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65화
처음 정윤성이 곡을 연주하겠다고 먼저 손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맥스 교수는 지금 저놈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곡은······.
‘이런 전개가 가능했었다니.’
맥스 교수가 학생들에게 몇 군데를 제외하고 텅텅 비어 있는 오선지를 건네줬을 땐 이미 그가 생각해 둔 여러 가지 곡이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를 비슷하게만 만들어도 충분히 작곡에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의외였다.
수십 번, 수백 번을 더 생각해서 여러 가지 곡을 시나리오처럼 미리 만들어 두었지만, 이런 전개를 가진 곡은 없었다.
‘이, 이게 정말 10분만에 만든 곡이라고?’
혹시나 저번 수업을 들은 선배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미리 학생들이 준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맥스 교수는 일부러 늘 새로운 오선지를 만들어냈다.
그럼 학생들이 아무리 미리 준비를 해와도 당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거기서 재능으로 어찌어찌 곡을 완성시키는 학생들은 있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단 한 번도 맥스 교수를 놀래킬 만한 무언가를 보여 준 학생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놀랍다.’
그 명성을 익히 들었으며, 실제로도 정윤성이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건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능이었다.
고작 10분이었다.
10분.
그 안에 정윤성은 마치 10일은 꼼꼼하게 준비한 것처럼 곡을 만들어와 연주하고 있었다.
“미친······.”
“뭐, 뭐야······.”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도 맥스 교수와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제 귀를 의심하며 피아노 앞에서 신들린 듯 연주하고 있는 정윤성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따라란~
그렇게 흘러가는 음악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몽환적이기까지 했다.
마치 판타지 세상 속에서만 등장할 법한 마법 궁전에 들어가 그곳의 분위기와 모습에 압도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점점 고조 되는 음악은 긴장감을 더하여 그 궁전 안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들을 보여 주는 듯했다.
이런 환상적인 음악이 가능한 거였다니.
설마 자신이 만든 오선지에 이 정도 수준의 곡이 작곡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윤성이 숨을 고르며 연주를 멈췄다.
그리고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벌써 끝이구나.’
그제서야 학생들은 그 몽환적인 감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 우와아아아!!”
이윽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맥스 교수도 절로 박수가 쳐졌다.
정말 감명 깊은 공연을 봤을 때, 왜 브라보라고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지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기립 박수를 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흠흠.”
무안함에 그는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아주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정윤성 학생.”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도 훌륭했다.
“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으응?”
“오선지에 써 놓으신 음표들을 보고 영감을 받은 거라서요.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곡이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흐흠! 그, 그런가? 하하하.”
맥스 교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총장님들의 안목이 탁월하구나.
이런 미친 재능이라면 그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을 충분히 진행하고도 남았다.
“앞으로도 좋은 곡,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수님.”
“으하하! 당연한 말을. 우리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맥스 교수는 오늘만큼 수업이 즐거운 날이 또 없었다.
이제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다음 사람? 누가 다음에 연주를 해보겠습니까?”
그 물음에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던 교실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얼어 붙고 말았다.
* * *
“우으으으-”
정윤아는 작업실에서 앓는 소리를 내며 한창 작곡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빠랑 같이 있을 땐 늘 웃으면서 밝게 있던 아이였는데, 오늘은 어딘가 많이 쓸쓸해 보였다.
그래서 PD들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윤아야. 작곡은 잘 돼?”
“으으. 모르겠어요. 오빠가 옆에 있으면 이것 저것 물어 보면서 도움을 받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니.”
“그래? 그럼 우리한테 물어 봐.”
“맞아. 우리가 다 알려 줄게.”
“······.”
윤아는 PD들을 스윽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니에요. 바쁘실 텐데, 저 혼자 할게요.”
“너······. 방금 그 눈빛 봤어. 바쁘다는 건 핑계지?”
“으윽. 어쩌다 우리가 이런 취급을.”
“야. 우리가 그래도 네 오빠보다는 한참 모자라지만, 나름 실력은 있거든!”
오기가 든 PD들은 윤아 곁으로 모여 들어 곡을 살펴 보았다.
“어디 한번 보자!”
“그래. 우리가 아주 제대로 실력을 보여 줄 테니······. 응?”
그런데 곡을 살펴 보던 PD들의 안색이 차츰 굳어 갔다.
‘잘······만들었네?’
‘생각보다 너무 잘 만들었잖아.’
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해서 수정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닐 터.
거기다 자신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한,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그리고 이왕 도움을 주겠다고 했으니, 윤아도 이들의 성의를 그냥 물리치진 않았다.
“좋아요. 그럼 한번 쭉 봐주세요. 어디가 좋고, 또 어디가 안 좋은지도 말씀해 주시고요.”
“그럼! 우리만 믿어!”
“베테랑이 왜 베테랑인지 보여 줄게, 윤아야!”
“으쌰으쌰!”
이들의 모습에 윤아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정윤성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이후 조금, 아니. 많이 허전한 기분이 들어 웃지도 않았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웃는 것 같았다.
* * *
“오빠~!”
모니터 속에서 윤아가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 윤아야. 잘 있었어?”
“웅. 나야 잘 있지. 오빠는? 미국 생활은 좀 적응됐어?”
“오빠도 잘 있어. 걱정 마.”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윤아와 나는 서로 얼굴을 보며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아빠랑 엄마한테도 연락은 했어?”
“응. 아까 다 했지. 윤아 너 요즘 오빠 없다고 울적해한다며?”
“뭐야. 그건 또 누가 일렀어?”
윤아는 땡땡하게 부풀어 오른 볼로 말했다.
“난 거의 매일 오빠랑만 놀았는데, 내 깐부가 갑자기 없어지니까 그렇지.”
“흠.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자퇴서 내고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들어가 볼까?”
“어휴. 또 그런 소리한다. 됐거든요? 나도 이제 친구들이랑 놀 거야. 근데 오빠는 거기서 친구 좀 사귀었어?”
친구라.
뭐, 여기 저기 다가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덕분에 적어도 혼자서 밥을 먹진 않아도 됐다.
“오빠야 워낙 잘생겨서 친구가 없을 리 없지. 그러다 갑자기 덜컥 여자친구부터 만드는 거 아니야?”
“흠. 글쎄. 외국인 여자친구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뭐, 생기면 어때. 그래도 나한테 얘기는 해줘야 한다? 오빠가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는 이 여동생이 알아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네가 보낸 곡들 들어봤어.”
“정말? 어······땠어?”
“전반적으로 좋았어. 저번에도 느꼈지만, 넌 확실히 작곡에 재능이 있는 거 같다.”
“우와. 진짜?”
“응. 그런데 혹시 거기 소속사 PD님들이 네 곡 만드는 거 도와줬니?”
“헉! 그,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윤아가 귀엽게 몸을 들썩이는 리액션을 보니,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빠가 말했었잖아. 음악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버릇이 있다고. 그게 작곡에서도 잘 드러나. 근데 네 곡을 보니까, PD님들의 버릇이 하나씩 섞여 있는 것 같더라고.”
“신기하다.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아 듣는 거지?”
“너도 쭉 하다보면 느끼게 될 거야. 마침 오늘 시간도 널널한데, 곡 작업부터 한번 해볼까? 네 이름으로 작곡된 곡을 내놓는 건데, 너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만들고 싶잖아.”
“웅. 맞아. 진짜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어.”
“그래. 오빠가 너무 깊게 관여를 하면 그건 네 앨범이 아닌 것이 되니까 최대한 네 독창성을 살리는 쪽으로 해서 피드백을 줘 볼게. 일단 첫 번째 곡은······.”
나는 윤아가 작곡한 곡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피드백을 주었다.
윤아의 곡이 나로 인해 다르게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PD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음표들도 죄다 빼버렸다.
도움을 준 건 고맙지만, 나는 오롯이 윤아만의 곡이 만들어지길 바랐던 까닭이다.
그래서 피드백을 줄 때도 무작정 음표를 수정하기 보다는,
“자. 여기서는 어떤 음표가 들어가야 조금 더 활발하게 곡을 살릴 수 있을까?”
“음······. 이렇게 연주를 해볼까?”
윤아가 직접 곡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며, 앞에 있는 키보드로 직접 연주해서 변경하는 쪽으로 유도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곡을 수정했다.
그러던 중 윤아가 기지개를 쭉 폈다.
“우으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근데 거기랑 여기랑 시간이 다르잖아. 오빠 나 때문에 피곤해서 어떡해?”
“여긴 아침이라 괜찮아.”
“아참. 근데 오빠. 내가 거기 디렉터님한테 게임 스토리를 들은 게 있거든.”
“응?”
“아무래도 노래를 제대로 만들려면 게임 스토리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이것 저것 스토리를 물어 봤지.”
그런 것까지 물어보고.
꽤나 철저하구나, 우리 윤아.
“근데 아직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고, 나중에 알려지는 사실이 하나 있대.”
“그게 뭔데?”
“거기 베라크 월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알렉산더잖아. 그 캐릭터는 사실 설정상 회귀를 한 거래.”
나는 잠시 할 말을 멈췄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웅. 난 전혀 몰랐어. 그런 스토리가 숨어 있는 줄은. 회귀를 한다라······. 오빤 그게 어떤 기분일 거 같아?”
난 이미 경험하고 있는 거라고 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으니까 감사한 마음? 윤아 너는?”
“나? 어······.”
윤아는 잠시 고민하다 웃으며 대답했다.
“난 싫어.”
“응?”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거든. 그래서 시간을 또 되돌리고 싶지 않아.”
“그래?”
진정 행복한 사람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 않아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아! 그래서 내가 생각해 둔 곡이 하나 있어. 회귀한 주인공 알렉산더는 베라크 월드의 미래를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그래서 그런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곡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하거든. 마치 힌트처럼 유저들에게 주는 거지. 그게 문득 떠올랐던 거 있지?”
“지금 연주할 수 있어?”
“웅. 내가 들려줄게.”
윤아는 신이 난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따라란~
키보드로만 연주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곡을 평가할 순 없겠지만-
“······?”
정말 신기하게도 알렉산더라는 주인공의 마음이 조금씩 느껴지는 곡이 들려왔다.
자신만 알고 남들은 모르는 이 세계의 미래, 그리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
그 비밀 속에서 고뇌하는 마음과, 또 자신이 새롭게 펼쳐 나가는 세상이 이대로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이건······.’
작곡가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고 느껴본 감정을 곡에 풀어 넣어야 사람들이 그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했던가.
이 곡에서도 그 특유의 감정이 느껴졌다.
바로 내가 하루도 빠짐 없이 느끼는 그 감정이 말이다.
나 혼자만 이 세상에 회귀하여 미래를 알고 있다는 그 막연한 두려움과 흥분감이 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