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35
열일하는 과금 기사 334화
“네메시스에서 발생?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묻는다.
“나도 리전을 좀 고용할 수 있을까?”
내 말에 사랑의 얼굴이 기울어진다.
“고용? 웬 고용? 무슨 일로?”
“그건.”
잠시 말을 멈췄다 말한다.
“이제 고민해 봐야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황당해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전에게 받았던 임무 내용에 대해 생각했다.
[최상급 임무. 긴급. 임무 보수 1500만 게럴트]해시 태그 : 구출.
상세 설명 : 멸망한 행성. 몬스터 사이에 고립된 동족들을 구출. 몬스터를 처리하면 자체 탈출 가능.
총 6개의 포인트.
임무 자체는 나쁘지 않다. 몬스터를 처리하면 그만인 일이고 위치도 은하철도 동선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너무 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선만으로 열흘은 걸릴 것 같은 일에 3,500억도 아니고 350억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명색에 중급 초월자가 아닌가?
그로테스크에서 전체 임무도 아니고, 건당 3,000억을 제시한 걸 생각하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만약…… 그들이 돈이 없어 그런 거라면.
‘이거…… 세탁 가능한가?’
말이 안 되는 생각 같지만 실제로 이미 벌어진 일이다. 리전이 가진 돈이 사랑에게 받은 것이라면 내가 그 돈을 받아서 과금을 한 것 역시 사실이니까.
생각해 보면 네메시스가 벌고 쓰는 돈이 어마어마한 지금, 단지 거기를 거쳐 갔다는 이유만으로 과금에 문제가 생길 리 없다.
돈이라는 건 원래 돌고 도는 게 아니던가?
“사랑아. 너처럼 기술을…… 아니다. 리전에게 시킨 일이 뭐가 있지?”
“흠. 일단은 기가스를 만들지. 아이언 하트는 만들지 못해 메탈 하트인가를 끼고 있다지만…… 아! 그래 스마트 펫 같은 것도 만들어.”
“공장을 운영한다고?”
잘못하면 군수 공장으로 활용되는 위험한 장소.
그러나 사랑은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이민을 안 받아줬으면 모르겠지만 받아들였으면 당연히 공장부터 만들지. 기계 생명체 리전에게 공장은 병원이자 약국이고 식당이자 놀이터인 걸.”
하긴 기계 생명체 리전의 몸이 바로 기계이니 그걸 만들고 수리하고 개조할 수 있는 공장은 그들에게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기가스에 스마트 펫…… 아니, 근데 녀석들이 스마트 펫을 왜 만들어?”
“자기들 몸 만드는 과정하고 기술적으로 많이 겹치잖아. 넌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떻게?”
황당해 하자 사랑이 영상 하나를 틀어 준다.
[너를 만난 지금~ 기분은 하늘로 업업! 심장은 빠르게 두근두근!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 이건 사랑이 아니야~~ 우리의 시작일 뿐이지~~]무대에서 열창하는 치즈색 뚱냥이 뒤에 덩실덩실 깡충깡충 빙그르르 춤을 추는 다수의 고양이들이 보인다.
굳이 말하자면 백댄서.
어이없는 말이지만 생각보다 실력이 대단해서, 관심 없는 사람의 시선조차 잡아 챌 정도다.
“……이게 리전들 작품이라고?”
“굳이 말하자면 리전 본인들이야. 아, 본인이라는 표현이 맞나?”
“리전들이 직접 무대를 뛴다고?”
기가 막혀 입이 벌어진다. 한때 그로테스크, 우주 해적 바사라와 더불어 연합의 삼대 주적으로 꼽히던.
4문명의 극한에 이른 과학 기술을 가진 캔딜러족의 장비조차 해킹이 가능한 기계 생명체.
존재를 깨달음과 동시에 온 우주와 소통하는 불멸의 군단인.
리전(Legion)이…… 아이돌 무대를?
“무대만 뛰는 게 아니지.”
그렇게 말하며 기사 하나를 띄워 준다.
[네임드급 리전. 갤럭시 ‘글쟁이’ 작가와 결혼?]강대한 네임드 리전으로 연합에 수배까지 되었던 네임드급 리전 갤럭시가 지난 달 22일 결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원자로 시작된 그들의 연은…… 오랜 만남 이후…… 조용히 결혼식을…… 현재는 [요정궁전]에서 신혼을 보내고 있다.
절로 입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기존 상식과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리전이 사랑을 하나? 감정이라곤 증오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물론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기가스가 있다고 들었지만, 학습에 따른 흉내 내기라는 게 정설이다.
극도로 드물게 인간과 연을 맺은 리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세력전을 위해 투입한 스파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꼭 그렇지도 않아. 네임드급 정도 되면 어느 정도 극복한 가능한 문제고…… 그들도 새로운 길을 찾았거든.”
“새로운 길?”
“그래. 나도 전문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문화, 예술 등의 업을 흡수하게 되면…… 리전도 인간성이라는 걸 가질 수 있다고 해. 그거 때문에 여기 와서도 영화나 소설 같은 거 엄청 가져가고, 예술가들 후원도 하고 그런다던데.”
“…….”
나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후원자에게 후원을 받아왔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야 받으나 마나한 돈이지만 편의점 알바로 뛰던 시절에는 기쁨과 감동을 주던 후원.
받으면서도 이걸 왜 주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체 뭔데? 어떤 걸 사려고?”
“일단 기가스를 좀 사지. 그리고…… 인간형 펫. 아니, 이게 아니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를 좀 사야겠다.”
“진짜 리전을 고용하려고?”
“아니, 이 경우는 아냐. 스마트 펫인 체다에 하모니가 깃든 것처럼 새로운 걸 해 보려고.”
에드워드의 경우 백호에 빙의해 잘 적응하고 있지만 본신이 인간인만큼 당연히 인간 베이스의 신체가 적응에도, 활용에도 편리할 것이다.
기가스는…….
‘뭐, 쓸데가 딱히 없지만 비싸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 비싼 가격 자체가 바로 용무.
그렇게 리전의 자본력을 올린 다음 임무 비용을 올려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짐작일 뿐이니 리전과 연락해서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겠지만.’
나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설명 고마워. 요새 걱정이 좀 있었는데 도움이 되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야. 아, 그러면 혹시 외부 임무 또 나가?”
“한동안은 지구에 있으려고.”
적당히 인사를 한 뒤 드래곤 타워로 돌아온다.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봐야 한다. 내 돈을 남에게 넘겼다가 다시 되돌려 받는 것이 과금력이 되는지. 만약 된다면 얼마나 되고, 아니라면 과금력으로 인정받는 정확한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노동]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야겠다.
“에드워드, 소득은?”
[신대륙이 경험치가 좋습니다. 현재 74레벨이고 영웅 무기 하나 획득했습니다.]신대륙의 킬리언스는 별다른 방해 없이 자유롭게 사냥하고 있다.
내가 직접 [파밍] 한 아이템은 거래하거나 구매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과금력으로 아르데니아에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사냥을 계속 돌려야 한다.
‘다만 요새는 파밍 속도가 너무 아쉽다. 구황인가 뭔가가 생기면 바로 얻어야 해.’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아, 레드후크 영지도 종종 들러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요새 바빠서 자꾸 미루게 된다.
내 내면세계와 게임 속 세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초월자들 덕에 연락도 잘되는 편이고 복숭아나무는 헌드레드가 관리 중이니 괜찮을 것이다.
“좋아,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10분 뒤 불타는 사막에 그랜드 게이트가 열릴 예정입니다.]“……왔군.”
즉시 움직인다. 이미 대응 체계는 완성된 상황. 내가 굳이 명령 내리지 않아도 공지를 확인한 인류제국이 알아서 대피와 방어 준비를 진행할 것이다.
쾅!
공간을 넘어 불타는 사막 필드로 이동한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사막.
도착과 동시에 내면세계에 신호를 보낸다.
파파팟!
내면세계에 있던 다수의 초월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멧, 워커맨드 등의 외부 인원과 에드워드, 하모니, 남궁일검, 스틸스톤, 헤이즈까지 10명도 넘는 인원이다.
“……황제 클래스의 적인가.”
“후. 긴장되는군.”
“우리 편에도 황제가 있으니 뭐.”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던 만큼 완전무장한 초월자들이 전투 태세를 취한다.
솔직히 그들을 불러내고 싶지 않았다.
황제 클래스의 적.
초월자인 만큼 그들 스스로 아주 강력한 존재지만, 적이 적이니만큼 상황이 조금만 잘못 풀려도 죽을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들이 어차피 이길 싸움에서 죽는 건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한 이들.
그저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꽁꽁 싸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쉽게 죽을 일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장비빨이긴 해도 우주 천마 하나를 잡은 적도 있으니까.”
“한 차원 이상의 적…… 후후. 가슴이 떨리는군.”
“이번에는…….”
멧을 비롯한 용종들이 전의를 다진다.
“제 생존력 아시지 않습니까? 장비도 방어용으로 맞춰왔습니다. 폐하.”
“너무 혼자 싸울 생각하지 마. 기껏 수련해 초월했더니.”
“후우…… 좋아. 준비 끝.”
스틸스톤과 헤이즈, 에드워드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랜드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다.
“……다들 조심해.”
그저 그렇게 말하고 그랜드 게이트 앞에 선다. 걱정은 되지만 그들의 존재가 도움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황제 클래스라 해도 초월자를 장난치듯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격에 죽이는 건 심검 사용자 같은 극단적인 트리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그들조차 그런 공격을 날리면 반드시 빈틈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고오오오—!
마침내 게이트가 열리고 언제나 그랬듯 게이트 너머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다만 그들의 공격 태세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척. 척. 척.
수천수만의 몬스터 부대가 일사불란하게 전진한다. 그들의 몸에 통일성 있는 오색의 갑주가 씌워져 있다.
“이거, 뭔가.”
다른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랜만에 전투 예지가 작동한다. 다만 대응할 수 없다. 전투 예지의 작동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몸을 후려쳤기 때문이다.
쩌엉!
상체가 크게 휘청인다. 동시에 반대쪽으로 커다란 괴물이 날아간다.
콰광!
[끅? 미친! 내구력이 무슨……!]호리호리한 체격에 3미터 정도의 신장의 괴물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난다.
명백하게 인간이 아닌 그것의 정체는 당연히 알고 있다.
시간 포식자.
“호루클!”
[……설마 내 이름도 알다니.]호루클이 인상을 찡그린다. ‘호루클이라는 진명을 들으면 자체 시간이 멈춰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약점은 당연하다는 듯 작동하지 않는다.
‘상관없어. 죽이면 그만이다.’
살의를 일으킨다. 그래. 다 상관없다.
시조가 그랬듯 단숨에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 고유식.
즉살식(卽殺式).
악심(惡心).
전력을 다한 심검이 쏘아진다.
[오. 이게 그 공격이군.]“뭐?”
경악해 눈을 치켜뜬다.
‘아무리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모든 권능기를 통틀어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심검이 아예 안 통한다고?
[시조 그 괴물 녀석을 단숨에 죽이고 공간도 어느 정도 무시한다더니…… 시간마저 억압하는군. 그래, 인정하지. 이길 수가 없는 괴물이야.]나직히 중얼거리는 녀석이 뒤로 물러나자 괴물들이 튀어나온다.
“키에에엑!”
“그워워어어어!”
갑주를 걸친 괴물들이 진격을 시작한다.
“막아!”
고함을 지른 후 땅을 박차려는 순간이었다.
팟!
호루쿨의 모습이 사라진다.
“이런……?”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냥 사라져 버린 상황.
그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공격!] [가시나무 성의 보호막이 파괴되었습니다!]경고 메시지가 뜨고.
[알 수 없는 공격!] [가시나무 성이?@#!?@#? 파괴!?@#!] [경보-! 경보-! 길드 타워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길드 타워가 손상되었습니다!] [가시나무 성……!@?# 공성……!?]“큭.”
내면세계에 충격이 들어온다. 그리 크지는 않았다. 화점이 파괴되었을 때와 달리 견딜 만한 수준의 타격!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점이다.
[알 수 없는 공격!] [검은쥐 성의 보호막이 파괴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공격!] [검은쥐 성이?@#!?@#? 파괴!?@#!] [알 수 없는 공격!] [알 수 없는 공격!]“이런.”
타격은 견딜 만하다. 착점의 파괴는 지금의 내게 그리 큰 타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막을 수가 없다!
쾅!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초월적인 감지력과 빛에 준하는 이동 속도로 호루쿨을 찾아낸다.
팟!
그러나 그 순간 또 사라진다.
[알 수 없는 공격!] [세계수의 성의 보호막이 파괴되었습니다!]경고 메시지가 뜬다.
“……안 돼.”
[세계수의 성이?@#!?@#? 파괴!?@#!] [경보-! 경보-! 길드 타워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길드 타워가 손상되었습니다!] [세계수의 성……!@?# 공성……!?]“크…… 윽?”
내면세계가 뒤흔들린다.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끔찍할 정도의 상실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몸의 피부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콰드드득득!
천문(天門)급 요소. 나무(木)가 폭주하자 피부에서 자라난 거목이 미친 듯 사방을 뒤집어엎기 시작한다.
내가 아무도 없는 필드에 있었기 망정이지 도시 안이었으면 수천도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세계수의 성(신화)를 긴급 수리(10,000다이아)하시겠습니까?] [YES]급하게 성을 수리한 후 땅을 박찬다.
“이런 제길……!”
절로 이가 갈린다. 이렇게 될까 봐 단번에 처리하려 했는데 심검이 통하지 않다니.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공격!] [암흑성의 보호막이 파괴되었습니다!]마침내 호루쿨이 황제성의 영역에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