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2)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22화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 베이스, 등등.
마에스트로 루카스 블레하츠의 부드러운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 들고 있는 악기로 합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거의 5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오케스트라가 먼저 연주를 하게 된다.
블레하츠는 이 곡을 작곡한 쇼팽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지휘에 집중했다.
소타나 2번이 헤어진 이를 위한 곡이었다면,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사랑하는 이를 위한 곡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블레하츠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의 1악장의 부드럽고 간절한 쇼팽의 마음을 담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마침내 피아노가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여기가 제일 중요했다.
이곳에서 피아노가 제대로 박자를 맞춰 들어가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딴-! 따라란-!!
눈을 감고 노래를 음미하고 있던 정윤성이 강렬한 터치로 건반을 눌렀다.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에 블레하츠는 몸을 들썩였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묘미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곳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그것도 강한 터치로 들어가게 될 경우, 듣는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수천 번도 더 이 노래를 연주했던 블레하츠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이상하게 정윤성의 연주에서만······.’
마치 곡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몸이 떨리고 심장이 철렁인다.
아무리 같은 음표에, 같은 피아노라고 해도 치는 사람에 따라 그 소리가 새롭게 달라진다.
정윤성의 피아노가 그러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피아노 협주곡 2번과는 확실히 다른 시작이었다.
분명 리허설 때도 같은 것을 겪었는데도 블레하츠는 그저 새롭게 느껴질 뿐이었다.
따라란~.
도입부는 무척 강렬했으나, 이어지는 음은 서서히 약해진다.
부드럽게, 더 부드럽게.
간간히 곁들어 지는 바이올린과 첼로는 그저 거들 뿐.
정윤성의 손에서 펼쳐지는 건반 위에 음표들이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이어지던 건반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격하게 빨라지며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인을 주는 건가?’
블레하츠는 정윤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평소와는 뭔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다른 연주자들은 그저 오케스트라와 타이밍을 맞추고자 급급한 눈동자였으나, 정윤성은 뭔가 달랐다.
보통 지휘자가 연주자에게 사인을 주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지휘자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겠지만,
스윽-.
그는 홀린 듯이 그 눈빛을 따라 지휘봉을 움직였다.
그러자 그 손끝에 따라 단원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뭔가 얼떨결한 기분이었지만, 그는 막힘 없이 지휘를 해냈다.
‘또, 또다.’
1분 동안 이어진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 뒤에 다시 피아노가 들어가야 할 때였다.
근데 거기서 한번 더 블레하츠는 정윤성과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따라라란~!
블레하츠는 그동안 고수하던 자신만의 박자를 버리고 또 다시 정윤성에 맞춰 지휘를 하게 되었다.
이 쇼팽 콩쿨에서는 연주자가 지휘자에게 맞추는 것이 진리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블레하츠는 자꾸 정윤성의 흐름에 따라가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거북스럽거나, 곡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정윤성과 이 오케스트라가 하나 된 듯, 물 흐르듯이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쇼팽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세레나데가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렬하게 이어지며 2악장이 끝을 맺었다.
“후우-.”
블레하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2악장까지 연달아 연주를 하게 되면 20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3악장으로 가기 전 부드럽게 곡을 마무리 시켜 잠시 숨을 돌리게 되는데, 이때 청중들도 약 30초 동안 휴식을 하게 된다.
블레하츠는 슬쩍 정윤성을 살펴보았다.
그는 이곳 무대 위로 올라왔을 때부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리고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청중들은······.’
이번에는 저 너머에 있는 청중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청중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보통은 기침을 하거나, 숨을 고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마치 공연이 이미 시작된 것처럼 콘서트 홀이 매우 고요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을만큼, 그들은 긴장감이 역력한 얼굴로 정윤성의 다음 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압박을 주는 것만 같다.’
얼른 연주를 시작하라고, 청중들이 눈빛으로 블레하츠를 겁박하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청중은 이미 정윤성의 협주곡에 매료되어 버린 것이리라.
블레하츠는 다시 정윤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 역시 다음 곡이 얼른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
그는 지체하지 않고 지휘봉을 들었다.
그렇게 이 쇼팽 콩쿨의 마지막이 될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이 시작되었다.
* * *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마른침을 삼키게 만드는 연주를 본 적이 있는가.
무아지경에 빠진 연주자의 모습과 그것을 벅차게 따라가는 오케스트라.
그들이 마치 한몸으로 움직이며 사방을 휘몰아치게 만드는 연주.
그것이 바로 저 정윤성이 이곳에서 펼치는 협주곡이었다.
그렇게 3악장에서 태풍처럼 휘몰아치던 정윤성의 연주가 더욱 격하게 올라가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그러했다.
“······.”
이윽고 머리 위까지 올라갔던 정윤성의 손이 천천히, 우아하게 건반 위로 사뿐히 내려 앉았다.
쇼팽 콩쿨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이 난 것이었다.
이어지는 정적.
하지만 곧 어마어마한 함성이 콘서트 홀을 가득 채웠다.
“브라보!!”
“우와아아아-!!”
최예림이 연주를 했을 때도 그러더니, 정윤성의 연주가 끝난 뒤에도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앙코르!”
“브라보!!”
그들은 연신 브라보와 앵콜을 외쳐댔다.
정윤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청중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그 빛나는 외모에 잠시나마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진짜······ 엄청나네요.”
“역대급 콩쿨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요.”
“하아-. 이거야 원. 대체 어떻게 저런 연주를······.”
심사위원들 역시 기립 박수를 하며 무대를 떠나는 정윤성을 향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피아노 협주곡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이제까지 단 두 사람만이 그 곡을 치고 우승을 했다.
그만큼 괴랄한 난이도와 징크스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윤성은 정면으로 그 곡에 도전했으며, 미스 터치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하게 곡을 끝냈다.
“쇼팽의 환생이 있다면 바로 저 청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군요.”
“저도 감히 말씀드리지만, 정윤성이 바로 쇼팽의 화신이 아닐까요?”
“근데 아깐 최예림이 쇼팽의 환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아······.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체 둘 중 누구를 골라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심사위원들이었다.
왜냐하면 정윤성과 최예림 둘 다 미스 터치 하나 없이 그 어렵다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최예림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자유로운 사랑이었다면, 정윤성은 높낮이를 참 잘 표현한 것 같지 않습니까?”
“네. 사랑에 취해 기분이 한껏 업이 됐지만, 곧 그것이 우울함으로 바뀌는 감정까지 정말 잘 표현을 해줬어요. 중간이 아예 없는 표현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가장 잘 어울리죠. 쇼팽이 짝사랑 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곡이니까요.”
그것도 고작 20살이란 나이로 이런 엄청난 곡을 쓴 쇼팽도 대단하지만,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연주한 그 두 사람도 대단했다.
“심사위원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페데레츠키는 침묵을 지키며 정윤성과 최예림의 평가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문제는 번갈아 쳐다봐도 이미 둘 다 만점이라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점수를 빼기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대로 최예림의 곡은 환상적이었고, 정윤성 역시 쇼팽의 화신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절로 들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통스러운 순간이군. 이 정도로 심사가 어려운 줄 알았다면 내 오지 않았을 걸세.”
그 말에 심사위원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페데레츠키는 심사위원들이 제출한 평가지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불쌍해지는 건 처음이구먼.”
이들 기억 속에는 정윤성과 최예림, 단둘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이 청중들도 마찬가지일 터.
이들도 둘 중 누가 우승자가 될지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평가지를 보아하니······ 다들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나?”
심사위원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내가 나서야 한다는 말이군.”
“아마 청중들도 그렇고, 모두 이해할 겁니다.”
“매번 우승자에 대한 논란이 조금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난리가 날지 모르겠군.”
페데레츠키는 심사위원들의 뜻에 따라 최종 우승자 이름을 가지고 일어났다.
결정이 내려진 이상, 이제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 * *
“휴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끝낸 뒤, 나는 그 떨림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긴장이 쫙 풀렸다고 해야 하나.
다리에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윤성아!”
“오빠~!!”
그때 부모님과 윤아가 내게 달려왔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하셨다.
“어휴. 우리 아들 자랑스럽다. 너무 잘했어.”
“그래. 진짜 너무 잘하더라. 이 아빠도 처음으로 클래식 노래 듣고 감동했다니깐?”
윤아는 내 머리에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아 주었다.
“이 땀 좀 봐. 엄청 집중해서 쳤구나?”
“그래 보였어?”
“응. 평소보다 훨씬 더 집중한 것 같더라. 역시 오빠도 결승전에서는 엄청 진지해지네.”
“뭔 소리야. 난 항상 진지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아가 참 나를 잘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오늘만큼 이렇게 후련하고 심도 있게 연주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습 때도 그렇고, 리허설 때도 나오지 않았던 집중력이 이곳에서 팡팡 터지는 기분이었다.
“근데 우승자 발표는 바로 하는 건가?”
“아니. 아마 내일쯤에 하는 걸로 알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청중 여러분. 곧 쇼팽 콩쿨 우승자 발표가 있겠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방송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바로?”
“이렇게나 빨리?”
“적어도 내일 할 줄 알았는데.”
“하마터면 우승자가 누군지 듣지도 못하고 돌아갈 뻔했네.”
그들은 다시 콘서트 홀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빠. 뭐야?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다들 들어가는 거지?”
“어······ 우승자 발표를 지금 한다는데?”
“응? 정말?”
“그럼 우리도 들어가 볼까?”
이렇게나 빨리 입상자를 결정했다는 건가.
그렇다는 건 설마······.
“대상이 없는 건가?”
“대상이 없어?”
“쇼팽 콩쿨에서는 대상 수상자가 없을 수도 있거든. 전적으로 심사위원들 마음이야. 그래서 대상 수상자가 없었던 대회가 생각보다 많아.”
“헉.”
이 정도로 빨리 입상자를 결정했다는 건 그런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었다.
“그럼 6위부터 1위 입상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위를 언급했다는 건 대상자가 있다는 것일까.
그렇게 사회자는 6위부터 하나씩 이름을 호명했다.
“6위에는 루퍼스 아브람. 5위에는······.”
나와 부모님, 그리고 윤아는 입이 바싹 마른 채로 사회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 봐도 내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오늘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 준 최예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2위까지 지나가고 나서,
“그럼 마지막으로 대상 입상자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입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영예로운 쇼팽 콩쿨의 대상 입상자는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