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26
26.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일산호수공원 가요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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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가 되자, 펜션 앞 잔디밭에 각 팀들이 모였다.
바로 중간 점검 무대 때문.
간단한 게임을 통해 순서가 정해지자 첫 번째 팀, ‘댄스사운드’가 중앙에 섰다.
“edm. 좋아하십니까?”
선글라스를 낀 박수완이 물었다.
‘네, 좋아해요!’, ‘진행 그만하고 빨리 노래나 불러라!’ 라는 둥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박수완이 제작진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like ice cream. 시작합니다. 비트 주세요!”
-♪ ─ ♩
시작은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사운드캣이 입을 열자.
“어쩜 그리 차가워, 다가가면 얼 것 같아♩ 이건 마치 like ice cream, 언젠간 녹아내릴까♩”
세련된 멜로딕 하우스의 느낌이 났다.
가사는 대략 함께 춤추고 싶은 상대방의 차가운 반응을 아이스크림에 빗대어 표현한 내용이었다.
가사도, 드랍되는 훅의 구성도 좋았다.
아까 자신있게 손 들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트랙을 다 만든 게 아닌지, 몇몇 구간은 조금 비어보였다.
또 파트너인 박수완의 연습량이 충분하지 않아 박자나 가사에서 실수가 계속 발생했다.
그래도 둘은 꿋꿋하게 무대를 마쳤고.
“호우! 최고다, 댄스사운드!”
“라이크 아이스크림!”
우리는 저마다 격렬한 호응을 해주었다.
완전히 심취한 채 노래를 부르던 사운드캣은 다시 수줍은 모드로 돌아와 인사를 했다.
박수완이 후우, 숨을 고르며 제작진에게서 MC용 마이크를 다시 받았다.
“저희 무대, 괜찮았습니까?”
“네!”
예능 게스트들 아니랄까봐, 다들 반응은 빠지지 않고 해주었다.
물론 나도.
박수완은 이어 다른 팀들도 차례대로 호명했다.
홍상윤, 나비다, 디펑크.
앞의 둘은 포크록과 발라드 무대를 선보였고, 디펑크는.
“I don’t wanna go home now, 아직 새벽빛이 밝아♪”
‘wanna stay’라는 제목의 힙합 풍 일렉곡을 불렀다.
그가 속한 그룹 ‘스파크’의 스타일과도 비슷해보이는 노래였는데, 역시 디펑크라고 해야할지.
노래 자체에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거의 없어 보였다.
멜로디도 잘 빠졌고, 너무 힙하지 않도록 중독성 있는 훅도 넣었다.
게다가 랩에 강점을 보이는 이경태에게 랩 파트를 분배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려 한 듯했다.
‘팬덤도 팬덤이지만. 프로듀싱 능력 자체로도 경계할 만해.’
괜히 천재 아이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역시 이쪽도 아직 미완성인 듯.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짧게만 부르고 끝이 났다.
박수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이야, HD 팀은 그냥 노래가 HD인데요? 잘 들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아직 완성을 못 해서 그렇지, 노래만 놓고 보면 모두 너무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확실히 챌린저스 파워를 빼놓고 봐도 좋은 곡 밖에 없었다.
박수완은 HD 팀에게 어쩌다 이런 곡이 나왔는지 등을 묻다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이제 마지막 팀이죠. ‘영하 15도’ 팀의 겟업. 이 팀도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들어보겠습니다.”
나랑 남영진은 일어나 중앙으로 갔다.
제작진에게서 마이크를 받자 인스트가 재생됐다.
♬♩
“어제 뽑은 차를 타고 유유자적 노래를 해♩ 원하는 건 다 하면 돼, 내 멋대로니까♪······.”
남영진의 깔끔한 발성으로 시작한 노래는.
“다 같이 get up get get up♬ 일어나 소리쳐♩ get up get get up 멈추지 말아♪”
끝날 때까지 안정적인 톤을 유지했다.
그건 다소 높은 톤의 후킹 포인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둘 다 별다른 흐트러짐 없이 곡을 소화한 것.
물론 자잘한 실수야 있었지만, 그거야 직접 만든 당사자인 내 생각이고.
아마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미미한 실수였다.
“······So get up, get up, get up.”
마지막으로 내가 부르고서 곡이 끝났다.
나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끝입니다.”
그러고 박수완을 보는데.
“······와! 숨 쉬는 것도 잊고 있었네. 아니, 이거 중간 점검이 아니라 진짜 무대 아니에요?”
그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남영진의 콧대가 높아졌다.
“무슨 소리예요, 아직 절반도 안 보여준 건데. 본공연 날에는 끝장날 걸요?”
절반이라기엔 80까지는 온 것 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해줬으니 이 정도 허세는 넘어가 줘야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남영진에게 멘트를 맡기는데, 홍상윤이 불쑥 물었다.
“김도하 씨. 정말로 신인 맞아요?”
“네, 맞습니다.”
“소속사 아직 없죠? 우리 소속사 올래요?”
뭔 소리인가 싶어 보자 디펑크가 끼어든다.
“TX 오세요, 여기 밥 맛있어요.”
“제가 먹어봤는데 그냥 그렇습디다. 오히려 시안 블루가 식사는 잘 나와요.”
“식사는? 다른 건 별로라는 말씀이신가요?”
“어허. 또 이러시네.”
디펑크와 홍상윤이 주거니 받거니 하자, 박수완이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다들 탐난다는 거죠. 그런데 노래 들으니까 이해가 가네요. 지금 보면 ‘영하 15도’ 팀이 유일하게 노래를 완성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이제 녹음이랑 후처리만 하면 되니까 그런 셈이죠.”
“햐. 그런데 심지어 노래도 너무 좋고. 저는 춤도 너무 기대돼요. 겟업, 겟업하는 부분에서 관객석 난리날 것 같은데요?”
맞다. 안무도 짜야하지.
레코딩이 완료되면 제작진 측에서 안무가를 붙여준다고 하니 별 걱정은 되지 않지만.
춤을 춰본 적이 별로 없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잘 봤습니다. 벌써부터 치열하네요. 과연 공연 때는 어떤 팀이 1위를 하게 될지, 예상도 안 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1위는 공연날 팀끼리 자체적으로 뽑는 순위로, 멤버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의도였다.
어차피 음원차트에서는 대부분 상위권으로 올라가게 될 테니 별 의미는 없었지만.
서로 의지를 불태우는 눈빛을 보니 동기부여라는 역할은 확실히 하는 것 같았다.
이후로 본공연 때 순서를 정하는 미니게임이 진행되고.
“저희는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우리 팀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됐다.
사실 나비다와 홍상윤이 앞으로 가야했기에, 나머지 팀의 순서는 어떻게 되든 고만고만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중간 점검이 무사히 끝나고.
우리는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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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안무, 동선 연습, 무대 연출 등.
2주 동안 수시로 남영진, 제작진과 만나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어느덧 26일 아침이 밝았다.
“생각보다 크네.”
가요제 장소로 정해진 일산호수공원 광장에는 벌써부터 의자들이 빽빽히 들어선 채였다.
한창 무대에 조명을 설치하는 스태프들을 보고 있자니 남영진이 말했다.
“어째 갈수록 규모가 더 커지는 것 같다니까.”
남영진은 평소랑 달리 꽤 멋을 부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고, 제작진 측에서 당일은 파트너와 함께 움직이며 코드도 맞추라고 일러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아야 했다.
“그만큼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소리니까 잘 된 거죠.”
“그거야 그렇지만, 우리는 점점 부담스러워진다고.”
남영진이 투덜대듯 말했다.
하긴, 가수도 아닌데 노래하는 무대에 서야 한다면 부담될 수도.
곧 다른 팀들도 속속 도착했고, 모두 모이자 여느 때처럼 오프닝을 찍었다.
이따가 있을 리허설을 준비하라는 말에 나는 남영진과 대기실로 갔다.
그때 휴대폰에 알림이 와서 보니.
[BTRS 최동주 : 오늘이 공연날인거 맞죠? ㅎㅎㅎ도하 씨가 1등하겠네요.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참고로 방송 잘 보고 있어요. 도하 씨 완전 웃기게 나옴요ㅋㅋㅋㅋ] [박제윤 : 야 잘해라ㅋㅋ나중에 음원 뜨면 스밍 돌림] [하나연 : (응원하는 기본 이모티콘) 힘내세요!!!]어떻게 알았는지 지인들한테서 토크토크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뭐, 이미 가요제 첫방이 2주 전에 시작했으니.
모르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피식 웃고서 다시 휴대폰을 잠그려는데.
의외의 메시지가 보였다.
오늘 이걸 묻는다는 건, 보고 있다는 소리겠지?
방송.
나는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
[아마도 열흘 정도 후에?]그리고 화면을 나가려는데 순식간에 1이 없어졌다.
[누나 : 그래. 결과야 어쨌든 후회 안 남도록 열심히 해봐.]오, 이런 말을 해주다니?
싶었건만, 역시나.
[어쩌면 마지막 연예계 활동이 될 수도 있잖아.]걱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 참 이상하게 하네.
나는 답장하지 않고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한 번 최선을 다해 봐요. 여기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가요제 순위는 물론 음원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남영진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가 진짜 수완이는 이긴다. 맨날 나한테만 뭐라 하고, 어?”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지만, 캐릭터 컨셉이 원래 그러니까 뭐.
아무튼 의욕이 충만해 보이니 다행이었다.
그 뒤 연습을 하다 팀별로 리허설을 비롯한 음향, 동선체크가 진행됐고.
“안녕하세요. 챌린저스 일산호수공원 가요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와아아!”
두 시가 되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뒤에서 보니 관객석은 진작에 모두 찼고, 일어서서 보는 사람도 많았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새삼 실감이 났다.
한참이나 능숙하게 진행을 보던 박수완이 드디어 첫 번째 팀을 소개했다.
“첫 번째 무대는 ‘정나비’ 팀의 <내 세상을 줄게> 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무대는 중간 점검때 본 것과 비슷했다.
미완성이든 완성이든, 결국 기본 뼈대는 같았으니까.
정나비 팀이 산뜻한 발라드로 스타트를 끊자, 다음 무대로 홍상윤 팀이 나갔다.
이쪽은 세션을 두어 보다 어쿠스틱한 느낌을 강조한 듯했다.
노래야 뭐 홍상윤의 곡이니 두말할 것 없이 좋았고.
앞선 곡보다 템포가 빨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호응도 더욱 커졌다.
이어 ‘댄스사운드’ 팀의 <Ice cream>이 공연장을 채웠는데.
현란하게 비추는 조명과 신나는 춤사위 덕분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유난히 좋았다.
무대에서 저 정도는 해야 하는구나.
새삼스레 생각했지만.
“I don’t wanna go home now, 아직 새벽빛이 밝아♪”
-펑!
“꺄아아아아!”
“우워어어!”
바로 이어진 디펑크 팀의 무대를 보고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척 보기에도 잘 짜인 안무도 그렇지만.
불꽃까지 준비를 했다고?
저 레이저는 또 뭐냐?
거의 단독 콘서트라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하게 구성한 무대에 사람들은 거의 열광하다시피 했다.
역시 아이돌은 다르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훤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공연 중간중간 관객석으로 가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저 무대매너만 보더라도 말이다.
내가 조용히 HD팀의 무대를 보고 있자 옆에서 남영진이 말했다.
“괜찮아, 곡은 겟업이 더 좋으니까.”
그건 그렇다.
그래도 연출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오래 느낄 수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무대입니다. ‘영하 15도’ 팀의 <겟업>!”
바로 공연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FD가 지금 가라며 손짓했고, 우리는 무대로 올라갔다.
그러자 박수완이 물었다.
“김도하 씨는 이런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건 처음이시죠? 떨리지 않으십니까?”
솔직히 긴장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버틀러스와 한 버스킹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만 주목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김도하의 기억이 섞여서인지 생각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
딱 그뿐이었다.
“네.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우리 가요제를 꿰뚫는 말이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박수완이 물러나자 무대에는 남영진과 나만 남게 되었다.
곧 익숙한 인트로가 들리고.
-♬♩ ♪
남영진이 노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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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온다.”
공연이 끝나고서 이틀 후.
지금은 한창 ‘중간 점검’ 편이 방송되고 있었다.
‘버틀러스’ 멤버 최동주는 윤해찬과 함께 본방을 사수하다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봐봐. 노래 진짜 좋다니까?”
윤해찬은 무릎에 앉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렉이네? 참 도하 씨 곡 쓰는 거 보면 신기해. 전에 ‘유어 유니버스’ 때도 그랬지만.”
“내 말이. 어떻게 사운드캣이랑 디펑크랑 붙으면서 퀄리티가 안 꿀릴 수가 있지?”
최동주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사운드캣과 디펑크는 특히 신스를 잘 다루기로 유명한 실력자들이었다.
그런데도 사운드가 전혀 밀리지 않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저거 녹음을 네가 했다고?”
“어. 도하 씨가 부탁하더라고. 봐, 내 목소리잖아.”
“그런데도 되게 잘 따라부르시네. 네 가이드, 쉽지는 않았을 텐데.”
“연습을 엄청 했다나봐.”
그래? 라며 대꾸하며 윤해찬이 휴대폰을 쳐다봤다.
마침 포털 사이트 메인에 챌린저스 가요제에 관한 뉴스가 떠있었다.
게스트들을 소개하며 어떤 곡이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는 내용에, 디펑크의 팬들이 단 듯한 댓글이 많이 보였다.
이러면 아무리 곡이 좋아도 차트에서는 밀릴 수도 있겠는데.
월등히 노래가 좋거나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차트는 대부분 팬덤 싸움으로 흘러가니까.
‘김도하 씨 성격이라면 몇 위든 신경쓰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윤해찬은 휴대폰을 끄고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영하 15도 팀의 연습이 막 끝나가고 있었다.
“확실히 다들 잘 하긴 했는데, 도하 씨 팀의 컨셉이 되게 매력적이고 전달력 좋은 것 같아. 후킹이 완전 제대로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때 화면 속 김도하가 갑자기 웬 기타를 가져오더니.
[어디 그림 좋은 곳으로 가서 들어보자.]남영진과 함께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습하다 말고 어디 가는 거지?
둘이 어리둥절하게 보는데, 경치 좋은 정자에 자리잡은 김도하가 어떤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 전 회차들에서 언급됐던 서브곡이구나.’
이것까지 준비를 하는 거야? 싶으면서도 둘은 서서히 노래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 그리고 그걸 극대화하는 배경과 편집.
더불어 남영진과 함께 솔직한 이야기를 하며 가사를 완성해가는 모습까지.
이 조화는 마치 감동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감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