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36
열일하는 과금 기사 335화
[알 수 없는 공격!] [암흑성의 보호막이 파괴되었습니다!]마침내 호루쿨이 황제성의 영역에 들어선다.
“좋아.”
호흡을 고르고 차원을 붙잡아.
쿠앙!
단숨에 암흑성으로 이동한다. 굳이 극광(克光)을 사용하지 않아도 가히 찰나에 가능한 일.
호루쿨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콰릉!
번뜩이는 빛과 함께 벼락이 크게 확장된 올림포스의 영역 한 군데를 내려찍는다.
‘짐작했지만…… 강하군.’
단순한 벼락이지만 천급에 도달한 내 뇌전 속성력으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격이 느껴졌다.
초월 그 이상의 영역. 그러니까 권능에 도달한 속성력!
팟!
그러나 이번에도 공격은 호루쿨에게 닿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아니, 검강 때도 그렇고……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시간이 3대 속성이라지만.”
기막혀하는 나만큼 호루쿨도 당황하고 있다.
[이게 무슨…… 여긴 뭐지? 땅 자체에 권능이 깃들어 있다니. 무엇보다 저 태양…….]호루쿨의 시선이 암흑성 위에 떠 영역 전체를 빈틈없이 비추고 있는 태양을 보았다.
‘다행히 잘 먹혔군.’
그렇게 생각하며 검강을 내 뻗는다.
팟!
사라진다. 심검을 휘두른다.
팟!
또 사라진다. 검강이나 심검이 공간을 베고 시간 간섭도 관통해 버린다는 걸 생각하면 납득할 수 없는 결과.
그런데 그때였다.
[큭!?]땅을 박찼던 호루쿨이 화살 맞은 새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녀석의 오른팔에 여의보검이 박혀 있다.
‘에레보스! 잠깐. 심검도 막는데 이기어검은 못 막는다?’
순간 떠오르는 바가 있어 검강이나 심검을 날리는 대신 마검 히페리온을 들고 돌진한다.
[이게 무슨, 검령? 어떻게 검 따위가 이런 힘…… 읏!]팟!
호루쿨의 모습이 흔들린다. 지금까지처럼 사라져 버리려는 모습이었지만.
고오오…….
하늘에서 불타는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 빛 아래에서 [시간 정지]는 [시간 가속] 정도로 격하된다.
물론 여전히 황제 클래스인 그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퍽!
[끅!]광속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내 앞에서는 굼벵이에 불과하다.
“잡았다.”
호루쿨의 목을 부여잡고 그대로 무릎 꿇린다.
녀석이 그 긴 팔다리를 휘둘러 저항했지만 막대한 스텟 차이 앞에서 그 발악은 그저 어린아이의 저항에 불과하다.
우웅! 팡!
녀석이 내 몸에 기운을 쏘아 내자 주변 배경이 잠시 느려졌다가 빨라졌다가를 반복했지만, 그저 조금의 이질감을 느꼈을 뿐 모두 저항한다.
아무리 권능급 시간 제어 능력이라 해도 만물에 저항하는 극의지체에 무진장의 내공을 가진 내게 간섭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공간]조차 잡는 게 가능한 근력은, [시간]조차도 떨쳐 낼 수 있었다.
뻐억!
왼손을 들어 후려치자 호루쿨의 얼굴이 엉망으로 내려앉는다.
뿌득! 콰득!
왼팔부터 시작해 차분히 사지를 부순다.
아무리 황제 클래스의 초월자라고 해도 내 손에 잡힌 이상 채집판 위의 벌레에 불과하다.
[하, 하하, 진짜 괴물이군. 고작 인간 따위가 이런 힘이라니…….]허탈해하는 호루쿨의 목줄을 잡고 묻는다.
“너희 뭐냐? 어떤 이유로 이 세계에 쳐들어오는 거지?”
[이유라…… 그런 게 필요한가? 우리 세계는 이미 정복이 끝나 정체기에 들어갔으니 새로운 길을 찾았을 뿐이지.]“그런 것치고는 서로 의견 조율을 아주 잘하는 것 같던데.”
내 말에 호루쿨의 몸이 다시 퍼덕거렸지만 강하게 억누른다. 가능하면 이대로 붙잡아 리젠도 방지하고 심문도 하고 싶은 상황.
그러나 그 순간 호루쿨이 말했다.
[권능이 깃든 땅…… 그래. 일단 여기는 피해야겠군. 다음에 보지.]퍼벅! 콰득! 콰릉!
동시에 호루쿨의 목이 끊어지고 녀석의 등판에 커다란 검상이 생기며 녹색의 체액이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온 몸을 후려친 벼락은 그 육신을 새까맣게 태운다.
놀라서 살펴보니, 녀석의 몸에 난 상처들이 너무나 익숙했다.
[축하합니다! 한 길드가 시간 포식자. 호루쿨(황제)을 해치웠습니다!] [최고 기여도. 한재연.]비처럼 쏟아지는, 그 와중 암흑령 히페리온이 아닌 마검 히페리온을 챙긴 덕에 전설 아이템이 한가득인 아이템 사이에서 깨닫는다.
“내 공격을…… 뒤로 미뤘군.”
심검이나 검강을 완전히 무시한 게 아니라 그저 뒤로 미뤘다. 결국은 공격을 받아 내야 하지만…… 공격 받을 타이밍을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얼마나 미룰 수 있는 거지? 심검이나 검강은 시간과 공간에 간섭할 수 있으니 오래 미뤄 둘 수는 없을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녀석의 시체를 챙겨 뛴다.
천도복숭아 나무뿌리에 호루쿨의 시체를 던진다.
구우우…….
기다렸다는 듯 뿌리를 뻗어 시체를 집어삼킨 복숭아나무가 은은하게 진동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그랜드 게이트로 돌아온다.
콰광!
퍽!
쩌엉!
그랜드 게이트의 전투도 마무리. 폭음과 함께 마지막 몬스터 무리가 무너져 내린다. 호루쿨과 함께 넘어온 몬스터 중 초월급은 고작 2~3마리에 불과했기에 열이 넘는 초월자들의 공격을 버텨 내지 못했다.
“괜찮아?”
“폐하! 괜찮으십니까?”
헤이즈와 스틸스톤이 달려온다. 나는 손을 들어 그들을 안심시켰다.
“죽여서 비료로 줬다. 너희는 어때?”
“여기도 잘 정리되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튼튼하긴 했지만 시간을 두고 공격하니 어려울 건 없더군요.”
워커맨드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찬다.
“과하게 튼튼해서 황제급을 위해 준비한 궁극 주문을 여기서 다 써 버렸어. 설마 중급 초월자가 대뜸 도주할 줄이야.”
슬쩍 뒤를 보니 멧을 비롯한 몇몇 드래곤들이 그랜드 게이트에 붙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때?”
“……좌표가 닫혀 있다. 정확히는 아예 삭제되었군. 역추적은 불가능해.”
나는 당연히 신대륙에 진입을 시도했었다. 원래 그랜드 게이트 자체가 그 용도 아니던가? 몰려오는 몬스터를 처리하고 신대륙으로 진출하는.
그러나 전에도 그랬지만 들어갈 수가 없다.
“이유는?”
“작위적인 결과야. 공간을 다룬다는 황제 클래스. 혹은 그와 같은 계열의 힘을 가진 녀석이 한 짓이겠지.”
“일방적으로 치겠다는 건가.”
리벤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기야 그랜드 게이트에 황제 클래스 몬스터가 난입해 자살 특공을 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
만약 이게 게임이었으면 아무리 멋대로 운영하는 네메시스 소프트라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니면 이야기가 다르지.’
아르데니아의 플레이어들이 치명타 버그를 이용하고 게임에서는 쓰레기여야 할 멧돼지 뒷다리를 식량으로 쓰는 것과 같다.
게임의 형식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은 현실.
마치 플레이어가 그러하듯 몬스터들 역시 시스템을 자기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모양이다.
“방도를 찾아볼래? 완전히 길을 열 필요는 없어. 한 번만 뚫고 들어가면 그만이야.”
“그건…… 좀 고민해 볼게.”
멧을 포함한 드래곤들은 하나같이 대마법사다. 물론 대마법사라 해도 공간에 특화된 황제 클래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틈 정도는 찾아볼 수 있으리라.
도시로 돌아왔지만 일이 끝이 아니다.
“아버지. 피해 보고입니다.”
“……그래. 보고해라.”
지성의 보고를 받으며 생각한다.
‘성을 빨리 늘려야겠어.’
이번 전투만 해도 피해가 엄청났다. 성이 파괴되며 들어간 다이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보고된 인명 피해만 해도 이천이 넘고 재산 피해는 추정이 안 되는 수준.
우주적 존재인 황제 클래스의 난장 치고는 적은 피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녀석의 주목적이 학살이 아니었다는 게 중요해. 그럼에도 이 피해가 난 거다.’
게다가 난데없이 발생한, 그것도 성 한가운데에서 발생한 수천 명의 사상자.
아무리 늘 전시라 가정하고 있는 인류제국이라 해도 분위기가 흉흉해지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피해다.
“피해자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충분히 보상해.”
“네, 아버지.”
정중히 예를 취하고 집무실에서 나간다.
나는 자리에 앉아 녀석의 뒷모습을 보았다.
‘경지가 올랐군. 벌써 6클래스인가.’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다지 빠른 성장도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대기를 품고 있는 녀석이 무인이 되었다면 두 단계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테니까.
그러나 굳이 거기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래. 절대 고수가 되면 또 뭐하나? 괜히 초월자가 되어서 황제급 몬스터와의 전투에 끼겠다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
인류제국은 나라는 초인 하나 위에 얹혀 있는 세력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계속 관리할 수는 없다. 오히려 녀석은 차기 황제, 혹은 재상으로 제국을 다스리는 게 내게도 더 도움 되는 일이겠지.
말이 좋아 황제지 나는 따로 돈이나 벌고 제국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이상적이리라.
“그러고 보니 돈…… 아, 급하게 벌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이미지 버리고 그로테스크 임무를 맡아야 하나…….”
중얼거리다 말을 멈춘다.
사실 돈을 세탁할 방법은 더 있다.
“로그아웃.”
그그그극!
끼기기긱!
고통에 이를 악물며 살점을 긁어낸다. 칼이나 외부 장비로 긁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육신을 제어해 뽑아내고 있음에도 거대한 용골이 뒤틀리는 것 같은 굉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하. 상황이 복잡해질 걸 알아도 그냥 잠자리를 하고 싶을 정도로 비효율적이군…….”
초월인자를 생산한다.
고통스러운 그 과정이 벌써 10시간을 훌쩍 넘겼다.
어디 그뿐인가?
초월인자는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인벤토리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아르데니아에서 인자를 생산하면 아르데니아에서 써야 하고 현실에서 만들면 현실에서 써야 한다는 말이다.
우드득!
그래도 이를 악물고 생산을 마치자 거실 한편에 가득하던 피와 살점이 한 점으로 뭉쳐 아이 주먹보다 살짝 작은 살덩어리가 된다.
“후아…….”
손에 들린 초월인자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본다.
‘체력을 더 올리면 생산이 쉬워지려나?’
이거 하나 만들 때마다 체중이 75킬로그램이나 줄어든다. 그중 근육이 30킬로그램이나 되니 재활 운동도 필수.
내가 2미터 10센티의 신장에 280킬로그램의 체중을 가진 나조차 견디기 힘든 소모다.
“하지만 그만한 값을 하겠지.”
창고에서 단 한 알만 먹어도 일주일은 식사할 필요가 없다는 생체력 수련자 전용 영양제, 포만-EX를 꺼내 입 안에 때려 넣고 넥타르-EX를 물처럼 마신다.
현대의 과학 기술이 집약된 이 양산 영약들의 효율은 실로 엄청나 수천수만인 분의 음식을 먹어야 충당되는 칼로리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다.
상황을 정리한다.
“리전한테 돈을 안기고 그다음 임무를 받자. 그리고 하급 영약…… 아니, 중급 영약까지 돈으로 산 다음 그걸로 초월인자를 만들어야겠지.”
초월인자는 강철계에 판매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미 배사랑, 강보람, 알렉스 등의 예시가 있으니 초월급 이상의 영약으로 인정해 주겠지.
가격이 시원찮으면 드래고니아에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연이 있으니 선을 연결하는 것쯤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아, 그러고 보니 엘로힘도 있지.”
우주적 네임드, 정단사자 저팔계를 때려잡으며 엘로힘에 받아야 할 빚이 생겼다.
상대를 후려 패고 피도 뽑고 이용할 만큼 다 이용한 다음 원한이 아니라 빚이 생기는 게 말이 되냐 싶겠지만 그토록 불합리한 존재가 바로 선인이 아니던가?
힘이 없다면 규칙과 사명을 넘나드는 선인 놈들 때문에 죽어라 고생하게 되겠지만 나처럼 그냥 정면에서 싸워 이길 수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엘로힘에도 초월의 벽에 막힌 애들이 있을 테니 거기에도 팔고.”
중얼거리며 텔레포트 게이트에 올라선다. 일단 리전에 접촉해 임무 비용에 대한 협의를 해 볼 생각이다.
“아, 비서 하나 둘까. 어둑서니 그 양반 있을 때가 좋았는데…….”
투덜거리며 텔레포트를 작동시키는 순간이었다.
[Big event 발생.]“뭐야?”
오랜만에 운명 선택이 운다.
또 [그녀]가 움직이는가 싶어 바라보는데 왠지 평소와 느낌이 다르다.
“……잔잔하군.”
나는 이벤트에 저항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그것에 순응했다.
다만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 제발.”
뭐가 자꾸 벌어진다.
아주 매일 매일이 이벤트다.
“돈부터 벌자,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