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99
열일하는 과금 기사 298화
[미친, 미친…… ]인영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미친놈인가……?]물론 인영 역시 [새벽] 난이도는 클리어 했다. 쉬움 난이도에서는 스트레스 데미지가 극히 적은 데다 온갖 업그레이드 비용이 저렴하고 적들의 능력치 또한 제한되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어차피 싸우는 건 본인이 아닌 영웅들이 아니던가?
1회차에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던전의 몬스터들 보다 영지 안에서 난장을 피우는 불량배와 호시탐탐 영지를 넘보는 산적들.
그런데 재연은 그들 모두를 완전히 틀어잡고 치안을 확립함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영웅도 죽지 않은 채 1회차를 클리어 해 버렸다!
클래스를 얻는 과정도 너무나 다르다.
역마차를 타고 어떻게든 이 지옥 같은 영지를 벗어나려다 클래스를 얻었던 그와 달리 재연은 그저 영지 일을 처리하려 이동하다 클래스를 얻었다.
인영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납득이 안 되는 플레이 방식.
[아니…… 지가 무슨 중세인이야? 어떻게 저렇게 적응할 수가 있지?]34지구는 문명이 발달한 세계다. 오히려 인영의 14지구보다도 발전되고 안정화되어 있는 문명.
그런 평화로운 세상에 살던 녀석이 어떻게 말다툼으로 칼부림이 벌어지는 야만인들을 휘어잡고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재능? 천재라서?’
그러나 재능이라면 인영 역시 결코 부족하지 않다. 당장 보이는 전투력도 그리 드라마틱하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 역시 전투예지를 지니고 있었고 클래스 [마술사]에 대한 적성은 재연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
결국 답은 하나다.
[태도…… 인가?]시련과 역경을 맞이했을 때 인영과 재연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인영은 두려움에 떨며 그것을 피하려 했지만 재연은 웃으며 거기에 달려들었다.
그 태도의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격차를 명확하게 벌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인영은 우묵한 눈으로 한때 자신의 지옥이었던 세상을 보았다.
[칠흑을 이겨 낼 수는 없어.]* * *
[새벽] 난이도를 클리어 하며 나는 내 마음속에 일종의 [방]이 생겨났음을 알았다.내면세계(內面世界).
신기하게도, 그것은 층(層)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2층인가? 이상하네. 뭔가 다른 사용법이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뭔가 아쉬웠지만 당장 쓸모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내면세계의 층계는 각각 아티팩트 슬롯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기사] 클래스를 얻으면서 생겨난 2개의 슬롯에 2개의 슬롯이 더해져 아티팩트를 4개나 장착할 수 있게 된 상황!그냥 편하게 [클리어 특전]이라고 이해하기로 했지만, 이는 게임 밸런스를 뒤흔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치트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난이도 하락 모드를 설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그아웃.”
현실의 나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세계적인 스타로 이름 높았다.
무패(無敗)의 챔피언.
상대방의 공격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리쉬한 전투 스타일에 세계외상학회에 가입할 정도로 지적인 이미지 등으로 방송, 광고 등 다방면에서 큰 수익을 벌어들였다.
“로그인.”
게임 속에서는 클래스의 획득으로 추가적인 스텟, 스킬, 특성을 획득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아티팩트 슬롯 2개에 새로 생겨난 2개의 층에 하나씩 자리한 슬롯까지 더해지자 이미 내 전투력은 게임의 영웅들이 그러했듯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버렸다.
“기묘하군요. 영주님께는 마나의 재능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기예를 흉내 낼 수 있다니…….”
중보병에서 중장보병으로 전직을 마친 바르하탄의 말대로 내게는 마나를 다룰 능력이 없었다. 스킬과 특성으로 신비를 다를 수 있음에도 자체적으로 그것을 제어할 수는 없던 것이다.
그 사실은 안타까웠지만, 납득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기야 현실에는 그런 게 없으니까.’
지구상에 그 누구도 다루는 자가 없는 힘이니 게임 캐릭터에게 한정된 힘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스킬과 특성으로 다룰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로그아웃.”
“로그인.”
현실과 게임을 오가며 끊임없이 싸운다. 직업을 얻었지만 파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한 주에 던전에 보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파티는 하나뿐인데 그렇게 성장시킬 수 있는 4명을 3명으로 줄이긴 아까웠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혼자서 던전에 들어갔다.
“그아아아아—!”
대형 구울이 포효를 터트린다. 나는 몸을 내던진다는 느낌으로 녀석의 품에 파고들었다.
콰득!
회색의 피부를 찢고 그 안의 힘줄을 끊어 낸다. 대형 구울이 발작적으로 시독(屍毒)이 듬뿍 묻어 있는 손톱을 휘둘렀지만 전투예지가 있는 한 그런 어설픈 공격에 당할 일은 없다.
솔직히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었다.
쩍! 쩍! 쩌억!
도끼로 나무를 패듯 그 두꺼운 목을 쳐 내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거대한 덩치가 쓰러지며 새까맣게 변색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제길.”
피하지 못하고 맞았다. 더러운 피에 바짓단이 흠뻑 젖는다. 피가 튀는 범위가 워낙 넓기도 했고, 전투예지는 주로 내 목숨이 위험할 때 발동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트레스 +7]“아, 견딜 만했어! 이 정도는 아냐! 기분이 나빴어도 +4점 정도지!”
항의해 보지만 이미 올라간 스트레스는 내려가지 않았다.
“로그아웃!”
현실로 돌아온다.
쏴아아…….
파도가 밀려온다. 나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썬베드 위에 늘어졌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 시체 놈들 피 너무 튀네…… 광신도 놈들은 아예 구정물을 뿌려 대고.”
기본적으로 던전은 들어온 자를 미치게 만드는 공간이다. 외계(外界)의 침식에 오염된 그곳은 공간 자체에서 정신을 몰아붙이는 광기가 흐르고 있다.
‘즉, 이동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싸우고, 그래서 얻어맞고 하면 한층 더 심하게 쌓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러나 제일 심한 건 따로 있다.
‘스트레스 스킬.’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지만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기술들이다.
시체 몬스터들의 오물&독 투척.
대형 몬스터의 포효.
인간형 몬스터의 욕설, 모욕.
광신도들의 외신 숭배, 기도문 영창 등.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 스킬들은 회피도 어렵다는 점이다. 개중 태반이 전투예지로도 어찌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다.
“아, 우리 쿠크다스 영웅들 멘탈 깨지면 안 되는데…….”
쏟아지는 햇빛 아래 쉬며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위험하다.
스트레스 수치가 50%가 넘으면 환청을 듣기 시작하고 70%가 넘으면 아예 환각까지 보인다. 잘 가라앉아 있던 트라우마가 도지거나 피해망상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 –2]“아…… 좋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은 어마어마한 사기다.
언제든지 던전에서 빠져나와 단지 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밥 먹자.”
지갑을 챙겨 식당가로 향한다.
던전 공략 때 나는 식량조차 챙길 필요가 없다. 현실에서 먹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장작이나 야영 물품도 챙길 필요가 없다. 잠은 현실에서 자기 때문이다.
‘덕분에 포션이랑 성수 같은 소모품을 왕창 챙길 수 있지.’
붕대도 챙길 필요가 없다. 부상을 입으면 현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외과 수술을 진행할 수 있고, 그걸 위한 물품들은 충분히 챙겨 다니고 있는 상황이니까.
내가 파티를 이룬 영웅들보다 명백히 약한 상황에도 솔플 공략을 할 수 있는 이유였다.
“저기요, 혹시 혼자 여행 중이에요?”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세 명의 백인 여성들이 말을 걸었다.
“아, 네. 무슨 일이죠?”
“저희끼리 밥 먹기 심심해서요. 같이 먹을래요?”
“뭐, 좋죠.”
합석한다. 여성들의 분위기는 매우 밝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
“한국.”
내 대답에 여인들이 까르르 웃었다. 분위기를 보면 성인이 아니라 소녀 같기도 하다.
“거봐. 내가 한국 사람 같다고 했잖아.”
“그 통일 한국인가 어쩌고인가지? 나도 그럴 것 같았어.”
“저기 오빠? 혹시 보디빌더예요?”
“그건 아니고 격투기 선수야.”
“오오오~! 멋지다!”
“내가 실전 근육이라고 했잖아.”
여자들의 반응을 보니 나를 모르는 것 같다.
‘나름 라이징 스타인데.’
하기야 격투기라는 스포츠를 모든 사람이 다 보는 건 아니니까.
“저기 저기 우리는 뭐 하는 사람들 같아요?”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음식이 나온다.
나는 스테이크를 썰어 먹으며 말했다.
“글쎄…… 패션모델?”
내 답변에 또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웃을 것 같은 텐션이다.
“에이~ 패션모델 하려면 훨씬 말라야 해요.”
“그래도 모델은 맞아! 피팅 모델!”
“촬영차 왔어!”
느닷없이 찾아와 떠들어 대는 녀석들이지만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매우 기껍다. 말을 나눌 상대는커녕 내 목숨을 노리는 괴물만 드글거리던 던전에 있었으니 더욱 그렇다.
[스트레스 –5]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친다. 거듭된 추가로 내가 10인분이나 먹는 모습에 그녀들이 깜짝 놀라긴 했지만 좋은 분위기로 식사가 끝난다. 그리고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여인들 사이에서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흐른다.
“음…… 뭔가 좀 섭섭하네. 한 잔 마실까?”
“술? 어디서?”
“우리 세 명이 한 방을 잡았거든. 놀러 올래?”
장난스러운 미소. 살짝 상기된 볼. 묘하게 흐트러져 있는 옷차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던전 공략을 계속한다.
홀로 던전을 진행하며, 중간중간 [시점]을 이용해 영웅들을 지휘하며 레벨을 올리고 스킬과 특성을 성장시킨다.
허기가 심해지거나,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현실로 돌아와 그것을 해소했다.
매 주차마다 파티 2개가 돌아가는 셈이니 정상적인 플레이보다 훨씬 많은 전리품을 얻을 수 있었다. 식량 등 소모품들도 현실에서 충당 가능하니 키우는 영웅 전부의 장비를 풀업하고 전직까지 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다.
[산적의 습격이다! 굶주려 광기에 가득 찬 늑대들처럼 쳐들어오는구나!]영지 이벤트로 침략이 있었다. 나는 영웅과 용병들을 이끌고 그들을 물리쳤다.
“영주님 봤어? 엄청나시더라고!”
“정말 대단하군…… 어떻게 혼자서.”
“총알을 칼로 쳐 내셨어!”
이 즈음에는 이미 내 전투력이 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레벨과 특성, 스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티팩트 효과가…… 엄청나군.’
영웅 하나가 낄 수 있는 아티팩트는 2개뿐이다. 애초에 이 게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4개를 낄 수 있다면?
개발자들이 상정하지 않은 시너지를 동작시킬 수 있다.
심지어.
[크로우…… 이일타…….]-뒤틀린 바다의 신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이것으로 세상이 평화를 되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축배를 들도록 하자. 죽음이 하루 더 유예되었으니.
-우리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가장 어두운 절망 속에서.
[황혼] 난이도의 쉠곤이 쓰러지고.<Game clear!>
난이도 변경 : [황혼] -> [어둠].
다그닥. 다그닥.
덜컹. 덜컹.
“오…… 세상에.”
다시 영지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나는 내 전투 스타일을 완성한 마스터피스를 얻게 되었다.
[학살 공작의 파이프(우주적)]공격 시 30% 확률로 무작위 대상 공격.
적 처치 시 스트레스 –2%.
생명력 75% 이상일 시 데미지 반사 50%
생명력 100% 이상일 시 데미지 반사 100%
“와 시바.”
천박한 욕설이 절로 나온다. [우주적] 등급은 난생처음 보는데 그 옵션이 나와 너무나 잘 맞는다.
심지어 [황혼] 난이도를 깨며 내면세계가 4층이 되었다.
아티팩트 슬롯이 6칸이 되었다는 뜻이다.
깡! 깡! 깡! 깡!
나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인벤토리에 있던 망치로 방패를 때려 소란을 일으킨다.
“……어떤 미친놈이 난리야?”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 왔군.”
“킥킥! 시끄러운 녀석인가. 킥!”
음침한, 절망감이 가득한 영지민들의 시선이 모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압도될 정도의 분위기이지만.
내게는 그들이 모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로 보인다.
“자자! 새 영주가 왔다! 식사 배급부터 할 거니 줄서!”
3회차, [어둠]이 시작된다.
난이도가 변경되며 드디어 100주차의 시간제한이 걸렸다. 지금까지처럼 질질 끄는 파밍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
필요 경험치가 늘어나고 마을에서 쉴 때의 스트레스 회복량이 절반으로 깎인다. 몬스터들의 전투 능력이 그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상승하고 마을 이벤트가 3배 이상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1]“아…… 세 발짝에 한 번씩 차네.”
스트레스 힐링 능력이 없다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의 기본 증가량!
때문에 운용하는 영웅 파티에는 [음유시인]이나 [무희] 등의 클래스가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다.
솔로 플레이를 하는 내게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당연히 문제 되지 않는다.
“와…… 절경이네.”
캐나다 연맹의 로키산맥을 여행하며 웅장한 대자연을 보며 감탄한다.
[스트레스 –5]“이것 참. 예전에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 했는데.”
그러나 광기로 오염된, 그것도 폐소공포증에 걸리기 딱 좋은 던전을 몇 년이고 전전하다 보니 이런 웅장한 광경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저기저기! 너도 여행 중이야?”
그때 절벽을 타고 올라온 소녀가 손을 흔들어 나를 부른다.
“그래. 무슨 용무라도 있어?”
“반가워서 그러지. 이런 데에서 사람보기 힘들잖아.”
환히 웃으며 다가온다.
“나는 수잔이야. 한국인이지?”
“그래.”
“응!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혹시 클라이밍 하러 왔어?”
“굳이 그걸 하러 온 건 아니고 길이 없으면 하기도 하지.”
우리는 절벽 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잔은 클라이밍을 위해 로키산맥에 여행 온 미국인이다. 취미가 취미인지라 상당히 단련된 근육이 인상적인 소녀.
한참 재잘재잘 떠들며 주변 풍경을 구경하던 수잔이 묻는다.
“나 진짜 맛있는 고기 있는데…… 오늘 캠핑 같이할래?”
“나야 좋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텐트는 하나만 쳤다.
[스트레스 –15]* * *
“……이게 뭐야?”
재연이 그랬듯 강제로 붙잡혀 10년도 넘는 플레이를 강제로 시청하고 있던 인영이 신음했다.
“아니, 이 자식.”
그는 자신은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을 연속해 맞이하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 못해 의구심까지 드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게임이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