다그닥. 다그닥.
덜컹. 덜컹.
“……?”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마차 안에 있었다.
[영지로 향하는 옛길에는 온갖 골칫거리들이 뱀처럼 도사리고 있다.]“……내레이션?”
황당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 덕에 나는 내가 온 세상이 게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보통 게임은 아니다.
암울한 분위기. 끔찍한 디자인. 하드코어한 난이도를 가진 로그 라이크 게임!
그리고 나는 자신의 욕망만으로 [태고의 악]을 불러오고, 심지어 책임조차지지 못한 선조의 편지에 따라 레드 후크에 불려 온 새로운 영주였다.
“분위기 죽이네…….”
튜토리얼이라 할 수 있는 전투를 끝내고 영지에 도착해 혀를 내두른다.
그래 안다. 누구나 패닉에 빠질 상황이다.
우중충한 분위기의 영지민들.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하늘. 뒤틀린 초목과 짐승들. 툭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산적과 괴물까지.
그러나 그것은 내가 너무나 바라던 것이다.
“하하.”
삼국시대에 태어나길 바란 적이 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관우 같은 존재가 되었을 텐데. 여포 같은 존재가 되었을 텐데.
전설적인 무장으로서 천하에 위명을 떨쳤을 텐데.
“이거 영지 분위기가 왜 이래? 댁이 여기 영주 맞수?”
껄렁껄렁한 표정의 용병들을 보며 웃는다.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망상을.
증명할 시간이었다.
* * *
재연은 너무나 빨리 게임 속 세상에 적응했다.
그는 맨주먹으로 껄렁거리던 용병들을 평정하고 영지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용병 중에는 그조차 쉽게 볼 수 없는 강자들도 있었다.
속칭 [영웅]이라 불리는, 특수한 배경과 재능을 가진 캐릭터들.
그러나 상관없다. 그들은 고블린 같은 용병들과 달리 목표와 야망이 있는 이들이고. 무엇보다 재연에게는 처음부터 데리고 시작하는 영웅급 캐릭터인 [기사]와 [도적]이 있었으니까.
재연은 미적미적 움직이는 영지민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농지를 복구시키고 직접 칼을 들고 나서 영지의 치안을 회복시켰다.
영지의 주인이라는 적법한 직위.
법을 어기면 아무리 무리가 커도 목을 베는 추상과 같은 위엄.
무엇보다 잠잘 시간조차 쪼개가며 영지일을 처리하는 열정.
한 달, 두 달, 세 달, 네 달.
영지는 빠르게 복구되기 시작했다.
[아니, 미친…… 로그아웃 안 해? 게임 속으로 들어왔잖아! 당연히 시도해 봐야 하는 거 아냐?]인영의 비명이 무색하게도 재연은 1년 넘게 로그아웃을 하지 않았다.
이는 태도의 차이다.
게임 속 세상을 지옥으로 보고 탈출하길 바란다면 당연히 로그아웃이라도 외치게 되겠지만…… 재연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런 순간을 기다려 왔다.
지금 마주한 세상이 지옥이 아니니 공포에 떨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당면한 과제에 온 정신을 집중할 뿐.
물론 그라고 다른 시도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상태창! 상태창! 아니 게임 속인데 이게 왜 안 돼? 내가 영주라 그런가…… 아니 이럴 거면 차라리 영웅을 시켜 주지.”
그는 물론이고 영웅들 역시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아직 [1주차]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2년, 3년.
암울하던 영지에 점차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안전이 곧 돈이 되는 야만적인 세상.
재연이 직접 나서 산적과 범죄 단체들을 쓸어버리자 레드후크 영지의 치안이 잡혔고 레드후크 영지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새롭게 몰려든 이들이 다시 사고를 쳤지만, 재연은 그 꼴을 절대 가만 두고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즈음.
“로그아웃.”
재연이 게임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리벤지 때처럼 20년이 안 걸린 이유는 그가 이 세상이 게임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지구.
그곳은 영능이 없는 세상이다. 34지구 입장에서 보면 대략 100년 전. 아직 3문명에 들어서지 못한 과거.
재연은 혼란에 빠졌다.
“어…… 어? 뭐지? 내가 왜 격투기 선수를 안 하고 있었지?”
이는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뒤바뀐 설정] 때문에 벌어진 일.
그러나 그는 금세 그것을 떨쳤다. 이제라도 하면 그만이니까.
[다운! 다운! 놀랍습니다! 37초 TKO! 그야말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로…… ]국내 MMA 단체에서 데뷔, 고작 반년 만에 8연승에 성공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너무나 쉽게 타이틀을 석권했다.
그 누구도 그를 막아서지 못했다. 동양인이라 그를 무시하던 업계 인식도,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명확할 것이라던 전문가도, 온갖 찌라시를 뿌려 대던 언론도 그는 모조리 박살내며 전승을 이어 나갔다.
“로그인.”
영웅들을 던전에 보낸다. [시점]으로 그들을 지휘하며 영웅들이 빠져 생긴 빈 치안 공백을 발로 뛰어 메운다.
“로그아웃.”
게임 공략을 찾는다. 다행히 그의 지구에도 [가장 어두운 절망]이 있었다.
경기를 뛴다. 막대한 파이트머니를 벌고 쉬는 시간에는 공부를 했다.
몸을 단련해야 할 때는 프로 선수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하게 단련하고.
육체가 쉴 때에는 3배속 강의를 틀고 끊임없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6개월 후.
재연은 의대에 합격했다.
재연이 그랬듯 허무의 공간에 갇힌 채 그의 일대기를 보고 있던 인영이 신음을 흘렸다.
상황이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재연 씨는 왜 외과학을 연습하시는 거예요? 듣기로는 의대에 합격하고도 입학하지 않으셨다고 하던데.”
돈을 받고 재연의 수술 연습을 도와주던 여의사, 카밀라(Camila)의 말에 재연은 그저 웃었다.
“필요해서요.”
게임이 진행된다.
10주차. 20주차. 30주차.
80주차. 90주차. 100주차.
시간제한은 없다.
재연이 플레이하는 게임의 난이도는 [새벽], 말하자면 [쉬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적인 꼼수도 가능했다.
바로 [인벤토리].
놀랍게도 현실의 아이템을 게임 속에 넣을 수 있었다. 모든 물건이 가능했던 건 아니라서 장작, 식량, 횃불 등 게임 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만 넣을 수 있었지만 그것만 해도 영지를 운영하는 데 엄청난 보탬이 되었다.
긴 파밍. 공략을 참고한 안정적인 플레이 끝에 결국 그는 해냈다.
단 한 명의 영웅도 죽지 않은 채 심해의 혼돈. 쉠곤을 쓰러트린 것이다.
<Game clear!>
그리고.
다그닥. 다그닥.
덜컹. 덜컹.
“……?”
마차로 돌아간다.
난이도 변경 : [새벽] -> [황혼].
“아, 이게 또 이런 식이야?”
게임의 난이도는 [새벽], [황혼], [어둠], [칠흑]으로 나뉘어 있다.
난이도별로 차이가 크긴 하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부터 큰 차이가 났고 스트레스 수치도 폭증했다. 용병의 장비, 스킬 업그레이드 비용이 증가했고 치료비용과 보급품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무엇보다 시간제한이 없던 하위 난이도와 달리 어둠부터는 100주차의 시간제한이 걸려 있는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재연은 허탈해하지 않았다.
“그나마 현실의 시간은 그대로네.”
무엇보다 [클리어 특전]이 존재했다. 그에게 [아티펙트 슬롯]이 추가된 것이다.
“내가 플레이를 못하는 데 의미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웅의 의지가 시험받고 있습니다…….] [이기적!]늘어난 스트레스 데미지로 영웅 중 하나가 동료의 손에 죽고.
늘 하던 대로 영지 밖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마차를 타자.
[클래스 습득, 기사.]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사망자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게임을 너무 잘해 벌어진 참사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재연은 웃었다.
“드디어 상태창인가!”
[미친, 미친…… ]인영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미친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